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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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식혜 / 食醯 / Rice punch
한국의 전통 음료 중 하나. 시원하면서도 달고 약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엿기름[1] 과 밥을 같이 삭힌 것이다. 오늘날에는 '단술', '감주'가 같은 의미로 쓰이나 과거에는 지역마다 달라서 다른 음식인 곳도 있었고 같은 음식인 곳도 있었다. 단술 문서도 참조. 건더기를 짜내 졸이면 조청이 되며 더 졸여 굳히면 엿이 된다.
아밀레이스의 '''효소작용'''을 이용하여 만든다. 엿기름에는 풍부하게 아밀레이스(아밀라아제)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엿기름을 말린뒤 분쇄하여 물에 담궈 놓으면 아밀레이스가 물에 녹아 내린다. 그 물을 탄수화물(밥)에 섞어서 따듯한 곳에서 삭히면 아밀레이스에 의해 다당류인 탄수화물이 이당류인 엿당으로 분해되어 이것이 식혜의 단맛을 내는 주요 성분이 된다.
단맛이 감도는 음료인지라 우유나 쿨피스처럼 매운 것을 먹고 난 후 혀가 얼얼할 때 마셔주면 좋은 음식 중 하나다.[2] 고구마 찐 거나 구운 걸 먹을 때 같이 먹어도 좋다.
2. 만드는 법
과정1. (준비재료)
- 밥, 엿기름, 물을 준비한다.
- 엿기름에 물을 붓고 한두 시간 가량 불린다. 그 후, 엿기름의 아밀레이스가 잘 우러나오도록 손으로 짜듯이 조물조물 주물러 준다. 엿기름과 물의 비율은 100g당 1L정도로 맞추면 된다. 이 과정에서 엿기름을 면보에 넣어두면 다음 과정이 좀 더 편해진다. 또한 요즘에는 엿기름 자체를 이런 곳에 쓰도록 봉투에 넣어 파는 곳도 많다.
- 고운 체에 찌꺼기(겉보리)를 걸러 마저 짜낸 뒤 겉보리는 버리고, 짜낸 물만 남긴다. 혹은 겉보리에 다시 새 물을 부어 한 번 더 짜내도 된다.
- 불순물이 가라앉도록 30분간 둔다. 하얀 앙금이 생기는데 이건 버린다.[3]
- 밥통에 아밀레이스가 우러나온 윗물만 조심스레 부은 뒤, 밥을 넣어 잘 풀어주고 보온 기능으로 삭힌다.[4] 이 과정에서 탄수화물이 엿당으로 분해되어 단물이 생긴다. 밥을 삭힐때 어느정도 설탕을 넣어 주어야 잘 삭혀진다. 시간이 없는경우엔 사카린을 넣어 주어도 무방하지만 설탕보다 훨씬 달달하니 양을 잘 조절해야 한다.
- 밥알이 동동 뜨기 시작하면 냄비에 붓고 팔팔 끓인다. 이때 기호에 따라 벌꿀 또는 설탕, 생강 등을 첨가한다. 설탕은 끓인 후에 넣어주는 것이 좋다. 끓이는 과정에서 수분이 날아가며 졸아지면서 당도가 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끓이는 이유는 이 단계에서 아밀레이스를 파괴하여 당화 작용을 멈추기 위해서이다.
- 원액이 완성되면 설탕물을 섞어가며 원하는 양까지 불린다. 양을 불리고 싶지 않으면 이 과정은 생략해도 된다.
- 식힌 후 냉장고에서 차게 해 먹는다.
여기에 다른 것을 첨가해 이색식혜를 만들기도 한다. 단호박식혜, 고구마식혜 등등. 아예 쌀을 쓰지 않고 다른 재료만 써서 만들기도 하는데, 탄수화물이기만 하면 엿기름의 아밀레이스 효소를 이용하여 단맛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별별 시도가 다 있다. 호박[5] , 고구마, 메밀, 보리, 수수, 옥수수 등등.
식혜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간에 효모를 넣어 그대로 발효시킨다면 술이 된다.
2.1. 만들 때의 이야기
끓일 때 밥알을 건져 낸 뒤에 끓이면 자료 사진과 같이 밥알이 동동 떠 있는 모습을 만들 수 있다. 건져 내지 않고 그냥 끓여도 맛이 큰 차이는 없다. 그냥 눈요깃거리 유무의 차이다.
밥솥이 없었던 옛날에는 엿기름물이 익지 않을 정도의 따뜻한 곳[6] 에 이불을 씌워놓고 삭히거나, 따뜻한 물 그릇을 갈아가며 만들었다. 요새는 편리한 밥솥이 있어서 시간에 쫓기지만 않는다면 비교적 쉽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다.
원리는 밥이나 찹쌀에 (허나 찹쌀보다 멥쌀로 만드는 식혜가 맛이 좋다.) 있는 탄수화물이 엿기름에 있는 아밀레이스(아밀라아제)에 반응하여 당화되는 것을 이용하는 것으로 밥을 씹을 때 단맛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엿기름에 포함된 아밀라아제는 베타 아밀라아제로, 온도에 따른 활성도는 아래 그래프와 같다. 때문에 식혜를 만들 때는 효소의 활성도가 최대한 높아지도록 온도를 섭씨 62도 정도로 유지해주는 것이 제일 좋다.
식혜 원액 완성 후 설탕물을 섞어서 양을 엄청나게 불릴 수 있다. 식혜에 설탕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 과정 때문이다. 마지막에 양을 불리지 않는다면 설탕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불릴 수 있는 정도의 양은 밥통 하나 정도 만들었다면 항아리 하나 정도는 거뜬히 불리고도 남는다. 그리고 불리면 불릴수록 식혜 물빛은 맑아진다. 이 과정은 오직 양을 불리기 위한 과정이므로 굳이 양을 불리고 싶지 않다면 생략하면 된다.
설탕을 아예 넣지 않고도 만들 수 있다. 설탕을 넣지 않고 계속 팔팔 끓여서 많이 졸이면 설탕을 넣지 않고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식혜의 당도와 비슷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단, 이렇게 하면 양이 터무니없이 적어진다. 물 반 밥알 반이 되거나 밥알이 물보다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식혜 물보다 식혜 밥알을 좋아할 경우 해볼만한 방법이다.
시중에서 파는 식혜 중 색이 탁할수록, 그리고 밥알이 많을수록 설탕물로 희석을 덜 한 식혜다.
끓일 때 다른 재료를 넣고 끓이면 다양한 맛의 식혜를 만들 수가 있는데, 생강[7] , 칡 등 집안별로 레시피가 있기도 하다. 특히 칡 또는 칡즙을 내어 끓이면 달기만 한 게 아닌 적당한 쓴맛이 조화를 이룬다.
3. 안동식혜
경상북도 안동시 및 의성, 청송, 영양군 지역에는 고운 고춧가루와 엿기름으로 낸 단물, 쌀, 생강, 잘게 썬 무를 같이 삭혀 거른 뒤 볶은 땅콩, 생밤, 잣과 같은 견과류를 띄워 먹는 안동식혜가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안동에서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식혜를 감주(甘酒)라 부르며 안동식혜와 구분한다. 해당 지역의 장년층에 따르면 궁중에 올라가는 식혜가 안동식혜이다.
안동 식혜는 국밥 수준으로 건더기가 많은 방식이 흔하고 좀 달달한 김칫국물 같은 맛이 나는데, 마시면 목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어 감기약 대신 먹기도 한다. 맛이 너무 개성적이라 안동 출신이더라도 안동식혜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젊은층에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고향이 안동인데도 맛없는데 이상하게 먹고 싶어지는 맛이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안동식혜는 안동과 의성, 청송, 영양 등 지역별로 모양과 맛이 조금씩 다른데, 안동식 식혜는 재료를 깍뚝 썰어서 넣는 경우가 많으며 단맛이 적어 상대적으로는 김치국물 같은 느낌이고, 의성식 식혜는 재료를 채썰어서 넣으며, 단맛과 생강맛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청송식은 대체로 시원한 맛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며 동네에 따라서는 사과를 넣는 경우도 있었다.
4. 석감주
경상북도 구미시 옛 선산군 지역 일대에서 만들어 마시던 식혜의 일종으로 달고 구수한 맛이 나며 색이 불그스름한 편이다. 엿기름과 밥 그리고 왕겨를 넣고 불로 달여 마신다.
5. 실제생활에서의 식혜
살얼음이 동동 뜬 식혜는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진미로써, 구운 계란과 함께 찜질방 최고의 별미로 손꼽힌다. 사우나에서 땀 쭉 빼고 나와서 들이키면 그만한 극락이 따로없다.
일반 가정에서는 아주 추운 날씨에 밖에 내놓거나, 김치 냉장고 안에 집어넣거나, 페트병째로 얼렸다가 다시 녹여먹는 방법이 있다. 페트병째로 꽁꽁 얼렸다 녹여먹을 땐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냥 먹으면 음료를 다 마시고 나면 엄청난 수의 밥알이 맹물과 들러붙어서 병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몸상태가 찬 걸 먹기에 좋지 않을 때는 따끈하게 데워서 먹기도 한다. 좀 많이 달달한 숭늉 마시는 느낌으로 본디 찬 음식은 온도 때문에 혀의 신경이 둔해져 단맛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차게 먹어도 단 식혜를 데워먹으면 평소 먹던 식혜보다 더 달게 느껴진다.
6. 캔식혜
수정과와 더불어 한국의 전통 음료로 꼽히며 캔음료로도 나와있다. 가장 유명한 식혜 음료는 팔도 비락식혜로 노란색의 캔이나 포장지를 가장 처음 도입한 업체이기도 하다. 지금은 좀 시들해진 감이 있지만 한 때 식혜 열풍을 타고 많은 업체가 식혜를 만들어 냈으며 이 중 몇 회사들이 살아남아 아직도 식혜 음료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 잔치집식혜, 해태 큰집식혜, 동원 정식혜, 일화 민속식혜, 군납 전용의 하늘청식혜 등이 있다.
비락은 1995년 11월 30일을 기해 매출액 2,000억원을 달성하면서 최단기간에 대한민국 음료시장의 판도를 바꿔버렸다. 또한 성룡이 매우 좋아하는 음료이기도 하다.
6.1. 기타
이후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온갖 기업에서 캔식혜를 만들면서 물량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으나 우리가 식혜라고 먹던 캔음료는 성분을 면밀히 조사해 본 결과, 말이 식혜지 사실은 밥풀 띄운 설탕물과 다름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많은 시민들이 불매운동을 벌였으며 폭발적이었던 캔식혜의 인기는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기어이는 캔 하나당 200원에 팔리는 황당한 사태까지 벌어졌다. 비락식혜의 인기에 힘입어 캔식혜를 만들어 판매했던 중소기업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고 문을 닫은 기업까지 속출했다. 이 사건과 연관을 묻기는 어렵지만 (주) 비락은 98년도에 한국야쿠르트에게 공장을 넘겼고 2012년 이후로는 계열분리한 회사인 팔도에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회사 측에서는 설탕을 넣지 않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식혜는 단맛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기준에서 별로 달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분노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어림도 없었다.
하늘청식혜 큰집식혜 느린식혜가 그나마 전통방식과 비슷한 맛이 나고 일부 마트에 찾아보면 지역 농협에서 생산하는 식혜가 있는데 이런 종류들도 설탕물에 희석이 덜 되어 쌀뜨물처럼 탁한 회색[8] 을 띈 전통방식의 맛이 난다. 단 농협 생산의 경우 각 지역단위별로 생산자가 다르다.
밥알 없는 식혜는 중소기업 세준푸드가 하늘청 식혜라는 브랜드로 최초로 만들었다. 비락에서 별도로 밥알 없는 식혜를 판매하고 있다. 하술하는 바와 같이 식혜의 밥알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노린 제품. 밥알은 갈아넣었다.
2014년에 팔리고 있는 비락 식혜엔 백설탕에 효소처리 스테비아라는 천연 감미료와 시트러스(귤속) 분말등을 추가하여 판매하고 있다. 카페인 + 탄산 + 색소 + 합성 감미료 + 인공향까지 듬뿍 집어넣은 음료들에 비하면 양반이기는 하지만 다른 청량 음료들과 마찬가지로 결국 설탕물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도 아무튼 수요가 있어서 주택가의 작은 슈퍼부터 대형마트, 인터넷 몰까지 여기저기서 많이 보인다. 마트 등지에서 싸게 팔 땐 뚱뚱하고 큰 캔식혜도 700원 아래로 파는 경우도 있다.
롯데칠성음료에서는 '잔치집 식혜'를 내놓았고, 업소용으로 이름만 바꿔서 만든 '고향집 식혜[9] '도 내놓았다.
뷔페 등에서도 간간히 주는 경우도 있는데, 높은 확률로 한식뷔페일 가능성이 있다. 뷔페 특성상 무한리필되는 음료 중에 사이다가 있을 경우 실험정신이나 호기심 때문에 둘을 섞어마셔보는 사람도 정말 드물게 있는데, 식혜의 달고 부드러운 맛과 사이다의 톡 쏘는 단맛이 합쳐져서 참 미묘한 맛이 탄생한다.
7. 주의
식혜를 페트병에 보관 후 깜박하는 바람에 내용물인 식혜가 상했을 경우에는 열 때 조심해야 한다. 뚜껑을 여는 순간 내용물이 분출한다. 위력도 상당하기에 뚜껑을 열었다면 그대로 로켓이 되어 날아간다. 만약 집에서 열었다면 날아간 페트병과 속에 식초가 돼버린 식혜들이 집안에 뿌려지므로 버릴 때는 조심해야 한다. 설탕물을 많이 섞지 않으면 금방 쉬어버리므로 빨리 마셔 없애거나 냉동시켜야 한다.
8. 여담
- 식혜의 밥알에 대해선 취향차가 갈린다. 식혜의 밥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은 남은 밥알도 숟가락으로 잘 퍼먹고 과거에는 귀한 쌀로 만든 음식인 만큼 원래 그렇게 먹도록 되어 있는 음식이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미묘하게 물컹한 식감을 싫어한다.
- 밥알의 경우 수제 식혜와 캔식혜 모두 동일하게 불린 종이 씹는 느낌이 나야 정상이다. 이는 밥알의 전분질이 삭아서 빠져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문제다. 게다가 이렇게 삭은 밥알의 경우 색이 어두워지며 뜨지 않고 바닥에 가라앉기 때문에 여러모로 찝찝함을 느낄 수도 있다. 오히려 밥알을 제대로 삭혀서 만드는 수제 식혜 쪽이 그런 식감은 더 강하게 나타난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식혜라는 제품 중에 밥알이 탱탱한 것은 불린 종이 씹는 느낌을 최소화 하기 위해 밥알을 덜 삭혀 넣은 것이다. 또한 이런 문제 때문에 수제 식혜를 만들 때도 밥알은 따로 준비해서 식혜 위에 띄워놓는 경우가 있다.
- 영국남자에서 비락 식혜를 칠성사이다, 비타500, 포도봉봉 등과 함께 시식을 했는데, 시식을 한 영국인들은 바지 주머니에 휴지 넣고 빨았을 때 나오는 것을 마시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에서는 시식과 함께 팔 때는 꽤 호평을 받으며 완판됐는데, 이때 판 식혜는 체로 밥알을 거르고 판 식혜였다.
- 백석의 시에서는 따끈한 감주(식혜)가 먹고 싶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 식해라는 발음이 비슷한 음식이 있다.
[1] '맥아'라고 하며, 보리에 싹을 틔워 건조시킨 것으로 한약재로도 쓰인다. 지역에 따라 엿질금 또는 '''질금'''이라고도 한다.[2] 그래도 효과를 보려면 아이스크림 같은게 더 빠르다.[3] 전분성분이라 만져보면 되게 곱다. 하지만 앙금이 들어가면 색이 어두워지기에 버린다[4] 끓이면 효소가 파괴되기 때문에 취사로 하면 안 된다.[5] CJ제일제당 홈페이지의 레시피[6] 지나치게 삭히면 갓 만든 식혜에서 상한 것 같은 맛(쉰밥과 비슷한 맛)이 난다. 보통은 겨울에 난방을 따뜻하게 틀어놓고, 난방이 잘 들어오는 사랑방같은 곳에서 특별히 뜨뜻한 바닥 위에서 삭혔다. 때문에 옛날에는 식혜는 보통 겨울에 만들어먹는 별미였다.[7] 시중에 파는 비락식혜는 생강이 들어가는 생강 식혜다.[8] 비락식혜를 한 캔 따서 컵에 따라놓고 비교해보면 차이를 바로 알 수 있다. 그나마 예전에 문제가 되기 전에는 대형 음료 회사의 식혜는 거의 투명한 액체였었다.[9] 장례식장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장례식장 특성 상 '잔치집'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는 경우를 생각하면 나름 유연한 대처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