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크라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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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기에."
"Wer mit Ungeheuern kämpft, mag zusehn, dass er nicht dabei zum Ungeheuer wird. Und wenn du lange in einen Abgrund blickst, blickt der Abgrund auch in dich hinein."
-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2. 줄거리
2.1. 프롤로그
헨델의 울게 하소서가 흘러나오며 남녀가 샤워를 한 뒤 격정적으로 사랑을 나눈다. 밖에서는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그 사이 아이는 잠에서 깨어 자신의 방에서 나와 창밖에 눈을 보고 가까이 가려고 의자를 끌고 와 올라선 뒤 창가에 내리는 눈을 만지려는 아기. 하지만 아이는 미끄러져 추락하고, 추락할 당시 부부는 아무것도 모르고 사랑의 피날레를 맛본다. 아기 손에 들려 있던 곰인형은 바닥으로 떨어져 튕겨 나온다.
2.2. 제1 장 "비 탄"
아기의 조그만 관과 비통해 하는 부부. 부인은 장례식 중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병원에 한 달 넘게 입원했지만 부인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고 슬픔에 허덕인다. 하지만 치료사인 남편은 슬픔은 병이 아닌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며 부인을 퇴원시킨 뒤 집에서 직접 치료하려고 한다. 부인은 집에서도 곳곳에서 느껴지는 아이의 흔적에 괴로워하며 여전히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아내는 아이의 죽음에 대해 남자를 탓하기 시작했고 치료사인 남자는 아내가 슬픔의 다음 단계인 불안함에 접어든 것이라 했고 아내는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끊임없이 남자의 육체를 갈구하며 그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녀는 비탄에 빠져 슬픔을 육체적인 욕망으로 전환시킨 듯 보였고 그것이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아는 남자는 그녀를 진정시켜야만 했다. 남자는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그녀가 두려워 하는 것에 대해 물었고 아내는 숲이 두렵다고 말했다.
에덴의 숲. 그곳은 지난 여름 그녀가 논문을 쓰기 위해 아이와 함께 찾았던 장소였다.
남자는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에덴이라는 산장으로 향했고 가기전 열차에서 상상을 통해 두려움을 직면하고 같이 동화되라고 한다. 자연과 한몸이 되라고 말이다. 남자는 두려움의 실체와 직면하는 것만이 두려움을 이길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는 데에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숲에 도착하고, 아내는 다리를 건넌 뒤 쏜살같이 뛰어간다. 남자는 뒤따라 가다가 사산된 새끼를 달고 다니는 사슴을 보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2.3. 제2 장 "고 통"(혼돈이 지배하다.)
남자는 아내를 치유하기 위해 그녀가 두려워하는 숲과 함께 하도록 이끌었고 아내는 조금씩 적응하는 듯 보였지만 그녀는 간헐적으로 남자에게 반항하며 그를 원망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내는 죽어야 하는 모든 것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말했고 남자는 그것이 두려움이라며 두려움은 현실을 왜곡시키는 상상이라고 했다. 남자의 말에 아내는 자연이 사탄의 교회라고 말하는 등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다음날 아침에 남자는 죽은 아이의 부검 결과를 보고 착잡한 심정에 빠지지만 아내는 여느 때보다 기분이 좋아 보였고 남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아내는 모두 다 치료됐다며 흥분된 반응을 보였지만 남자는 그런 아내가 오히려 더 걱정스러웠고 이에 아내는 기분이 상하고 만다.
아내의 뒤를 쫓아가던 남자는 숲에서 죽은 여우를 발견하고, 죽은 여우는 되살아나 남자에게 "혼돈이 지배하리라"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겼다.[1]
2.4. 제3 장 "절 망" / 여성살인
숲에 비가 내리고 남자는 잠든 아내를 두고 산장의 2층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2층의 벽면에는 중세시대 마녀사냥의 잔혹한 처형장면이 담긴 그림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고 그것은 아마도 아내가 준비하고 있던 논문의 자료인 것 같았다.
남자는 아내를 깨워 역할연기를 할것을 권유했고 그는 그녀가 두려워하는 자연의 역할을, 아내는 이성적인 생각을 맡기로 했다. 남자는 인간의 본성(자연)이라 했고 아내는 그러한 본성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논문 주제였다며 흥미를 보였지만 아내는 자신의 논문과 상반되는 말로 남자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날 밤, 육체 관계 도중 아내는 자신을 아프게 때려 달라고 한다. 하지만 남자가 그 권유를 거절하자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거라며 알몸으로 산장 밖으로 나선다. 이내 뒤따라가 보니 산장밖에서 자신의 육체를 달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발견하고 여자의 본성이 자신의 육체를 제어하지 못하는 거라 말했던 것처럼 아내는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눈 모습이었다.
다음날 아내는 아이의 부검 결과지를 발견하고 남편에게 부검을 했냐고 물었다. 남편은 아이의 사망에 대한 특별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문서에는 아이의 발에 경미한 기형 증상이 있다고 기록되었다. 남자는 아내에게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의 신발이 반대로 신겨진 것을 기억하냐고 물었고 아내는 정신이 없었나보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창고로 홀로 이동한 남자는 아이의 사진들마다 신발이 반대로인 것을 보고 아내가 고의로 했다고 직감하며 가장 두려워하는 게 사탄도 자연도 그 무엇도 아닌 그녀 자신이었다고 생각해 종이에 적었다. 종이에 메모를 함과 동시에 아내가 갑자기 남자에게 달려들어 그를 공격했고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성관계를 시작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사랑한단 말에도 믿지 못하고 자신을 버릴 거고 너를 믿지 않는다며 급소를 둔기로 때린다. 급소를 맞은 남자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2] 아내는 정신을 잃어버린 남자의 다리에 구멍을 낸 후 맷돌을 매달아 아무 데도 못가게 붙들어 놓았다.
잠시후 남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 눈을 뜨고, 바닥을 기어 근처의 여우굴 속에 숨어서 미친듯이 남자를 찾아 헤매는 아내를 피하게 된다. 그러나 남자는 여우굴 속에서 마주친 까마귀 때문에 아내에게 위치를 들키게 되고 아내는 남자를 끌어내기 위해 미친듯이 땅을 파헤쳤다.
2.5. 제4 장 "세명의 거지"
여우굴을 정신없이 파헤친 아내는 남자를 그 속에서 끌어낸 후 산장으로 데려왔고 남자는 아내에게 자신을 죽이고 싶었냐고 묻지만 아내는 아직 세명의 거지가 오지 않았다며 세 명의 거지가 오면 누군가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잠시후 여자는 남자를 부둥켜안고 흐느끼더니 우는 여자는 속이는 여자라는 말과 함께 아랫도리를 벗어버렸고 그녀는 남편과 사랑을 나누고 있던 순간에 아이가 의자를 밟고 창가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던 것을 기억해냈다. 아내는 아이가 창가에 올라가 창밖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았지만 그녀는 쾌락에 빠져 아이의 죽음을 막지 않았던 것이다.
아내는 아이에 대한 기억에 괴로워하며 가위를 들어 욕망의 근원(클리토리스)을 잘라내 버렸고 남자는 산장안으로 들어온 사슴과 여우 까마귀가 아내가 말한 세명의 거지라는 사실을 그들이 "고통"과 "절망"과 "비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남자는 자신의 다리를 옭아매고 있는 돌덩이를 제거한 후 아내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고 아내가 죽자 그녀의 시체를 불태워 버렸다.
2.6. 에필로그
영화의 첫시작에서 울려퍼진 헨델의 울게 하소서가 울려 퍼지고 남자는 지팡이를 짚고 산장에서 빠져나왔다. 죄의 근원인 아내를 단죄한 후 시장기를 느낀 남자는 산딸기를 따먹으며 허기를 채운다. 그는 풀숲 너머로 세명의 거지(여우, 사슴, 까마귀)의 환영을 보게 되고 잠시후 그는 수많은 얼굴없는 여성들이 에덴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게 된다.
3. 제작 과정
3.1. 실수로 인한 스포일러와 제작연기
이 영화 제작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안티크라이스트'라는 제목이 맨 먼저 정해졌다.[3] 원래 2005년에 제작을 시작하려 했지만, 페테르 알베크 옌센(Peter Aalbæk Jensen) 수석 프로듀서가 실수로 아직 촬영 한번 하지못한 이 영화의 결말을 공개해버려, 폰 트리에는 격분하게 되고 다시 대본과 스토리를 짜기 위해 영화 제작을 연기한다.
3.2. 초기 구상
그 후 감독은 "2년 동안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만큼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무엇이라도 쓰면서 감정을 표출해야 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일종의 '''치료 요법'''으로 안티크라이스트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 트리에 자신이 느꼈던 고통과 괴로움을 적나라하게 반영했고 특히 꿈에 나왔던 장면을 영화에 많이 삽입했다고 한다. 또한 남자가 여자를 치료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악마성을 불러일으킨 행동치료요법[4] 같은 경우는 감독이 실제로 이 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경험을 토대로 했다고 한다.
위에서도 말했듯, 이 영화의 대본은 애초에 지극히 개인적인 용도로 쓰여진 것이였다. 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쓴 시나리오가 영화화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투자를 받기 위해 무려 여섯 나라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3.3. 캐스팅
캐스팅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먼저 남자배우는 감독의 전 작품 《만덜레이》에서 함께 작업했던 윌럼 더포가 출연에 승낙했지만 '''문제는 여배우였다'''. 원래는 에바 그린이 출연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그녀의 에이전시가 거절해버렸다. 그렇게 여배우 캐스팅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 놀랍게도 샤를로트 갱스부르[5] 가 먼저 감독에게 접촉해왔다. 모든 것을 알고 온 그녀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맨 첫장면의 실제 정사신[6] 이라든가 도저히 맨정신으로 할 수 없는 그런 짓(?)을 할 때 보면 손이 떨리는 게 보이는데, 연기인지 실제로 떨리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본인 스스로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작품덕에 갱스부르는 2009년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멜랑콜리아》에서도 중요한 배역으로 출연하고, 차기작 《님포매니악》에서 주연을 맡는 등 이제는 아예 폰 트리에의 페르소나가 된 듯 하다.
3.4. 드디어 촬영 시작
폰 트리에 감독은 정신병원에서 두 달 동안 치료를 받다가 퇴원을 한 뒤 곧바로 촬영을 시작된다. 아직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촬영하다보니 짜증도 많았고 심지어는 그 수많은 스태프들 속에서도 폐소공포증을 느꼈다고 한다.
안티크라이스트 메이킹 필름
안티크라이스트 특수효과1안티크라이스트 특수효과2
남자 주인공 역을 맡은 윌럼 더포의 경우, 성기가 노출되는 장면들은 특수효과와 더불어서 대역을 함께 썼단다. 윌럼 더포가 성기 노출을 꺼려서가 아니라 '''너무 커서''' 감독조차 카메라에 담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4. 작품 해설
표면적으로만 보면 아기를 잃은 여자의 슬픔과 그런 그녀를 치유하려다가 뒤통수 얻어맞는 남편의 우여곡절 에덴산장 해프닝이지만, 감독 역시 이 영화에 수많은 떡밥을 첨가했다.
보다 자세한 해설은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블로그 "언제나 영화처럼"에 게시된 글을 참고.
5. 국내 개봉
"이렇게 수위높은 영화를 국내에서 상영할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씨네라인 코리아에서 수입해와 개봉이 되었다. 영화가 영화인 만큼 CGV무비 꼴라쥬같은 곳에서만 조촐하게 상영했었다. 개봉 후 평은 말 그대로 극과 극. 등급은 당연히 '''청소년 관람불가'''이지만 국내 사정상 좀 짤린 부분이 있다.[7]
6. 평가
[1] 이 장면은 게임 FAITH에서 오마주 된다.[2] 남자가 자기를 버릴 거라 생각하고 난폭하게 변한 듯하단 의견이 있다.[3] 대본이나 내용구상, 스토리도 전혀 정해지지 않았는데 안티크라이스트라는 제목을 정해놓은 것 보면 그 때부터 이미 각오를 한것 같다.[4] 예를 들어 밀실에 갇히는 걸 두려워하는 이를 도리어 밀실에 가둬 공포를 극복하게 하는 일종의 이열치열 치료법이다.[5] #외부링크[6] 다만 더포하고 갱스부르가 실제로 한건 아니고, 포르노 배우들이 대역으로 했다고 한다.[7] 문제의 그 성기절단 장면. 뿌옇게 처리했다고도 하고 아예 짤라냈다고도 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