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표시
1. 개요
意思表示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의 표시행위[1]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에 불가결한, 그리고 본질적인 구성요소이다. 의사표시는 단독으로 또는 다른 의사표시 기타의 법률사실과 결합하여 법률행위를 형성한다. 이렇게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여 성립한 법률행위는 하나의 법률요건으로서 법률효과를 발생하게 하는데, 그 효과는 의사표시의 내용에 따른 것이다.
2. 의사표시의 구성요소
의사주의나 표시주의는 의사표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하여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하는 경우, 즉 비정상적인 경우[2] 를 모델로 하여 의사표시를 의사와 표시로 나눈다. 또 의사를 다시 세분한 뒤, 이들 가운데 어떤 것들이 의사표시를 구성하는 요소인가에 관하여 논하고 있다.[3]
의사표시의 구성요소로서 문제되는 것은 행위의사, 표시의사, 효과의사, 표시행위를 들 수 있다. 행위의사, 표시의사, 효과의사는 의사적 요소이고 표시행위는 표시적 요소라 한다.
- 행위의사라 함은 외부적인 용태, 즉 행위를 한다는 의식이다. 소리를 지르거나 실내를 돌아다니거나 침묵하는 것과 같이 의식적으로 행위하는 자는 모두 이러한 행위의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만취한 상태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몽유병에 걸린 자가 수면중에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은 단순히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행위의사가 없다. 따라서 의사표시에 의한 법률효과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 표시의사는 법적으로 의미있는 표시행위를 한다는 의식이다. 표시의식은 표의자가 그의 용태가 법적으로 의미있는 표시로서 파악될 수 있음을 의식하는 경우에 존재한다. 표의자가 단순히 법적으로 의미가 없는 어떤 것을 표시한다고 믿는 경우에는 표시의식은 없다. 표시의식은 단순히 행위를 한다는 의식인 행위의사, 그리고 구체적인 법률효과에 향하여진 의사인 효과의사와 구별된다. 예를 들어 대학교발전기금납부신청서와 등산참가신청서가 회람되고 있는 모임에서 후자인 줄 알고 전자에 기명날인하는 경우 표시의사는 없다.
- 효과의사는 어떤 구체적인 법률효과의 발생에 향하여진 의사이다. 효과의사는 구체적인 법률효과를 내용으로 하는 점에서 추상적인 법률효과의식인 표시의식과 구별된다.
- 표시행위는 효과의사를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도록 표명하는 행위이다. 표시행위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행하여질 수 있다. 언어적 표시행위인 말이나 글, 비언어적 표시행위인 손짓이나 몸짓, 심지어 침묵[4] 도 표시행위로 될 수 있다.
2.1. 트리어의 포도주 경매사건
이 경우에 A는 행위의사는 가지고 있었지만, 그가 의욕한 친구에 대한 인사가 아무런 법적 의미도 없기 때문에 표시의식은 없었다.트리어 지방에 낮선 A가 아무 생각 없이 포도주 경매가 행하여지고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그곳의 포도주 경매에 있어서 손을 드는 행위는 100마르크 더 비싸게 사겠다고 하는 가격신청을 의미하였다. A는 참석자들 중에 친구를 발견하고 손을 들어 그에게 신호를 보냈다. 경매자는 이 동작을 가격신청으로 해석하고 A에게 경락결정을 내렸다.
표시의식이 의사표시의 구성요소인가에 관하여는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하고 있다.
- 긍정설에 따르면 표시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의사표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트리어의 포도주 경매사건의 경우 유효한 의사표시는 없으며, 따라서 무효이다.
- 부정설에 따르면 표시의식이 없는 경우에도 의사표시는 유효하게 성립하게 되며, 단지 착오에 관한 규정의 적용 또는 유추적용에 의하여 취소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트리어의 포도주 경매사건에 있어서 A의 거수행위는 가격신청의 의미를 갖는 유효한 의사표시이며, A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2.2. 침묵에 의한 표시
침묵은 원칙적으로 표시행위로 될 수 없다. 그러나 침묵을 효과의사의 표현이라고 인식시키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는 다르다. 예를 들어 사단법인 총회에서 의장이 결의에 반대하는 사원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당사자의 약정이나 거래관행 또는 신의칙 등에 의하여 적극적으로 표시를 하였어야 하는 경우에는 침묵은 표시행위로 인정될 수 있으며 그것을 침묵에 의한 표시라고 한다.
침묵이 의사표시로 되려면 침묵자가 자신의 침묵이 표시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의식해야 하는가? 즉 표시의사가 있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하여 침묵자가 침묵을 의사표시로 되게 하는 정황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여야만 침묵은 의사표시로 되고 이러한 인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것은 단순한 사실이고 의사표시로 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물론 소극설도 존재한다.
침묵이 의사표시가 되는 경우에 그것이 동의의 의사표시인가 거절의 의사표시인가가 문제된다. 이는 개별적인 경우의 사정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침묵이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동의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개별적인 경우에 침묵이 거절 또는 반대의 의미를 지닐 수 있지만 이러한 경우 결의과정에서 찬성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는 등의 특별한 표시를 요구할 것이다.
3. 의사표시의 이론
대한민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들은 표시주의에 가깝다. 의사표시를 신뢰한 자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
- 의사주의는 의사표시가 의사와 표시의 두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전제에 서서, 그 가운데 의사가 결정적인 요소라고 하는 견해이다. 의사주의는 의사를 의사표시의 결정적 요소, 그리하여 효력근거로 보기 때문에[5] , 표시에 대응하는 의사가 없는 경우[6] 에는 논리적으로 의사표시는 당연히 무효라는 결론에 도달한다[7] . 그러나 의사주의는 비진의표시에 대하여는 무효 도그마의 예외를 인정하였다.
- 표시주의는 의사표시가 의사와 표시라는 두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고서, 그 가운에 표시가 의사표시의 결정적 요소라고 하는 견해이다. 즉 의사표시의 효력근거를 표시[8] 에서 찾는 이론이다. 표시주의에 의하면 표시행위가 존재하는 한 그에 대응하는 의사가 없는 경우[9] 에도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의사가 존재하는 것으로 하여 표시행위대로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 효력주의[10] 는 의사표시는 효력표시(Geltung serklarung)이고 의사와 표시로 나누어지지 않으며 일체로서 파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의사표시는 내적인 의사의 단순한 통지가 아니고 의사의 실현(완성)이며, 의사는 그것이 실현되는 표시와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의사가 표시에서 실현되고 또 표시에 의하여 의도적으로 표시된 것에 효력을 부여하기 때문에, 법률효과의 근거는 의사와 표시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고 한다.[11] 효력주의에 의하면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의 경우에도 의도적인 효력부여가 존재하고, 따라서 일단 유효한 법적 형성이 있으며, 그것은 단지 그 밖의 행위[12] 에 의하여서만 다시 배제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의사와 표시의 이원론이 극복된다고 한다.
- 신의사주의[13] 는 의사표시의 성질을 효력표시로 이해하고, 또 의사표시를 의사와 표시로 구분하지 않고 일체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효력주의에 찬성한다. 그러나 효력주의가 의사주의와 대립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그것은 새롭게 이해된 의사주의라고 한다. 의사표시의 본질은 "자기결정에서 법률관계를 창조적으로 형성하는 데"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결정에는 자기책임도 포함되어 있어서 의사흠결의 경우에도 의사표시가 당연히 무효인 것은 아니며, 표시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의사흠결의 경우에 어떤 범위에서 자기결정의 상관개념인 자기책임에 기하여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가, 그리하여 표시행위를 효력 있게 할 것인가는 실정법이 정할 문제라고 한다.
4.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
민법에서는 내심의 효과의사(진의)와 표시상의 효과의사가 불일치하는 경우를 크게 4가지로 나누어보고 있다.
여기서 진의 아닌 의사표시, 허위표시,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3가지를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로 보며 하자 있는 의사표시를 따로 구분하는 게 다수설이며, 4가지 모두를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로 보는 게 소수설이다.
- 진의 아닌 의사표시: 내심의 효과의사와 표시상의 효과의사가 다른 것을 표의자 스스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내심의 효과의사와 표시상의 효과의사가 다르면, 표의자가 상대방이 이를 알리라 기대하든(희언표시) 그렇지 않든(심리유보) 우리 민법상으로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한다.[14] 비진의표시를 믿은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 진의 아닌 의사표시는 유효하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상대방이 악의이거나 과실이 있는 경우 진의 아닌 의사표시는 무효하다. 또한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 대항하지 못한다.
- 허위표시: 내심의 효과의사와 표시상의 효과의사가 다른 것을 표의자 스스로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다른 사람과 통정해야 한다. 때문에 통정허위표시라고 하기도 한다. 허위표시는 보통 제3자를 속이기 위해 행해지긴 하나, 허위표시를 하게 된 동기나 목적은 고려하지 않는다. 허위표시는 무효이나, 이 의사표시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내심의 효과의사와 표시상의 효과의사가 다른 것을 표의자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경우이다. 이때 의사표시의 동기의 착오가 포함되는지가 문제가 되는데, 다수설과 판례는 동기가 상대방에게 표시되었으면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포함된다고 한다. 또한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어야 하며,[15]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한다.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 가능하나, 이 또한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 하자 있는 의사표시: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의미한다.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상대방이 사기나 강박을 행한 경우, 그리고 제3자가 사기나 강박을 행한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에 의한 의사표시는 당연히 취소 가능하며, 후자의 경우에 의한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었을 경우에 한해 취소 가능하다. 후자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한편 사기나 강박이 행해진 경우, 의사표시의 취소 외에도 민사상 손해배상, 형사상 사기죄, 협박죄 등도 적용 가능해진다.
5. 기타
행정행위의 부관에 관하여 종래 학설은 "행정행위의 효과를 제한하기 위하여 주된 의사표시에 부가된 종된 의사표시"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행정행위의 부관을 "주된 행정행위의 효과를 제한 또는 보충하기 위하여 부가된 종된 규율"이라고 정의하여 의사표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이는 행정행위는 법률을 구체화 또는 집행으로서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행위자인 공무원의 의사표시는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참고로 법률행위의 부관은 민법에서 따로 언급하고 있다.
[1] "법률효과의 발생에 향하여진 사적인 의사표시"라고 정의하는 학자도 있다.[2] 예를 들면 채권자가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기존 채권을 우선변제받을 목적으로 주택임대차계약의 형식을 빌려 기존 채권을 임대차보증금으로 하기로 하는 것. 참고로 이 경우 후순위세입자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젊은 위키러가 주택을 임차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3] 효력주의나 신의사주의 입장에서는 의사표시를 의사와 표시라는 독립적인 요소로 구분할 수 없다. 따라서 세분된 것들 가운데 무엇이 의사표시의 구성요소에 속하는가, 다시 말해서 무엇이 의사표시의 본질에 속하는가는 적절한 논의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 그 문제는 오히려 현실적으로 의사와 표시가 분리되어 있는 비정상적인 경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의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런에 이는 소수설의 입장이다.[4] 침묵은 원칙적으로 표시행위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침묵을 효과의사의 표현이라고 인식시키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침묵은 표시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5] 이른바 의사 도그마[6]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 하는 경우[7] 이른바 무효 도그마[8] 표시에 의하여 창조된 신뢰요건[9] 예를 들면 착오[10] 효력주의는 비교적 근래에 의사주의에 반대하여 새롭게 주장된 견해이며 현재 독일의 통설이다. 국내에서는 김증한 교수의 입장이다.[11] 주의할 점은 의사와 표시는 불가분, 즉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12] 취소[13] 의사주의적 절충론이라고도 한다.[14] 독일 민법의 경우, 희언표시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15] 어떤 내용이 중요부분인지 구체적인 사항은 판례로 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