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속이론(야구)

 

1. 이론의 내용
2. 이론이 틀린 이유
3. 왜 나오게 되었나
4. 정리


1. 이론의 내용



'종속'은 '야구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 타자의 타석에 도달했을 때의 속력'을 말한다. 투수의 손을 떠난 직후의 속력인 '초속'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종속 이론이란, '''같은 초속이라도 종속이 더 빠른 투수가 있다''', '''남들보다 종속이 덜 떨어지며 묵직하게 들어가는 투수가 있다'''는 주장이다. 즉, 똑같은 150 km/h 의 속구를 던져도 어떤 투수는 성적이 안 좋고 어떤 선수는 성적이 좋은 이유는 바로 이 종속의 차이이며, 타자에게 도달할 때 성적이 좋은 투수의 공은 140km/h, 나쁜 투수의 공은 135 Km/h 가 된다는 식.
2010년 전후로 국내외 야구 관계자들 상당수가 주장하고 신봉했었고 허구연, 안경현, 이순철 등 해설가들이 중계 중에 하도 언급하다 보니 한국에서 유달리 유명해진 이론이다. 2020년 현재는 그 허구성이 많이 밝혀져 해설가들도 속구의 종속을 투수 성적의 근거로 드는 경우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오늘날 해설가들의 속구 평가 기준은 구속과 함께 회전수가 더 각광받고 있으며, 디셉션, 로케이션, 무브먼트 등 전통적인 개념들이 여전히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

2. 이론이 틀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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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베이스볼] 명품 공끝? “숨겨서 던져라… 이치로도 울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물리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혹자는 유사과학의 범주에 이 이론을 포함시키기도 하나 과학적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기 전의 오류가 있는 가설이자 퇴보적 프로그램에 가깝다. 종속이론이 유사과학이라고 하면 시대가 지나 수정되거나 틀린 것으로 밝혀진 과학이론은 전부 유사과학으로 치부해야 한다.

오승환 직구 비밀과 초속·종속 진실
KBS 스포츠 이야기 운동화에서 실험을 한 결과, 투수와 똑같은 초속의 피칭머신을 비교해보니 종속에 큰 차이가 없었다.
실력이 나쁜 레다메스 리즈의 초속과 종속은 각각 154km/h, 140km/h (14 차이)였고 실력이 좋은 오승환는 146km/h, 134km/h (12 차이)였다. 이렇게만 보면 종속이론이 맞는것처럼 보이지만 당대 세계 최고의 투수였던 팀 린스컴의 전성기 패스트볼의 평균 초속과 종속은 153km/h, 139km/h로 리즈와 차이가 없다.
구속이 빠른 선수일수록 초종속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빠른 공일수록 공기의 저항도 커지기 때문에 속도의 차가 커지는 것 뿐이다. 하지만 결국은 '''초속이 빨라야 종속도 빠르게 들어오게 되어 있다.''' MLB에서 100마일(160km/h)을 던지는 아롤디스 채프먼는 오히려 종속이 메이저 리그 평균보다도 낮은 87~89 마일대이다. 만약 종속이론이 맞다면,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는 아무리 세게 던져도 타자 입장에서는 90마일도 안 되는 밋밋한 직구니 신나게 얻어맞아야 하겠지만, 채프먼의 패스트볼 헛스윙율은 자그마치 40%를 넘어간다.
종속이라는 것에 대한 좀 더 과학적인 해석을 위해 초속/종속 값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이름'''
'''초속'''
'''종속'''
'''초속/종속 값'''
리즈
154
140
'''1.10'''
김광현
148.75
134.25
'''1.10'''
한기주
152.91
135.91
'''1.12'''
오승환
146
134
'''1.12'''
정현욱
150.33
132
'''1.13'''
거의 모든 투수들의 초속/종속의 값은 1.09~1.12 사이의 값을 가지게 된다.[1] 깎이는 절대값이 커서 그렇지 언제나 일정하게 초속에서 9% 정도의 값이 감소하는 것이다. 야구공이 투수의 손에서 떠난 이후로는 어떠한 물리적인 힘을 받는 것도 아니며 부피 밀도 질량 등이 변하는 것도 아니라서, 약간의 외부영향을 제외하면 속도는 일정하게 감소한다. 그리고 초속을 측정하는 위치와 종속을 측정하는 위치가 언제나 거의 일정하다. 게다가 한국에는 리그 전체적인 투수 사이즈와 팔 길이와 투구폼이 많이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카터 캡스처럼 극단적으로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땡겨 종속을 끌어올릴 만한 요인이 별로 없다.
KBO 리그에 비해 온갖 세부적 항목에서 야구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훨씬 세세하고 학문적으로 진행된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에서는 초종속 차이를 논하지 않는다. 대신 구질의 무브먼트를 중시한다. 예를 들어, 소위 라이징 패스트볼은 회전수가 높아 양력을 많이 받고 그 때문에 낙폭이 비교적 적어진다. 그런데 인간의 뇌는 포물선 운동을 하는 물체에 대해서 '떨어진다 - 느리다', '안 떨어진다 - 빠르다' 로 인식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동일한 속도로 타자 앞에 들어오는 패스트볼이라도 낙폭이 적은 경우 타자가 '떨어지지 않는다 - 빠르다' 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속도는 같을 지라도 낙폭이 적은 패스트볼은 그 궤적을 타자 입장에서 추적하고 예측하기가 어렵다. 타석에서 보면 낙폭이 적으면 점이 커지는 정도로 보이지만 낙폭이 커질수록 점차 선으로 보이면서 다음 위치를 맞추기가 쉽다. 게다가 항상 어느 정도 떨어지는 직구를 봐 온 타자들의 경험상에 낙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패스트볼은 마치 떠오르는 것 같은 착각을 주기도 한다.
종속이론의 근거가 논파되기 시작하면서 초종속 차이를 근거로 삼던 해설가나 야구전문가들은 단번에 자신의 입장을 기각하거나, 계속 틀린 이론을 주장하는 선택지를 받게 되었다. 이 때 이들의 대처가 흥미로웠는데, 이들은 볼의 회전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속구의 초종속차이는 적다는 가설에서 애초에 강조되었던 초종속을 삭제하고, 속구는 회전수가 많으면 좋다는 전제만을 살려 해설을 이어갔다. 이는 과거 자신의 틀린 주장을 단번에 기각하지는 않으면서, 종속보다는 회전수나 로케이션, 무브먼트 등 다른 투구의 주요 요소를 더욱 부각시켜 자신이 항상 옳은 주장을 해왔던 것처럼 보이게 물타기를 일으킨 것이었다. 과학철학적으로나 지식사회학적으로 틀린 이론이 사회에서 어떻게 다음 이론에 자리를 넘겨주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

3. 왜 나오게 되었나


한국야구계에 종속이론이 등장한 이유를 유추하자면, 비슷한 구속임에도 타자들에게 어려운 몇몇 투수들의 공을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종속이라는 나름의 구체적으로 수치를 만들 수 있는 개념을 찾은 듯 하다. 그렇기에 두루뭉술한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무브먼트란 개념보단 숫자로 딱딱 떨어지는 종속이란 표현을 쓰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패스트볼의 무브먼트는 낙폭차를 직접 측정하고 매우 구체적으로 순위를 매길 수 있는 수치가 되었다. [2]
여기에 현장의 경험 여부도 생각해 볼수 있다. 무브먼트가 좋은 공을 잘 치지못한 타자들은 나쁜 타격 결과와 손에 느끼는 감각과 통증을 보며 (사실은 배트에 빗맞혀서 일어난 일임에도) '난 분명히 제대로 친거 같은데, 쟤 종속이 좋고 공이 묵직해서 이렇게 못치고 아프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왜냐면 그 무브먼트의 차이를 타자의 눈으로는 구분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은 드레스 색깔 논란같은 원초적 떡밥이 통할만큼 언제나 착시에 노출되어 있다. 실제로 선수들이 종속을 체감하는 순간은 투구가 홈플레이트를 거치는 극히 짧은 순간뿐이다.
또한 제구 역시 타자가 체감하는 공의 속도에 큰 영향을 준다. 야구인들이 "종속이 안 좋다" 라고 한 강속구 투수들, 한기주레다메스 리즈 등등은 대부분 제구에 문제가 있는 투수들이었다. 반면 오승환이나 류현진 등 "종속이 좋다" 라고 한 투수들은 제구가 뛰어난 투수들이 많았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 리그는 메이저리그에 비해 높은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서 지도자들도 '낮게 던지는게 중요하다' 고 주문한다는 것이다. 전술했듯 종속을 느끼는 과정에서 착시가 발생할 때 타자의 눈에 가까운 위치인 높은 볼일수록 종속이 더 빨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승환,류현진 모두 자신의 구위를 살린 하이 패스트볼을 존에 맞춰서 넣을 수 있는 제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종속이 좋은 것 처럼 보이는 것이다.[3][4]
익스텐션(Extension)이나 디셉션(Deception)등 다양한 시각으로 체감구속(Perceived Velocity)에 대한 이유가 파훼되기 시작하기 이전 까지는 체감구속과 실제 전광판에 찍히는 구속의 괴리감을 설명 할 방도가 없었으므로 그 괴리감을 설명하기 위해서 다양한 가설이 나왔고, 그러한 가설 중에 하나로 '구속이 같아도 감속도가 다르면 포수 미트까지 도달하는 시간에 차이가 발생할 것이므로 체감구속에 차이가 발생 할 수 있다. 그리고 체감속도가 빠른 선수의 경우 일반적인 동일 구속 선수보다 감속도가 적다면 같은 구속이라도 더 빠른 종속을 기록할 것이다.'라는 내용의 가설이 공감대를 얻어 통설으로 자리 잡았던 것 일지도 모른다. 물론 시간이 지난 이후에 검증 단계에서 반증되어 사장이 되었지만 아직 올드스쿨들은 자신의 현역시절 통설이었던 종속이론을 신뢰하고 이로인해서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인 사람과 괴리가 생기는 건 해당 내용과 다른 분야에서도 종종 보이는 흐름이다.

4. 정리


빠른 구속을 지녔음에도 난타당하는 투수들을 설명하기 위해 야구인들은 패스트볼의 위력이 구속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명해낼 필요가 있었는데, 여기에 강한 속구를 가진 투수들을 상대했던 타자들의 "돌덩이를 치는거 같다" 심지어는 "막판에 공이 뻗었다" 라는 마치 공이 가속했다는 뉘양스를 풍기는 증언들이 뒤섞이며 만들어진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이론은 틀렸다.
구속 외에 패스트볼의 위력을 증가시키는 요소는 공이 얼마나 타자 눈과 가까이서 지나가는가(하이 패스트볼 제구력), 공이 타자의 반응 시간을 얼마나 짧게 먹으며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는가(체감 구속), 얼마나 낙폭이 적은가(수직 무브먼트), 공의 이동거리가 얼마나 짧은가(릴리스 포인트), 공을 얼마나 잘 감추어 타자의 대응을 힘들게 하는가(디셉션 투구폼)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투구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진 현대에는 당초에 목적이었던 구속 외에 패스트볼의 구위에 대한 설명으로 굳이 종속이론을 붙일 필요가 없다.


[1] 각 구장 혹은 구단별로 스피드건의 초속측정 위치가 다르기에 3%정도의 초속/종속값의 오차가 생긴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나 일본의 프로야구도 마찬가지이며 저 당시 히어로즈의 경우 초속을 측정하는 위치가 포수 쪽에 보다 가까웠기에 히어로즈 선수들이 대체로 종속값이 높게 나왔다.[2] 2000년대 들어서야 등장한 투구추적 장치들 덕이며, 그마저 KBO는 2018년 정도에야 본격 도입되는 중이라서.. 게다가 무브먼트라는 것은 단순히 '꺾인다' 의 의미도 아니고 교과서 처럼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닌, 투수들 마다 자신의 최적의 릴리스 포인트와 로케이션, 투구 궤적에 맞춰서 자신만의 무기로 삼을 수 있는 움직임을 통틀어 말한다. KBO에서는 임창용의 뱀직구가 가장 좋은 예겠고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렉 매덕스의 투심이나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 등이 그 예.[3] 지도자들이 종속이론을 신봉한다고 해도 결국 타석에서 체감하는 공의 속도가 올라올 경우(무브먼트나 제구가 나아질 경우) 종속이 올라갔다고 좋아할지언정 성공한 것이니 큰 상관은 없지 않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애초에 이 투고나 감독들이 종속을 올리기 위해 하라고 하는 조치들을 보면 무브먼트나 제구와 상관있는 이야기들이기도 하고. 하지만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을 못하면 해결할 수 있을 리도 만무하다. 어쩌다 얻어 걸려서 나아질 수는 있어도. 그렉 매덕스가 어린 시절 은사에게 '구속보다 무브먼트와 제구가 중요하다' 라고 이야기 들은 것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의 야구 교육이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에 비해 얼마나 뒤져 있는 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4] 일본 야구계의 경우는 다소 특이하다. 종속이론을 믿는 야구인들은 많이 있는데, 구속보다는 '타자가 못치도록만 던지면 된다'는 인식이 잘 되어있어서, 어쨋든 궁극적으로 좋은 투수를 잘 길러낸다. 이를 위해 적극 활용을 하는 것이 이중킥킹 논란이 시도때도 없이 날만큼 투구폼을 이용한 디셉션을 중시하는 것이고, 결정적으로 포크볼이 있다. 종속이 좋은(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수직 무브먼트인) 떠오르는 직구에 가라앉는 포크볼의 조합은 메이저리그에서마저 경쟁력을 보이는 투수들을 꾸준히 양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