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룡
The New Dinosaurs : An Alternative 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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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두걸 딕슨이 쓴 가상생물학 책. 기본적으로 K-T 멸종에서 공룡들이 멸종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진화했을까 라는 가정 하에 쓰여진 책이다. 애프터 맨에 비하면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일본에서는 이 문서의 제목대로 '신공룡'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며, 국내 웹에도 이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1992~1995년 동안 발행되었던 공룡에 대한 어린이 대상 잡지 Dinosaurs!에도 이 책에서 나왔던 동물들 일부가 리파인된 형태로 실린 적이 있으며, 일본에서도 스핀오프격 코믹스가 발간되었다. 코믹스판은 원작에서 자세히 언급되지 않은 요소들에 대한 묘사가 나름 충실한 편.
2. 내용
말 그대로 공룡이 멸종하지 않고 포유류 대신 지구를 지배하며, 6500만년에 걸친 진화를 거쳐 기묘한 모습으로 진화한 세계. 물론 원래 백악기 대멸종이 일어났을 시기에서 오랜 세월이 지난 현대의 지구가 배경이기에 중생대의 동물들이 크고 작은 진화를 겪었다.
- 여러 계통의 공룡들이 체온조절을 위해 깃털을 진화시켰다.[1]
- 익룡들은 보다 조류에 가깝게 진화했으며, 개중에는 날지 못하는 초식성 익룡들도 진화했다.
- 중생대의 주요 육식공룡 분류군들은 쇠락하기 시작했으며, 원시 코일루로사우리아 계통에서 새로운 분류군들이 진화해 주요 포식자 지위를 꿰찼다.
- 나무를 타는 수각류와 조각류가 진화했으며, 개중에는 활강하는 수각류도 진화했다.
- 일부 수각류는 땅을 파는 형태로 진화했다.
3. 문제점
'''고생물학자가 쓴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오류로 가득하다.''' 어디까지나 가상생물학 책인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일 내용은 아니지만, 그렇다 쳐도 진화의 기본 법칙을 무시하는 내용이 많으며, 공룡의 생태/해부학적 특징에 대한 작가의 무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물론 책이 쓰여진 시기가 1988년도이기 때문에 그 당시에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이론들 중 현재 잘못된 것으로 밝혀진 것들이 많다는 것은 감안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나, 이 책은 그 당시 기준으로도 잘못된 내용이 많다.
- 북극에 조류 이외의 공룡은 서식하지 않는다는 설정이 있다. 그러나 조류 이외의 다수의 공룡들도 정온 동물인데다가 깃털까지 덮여있었기 때문에 추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지금은 백악기의 일부 시기에는 극지방을 비롯한 고위도 지방도 생각보다 추운 편이었으며, 개중에는 그 기후에 적응한 공룡들이 살았다는 점이 밝혀졌다.
- 북극에 날 수 없는 거대 조류들이 서식한다. 하지만 조류는 알을 낳기 때문에 추운 기후에서는 새끼를 낳는 포유류보다 거대한 크기로 자라는 데에 훨씬 불리하다. 무엇보다 이 거대 조류들이 겨울에는 남쪽으로 대이동을 한다고 서술되어 있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걸어서 이동하는 것보다 날아서 이동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굳이 날 수 없게 진화할 이유가 없다.
- 날 수 없는 초식성 익룡들이 아프리카에서 초식공룡들을 몰아내고 번성한다. 애초에 중생대의 대부분의 익룡들이 육식 혹은 잡식성인데 과연 이들 중에서 초식 생활에 적응한 익룡이 진화할지도 미지수고, 초식공룡들은 수백만년에 걸친 진화와 주요 분류군 교체에도 불구하고 다른 계통의 동물들에게 생태지위를 내어주지 않은 점을 보면 매우 가능성이 희박하다.
- 익룡들에게 입술이 있다. 또한 이빨도 있는데 중생대에 최후로 살아남았던 아즈다르코과 익룡들은 모두 이빨이 없었다.
- 원시적 코일루로사우루스류 공룡들이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로 진화했다. 그러나 백악기 말기에 가서는 티라노사우루스과, 오르니토미무스과나 마니랍토라와 같이 분화된 코일루로사우루스류 공룡들만이 존재했으며, 원시적 코일루로사우루스류는 모두 멸종했거나 적어도 화석 기록상에 남지 않을 만큼 줄어들어 있었다. 또한 백악기에는 이미 다양한 종류의 조류와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포유류들이 번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육상 포식자에 특화되었던 코일루로사우루스류 공룡들이 이들을 몰아내고 번성할 가능성은 없다. 애초에 코일루로사우루스류 공룡들의 손목/어깨 구조상 원숭이처럼 나무를 탈 만큼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다.[3]
- 힙실로포돈류가 나오는데 현재는 유연관계가 먼 동물들을 한데 뭉뚱그린 '쓰레기통 분류군'으로 여겨진다.
- 수생 공룡이 나오는데, 꼬리를 좌우로 흔드는 방식으로 헤엄친다. 문제는 공룡들의 꼬리는 상당히 뻣뻣했으므로 수생 공룡이 진화한다고 해도 이런 방식으로 헤엄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차라리 오리처럼 뒷다리를 이용해 헤엄치는 방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4]
- 메갈로사우루스과 공룡의 후손이 나온다. 실제로 메갈로사우루스과와 그들의 친척인 스피노사우루스과는 백악기 말기가 오기 한참 전에 멸종했다.
- 뱀처럼 생긴 땅 속에서 사는 공룡이 나온다. 애초에 중생대에는 이미 뱀/도마뱀 등의 파충류와 다양한 땅굴 파는 포유류가 존재했으므로 공룡들이 굳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진화할 이유도 없으며, 공룡들의 척추는 유연하지 않기 때문에 뱀처럼 구부러질 수가 없다.
- 두 발로 걷는 익룡들이 나온다. 이따금씩 잠시동안 두 발로 선 익룡 발자국이 보고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익룡들은 사족보행을 했다.
- 캥거루처럼 뛰는 공룡들이 나오는데, 이미 공룡들은 달리는 데에 특화되어 있으므로 굳이 골격 구조를 바꿔가면서까지 이렇게 진화할 이유가 없다. 애초에 캥거루가 뛰는 동작은 포유류 특유의 뛰는 동작을 개량한 동작인 만큼 포유류와 다른 골격구조를 지닌 공룡이 이런 식으로 뛰어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참새목 조류처럼 일부 소형 조류가 캥거루처럼 두 발을 모아 뛰어다니기도 하지만 이를 중생대의 육상 공룡과 비교하기는 부적절한게, 이들 중 대부분이 육상이 아닌 나무에서 서식하는 종이여서 다리를 지상에서 적극적으로 걷는데 발달시키기 보다는 나무에 가만히 몸을 고정시키는데 더 적합한 형태로 다리 골격이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육상에서 주로 활동하는 닭목이나 평흉류 등은 대체로 두 발을 모아 뛰어다니지 않고 정상적으로 걸어다닌다.
- 작중 등장하는 공룡과 동물들의 생김새가 실제 현생 동물들과 너무 작위적으로 닮았다. 그 예는 앞서 말한 캥거루를 닮은 공룡과 듀공을 닮은 수생 공룡, 수염고래를 닮은 플리오사우루스과 장경룡, 기린과 똑같이 생긴 날 수 없는 초식성 익룡, 홍학과 비슷한 공룡, 코끼리와 비슷한 코를 가진 용각류 등.[5]
한마디로 오류 더미이지만, 어쨌든 가상생물학 팬덤에 이 장르를 널리 퍼뜨렸다는 것에 의의는 있다. 이것보다 더 사실적인 세계관을 만들어보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 Speculative Dinosaur Project인데, 이쪽도 오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훨씬 더 사실적이고 미려하다. 문제는 현재는 사이트가 내려가고 몇 년째 개발 중인 상태이다...
4. 예언?
그런데 책에서 나오는 내용 중 현재 진짜로 밝혀진 내용이 몇가지 존재한다.(...)
- 대부분의 공룡들에게 깃털이 있다. 물론 이 책이 나온 80년대 당시에도 가설적인 깃털 공룡 복원은 있었지만 이 책의 복원과 오늘날의 복원에 비하면 상당히 헐벗은(...) 모습인데다 수각류 한정이 대부분이었다. 특히나 조반목의 깃털은 2000년도 초반에 프시타코사우루스에서 실제로 깃털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물론 이후에는 티안유롱이나 쿨린다드로메우스처럼 이 책에 나온 조반목 공룡처럼 풍성한 털로 덮인 조반목 공룡도 보고되었다.
- 나무를 타는 공룡. 한때 힙실로포돈이 나무를 타는 공룡으로 여겨진 적이 있지만, 이는 발 구조를 잘못 해석해서 생긴 오해였다. 하지만 1990년대 중후반경 부터 미크로랍토르나 스칸소리옵테릭스와 같은 나무를 타는 수각류가 보고되었고, 2016년에는 헤테로돈토사우루스의 근연인 조반류 공룡에게서 나무를 타는 행동에 적응한 특징이 보고되었다.
- 활강하는 공룡. 당시에 정황상으로 활강하는 공룡 계통에서 조류가 진화했다는 가설은 있었지만, 실제로 발견되지는 않았다. 물론 그 이후 미크로랍토르나 안키오르니스와 같은 실제로 날개를 지니고 활강하는 공룡이 발견되었으며, 심지어 이 책에 나온대로 비막으로 이루어진 날개를 지닌 공룡도 발견되었다.
- 땅을 파는 공룡. 2007년에 땅굴을 파서 생활한 조각류 오릭토드로메우스가 보고되었고 2014년에는 아프리카에서 땅을 파서 먹이를 잡은 것으로 여겨지는 수각류 공룡이 보고되었다.
- 꼬리지느러미를 지닌 장경룡. 한동안 장경룡의 꼬리 형태는 상상에 의존하였기에 이 책에 나온것처럼 어룡과 비슷한 꼬리를 지닌 장경룡은 어디까지나 가상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근년의 연구에서는 아직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일부 장경룡들은 어룡과 비슷한 작은 지느러미가 있는 꼬리를 지닌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1] 이 책이 발매된 1988년도때는 몰랐겠지만, 재미있게도 현재는 많은 공룡들이 깃털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2] 작중에서 언급되는게 백악기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검룡류의 멸종과 달리는 형태의 용각류의 멸종이 짤막하게 언급되는 정도다.[3] 손목이 자유롭게 돌아가지 않으며, 팔도 앞뒤로 큰 폭으로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애초에 현대 조류의 날개 움직임이 수각류의 앞다리 움직임을 개량한것인 만큼 그만큼 원숭이의 팔 움직임과 차이가 날수밖에 없다.[4] 허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명한 공룡 중 하나인 스피노사우루스의 꼬리가 헤엄지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밝혀져 가능성이 없다고만 할 수는 없다. 다만 스피노사우루스 자체의 생태에 대해선 정말 반수생 동물이었는지 그냥 물새와 비슷한 생태를 가졌는지는 확실하진 않다.[5] 다만 코끼리코가 달린 용각류의 경우 한동안 꽤 유행하던 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