수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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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수정과 / 水正果 / Cinnamon punch
'''수정과'''('''水''' '''正''' '''果''')란, 한국의 전통 음료 중의 하나로, 생강과 계피(통후추가 추가되기도 한다)를 끓인 물에 꿀이나 설탕 등으로 단맛을 내고 차게 하여 곶감과 잣을 띄워 만든다.
처음 기록된 문헌은 《수작의궤》(1765,영조 41년)으로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2. 설명
해동죽지(海東竹枝)에서 수정과를 '백제호(白醍醐)'라 불렸는데 "옛 풍속에 설날 고려의 궁인(宮人)들이 시설이 난 곶감을 생강 끓인 물에 넣고 타니 이를 백시성호(白柿醒醐)라고 부른다. 지금도 집집마다 전해 오니 이를 수정과라고 한다"고 전한다. 또한 "벌처럼 달고 타락(우유)처럼 진한 맛 봄 쟁반에 처음 내어온 수정과 새해마다 한 번씩 마신 것을 세어 보니 예순다섯 잔이나 마셔서 없앴네"라는 시(詩)도 전한다. 이를 통해 수정과는 적어도 해동죽지가 쓰인 19~20세기 초반부터, 또는 해동죽지의 내용을 그대로 믿는다면[1] 고려시대부터 설날에 주로 마셨던 전통음료임을 알 수 있다. 현대에는 대중적인 전통 음료로 절기에 구애받지 않고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군학회등(群學會騰)이라는 책에서는 수정과와 건정과(乾正果-설탕이나 꿀에 절여 말린 과일)로 나누고, 수정과를 다시 건시수정과(乾枾水正果-곶감을 띄운 수정과)와 잡과수정과(雜果水正果-여러 과일들을 띄운 수정과)로 구분하고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 보게 되는 수정과는 건시수정과.
식혜와 더불어 한국 전통음료 하면 거론되는 지명도 높은 음료이건만 식혜가 캔/페트병으로 나올 때 이쪽은 비락에서 한번 캔으로 나오고 영영 묻힌 비운의 음료였다. 어쩌면 식혜보다 어른의 입맛이라서가 아닐까.[2] 하지만 현재는 찾는 사람들이 늘어서 비락에서 다시 캔과 페트로 판매하고 있다. 식혜에 비해 구비하고 있는 곳이 적기는 하지만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 종종 보인다.
사실 과거에는 엄청나게 사치스러운 음료였다. 계피나 후추같은 향신료는 한반도에서 생산되지 않는 물건이므로 모두 수입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 게다가 수정과에 들어가는 설탕의 양도 어마어마한데, 조선 후기만 해도 꿀은 커녕 조청도 비싸서 고급음식의 대표로 통하던 시대였고 설탕은 애초에 사탕수수가 열대작물이라 조선에서 재배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양반들 조차도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할때나, 비싼 돈 주고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해와야 조금씩 맛 볼 수 있었던 사치품이었다. 그래서 당대 수정과는 지금으로 친다면 송로버섯이나 철갑상어 캐비어 이상의 위상을 지니고 있었으며, 당시 국가 수뇌부에 해당되었던 지체높은 양반가나 궁중에서도 특별한 날에나 마시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계피, 후추, 설탕이 저렴하게 수입되고 설탕의 경우 이제는 국내 회사에서 생산까지 하여 재료 문제가 해결된 현대엔 조리법이 간단해서 식당 같은데서 잔뜩 만들어 식후 디저트로 내놓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계피차와의 가장 큰 차이는 '''곶감'''이 들어갔는지의 여부. 실제로 정말로 맛있는 수정과는 계피의 향과 곶감의 단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수정과다. 애초에 이름부터가 건시수정과(乾柹水正果)니까.
이걸 마시면 모기가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계피는 모기에게 치명적이고 위험한 물질인데, 수정과만 마셔도 피부와 혈액에 인간이 느끼기 힘들 정도로 미세하게 계피향이 배기 때문에 모기가 잘 물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스펀지(KBS)에서 실험을 했는데, 실험자가 며칠 동안 수정과를 꾸준히 마셨더니 몸에서 계피향이 도는지 모기가 득실거리는 통 안에 떨면서 맨 팔을 그냥 집어넣고 기다렸더니 전혀 물지 않았다. 딱히 수정과가 아니라 그냥 계피를 두어도 모기가 접근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계피와 생강을 같이 끓이면 향이 확 줄기 때문에 따로 끓여서 합쳐야 한다. 같이 끓였다간 별 냄새도 맛도 안 나는 밍밍한 무언가가 탄생.
3. 여담
롤러코스터 타이쿤 2에서 수정과를 파는 가게를 지을 수 있다. 해당 시리즈 중 자이로드롭과 더불어[3] 유이하게 한국과 관련된 시설이다.
콜라로도 수정과를 만들 수 있는데, 이는 콜라의 계피 성분 때문. 김빠진 콜라를 냄비에 붓고 끓이다 생강 한 쪽을 썰어 넣으면 완성.[4][5] 더 강렬하게 먹고싶으면 계피가루를 추가해도 좋다. 맛은 의외로 수정과와 흡사하다. 적절하게 넣은 생강의 효과로 간단하지만 유사한 맛을 끌어낸 것. 집에 콜라가 방치되어 김이 빠질대로 빠진 상태에서 써 주면 매우 적절하다. 하지만 성분상 진짜배기와는 천양지차이므로[6] 그냥 참고만 하도록 하자.
일본의 레전드급 힙합 가수 ZEEBRA가 좋아한다고 한다.
영국남자가 한국산 음료수를 영국인들에게 시음해보도록 했는데, 크리스 신부는 수정과를 마셔본 뒤 '''예거밤 맛(...)이 난다'''고 말했다. [7] 덤으로 올리의 아버지는 한국에 놀러왔다가 궁중음식 후식으로 나온 수정과를 마셔보고 카라멜과 엇비슷한 맛이라고 표현했다.
수정과를 우리가 흔히 아는 계피인 카시아가 아닌 육계(시나몬)[8] 으로 만들면 굉장히 각별한 맛이 난다. 카시아와 다르게 시나몬은 상당히 비싸고 무엇보다도 크기가 매우 작아서 나오는 양이 적기 때문에 옛날 높으신 분들이나 가끔 마실 수 있던 수정과로 돌아간 듯한 느낌. 단, 생강의 매운 맛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생강 조절에 실패하면 돈은 돈대로 쓰고 맛은 카시아로 만든 수정과보다도 못한 곤란한 물건이 나온다.
비락 수정과가 알레르기를 유발해 못 먹는 사람도 있다.
스타벅스의 별다방 아이스 티도 수정과와 비슷한 맛이 난다.
[1] 해동죽지가 1925년에 편집된 책이라 내용의 진위논란이 있다. 단기고사나 규원사화처럼 내용이 왜곡되었다는 일설도 있다.[2] 무엇보다도 계피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계피 못 먹는 사람도 꽤 있으니... 계피때문에 칼칼한 맛이 나서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3] 롯데월드의 자이로드롭이 등장하면서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와 수직낙하를 이용한 신개념의 놀이기구로 유명해지게 되었다.[4] 실제로 겨울철 중국에서 위와 같은 레시피로 음료를 만들어 마시곤 한다. 한국에서 감기 걸렸을때 생강차를 마시듯 감기 대용차로 인기가 있고 비타민 첨가 혹은 개인 기호에 따라 레몬을 넣기도 한다.[5] 생양파를 한입먹고 콜라 한모금을 마시면 수정과 맛이 난다[6] 콜라는 수정과에 각종 첨가물(설탕, 인산, 탄산, 색소, 기타 향료 등)을 넣어 더 자극적인 물건인 셈. 물론 생강은 안들어가지만, 다만 생강 탄산음료인 진저에일은 존재한다.[7] 성공회는 개신교 계통 중에서 나름 개방적인 편인지라 천주교처럼 성직자의 음주를 허용한다. 다만 하필이면 '''클럽에서 밤새기 위해 먹는 폭탄주 중 하나'''로 비유해서 저렇게 놀린 것.[8] 시나몬과 카시아=계피는 서로 매우 다른 종의 나무에서 나온다. 같은 육계나무 계열이지만 종간 수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