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항공 9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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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2년 전 비행기
British Airways Flight 9 (Speedbird 9)
Jakarta inc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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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개요
1982년 6월 24일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영국항공 9편의 엔진이 갈룽궁 화산 분화로 인해 고장나는 바람에 모두 꺼졌지만, 자카르타 국제공항에 '''무사히 비상착륙한 사건'''이다. 참고로, 사고(accident)가 아니라 사건(incident = 준사고)이다. 국제민간항공협약상 항공 사건사고에서는 둘이 구별되어 쓰인다.
영국항공 9편은 런던 히드로 공항을 출발, 봄베이, 마드라스, 쿠알라룸푸르, 퍼스, 멜버른을 경유하여 오클랜드로 가는 초장거리 항공편으로, 기종은 보잉 747-200이었다.
1982년 6월 24일 쿠알라룸푸르를 이륙한 다음 경유지였던 퍼스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는데...
2. 엔진 정지
인도네시아 자바 섬 남단을 지나갈 무렵, 갑자기 조종사들은 세인트 엘모의 불[1] 현상을 조종실 창문을 통해 보게 되었다. 한편 객실에는 점차 연기가 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담배 연기라 생각들을 했지만 점점 연기가 짙어졌고, 연기에서 '''유황 냄새'''가 나고 있었다. 엔진 주변에도 발광 현상이 벌어져서 엔진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승객들도 이런 현상은 처음이라 신기해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엔진이 꺼지기 시작했다'''. 1번 엔진이 꺼지더니 1분도 안되어 2번 엔진이 꺼지고 다시 몇 초 후 3, 4번 엔진이 동시에 꺼져서 4개의 엔진이 연료는 충분히 남아 있었음에도 모조리 꺼져버렸고 747은 순식간에 글라이더가 되어 하강하기 시작했다. 꺼진 시점에서의 고도는 11,000미터로서 조종사들이 추정한 활공 가능 거리는 '''170km'''.[2] 조종사들은 퍼스는 커녕 호주 연안에도 못 닿겠다고 생각하고 자카르타 할림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하기 위해 기수를 자카르타 쪽으로 돌렸다.
창밖을 통해서 엔진에 '''불이 붙은 것'''[3] 을 목격한 승객들은 경악했고, 화산재가 새어 들어오더니 자신들이 탑승한 비행기가 급강하하는 것을 알게 되자 기내는 난리가 났다. 뒤이어 산소 마스크까지 떨어지니 승객들의 멘탈붕괴는 더 심해졌다. 많은 승객들이 아무 종이에나 유언을 써내려 갔다. 조종사들은 엔진을 살려내기 위해 재시동 절차를 여러번 반복했으나 엔진은 다시 켜지지 않았고, 그 사이 자바 섬의 가운데 고지대와 거의 비슷한 고도까지 비행기가 떨어졌다. 회항 목적지인 자카르타로 가기 위해서는 자바 섬 중앙의 산맥을 넘어야 했는데, 엔진이 켜지지 않으면 산맥을 넘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종사들은 고도가 3,700 미터까지 떨어지면 공항착륙을 포기하고 '''바다에 비상 착수'''하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전 세계 모든 조종사를 통틀어 어느 누구도 747을 바다에 착수시켜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제트 여객기를 바다에 비상착수를 하여 전원 생존한 사례가 당시로써는 아예 없었다. 강에서 비상 착수에 성공한 사례는[4] 있었지만 강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고가 높은 바다에 비상 착수하기란...
이제 비행기의 고도는 '''4,100m'''까지 떨어졌다.
3. 재점화
이런 극한상황에서에도 당시 영국항공 9편의 찰스 체프웰 기장은 패기 넘치게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엔진 4개가 모두 꺼졌다. 다시 작동시키기 위해 죽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승객 여러분들이 지나치게 크게 걱정하고 있지는 않으리라 믿는다."[5] 라고 승객들에게 기내방송을 했다.[6] 그리고 자바 섬을 목전에 두었을 때, 조종사들은 맨 오른쪽 엔진(4번)의 '''재점화에 성공'''한다. 뒤이어 나머지 3개 엔진이 모조리 재점화되었다. 고도를 올리자 4번 엔진은 다시 꺼졌고 황급히 다시 고도를 낮추는 해프닝은 있었으나, 남은 3개의 엔진으로도 비행기를 자카르타까지 조종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7] 그렇게 비행기가 자카르타에 가까워졌을 때 조종석에서는 유리창이 마모되어 '''김이 서린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설상가상으로 자카르타 공항의 글라이드 슬롭까지 작동하지 않았다.'''[8] 하지만 베테랑 조종사들은 '''그 상태로 자카르타에 비상 착륙하는 데 성공'''하였다. 승객과 승무원 중 그 어느 누구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에 빠졌고,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샴페인과 탄산음료를 돌렸다.
4. 원인 분석
그 다음날, 사고기의 상태를 파악하러 도착한 조사관들은 문제의 스피드버드 9편의 상태가 엉망인 것을 알게 됐다. 도색은 다 벗겨졌고, 기체 표면에 뭔가 잔뜩 묻어있었던 것. 재현 화면 그리고 엔진 제조사인 RR의 기술진들이 엔진 내부를 조사해보고 깜짝 놀랐다. 터빈 블레이드에도 뭔가가 잔뜩 묻어 있고, 날카로운 돌도 들어 있었다. 그래서 이게 뭔가 하고 조사해 보니, 그것은 다름아닌 '''화산재.''' 그리고 사고 당일 인도네시아의 갈룽궁 화산이 '''폭발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날아온 화산재가 엔진에 유입되어 고열에 녹으면서 터빈 블레이드에 달라붙었고, 엔진에 공기가 충분히 들어오지 않아서 불완전 연소[9] 하여 이로 인해 엔진 시동이 꺼졌던 것이다. 고도가 내려가고 엔진도 식자 화산재도 굳었고, 이것이 떨어지면서 공기 흐름이 방해받지 않게 된 상태에서 시동용 전원은 정상적으로 공급되는 상황이니 결국 엔진이 재시동된 것이다. 물론 내부는 완전히 엉망이 됐지만...
5. 결론
이 사고를 계기로 그동안 큰 관심이 없었던 화산 폭발과 항공기 운항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이 사건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화산재 구름이 어디로 가는지 예측하는 화산재 정보 센터(VAAC)를 만들게 되었고, 2010년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했을 때 수많은 항공편들이 운행을 제대로 못한 이유는 바로 이 사고의 교훈 때문이었다.
그리고 현재 이 지역은 호주 다윈 기상대 아래의 VAAC의 관할로 잡혀져 있다.
물론 급격한 화산재 유입으로 엔진이 멈춘거지 결함이 아니기에 해당 비행기(G-BDXH)는 정비를 하고 다시 운항하였다. 2001년 까지 영국항공이 잘 썼고, 2002년부터 European Aircharter란 곳에서 운용하다가 이 회사가 2008년에 망한 후 곧 바로 스크랩 되었다.
6. 여담
- 2019년 4월 28일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도 이 사건을 다루었다.#
[1] 낙뢰가 일어나기 전, 구름 속의 전장이 강해졌을 때 유도에 의해 지표의 돌기물에서 생기는 방전 현상으로, 과거에는 원양에서 항해하는 배의 마스트 부분에서 이 현상을 간혹 볼 수 있었다.[2]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여 비행기는 무동력 상태일 때 높이당 활공 가능 거리도 설계 규정에 포함되어 있다.[3] 후술하겠지만 불완전 연소로 인한 불길이었다.[4] 1960년 아에로플로트 네바 강 불시착 사건, 그리고 2009년 US 에어웨이즈 1549편 불시착 사고 등이 있었다. 전자는 철의 장막에 뒤덮힌 소련에서 일어나 서구권 사람들은 소련이 붕괴된 뒤에나 알게되었고, 후자는 사고 27년 뒤에나 일어난 일이다. 사실상 없었다고 생각하면 된다.[5] We have a small problem. All four engines have stopped. We are doing our damnedest to get them going again. I trust you are not in too much distress.[6] 이 시점에서 승객들은 '''유서를 쓰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안내방송은 승객들을 진정시키는데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기에 해야 한다.[7] 요즘 나오는 쌍발기들도 ETOPS라고 해서 엔진 2개 중 1개를 해먹어도 웬만하면 멀리 있는 공항에도 착륙이 가능한데, 아무리 옛날이여도 4발기가 엔진 3개로 그 가까운 데를 못 갈까.[8] 로컬라이저는 사용 가능했었다.[9] 탑승객들이 목격했던 엔진 뒤쪽 화염은 이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