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楚漢志
1. 개요
중국의 고전소설이자 연의 소설. 《초한연의》(楚漢演義)라고도 한다.
2. 상세
진나라 말기부터 전한 초기까지, 혼란스럽던 초한쟁패기 중원의 정세를 풀어낸 연의 소설. 명나라 때 종산거사(終山居士)견위가 쓴 서한연의가 그 원본이라 하나 그 인물 자체도 정체불명이기 때문에 진짜 저자는 알 수 없다.
삼국지연의나 수호지 등 중국사대기서와 달리 독립된 작품으로 남아있지 않다. 시중에 초한지라는 제목이 붙은 책들은 제목만 같을 뿐 서로 다른 작가들이 쓴 별개의 작품으로, 사마천의 사기를 뼈대로 해서 진말~ 서한초기까지의 여러 이야기들을 모아 제각기 살을 붙인 것이다. 초한지라는 명칭 자체도 사실상 고우영 화백이 최초로 소개했다.[1] 물론 서로 다른 작품이라고 해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으므로 줄거리는 모두 비슷하다.
가장 일반화된 줄거리는 진시황의 천하통일 후 억압받던 민중들이 난을 일으키자, 초나라 귀족이던 항량과 조카 항우가 난세를 틈타 대두하고, 한켠에선 유방이 몸을 일으켜 세를 불려 천하를 놓고 대립하다가 유방의 승리로 끝나는 내용이다. 일부 번안가들은 창해공의 진시황 암살음모부터 시작하거나 여불위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마지막 부분도 토사구팽에서 벗어나서 오초7국의 난과 한무제의 즉위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수호지나 삼국지연의와 같이 전형적인 중국식 영웅상인 유방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자신은 무능하지만 인덕으로 주위에 유능한 사람이 몰린다는 중국식 영웅의 원조가 바로 한고조 유방이다. 그외에도 한삼걸의 포스, 항우의 먼치킨스러운 무력과 행적 그리고 비극적인 몰락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다다익선(多多益善), 국사무쌍(國士無雙), 배수진(背水陣), 사면초가(四面楚歌), 토사구팽(兎死狗烹), 금의환향(錦衣還鄕), 금의야행(錦衣夜行) 등 친숙한 숙어가 다수 나온다.
3. 형성
명나라 말기에 초한전쟁을 배경으로 많은 소설이 쓰였는데, 다음과 같은 작품이 존재한다.참조
- 《서한연의(西漢演義)》 혹은 《서한통속연의(西漢通俗演義)》[2]
- 《동서한연의(東西漢演義)》: 서한연의를 광무제를 주인공으로 한 《동한연의(東漢演義)》와 합본시킨 판본이다.
- 《양한개국중흥전지(両漢開国中興伝誌)》
4. 판본
앞서 언급했듯이 아동용 축약본부터 완역본까지 다양한 책이 나와 있다. 삼국지의 번안 판본이 작가에 따라서 다소 차이는 있어도 거의 삼국지연의에 압도당하는 사례가 많은 반면, 초한지는 비교적 작가마다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면서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구성이 이루어지는 편이다. 이는 이릉대전, 오장원 같은 비정상적인 전개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작가에게 정신적 압력이 심하게 가해지는 삼국지와는 달리, 초한전쟁은 비교적 기승전결이 명확한 사건이라 극화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한 초한전쟁은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사마천의 사기 그 자체가 문학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3] , 번역 측면에서도 사기는 우수한 판본이 많아 기본적으로 사료를 접하기 쉬운 편이다. 때문에 단순히 초한연의의 번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에 기반하여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작가들의 개성이 살아나는 편이다.
정비석 초한지 5권, 유재주 초한지 5권, 김홍신 초한지 7권, 김용 초한지 5권, 시바 료타로 항우와 유방 3권, 유현종 패왕별희 5권, 김기진 초한지 3권 등이 있다. 최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은 고우영의 만화 초한지 8권과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만화 초한지 12권, 문정후의 만화 영웅초한지 5권, 이문열의 초한지[4] 10권, 김영문의 원본 초한지 3권이다.
보통 가장 무난하게 읽을 만한 작품은 정비석 초한지. 고증이나 묘사가 좀 부족하고 정비석 역사소설 특유의 안드로메다로 간 거리감(…)[5] 등의 문제가 있으나 소설로서의 재미는 충분히 있으므로 초한지를 모른다면 읽어볼 만하다. 시바 료타로의 항우와 유방이 역사적 고증엔 훌륭하다지만 이 작품은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지나치게 지나치게 단면적인 경향이 있다.
이문열은 미국에 체류하고 있을 적에 읽은 사기를 바탕으로 초한지("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 동아일보 연재)를 썼었다. # 연재본 '''"네 눈은 가죽이 모자라 찢어지고 귀는 머리뼈가 모자라서 뚫렸느냐"''' 등 별 희한한 욕설들이 일품이다.
사실 본 작품은 본래 종산거사의 서한연의를 적당히 평역하여 세월의 모진 바람을 피해가려고 하였으나 막상 읽어보니 사실을 지나치게 비틀고 엇바꿔 도저히 원전으로 삼을 수 없다고 생각되어 사기를 원전으로 하여 새로 쓴 작품이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 또한 오류가 없지는 않은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한신의 왕족설을 거의 확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 나와 있는 다른 많은 초한지(특히 역사적 오류가 많은 서한연의나 후대 군담소설을 베이스로 한 것들)들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김용 초한지[6] 의 경우, 인물평보다는 문학적 재미에 초점을 맞추었다. 어느 한 인물에도 작가의 주관적 견해가 없으며 스피디한 전개와 묘사가 일품이다. 극찬받을 만한 부분은 초한지란 모티브로 사랑과 우정, 권력의 몰락 등 인간의 흥망성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향신문에서 연재했던 소설인 유현종의 패왕별희는 항우와 우희의 찐한 베드신이 자주 나와서 재미가 쏠쏠하다.
만화로 본다면 역시 균형적인 인물 구도와 군더더기 없는 전개를 자랑하는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항우와 유방이 가장 볼 만하다. 항우와 유방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객관적 시각에서 솔직담백하게 인물들을 묘사해내고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원전이 사기와 같은 1차 사료가 아니라 후대의 군담소설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는 점은 감안하고 보는 게 좋다. 이걸로 초한지 입문한 사람들이 많아서 사료적 근거가 전무한 후대 창작들을 진짜 역사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실제 초한지 무대를 직접 탐방한 이야기도 실려 있는 등 여러모로 읽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장점은 있다. 국내작은 고우영 화백의 초한지가 가장 추천을 많이 받는다.
작가에 따라 유방과 항우의 묘사가 천지차이인데, 시바 료타로의 경우는 유방의 매력에 대해 서술하고 왜 유방이 인기 있는가에 대해 설명하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며 정비석의 경우는 전통적인 덕 있는 유방을 묘사하며, 영화 서초패왕은 항우를 비극의 주인공으로 유방을 간사한 악인으로 그린다. 그 외 드라마 초한전기에선 유방을 복잡한 면모가 있으면서도 매력 있는 인물로, 항우를 단순하고 성급한 성격의 인물로 그렸다. 고우영 초한지의 경우에는 유방이나 항우나 다 거기서 거기고 한신이 주목받기도 한다.[7]
애정관계의 재해석도 재미있는 소재. 작품에 따라 유방과 우희 사이에 썸씽을 만들기도 하고, 항우와 여후 사이에 썸씽을 만들면서 다각관계로 꼬아놓는다.
SF 판타지 작가 켄 리우는 초한지에 대한 서구 SF판으로 민들레 왕조 연대기를 집필하였다. 작가 본인은 이를 초한지에 대한 초호걸역이라고 불렀다.
2019년 교유서가에서 원본 초한지를 출판했다. 국내에는 지금까지 축약하고 창작된 초한지는 많았지만, 초한지의 원본을 완역하여 소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게 최초 번역본이라고 한다. 이 책은 ‘초한지’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신각 검소각비평 동서한연의新刻劍嘯閣批評東西漢演義』 중 『서한연의』를 저본으로 삼아 번역한 것이다.[8]
5. 등장인물
5.1. 초나라
5.2. 한나라
5.3. 진나라
5.4. 기타
6. 2차 창작물
6.1. 영상물
- 경극 패왕별희
- 드라마 대한풍(2003)
- 드라마 왕의 여인(2013)
- 드라마 한유방(1998)
- 드라마 공신족초한지
- 영화 서초패왕(1994) - 항우 역에 여량위, 여치 역에 공리, 유방 역에 장풍의, 우희 역에 관지림이 출연.
- 영화 초한지: 천하대전(2011) - 원제 홍문연, 항우 역에 풍소봉, 유방 역에 여명, 범증 역에 황추생, 우희 역에 유역비가 출연. 주인공으로 장량을 설정했고, 영화의 수준은 범상한 액션물로 파악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두건, 모피, 판타지 갑옷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등장인물, 웨이브진 장발을 뽐내는 꽃미남 항우가 영화의 셀링포인트. 2000년대 중반 이후 우후죽순 쏟아지고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없는 <비주얼계 역사물>의 조류에 덮쳐진 작품로 분류해도 무방하다. 복식을 포함한 시각적 시대고증은 당연히 비주얼계므로 기대해선 안 되고, 역사적 사실 고증은 몇술 더 뜬다. 장량이 진시황을 도모키 전부터 의형제 사이던 항우와 유방이 반진투쟁에 암약하던 인연인 동시에 장량, 한신의 유방진영 합류시점이 함양함락 및 거록대전 이후로 설정되었다. 눈 뜨고는 못 봐줄 만행으로 점철된 영화.[스포일러]
- 초한지: 영웅의 부활
- [10]
- 홍콩 TVB 드라마 초한교웅(楚漢驕雄): 2004년 제작. 감독은 이첨승(李添勝). 기존의 초한지 관련물과는 다르게 원작을 따라가면서도 상당히 코믹한 전개를 유지한다.(…) 유방을 맡은 배우는 초류향으로 유명한 정소추(鄭少秋), 항우는 강화, 한신은 여요상, 여후는 장가이, 우희는 오미형, 범증은 나낙림[11] 이 맡았다.
- 초한풍류(영웅대전 초한지): 2004년 제작. 50부작. 오우삼의 적벽대전에서 조운을 맡았던 호군이 항우로 나오며 오천련이 여치로 나온다.
- 중국 드라마 초한전기: 삼국의 감독과 제작진이 만든 초한지다. 유방역의 진도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인물이 신삼국에 출연하는 배우들로 되어 있다.[12] 2012년 12월 28일 첫 방영. 참고로 이거 찍은 고희희 감독은 삼국에서 조조 역이었던 진건빈과 조광윤이라는 드라마를 거의 동시에 찍었다.
- 초한쟁웅 - 2011년작 드라마. 무간도의 황추생이 유방으로 나온다.
6.2. 라디오드라마
와이파이 초한지 문서 참조.
6.3. 만화
6.4. 게임
- 장기
- 항우와 유방 - 일본의 보드 게임 잡지인 게임저널 제18호에서 나온 보드 게임.
- 항유기
-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초한쟁패기(스타크래프트)
-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 유방전 -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고대무장으로 진행되는 스토리 연의.
7. 관련 문서
[1] 고우영 화백의 초한지는 1984년 1월부터 2년간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초 단행본의 출판 간행 시기는 확인되지 않는다. 2020년 5월 10일 현재 일부 중고서적 판매 사이트에 의하면 1984년 7월 20일에 1권이 간행된 것으로 나온다. 한편, 같은 해에 김팔봉(김기진의 필명)의 초한지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는데, 간행기에 의하면 초판은 1984년 8월에 해당하므로 고우영 화백보다는 늦다. 김팔봉의 초한지는 1954년 그가 일간지에 연재했던 작품으로 당시에는 '통일천하'라는 제목이었으며, 1984년 초한지 초판 머리말에 의하면 연재 종료 직후 단행본응로 냈다가 1984년 새롭게 '초한지'라는 제목으로 개정한 것이라 한다.[2] 일본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한 《통속한초군담(通俗漢楚軍談)》이 존재한다.[3] 문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중국 25사 가운데 최고로 평가받는다.[4] 이 소설을 바탕으로 이문열 형민우 초한지라는 만화도 만들어졌다. 현재 10권으로 완결되었다.[5] 전국시대에서 조나라 멸망 시 충신 이목과 간신 곽개의 포지션을 뒤집어 놓고 은근슬쩍 '''전한'''의 명장 이광의 고사가 나온다. 이런 역사 해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정비석 작가가 어떻게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자체가 의문이다.[6] 김용이 쓴 소설은 김용(1924)/작품에 나와있는 15종뿐이고 그 외에 김용의 이름으로 나온 소설들은 모두 위작이다. 김용 초한지라는 책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책을 김용이 쓴 것은 아님이 명백하다.[7] 아동용 초한지를 보면 "바지가랑이를 지나가던 겁쟁이가 대장군이 된다"라는 말을 캐치프레이즈로 쓰기도 한다.[8] 『초한지』의 역사를 보면, 원형격인 ‘초한 이야기’는 진(秦)나라 말기와 한나라 초기에 발생하여 한 무제 때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되었고, 이후 삼국에서 원, 명나라에 이르기까지 민간에 널리 유포되어 공연되고 구전되었다. 민간 연예 양식에서 텍스트화된 것은 원나라 지치 연간의 『속 전한서』(『전한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음)였고, 이어 1588년 웅대목의 『전한지전』, 1605년 저자 미상의 『양한개국중흥지전』을 거쳐 1612년 종산거사 견위의 『서한연의전』에 이른다. 그후 명나라 말기 검소각에서 견위의 『서한연의전』과 사조(謝詔)의 『동한십이제통속연의』를 합하여 『검소각비평동서한통속연의』를 간행하였는데, 여기에 포함된 『검소각비평서한연의』가 이후 널리 유행하면서 ‘초한 이야기’를 다룬 대표 소설로 자리를 잡게 된다.[9] 실존인물이고 한고제를 유일하게 이긴 흉노족인데, 초한지에서 등장하지않았다.[스포일러] 한신은 전략가라기보다 거의 항우급의 맹장(취한 상태에서 번쾌+하후영을 상대로 압도한다!), 하후영은 난전중에 항우에게 참살, 번쾌는 공신들을 숙청하는 유방을 보고 절망에 빠져 절규하다 분을 못참고 자결, 무엇보다 백미는 범증이 죽기 전에 안배해 놓은 계략에 속아 유방이 한신과 소하를 쳐죽이고 장량마저 죽이려 한다.(...) [10] 엄밀히는 초한지에서 차용한 것이 많을 뿐, 초한지 자체를 다룬 것은 아니다.[11] 한 언론에서 소개된 '하루에 각 드라마에서 6번 죽은 배우'로 알려졌다.(…)[12] 여포-항우, 유비-진시황, 조비-호해(…) 노숙-장량, 장비-번쾌(오오), 어린 손권- 유방의 큰아들, 원소- 조고(내가 고자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