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도

 

1. 개요
2. 건설과정
3. 건설하는 이유
4. 단점과 몰락
5. 전환
6. 예시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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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시성 화산(華山/华山)의 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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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의 잔도 건설용 삽화
棧道/Plank road
험한 벼랑 같은 곳에 낸 길. 선반처럼 달아서 낸다. 각도(閣道),잔각(棧閣)이라고도 부른다. 편하게 벼랑길이라고도 부른다.
가장 유명한 잔도는 중국의 촉 지방에 있는 잔도지만 세계 각지에도 비슷한 종류의 잔도가 많다.
잔도에 관한 역사적 일화로는 자치통감이나 초한지에 나오는 '유방이 파촉으로 들어가며 잔도를 불태우다'는 고사. 중국 진나라 말기 초한전쟁 시대에 초나라 패왕 항우가 천하를 거의 제패한 후, 한나라 유방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한중을 포함한 촉 지방을 영지로 주고 한중왕으로 임명한다. 하지만 항우는 유방이 중원으로 다시 나와 자신에게 대항할 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한다. 그래서 당시 책사였던 장량은 이런 의심을 풀면서 안전도 도모하자며 잔도를 태울 것을 조언했고, 이에 유방은 파촉에 들어간 직후 파촉과 중원을 연결하는 잔도를 태워버린다.
역사책이나 역사소설에서 잔도를 태우는 것은 퇴로를 차단해서 배수진을 치고 사생결단의 승부를 결심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카이사르주사위는 던져졌다는 것과 마찬가지.
삼국지 촉나라 장수이던 위연이 조정에서 위험 분자로 찍혀 비참한 최후를 맞은 이유 중 하나가 위연이 잔도를 태워서 촉군 본대의 퇴로를 끊어버려서다. 애초에 제갈량의 최후 명령을 무시하고 이탈했을 때부터 곱게 끝나는 건 물 건너간 판국에 팀킬까지 저질렀으니 그 말로는 뻔한 노릇이다.

2. 건설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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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원 명월협 옛 잔도
1. 연결할 두 지역 간의 최단 거리 및 홍수 시 수위 등을 고려해서 잔도의 시작지점과 종착지점을 미리 결정한다. 보통 이 과정에서 잔도는 수면 위 100m 이상 되는 지점을 통과하도록 만들어지는데, 이는 홍수 시 휩쓸려가는 것을 막고 되도록이면 평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2. 잔도의 시작지점부터 종착지점까지 벼랑 측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은 다음 지지대를 구멍에 단단히 박고, 그 위에 널빤지 같은 것을 덮는다. 공사 시에는 구멍 하나 뚫고 지지대를 박고 널빤지를 깐 다음 바로 옆 구간에 다시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서서히 길을 완성하면서 전진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3. 종류에 따라 하부 지지대가 지속적인 압력으로 인해 구부러지거나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부에도 비슷한 구멍을 뚫은 다음 지지대를 박고 두 지지대를 밧줄 같은 것으로 연결하기도 하며, 여기에 더해서 상부 지지대에 지붕을 덧씌워서 우천시에도 통행이 자유롭게 하는 경우도 있다.

3. 건설하는 이유


건설하는 방식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지만, 여러 건설 기법이 등장한 21세기에도 상당히 난도가 높은 공사다. 날씨가 쾌청하고 아무런 자연재해가 없는 상황에서도 원시적인 장비를 가지고 절벽에 구멍을 뚫는 일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며, 보통은 절벽이라는 것 자체가 잘못 건드리면 산사태가 날 가능성이 높아서 구멍 뚫다가 절벽붕괴로 비명횡사하는 경우가 많다. 절벽 밑에는 보통 급류가 있어서 시체도 찾기 어렵다. 이런 난점에도 불구하고 잔도를 건설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은 장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 잔도 건설은 과거에는 그나마 험지에서 일반인이 통행 가능한 가장 안전한 길을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터널을 뚫거나 다리를 놓는 일은 막대한 노동력이 들기에 고대세계에서 웬만한 강대국들도 마음대로 못 했고, 잔도를 놓는 것이 가장 쉬운 해결책이었다.
  • 항상 일정한 수준의 물자와 인원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한다. 등산의 경우 체력적으로 강인한 사람도 극히 소량의 물자만 엄청난 시간을 들여서 간신히 운반할 수 있으며, 등반중에 추락사하는 사람도 많다. 강을 이용해서 배를 움직이기도 힘든데, 보통 이런 절벽지형은 강물 속에 암초가 많고 급류가 심하며 물줄기가 급하게 꺾이는 지역이 많기 때문에 자칫하면 배가 전복되거나 좌초될 수 있으며, 강물의 특성상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가는 것은 쉽지만 반대로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오려면 팔뚝이 부러지도록 노를 저으면서 동시에 돛을 이용해도 매우 느린속도로 천천히 거슬러 올라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물살이 너무 세서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 유사시 통로를 차단하기 아주 쉽다. 말 그대로 불만 놓으면 잔도가 불타면서 그 길은 향후 몇 년간 사용을 할 수 없다. 설령 맨날 비가 와서 화공을 못 하더라도 지지대를 일부 파손하거나 밧줄을 끊어버리는 등의 조치만 해도 통행로를 상당 기간 봉쇄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 잔도 형식의 길이 많이 만들어졌다.

4. 단점과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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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있는 왕의 오솔길. 아주 오랫동안 방치되어 '''일부 구간이 붕괴된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2015년 이후에는 대규모 보수 공사로 인해 더이상 볼 수 없는 광경이다.[1]
하지만 잔도에는 단점도 많아서 기술의 발전으로 산악지대에도 도로를 뚫고 험준한 구간에 터널과 다리를 건설할 수 있게 된 이후에는 대부분의 잔도가 그냥 버려졌다.
  • 정기적인 대규모 보수와 지속적인 소규모 보수가 필요하다. 보통 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목재와 노끈은 야외에서 비를 맞는 험악한 환경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보수가 필요한데, 보통 자기네 마을 앞마당길도 제대로 보수하지 않아서 비만 오면 진흙탕을 만드는 곳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잔도가 건설된 다음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지나가는 이들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 통행할 수 있는 물자와 인원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 절벽 옆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나무판자와 각목으로 이루어진 길이 큰 하중을 버티지 못하는 건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그 위로 마차 같은 것이 지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을 타고 질주하는 것도 무리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말을 타지 않고 끌고 가야 한다. 사람의 경우에도 등짐을 좀 많이 지고 가는 경우, 발 밑을 조심하지 않으면 갑자기 바닥에 구멍이 뚫리면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불상사가 종종 생긴다. [2]
  • 일단 들어가면 되돌아나오지 않는 한 길을 벗어날 수 없다. 일반적인 길이 주변 지역으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어서 일부 구간이 파손되더라도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는 반면에 잔도는 벼랑길이라서 그게 불가능하다. 따라서 잔도에 들어가서 한참을 진행했는데 일부 구간이 파손되어 통행이 안될 경우 다시 되돌아가거나 목숨을 걸고 밧줄을 이용해서 파손된 구간을 건너가든지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한다.

5.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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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황산의 잔도
반대로 (비교적) 경관 훼손이 적다[3]는 이점이 있어 험준하지만 경관이 좋은 곳에 있는 잔도들은 관광용으로 재이용되거나 신축되기도 한다. 특히 벼랑 같은 경우에는 육상으로 접근하기에는 전문 산악인도 제대로 준비하기 전에는 도전하기 힘든 밧줄타기 같은 것을 해야 하고, 벼랑 밑의 강물에서 보려고 해도 상기된 대로 급류와 암초가 많아서 안전한 관광을 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런 곳에 오랜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4] 콘크리트[5] 잔도를 만들어 접근 편의를 높이면 이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갈 것이다.
국내에는 중국 명산마다 설치된 잔도들이 유명하며, 그 웅장함과 난이도 때문에 대륙의 기상에 끼워넣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래에도 써놓았듯 '''강화유리'''로 바닥을 만들어놓은 관광용 익스트림(...) 잔도도 있다.

6. 예시


  • 단양강 잔도: 충청북도 단양군에 있다. 남한강소백산을 바라보며 천천히 산책하기 좋은 곳.
  • 왕의 오솔길: 유명한 관광지면서 동시에 관리가 안 되면 콘크리트로 만든 잔도도 위험천만한 곳이 된다는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다.
  • 화산(華山) 장공잔도(長空棧道):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등산로로 꼽히는 중국 화산의 잔도, 정확히 말하면 절벽길(cliffside path)도 있다. 등반 영상 등반 영상 2[6] 영상 시청 시 고소공포증 주의.
  • 장가계 천문산의 귀곡 잔도, 유리 잔도: 장가계 여행 시 주요 코스 중 하나. 유리 잔도는 귀곡 잔도 근처에 바닥을 강화유리로 만들어 발 밑 절벽이 훤히 보이게 만들어진 잔도이다. 뭉쳐야 뜬다에서 안정환정형돈이 벌벌 떨면서 건넌 바로 그곳. 참고로 정형돈은 무한도전 극한알바 특집 때 이 잔도를 건설하는 노동력으로 투입된 적이 있다(...)

[1] 밑의 사람은 내려가는 것이다[2] 제갈량이 만들었다는 목우유마도 본래는 이런 잔도에서 이동이 가능한 바퀴 1개짜리 손수레였다는 주장이 있다.[3] 구멍을 뚫고 길을 고정하는 선에서 지형을 이루는 암반의 일부를 파손시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길을 내고 고정하는 수준까지만 파손시키기에 산 뚫고 도로 내는 것보단 파손이 덜하다.[4] 다만 잔도 공사는 잔도의 특성 탓인지 매우 험난하고 위험하다고 한다. 극한직업에서도 중국 잔도 공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방송된 적이 있는데, 현실 건물 공사에 비해 너무나 부실한 안전장치 몇 개에 몸을 의지하며 깎아지를 듯한 절벽 위에서 공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잔도 공사 인부들이 일하는 곳이 천 길 낭떠러지다보니 안전지대 역할을 하는 아시바 배관이나 철근 위에서 잘못 벗어나거나 로프가 끊어지면 위험해지는게 당연지사)[5] 상대적으로 과거의 목재나 철근보다 강도 및 내구성이 좋아서 하중을 잘 버틸 뿐 아니라 유지보수도 적게 들어간다.[6] 해당 영상의 Dislike 수가 유난히 많은데, 다른 줄로 넘어갈 때 후크를 하나씩 걸어야 하는데 두 개를 한꺼번에 잡아 걸었기 때문이다. 댓글도 미친 짓이라고 욕하는 유저들의 댓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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