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에로플로트 593편 추락사고
Катастрофа A310 под Междуреченско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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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994년 3월 2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홍콩 카이탁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아에로플로트항공 593편이 시베리아 지역에서 추락한 사고. 사고기종은 에어버스 A310-304로, 탑승객 75명이 전원 사망했다.
아무 문제없이 잘 날아가고 있던 항공기가 뜬금없이 추락한 까닭에 러시아의 적대세력에서 벌인 테러행위이거나[1] 항공기 결함 쪽을 의심했지만, 블랙 박스가 회수되고 음성기록을 분석한 결과 당시 사고조사를 하던 사람들 모두 아연실색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사건의 정황은 다음과 같다.
2. 사고 진행
당시 아에로플로트 항공 593편의 기장 야로슬라프 쿠드린스키는 홍콩으로 가는 비행에 자신의 가족들을 동행시켰고, 이 기회에 '''자신의 아들과 딸에게 조종석 구경을 시켜주었다.'''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규정 위반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일탈은 9.11 테러 전까지만 해도 웬만하면 그냥 눈감아주던 행위였는데...
쿠드린스키 기장은 한술 더 떠서, 이참에 '''아들과 딸이 직접 비행기를 조종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했다.''' 이륙과 착륙 또는 긴급상황을 제외하면 자동비행으로 항공기가 날아가기 때문에 괜찮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동조종장치를 조작하여 항로를 미리 결정하고 아이들에게 조종석에 앉아서 조종간을 잡아보도록 했다. 사실 9.11테러가 일어나 조종실 출입통제가 엄격해지기 이전에는 한국과 이스라엘 정도를 제외하면 조종사의 지인이 조종석에 들어가보거나 비행중 조종석에 앉아보는 사례가 꽤 많이 있었다. 몇몇항공사들은 조종석에 있는 점프시트에 조종사들의 가족이 앉아서 갈수 있도록 하는곳도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화근이 되었다.'''
먼저 딸 야나가 조종석에 앉아 조종간을 잡았으며 이 시점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다음 차례로 사고 당시 15세였던 아들 엘다르가 조종석에 앉아 조종간을 잡았다. 엘다르가 조종간에 힘을 가하여 움직이자 비행기의 컴퓨터는 파일럿이 직접 조작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자동조종을 해제했고[2] '''그 시점부터 비행기는 이미 아들 엘다르의 조종을 따르고 있었다.''' 처음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아들이 이야기했지만, 자동조종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조종사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비행기의 경로를 알려주는 화면에 원형을 그리며 선회하는 형태가 나타나자 조종사들은 크게 당황하여 9초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다. 그 사이 비행기는 선회를 계속하고 있었고 초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게다가 기장 쿠드린스키는 이상 상황을 알아차린 직후 아들을 비키게 한 후 자신이 조종석에 앉아 조종간을 잡았어야 했으나 그러지 않고 그냥 아들에게 구두 지시만 내렸다.
결국 비행기는 급격한 뱅크로 인하여 실속상태에 빠졌고 나선형태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추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높은 G로 인하여 기장이 조종석으로 이동하지 못하였고 어쩔 수 없이 아들 엘다르와 부기장이 계속 조종간을 잡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중간에 잠시 G가 안정된 사이에 잽싸게 기장이 조종간을 잡고 비행기의 추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이미 때는 늦은 뒤였으며, 맨 위의 영상이 추락 직전 비행 기록 시뮬레이션과 당시 조종실의 상황이 녹음된 영상이다.
3. 의문점
3.1. 자동조종장치는 왜 풀렸는가?
사고조사 내내 러시아 조사단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것은 자동조종으로 잘 날아가고 있던 비행기가 아이들이 조종간 좀 건드렸다고 추락해버렸다는 점이었다. 블랙박스 회수 이후에 러시아 조사관들은 자동조종장치가 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럼 왜 자동조종장치가 풀렸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 '''정상적인 기능'''에 의해 자동조종이 스스로 해제되었다.
자동조종장치는 한번 설정이 되고 나면 수동조종으로 뭔짓을 해도 무시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었다. 하지만 조종사가 일정한 수준 이상의 힘으로 조종간을 잡는다거나 그 외의 조종장치를 건드리고 이와 같은 상황이 30초 이상 지속되어서 '''상황의 모순이 발생'''하는 경우, '''"조종사가 무슨 상황이 터져서 직접 조종하려고 하는구나"'''라는 판단에 따라 '''자동조종장치가 저절로 풀리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이는 자동조종장치가 오류를 일으키거나 오작동을 하는 상황에서 조종사가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넣은 안전장치였는데[3] , 이 사고에서는 오히려 재앙을 부른 원인이 되었다.[4]
실제로 위에 영상 0:52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칵피트 내부에 어느 누구도 자동조종장치가 해제되었음을 인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 에어버스 항공기는 자동조종버튼에 설치된 등의 On/Off 여부 이외에는 자동조종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러시아나 보잉의 자동조종장치는 위와 같이 '''강제로 자동장치가 해제되면 점등뿐만 아니라 요란한 비프음을 울려 조종사에게 경고'''하지만, 에어버스 기종은 오직 On/Off등만이 Off로 됐을 뿐이었다. 쿠드린스키는 기존의 러시아산 여객기를 운항하다 에어버스로 넘어왔는데 당시 그는 자동조종장치가 강제로 해제될 때 On/Off등만 점등되는 사실을 교육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조종석에 그 누구도 자동조종장치가 풀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였고, 이로 인해 사고를 방지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이 사건 이후로 조종사가 직접 Off하는 것 이외의 상황에서 자동조종이 해제된다면 이를 반드시 경고하여 알려줘야 된다는 설계 지침이 추가되었다. 참고로 보잉 등의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는 이미 이스턴 항공 401편이 비슷한 이유로 추락하여(이스턴 항공 401편 추락사고 참고) 이런 방침이 정해져 있던 상황이었다.(항공 사고 수사대 "최첨단 기기의 배신"편.)
3.2.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는가?
물론 기장이 조종석에 있었다면 기체를 회복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항공기가 추락하면서 걸린 높은 G 때문에 기장은 조종석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조종석에 앉은 어린 엘다르만이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 그러나 당연하게도 정상적인 상황도 아닌 어려운 상황에서 어린 소년이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조종간을 놓치지 않고 잡고 있는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는 회복이 불가능했던 것일까?
사실은 아주 쉽게 항공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조종간에서 손을 놔버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항공기는 실속상태에 빠졌을 경우 별다른 조작 없이도 고도가 떨어지면서 속도가 붙고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기능은 무려 에어버스의 첫 항공기인 A300부터도 장착되어온 기능이다. 물론 기체 특성 따라 플랫스핀 등의 상황에서는 그게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특히 훈련기들의 경우 이런 능력이 우수하여 우리나라의 KT-1 같은 경우 수동조작보다 기체의 자동 회복이 빠른 몇 안 되는 기체다.[5] 당시 항공기였던 A310-304 기종 역시 이와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엘다르가 그냥 조종간을 놔버렸으면 해결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 살릴 수 없으면 조종간을 그냥 놔버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만 엄밀히 말하면 '''최선일 뿐이지 무조건 해결되는 건 아니며 충분한 고도가 없다면 실속에서 회복되기 전에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이 조종하여 실속에서 회복하는 게 빠르며 조종사들은 실속 회복 훈련을 받는다. 마지만 조종간을 잡고 있던 사람이 조종사가 아니라 비행교육이 전무한 아이였으므로 한시가 급박한 상황에서는 그냥 조종간에서 손을 놓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이긴 하다. 당시 러시아 조사관들도 시뮬레이터를 통해 조종간을 놓기만 했으면 고도가 충분했기에 실속상황에서 탈출해 추락하지 않았을 것이라 결론지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에어버스 여객기를 도입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러시아의 베테랑 조종사들도 에어버스 여객기의 특성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여기에 상황이 갑작스러운 방향으로 전개되자 베테랑 조종사들도 크게 당황했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에 혼란해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비행기를 수동으로 살려야 한다고 잘못 판단하고''' 어린 소년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며 조종간을 계속 붙잡고 있게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 그 이후
이 사고에 대해서는 기장과 기장의 아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가고 있다. 특히 기장의 경우에는 아이들을 조종석에 들여보냈을 뿐 아니라 비행기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는데도 바로 조종석에 앉지 않고 어린아이를 계속 조종석에 앉혀 놓았고, 결국 그로 인해 자신의 자식들을 포함한 무고한 사람들을 전부 다 죽게 만들었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들의 경우에는 좀 억울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지만… 더불어 현재는 9.11 테러 이후 조종석 문은 항상 걸어잠그도록 규정하고 있고, 규정된 상황이 아니면 절대 열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6]
어쨌든 다시는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규정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또한 기종변환간 교육이 강화되었고, 에어버스사에서는 자동조종장치가 강제로 해제되면 조종사가 이를 알 수 있도록 강하게 경고하는 지침이 추가되었다.[7]
5. 기타
이 사고는 항공 사고 수사대 시즌 3에서 '10대 소년이 부른 참사(Kid in the Cockpit)'로 다루었고, 국내에서는 2015년 8월 30일자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다루었다.
2019년 9월21일 국내 예능프로그램 차트를 달리는 남자 150회 어이상실 황당한 실수를 한 사람들 랭킹 1위에 올랐다.
6. 유사사고
- 이스턴 항공 401편 추락사고 - 593편 사고처럼 조종사들이 자동조종장치가 해제된 줄 모르고 있다가 추락한 사건
- 에어버스 A320 시연회 추락사고 - 자동조종장치 강제 해제 프로토콜이 들어가게된 원인을 제공한 사건
- 아시아나항공 214편 추락 사고 - 조종사가 자동조종장치에 대해 이해 부족으로 인한 사고
- 중화항공 140편 추락 사고 - 조종사가 자동조종장치에 대해 이해 부족으로 인한 사고
[1] 1994년 당시 러시아는 체첸이랑 거의 전쟁 직전으로 분쟁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지하철 등지에서 몇몇 테러 시도를 하기도 했다. 결국 94년 말에 제1차 체첸 전쟁이 일어나고 말았다.[2] 정확히는 비행기의 회전을 담당하는 보조익의 자동조종만이 부분적으로 해제되었다.[3] 88년 에어버스 A320이 상업비행 첫날 사고로 날아간 이후 넣어졌다.[4] 정확히 말하면 진짜 문제는 에어버스의 자동조종 장치가 해제될 때 단순히 점등만 되는 것이었다. 참고로 보잉은 기존의 사례를 참고하여 자동조종장치가 해제될 때 역시 조종사에게 더 강한 신호로 경고메시지를 보내도록 설계한 상태였다.[5] 다만 이는 저속 프로펠러기이기 때문에 기체 구조상 자동회복이 일반적인 제트 항공기에 비해 우수하기 때문이다. 유사한 예로 공군의 초등 훈련기 T-103은 억지로 실속시키려 해도 잘 안돼서 교관들이 훈련생에게 실속관련 교육하기 어려운 항공기로 꼽기도 했다.[6] 참고로 대한민국은 이미 테러 이전부터 북한의 계속되는 민항기 납치 사건으로 인해 일찌감치 의무사항으로 규정한 바 있다.[7] 위에 서술되어 있듯 미국은 이미 비슷한 사고로 비행기 한대를 해먹고 이런 지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