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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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대한민국의 소설가, 시인, 극작가. 1962년 1월 6일 생 (62세). 대구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아산 장씨.[1]
2. 상세
엄청난 필력의 소유자이다. 중졸 학력에도 불구하고, 오랜 독서의 힘으로[2] 유명한 문필가가 되었다. 19세 때 폭력 사건에 말려들어 대구교도소 미결수용동을 거쳐 소년원[3] 으로 보내져 1년 6개월 간 소년원에 있었을 적에, 다양한 책들을 읽었다.
글의 주제, 형식은 전방위적이다. 시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지만 소설가로도 성공하였고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통해 신문지면에서나 보던 서평의 지면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사in에 독서일기를 연재 중인데 간간이 대중의 기호와 배치되는 시사적인 글을 쓰고 있다. 주제의식과 필력은 타 기자들을 압도할 정도.
1984년 시 '강정 간다'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고, 1987년 희곡 '실내극'을 통해 극작가로 등단하였다. 그의 가장 유명한 시 작품은 역시 1988년 출간한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그를 단박에 유명 작가로 만들어 주었다. 시인으로써 장정일은 유하[4] 와 더불어 민주화와 함께 급속도로 가벼워지고 소비자본사회화가 되어가는 1980-1990년대 대한민국 사회를 대중문화와 엮어 풍자적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유명했다. 김춘수의 시 "꽃"을 패러디한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역시 널리 알려진 그의 시.
1988년 소설 '펠리칸'을 통해 소설가로 데뷔했으며, 그가 발표한 몇몇 소설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와 동시에 시인 활동을 접고 소설가, 극작가, 평론가 등으로 활약하였다. 소설가 장정일을 유명하게 만들어 준 작품은 1996년에 발표한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문학계에서 가히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와 비할 만큼 크게 논란이 되었다. 이 작품은 김영사에서 간행되었다가 금서로 지정되어 폐기됐고, '''현재도 재발간이 안 되고 있다.''' 이 작품 때문에 장정일 본인도 시나리오 공부를 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가 1997년에 귀국한 뒤 그 해 6월 재판에 회부됐고, 결국 징역 10월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이후 보석을 신청하여 한 달 후인 7월에 석방됐다.[5] 그가 프랑스에 있던 무렵인 1996년 12월 30일에는 이 작품이 음란물로 지정되어 김영사 관계자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판결은 "문학성이 음란보다 우위에 있다"였다. 사실 엄연히 표현의 자유 탄압이긴 하지만, 즐거운 사라와는 달리 이 책은 읽어보면 법원의 판결이 은근히 납득이 간다(...). 지금의 정식연재 인터넷 야설들도 씹어먹는 수위라서 1996년은 커녕 2016년에 나왔어도 음란물 판결까진 아니어도 논란이 되고도 남을 것 같을 정도.
그런데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장선우 감독, 김태연, 이상현[6] 주연의 영화 거짓말은 의외로 무죄로 마무리되었다.(연극도 나왔으니...)[7] 참고로 장정일은 예전 마광수 교수의 논란 때 마광수를 쉴드 쳐 준 적이 있다. 이후에도 간간이 마광수를 언급하며 그를 비호했다.
참고로 <보트 하우스>에 따르면 1심에서 실형을 받았을땐 "내가 이 책으로 사회를 공격했으니 사회가 자신을 방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는 마인드로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데, 7월에 보석으로 풀려난 후 고등법원 심리를 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원고지에 글을 쓸 때나 가해자였지 원고지 밖에서는 박해 받는 머저리처럼 느껴져서 적의가 불타 올랐다고 한다(...). 심리 당일 전후로 매일 술을 마셔댔고, 다음 해인 1998년 2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재판이 끝나자 차라리 평생 안 끝나길 바랬던 공판이 끝나서 새 소설을 써야 한다는 사실에 해방감은 커녕 구속감이 들었다고...
2번째 장편소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도 대한민국 포스트모더니즘의 초기작으로 많은 문예창작과 학생들을 괴롭혔다. 이 소설도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난해하고 정신나간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한 건지 진행이 엄청나게 난잡하고 혼란스러운 괴작이다. 당연히 호불호가 갈린다.
그의 시 중 <요리사와 단식가>라는 작품은 내용이 매우 충격적인데, 이를 바탕으로 방은진, 황신혜 주연의 영화 301 302가 제작되기도 했다. <301 302>는 국내 영화 팬들 사이에서 컬트 영화의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3년에는 김운회, 서동훈과 함께 삼국지 해제를 공저했고, 해제의 논조를 그대로 받아들인 장정일 삼국지를 썼다.
일본 소설 팬들에게는 무라카미 류의 작품에 꾸준히 해설을 써 주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한국에서 무라카미 류의 소설이 은근히 잘 팔리게 된 것도 이 사람 책임이 크다.(...)
소설 외에는 예전 소년원 시절에 축적한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독서일기"라는 책도 내놓았다. 소년원 이전부터 책을 좋아했다. 책 모으기가 취미.
어머니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여서, 대구 성서중학교를 졸업한 뒤 어머니의 종교에 빠져든 탓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고 한다. 군 면제는 덤.
결혼을 두 번 했다. 현재도 대구에 살고 있다고 한다.
3. 작품 특징
건조한 문체에 대비적으로 내용이 난해한 편이며[8] 독자를 당황스럽게 하는 표현 방식을 즐겨 쓴다. 예를 들면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27번 단락에 "바지 입은 여자"라는 시가 써져 있는데, 나중에 그 시가 다시 나오는 대목엔 "27번을 볼 것."이라 적혀있다. 또한 같은 작품에서 후기에 설명하겠다며 이름부터 <후기 설명하기로 함>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정작 후기를 봐도 이 캐릭터의 설명은 코빼기도 없으며 개정판 후기엔 아예 "초판 후기에도 안 적었으니 개정판에 적을 게 없다."는 뉘앙스로 적혀있다.
가장 압권인건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로, 본인 왈 "재즈적인 글쓰기"를 시도했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 서술이 수십개는 나온다.
또한 좀 초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소재를 잘 쓰는데, 건조한 문체와 시너지를 일으켜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런 성향은 <아담이 눈뜰 때>의 거의 모든 에피소드[9] 와 <보트 하우스>, 희곡집 <고르비 전당포> 중 "해바라기" 에피소드에서 강하게 나타나며, 사실 <보트 하우스> 이전까지의 모든 작품들이 분위기가 이렇다(...). 그나마 <너에게 나를 보낸다>가 얌전한 축에 속하며, 의외로 <내게 거짓말을 해봐>도 이런 쪽에서는 독기가 약하다. 다만 장정일 삼국지 이후로는 이런 성향이 거의 빠져버렸다. 그래서인지 삼국지 이후로 쓴 장편소설 <구월의 이틀>이 정치색이 너무 강하다는 것 외에도 특유의 문장이 죽어버렸다고 혹평을 받았다. 이 작품 이후로 더 이상 장편소설을 쓰지 않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제대로 된 인명으로 정해 놓는 경우가 별로 없다. 유독 작명이 상당히 힘들다는 듯. 사실 인명이 따로 있다는 설정이어도 그냥 다른 이름으로 쓴다(...). 또한 등장인물을 자신을 투영한 자신의 분신같은 존재로 보며,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주인공 "제이"와 <보트 하우스>의 1인칭 서술자 "나는"은 아예 장정일 본인이다.[10] 때문에 장선우 감독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 시사회를 갔을 때 중간에 나가 버렸다고 한다. 등장인물이 하나같이 자기 분신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중인환시에 자신이 까발려지는 느낌이라고...
또한 설정 재사용과 작품 간의 모호한 연결을 자주 해서 그의 첫작 <아담이 눈뜰 때>부터 <보트 하우스>까지 읽으면 묘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11] 예를 들어 "은행원"이란 캐릭터는 거의 모든 작품에 빠지지 않고 나오며, "가난한 집안의 죄많은 장남"이라는 표현 역시 빠짐없이 되풀이된다. 장정일 본인이 김춘수의 시 <꽃>을 패러디한 <라디오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은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선 표절시인 캐릭터 "이정박"이 표절한 시로 재활용된다. <보트 하우스>는 아예 전작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주인공 "와이"와 "제이"가 재등장하며,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에서 난교 클럽으로 등장했던 "재즈 교회"도 SM 클럽으로 바뀌어서 나온다. 지나가는 캐릭터였던 "홀쭉이와 뚱뚱이"도 잠시 등장한다.
4. 성격
옥살이를 할 정도로 작품의 수위는 높았지만, 술자리에서는 조용하다고 한다. 소설가 장정일을 오랜 기간 만나 왔던 남재일(전 중앙일보기자,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씨의 글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술이 세서 잘 취하지 않았지만 일단 본인이 ‘갔다’고 느끼면 소리없이 사라지는 버릇이 있었다. 한번은 이대 앞의 ‘올로올로’에서 2차로 맥주를 마시다 화장실을 갔는데 소식이 없어 한참이나 찾아다닌 적이 있다. 나중에야 나를 찾으러 나온 김완준으로부터 ‘자주 그런다’는 얘길 듣게 됐는데, 사실 이때 나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 습성을 가진 인물을 내 주변에서는 처음 봤기 때문에 무례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하지만 한참 후에야 그런 버릇이 '''자신을 지키고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장정일 특유의 직설법임을 이해하게 됐다.
5. 논란
5.1. 내게 거짓말을 해봐 음란물 판정
작품의 외설적 수위가 매우 높았던 만큼 출간된 당시 매우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며 형사적인 제재를 받기에 이른다.
결국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음란물 판정은 대법원에 이르게 되었으며, 대법원에서는 결국 해당 작품의 음란성을 인정하여 장정일에게 실형을 구형하였다. 다음은 대법원의 판결문.
이에 대해 장정일은 "사법적 판단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고 유죄 판결이 났지만 유죄로 생각하지 않는다", "평생 글을 쓰면서 내 작품에 대한 논쟁이 과연 뭐였던가를 계속 생각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문학성 내지 예술성과 음란성은 차원을 달리하는 관념이고, 문학성이나 예술성이 있어도 그 작품의 음란성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은 성 행위에 관한 묘사방법이 노골적이고 구체적인 점, 그런 묘사부분이 양적, 질적으로 소설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작가가 주장하는 주제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보다 개방된 성관념에 비춰보더라도 음란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경색되었다'는 등 원색적인 비판이 나왔지만 사실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대법원 판결에서도 언급됐듯이 성행위에 대한 묘사 등이 있기 때문에[12] 음란물 판정이 전혀 틀리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에서도 "문학성이나 예술성이 있어도 그 작품의 음란성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했다.[13]
영화화한 작품인 '거짓말' 또한 시민단체에서 음란물이라 하여 고소되었지만 검찰 측에서 원작보다 표현과 내용이 완화되어 처벌할 정도의 음란성을 인정할 수 없고, 사회분위기상 형사 제재보다는 국민 판단에 맡기는 편이 옳다"며 제작자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
6. 작품 일람
- 2인 시집 <성(聖) 아침> (1985)
- 햄버거에 대한 명상 (1987)
- 상복을 입은 시집 (1987)
- 길안에서의 택시잡기 (1988)
-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켜고 끌 수 있다면 : 김춘수의 꽃을 패러디한 시. 그의 대표작 시들 중 하나로, 일회적이고 그저 관심뿐인 메마른 사랑을 풍자했다. 패러디의 대표 시라서 국어교과서에 한번씩 다루고 넘어가는 작품.
-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1988) [14]
- 서울에서 보낸 3주일 (1989)
- 통일주의 (1989)
- 2인 시집 <심판처럼 두려운 사랑> (1989)
- 아담이 눈뜰 때 (1990)
- 천국에 못 가는 이유 (1990)
- 너에게 나를 보낸다 (1992)
- 웬 오렌지? (1993)
-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1994)
- 내게 거짓말을 해봐 (1996)[15]
- 보트 하우스 (1999) [16]
- 중국에서 온 편지 (1999)
- 장정일 삼국지 (2004)
- 장정일의 공부 (2006)
- 장정일의 독서일기 1~7 (1993~ 2007)
- 구월의 이틀 (2009)
-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3 (2010~ 2014)
- 장정일의 악서총람 (2015)
- 장정일, 작가 (2016)
- 눈 속의 구조대 (2019) : 오랜만에 낸 시집.
[1] 국내에는 15,000명 정도밖에 없는 희성이다. 중국계 성으로, 세종 시대 조선의 발명가 장영실, 중화민국 국민정부의 총통 장제스가 유명하다.[2] 확실히 문필가 이외로는 다독가로서 알려져 있는 편이다. 후술하듯 자신의 독서 편력을 책으로 낸 바 있기도 하고.[3] 대구소년원(현재의 읍내정보통신중고등학교)으로 갔다가 이후 김해소년원(부산소년원으로 개칭/현재는 오륜정보산업학교다)으로 이감됐다.[4]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결혼은 미친 짓이다, 강남 1970 등의 영화를 만든 그 영화감독 맞다. 원래 본업은 시인이었다.[5]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변호인이었다.[6] 이 사람은 배우가 아닌 조각가다. 그렇지만 이 영화 말고도 초승달의 밤배같은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다.[7] 실제로 영화보다 원작 소설이 더 야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영화의 경우 우리나라가 성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시절엔 충격이라 할만했으나, 정보의 발달로 각종 포르노가 쏟아져 나오는 2010년대의 일반적인 야동들과 비교해봤을 때 수위를 보면 겨우 이정도로 충격이었단 말이야?란 말이 나올 정도다.[8] 무라카미 하루키와 비슷한거 같기도 하지만, 몽환적인 난해함인 하루키와는 달리 그로테스크한 난해함이라는 차이가 있다.[9] 의외로 본편인 "아담이 눈뜰 때"는 좀 얌전한 편.[10] <거짓말>에선 암시 정도만 나왔으나 <보트 하우스>에서 작가 본인="나는"="제이" 라는 것이 밝혀진다. 정확히는 <거짓말>의 제이는 조각가고 <보트 하우스>의 제이는 소설가이므로 <거짓말>의 제이는 <보트 하우스>의 제이(=장정일)가 아니다.[11] 다만 중간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전작들과 연결성이 그다지 없다.[12] 그것도 매우 심층적이고 적나라하게.[13] 영화 색계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른데 색계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의 예술성을 인정받은 수작이지만 성적 내용이 주제인 만큼 음란성 또한 당연히 가지고 있다.[14] 작가 요청으로 절판된 책. 중고매장에서 최대 3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15] 외설 논란으로 재발간이 2019년 현재 아직까지도 재발간이 안 되고 있다.[16] 산정미디어 판의 책 표지 안쪽에 장정일의 작품들이 글자가 뒤집어져 써져 있는데, 어째선지 "너에게..."와 "너희가..."의 순서가 바뀌어서 잘못 써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