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과학

 


1. 개요
2. 문제점
3. 형성
3.1. 취미가에 의한 연구
3.2. 학자에 의한 연구
4. 구획 문제
4.2. 반증주의
4.6. 행태적, 심리적 특성을 이용한 구획
4.7. 래리 라우든
5. 사례
6. 유사과학 지지자들
6.1. 유사과학 단체
6.2. 유사과학자
6.3. 유사과학서적
7. 관련 문서
7.1. 관련 사건
7.2. 관련 작품
7.3.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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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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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과학'''(類似科學, Pseudo-science), '''의사과학'''(擬似科學) 또는 '''사이비 과학'''(似而非科學)이란, 실제로는 과학적 방법론에 의한 연구나 증명과는 일절 관계가 없거나, 관계 없는 내용이 포함되었으면서도 '마치 과학적인 것인 양' 수용되는 대상, 또는 이러한 대상의 수용을 유도하는 이론이나 주장을 말한다. 이는 과학이라는 학문의 복잡성과 비전문가인 대중적 이해도 사이의 괴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상품이나 신념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주입시키려는 목적의 지적 사기(Intellectual fraud)에 해당한다. 자연계와 이공계의 적.
이는 대중적으로는 과학적 연구의 산물로 소비된다는 점에서 '본래부터 과학이 아닌 것'인 비과학(Nonscience)과는 구별되며, 이 밖에 병적과학(Pathological science) 혹은, 쓰레기 과학(junk science)이라는 용어도 사용된다. 병적과학은 어빙 랭뮤어가 제안한 용어로, 과학자가 모르게 편향이나 주관적 실수가 발생하였음에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활동을 말한다. 쓰레기 과학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결과를 왜곡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과학의 정의와 구분은 아래 영상을 참고하자


2. 문제점


유사과학을 믿어선 안 되는 이유
유사과학은 과학이 아니면서도 마치 과학적인 것인 양 불특정 다수에게 어필한다. 특정한 영리적 혹은 종교적 목적을 가지고 소비되는 유사과학은 사람의 재산이나 건강에 직, 간접적 영향을 미치며, 그 규모도 개인에서부터 사회 전체까지 광범위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당장 지난 20세기 후반에서 2010년대 초까지 대한민국에 불었던 음이온 붐이 끝내 라돈 방사능 피폭 대란으로 돌아온 것을 상기해 보자.

3. 형성


과학은 사실의 집합이다. 집이 돌로 지어지듯 과학은 사실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돌을 쌓아 올렸다고 해서 반드시 집이 되는 것은 아니며,

사실을 모았다고 해서 반드시 과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앙리 푸앵카레

유사과학은 실험 대상 또는 실험 결과, 실험 조건 등에 오차가 생겨 실험결과가 이상하게 나온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거나 통제변인과 조작변인을 착각할 때 생기며, 자신이 원하는 실험 결과가 나온 경우만을 채택하여 근거로 삼는 경우도 있다. 이 분야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꽤 잘 먹히기 때문에 매체에 노출이 심해지면 반복적으로 잘못된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어 그게 사실인 줄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에서 파생된 유사과학만 해도 좋은 말을 해준 밥, 나쁜 말을 해준 밥, 물이 만병통치약이다, 양파실험 등 굉장히 많다.

3.1. 취미가에 의한 연구


유사과학을 연구하는 부류에는 "해당분야에 대한 딜레탕트"가 있다.
지적설계 신봉자들 중에는 현직 판사나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가진 교수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법학적/공학적 입지가 생물학 지식까지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동일 학문이더라도 계통이 상이한 경우를 포함한다.전기전자공학자가 초고대문명을 연구하거나 KIST 연구원이 UFO를 연구하는 사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어 업적을 쌓은 학자도 있지만 대부분 해당학문의 체계적인 학술 과정을 거친다. 반면에 이런 정식 학술 과정을 거치치 않고 학문 간의 체계가 상이함에도 자신의 전공분야의 접근 방식으로 타 학문을 접근하다가 잘못된 길로 빠지는 위험이 크다.

3.2. 학자에 의한 연구


전공한 학자가 유사과학을 연구하게 되면 검증된 부분은 회피하고 권위를 이용해 "유사과학"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이론" 으로 교체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예를 들면 입자계에서 대칭이 깨지는 현상이 있는데, 둘러서 '경향성'이나 '방향성'이 있는 것 같다는 식으로 영혼의 존재를 주장하는 수가 있다.
이렇게 방치된 논문이 진짜 논문에 의해 인용돼 연구와 연구가 서로를 인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문헌오염이라고 한다. 잘못된 논문이 인용되면, 인용한 논문들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기고, 피인용 횟수가 높은 경우 학술지 전체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다. 논문 조작이 학계의 가장 큰 금기인 이유로, 현대엔 이런 조작 사례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저널을 만드는 사례도 존재한다.

4. 구획 문제


과학과 비과학(Nonscience)을 구분하는 문제, 넓게는 '과학적'이라는 것의 기준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과학철학에서 "구획 문제(demarcation problem)"라고 불린다. "구획 문제"라는 명칭을 제안한 인물은 칼 포퍼이며, 포퍼는 구획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반증가능성(falsifiability)을 제안하였다. 구획 문제에 명확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과학과 비과학의 명확한 경계선은 없다. 이에 관한 에세이로는 아이작 아시모프에세이, 변경지대의 과학이 있다.
이러한 구획 문제는 과학철학 분야에서 논의된다. 아예 쉰 떡밥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과학적 방법'의 정의 자체가 각 과학 분야마다, 그리고 개별 과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1. 논리실증주의


논리 실증주의자들은 언어철학을 통해 과학적 검증이 불가능한 형이상학명제들을 배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논리 실증주의자들의 입장에서 인지적으로 유의미한 문장은 오직 (i) 수학이나 논리학에 등장하는 문장들 혹은 (ii) 관찰이나 실험 등을 통해 검증가능한 자연과학의 문장들뿐이다. 형이상학적 명제들은 (i)와 (ii) 둘 모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곧 인지적으로 유의미하지 않게 된다.
유사과학의 명제가 형이상학적 명제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위 기준은 곧 유사과학을 가려내는데도 이용될 수 있다. 곧 유사과학은 수학이나 논리학의 명제가 아니며, 관찰을 통해 검증될 수도 없는 명제인 것이다. 더욱이 위 기준에 따르면 유사과학적 명제는 아예 인지적으로 무의미하다!
논리 실증주의의 언어철학이 콰인 등에 의해 무너짐에 따라 위 기준은 받아들여지 않게 되었다. 칼 포퍼는 이를 실재 존재할 수 있는 사례는 무한대인데, 경험적으로 한정된 사례를 제시해봤자 확률은 0일 수밖에 없다는 논변으로 논리 실증주의를 공격하기도 했다.

4.2. 반증주의


칼 포퍼는 과학의 중요 기준으로 '''반증가능성'''을 들었다. 포퍼는 과학이라면 대담하고 참신한 모험적인 예측을 해야만 한다고 보았다. 즉 귀납을 통해 현재까지 드러난 경험사례들의 관계를 설명할 뿐 아니라, '''높은 확률로 틀릴 수 있는 주장'''을 담고 있는 이론이면서 동시에 닥쳐올 시련을 통과하는 이론이야말로 과학이라는 것이다. 교과서적 예시로는 '모든 백조는 희다'가 있다. 하얗지 않은 백조가 단 하나만 발견되어도 이 주장은 반증될 수 있으므로, 곧 '모든 백조는 희다'라는 주장은 과학적 주장으로 판정된다.
포퍼에 따르면, 틀린 이론이라고 해서 과학이 아닌 건 아니다.예를 들어 천동설은 거짓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자들의 관찰을 통해 반증이 될 수 있었던 것이기에 일련의 탐구 과정이 여전히 과학적인 주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과학이 아닌 것은 "반증이 안 되는 것"이다.
반증주의의 기준은 매클린 대 아칸소 주 법정공방(McLean v. Arkansas case)에서 사용된 바가 있었다. 이것은 창조과학을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지에 관련된 법정 싸움이었다. 윌리엄 R. 오버톤 판사(Judge William R. Overton)는 과학의 기준 중 하나로 반증가능한지를 들었다. 창조과학의 경우는 관찰 및 실험으로 '신이 세계를 창조했다'는 가설에 대한 반증을 제시할 수 없으므로, 반증주의의 기준에 따르면, 유사과학이 된다는 것이었다.
포퍼는 이러한 자신의 관점에 입각하여 마르크스주의 이론이나, 정신분석학, 진화론 등을 과학이 아닌 것으로 분류하였다. 여기서 진화론의 경우 초기에는 과학이 되기 힘든 빈약한 이론으로 여겼으나 후에는 연구 프로그램으로까지는 인정하였다. 하지만 다윈의 진화론에 있어 몇몇 중요한 부분들은 죽기 전까지 반증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다윈의 진화론이 과학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포퍼는 '과학이 아닌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버려야 할 것으로 취급하지는 않았다. 결국 과학은 과학이 아닌 것으로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포퍼의 이론은 결국 여러 난점에 부딪혀 이후 이론들에 길을 내주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 확률이 들어가는 명제(예. "내일 비가 올 확률은 50%다") 및 존재 명제(예. "전자가 존재한다") 같은 명제들은 반증가능성이 성립하기 힘들다.
    • 확률적 명제의 경우 포퍼는 고전적 통계학의 여러 기준을 토대로 반증가능성 기준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는 이후 베이즈 통계에 기초한 과학철학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 피에르 뒤앙윌러드 콰인이 각기 제시한 뒤앙-콰인 테제(Duhem-Quine Thesis): 포퍼의 연역에 기반한 이론만으로는 보조가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반증을 '무력화'하는 시도들을 차단할 방법이 없다는 난점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 의식은 곧장 토머스 쿤의 이론으로 이어진다.
현대의 많은 과학철학자들은 구획 문제에 대한 만족스러운 답이 되지는 못한다고 평가한다.

4.3. 토머스 쿤


과학적 과업들을 주의깊게 관찰해 보면 과학을 다른 활동과 가장 잘 구분시켜 주는 것은 비통상적 과학이라기보다는 칼 포퍼 경이 말하는 종류의 테스트는 발생하지도 않는 정상과학이라는 점이다. 만약에 하나의 경계 설정(과학과 비과학간의)에 대한 기준이 존재한다면(반드시 뚜렷하고도 결정적인 기준을 찾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것은 칼 포퍼 경이 무시하고 있는 바로 그 부분에 놓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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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쿤, "발견의 논리인가 탐구의 심리학인가", 1970

천문학의 수수께끼풀이 전통에 상응하는 것이 점성술에는 결코 없었다. 개개의 종사자들의 재능에 일단 의문을 던져 놓고 난 후에 그 재능을 입증시켜 줄 수수께끼들이 없이는 [...] 점성술은 과학이 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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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쿤, "발견의 논리인가 탐구의 심리학인가", 1970

토머스 쿤패러다임 간의 공약불가능성을 주장한 만큼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보다 온건한 자세를 취한다...고들 흔히 알려져 있다.
쿤은 구획 문제가 결정적인 답이 있는 문제라고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답이 있다면 그 단서는 정상과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런 기준에 따를 경우 쿤에게 있어 유사과학이란 과학자들 사이의 '''인상적인 합의'''에 따르지 못하는 것에 가깝다. 유사과학은 기존 정상과학의 패러다임에 제대로 부합되지 못하거나 정상과학이 갖추어야할 요소인 기호, 모형, 가치, 범례 등이 없다.

4.4. 임레 라카토슈


포퍼의 주장과는 달리 그 차이점이 어떤 이론은 여전히 반박되지 않고, 어떤 이론은 이미 반박되었다는 사실에서 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뉴턴이 『프린키피아』를 출판하였을 당시에는 그의 이론이 달의 운동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실제로 달의 운동은 뉴턴의 이론을 반박하였다. 뛰어난 물리학자였던 카우프만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그 이론이 발표되던 해에 반박하였다. 그러나 내가 높이 평가하는 모든 연구 프로그램은 하나의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모두 새로운 사실을 예측했으며, 선행 프로그램이 꿈도 꾸지 못한 사실이나 그 프로그램과 모순된 사실을 예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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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레 라카토슈, "과학과 사이비과학", 1973

라카토슈 임레는 포퍼의 제자이나 쿤 등장 이후에 활동한 사람이기에 쿤의 사적(동적)이고 구조적인 설명방식이 지닌 장점과 그에따른 포퍼의 설명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라카토슈는 단일 과학이론에 대한 비과학성을 따져보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이론들'''에 대한 비과학성을 검토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의 입장은 일정 부분 쿤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포퍼의 반증주의를 더 보강하여, 양자 간의 절충이라 할 수 있다.
라카토슈는 현행 정상과학과 구별되는 과학을 퇴행적 연구 프로그램이라 하였으며, 정상과학은 전진적 연구 프로그램이라 구분하였고, 전진적 연구 프로그램의 특징이 아래와 같으며 동시에 과학자들이 이러한 연구 프로그램을 채택하는 행위야말로 바로 과학의 진보라고 주장하였다.

1) 새로운 사실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고(이론적 진보)

2) 그 예측이 실제로 경험적으로 확인된 경우(경험적 진보)로 다시 분류하였고,

퇴행적 프로그램은 이론상 연역적 결함은 없으나 경험적인 부분에서 설명이 안되는 것을 의미하며, 새로운 현상에 대한 유의미한 예측을 하지 못하거나 이론구조상으로 예측을 시도할 수 없거나 혹은 하지 않는것을 의미한다. 연역적으로 이와 같은 퇴행적 프로그램은 전대 이론으로서, 반증사례를 접하게 됐을 때 이론을 성공적으로 수정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반증사례를 예측해내지 못하고 그때그때 겨우 땜질에만 성공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퇴행적 프로그램은 이론 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새로운 반증사례에 대해 대처를 못하기에 버려지게 되며, 이론들을 취사선택하는 과학자들의 이러한 행동이 과학을 진보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반증되는 것은 "이론" 이 아니라 "일련의 이론들" 즉 연구 프로그램인 것이다.
여기서 유사과학은 이러한 퇴행적 연구 프로그램을 기각하지 않고 붙잡고 늘어지면서 과학의 진보를 저해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어느 특정 연구 프로그램의 접근법으로는 그 무엇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할 때, 그 프로그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유사과학을 저지르는 행위가 된다. 단, 라카토슈는 퇴행적 연구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그걸 전진적 프로그램으로 바꾸려고 시도하는 것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물론 그가 단일 이론에 대한 반증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실험의 결과가 이론과 모순되어 그 이론을 포기하게 할 수 있는 실험을 사전에 명시" 할 때 비로소 과학적 성실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라카토슈의 이론은 실제 과학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 이론적 구성은 세련되고 균형잡혀 있으나 실제로 과학자들에게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다만 라카토슈는 과학철학이 과학자들에게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어떻게 과학을 하는지를 밝히는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파울 파이어아벤트는 과학자들에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못하는 라카토슈의 이론이, 사실상, 자신의 인식론적 무정부주의와 구별되지 않는다고 논하였다.

4.5. 파울 파이어아벤트


역사가 제공하는 풍부한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사람들과, 저급한 본능 — 명료성, 정확성, ‘객관성’, ‘진리’라는 형식 안에서 자신들의 지적 안정성을 갈구하는 본능 — 을 만족시키느라 역사를 빈곤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상황에서 또 인류 발전의 단계에서 옹호될 수 있는 단 하나의 원리가 있다는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그것은 '''무엇이든 좋다'''(anything goes)라는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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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파이어아벤트, 《방법에 반하여》, 1975

파울 파이어아벤트는 포퍼의 제자였다. 그는 과학적 방법에 대한 보편적 규정을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았으니만큼, 과학과 유사과학에 대한 경계는 없으며 과학은 자연에 대한 일체의 미신(주로 부두교를 가리킴)이나 종교적 설명과도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 때문에 유사과학이란 개념 자체가 존재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녔다. 파이어아벤트의 이에 대한 논변에 대해 앨런 차머스 등의 연구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가 과학철학계에 미친 영향은 너무나 커서 이후 논의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을 정도였다. 일부에서는 그 이후 제기되었던 스트롱 프로그램이나 SSK와 같은 논의가 파이어아벤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입장을 펴기도 한다.
파이어아벤트의 시각에서, 지금까지 과학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온 거의 모든 사례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연구자가 방법론을 어겼을 때 발전을 이룩했다는 점이다. 그는 방법론의 틀 안에 갇히는 순간 과학이 죽어버린다고 생각했고, 인류 지성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설, 민담, 신화, 종교적 도그마, 소설, 독창적인 발상, 상상력이 발휘되는 것이라면 뭐든 가져다가 과학 공동체 내로 끌고 들어가야 한다고 보았다. 파이어아벤트가 가장 가치있게 여겼던 시도는 기존의 주류 이론과 가능한 한 모순되는 가설을 세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파이어아벤트의 다원주의적 관점은, 예를 들어, 파이어아벤트는 창조설자들이 성경을 근거로 진화론을 뒤엎으려는 시도에 박수를 보낼 것이 분명하지만, 그 다음에는 거꾸로 북유럽 신화일본 창세신화를 들고 와서 창조론자들을 공격하게 된다는 것 같은 내용이다.
파이어아벤트가 지적했던 통일적이고 보편적인 과학적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과학철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과학사가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기분야에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고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방법을 버렸다.

4.6. 행태적, 심리적 특성을 이용한 구획


다음과 같은 행태적, 심리적 특성이 유사과학의 특징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아니며 일부는 이른바 제도권 과학에서도 많이 발견되기 때문에 서술하는 요소들이 '유사과학을 구분하는 절대적인 요소이다!' 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 논리적 오류가 많고, 핵심도 없거나 있어도 오류에 기반한 것이다. 논문의 형식을 가진 경우 논리의 대부분을 다른 논문에 의존한다. 즉, 겉은 멀쩡하게 보이는데 속을 들여다 보면 대단히 부실하다.
  • SCI로 대표되는 주류 과학계에서 논의되거나 발표된 논문이 전무하다. 유사과학자들은 이들 제도권 연구자들이 고의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묵살하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반박할 가치조차 없어 무시하고 있거나 아예 그 존재를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결론을 정해놓고 발견되는 모든 증거들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체리피킹 하거나 문맥을 무시한 인용을 한다. 제도권 과학의 연구 결과들을 인용하여 권위를 도둑질하려는 행태도 많이 존재한다. 개인적, 종교적, 혹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자신들의 주장을 과학적인 이론인 것처럼 둔갑시켜 이를 정당화하거나 검증하려는 시도도 자주 보인다.
  • 오류를 지적받으면 "상대방의 이해착오", "상대방의 원문 미확인", 혹은 과학계의 진영논리 등으로 증명을 회피한다. 계속해서 지적을 받으면 답글을 달지 않거나 "당신과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내지는 "본문을 더 자세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등으로 대화를 끝마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끔 아래 두 개의 이유 때문에 진짜로 지적하는 쪽이 이해착오를 한 경우도 있다. 물론 그게 유사과학자의 말이 맞다는 뜻이 되지는 않는다.
  • 같은 말만 반복한다. 이의 제기도 무시하고 녹음기처럼 같은 말만 반복한다. 툭하면 인신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 "만연체"로 서술, "정의되지 않은 개념"을 차용, 문장구사에선 "불확정 개념"의 사용이 잦으며, 논점일탈로 주장하는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사유를 자주 끌어들인다. 주장이 불명확한 경우도 발생한다.
  • 기초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면, 지적의 내용이 기초지식의 부재임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비판하기 위해 그것을 꼭 다 알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1]
  • 관련 게시판마다 자신의 연구를 올려놓고 검토를 바란다. 자신의 글이 고의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음모론이 함께할 경우가 많으며, 같은 내용을 계속해서 올려대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 기존에 퍼져있는 논리로 반박을 하면 그들은 세뇌됐기 때문에[2] 자신들을 이해 못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냥 논리가 부족한 것일 뿐인데 그들은 자기들이 이 시대를 이끌어갈 (아니면 미래에 재평가받을) 사람들이라고 착각한다. 이때 천동설 드립을 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지동설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 높은 확률로 논문을 투고하거나 특허를 제출한다. 그리고 거절이 결정된다. 그건 많은 수의 논문 투고자들이 겪는 현상으로 천천히 읽어보면 뭔가 내용에 허점이 있다거나 비약 등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반송하는 경우 '게재불가 사유'를 밝혀주고 수정 보완 된 경우 재심사를 받아준다. 그러나, 대다수의 건전한 과학자들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더 많은 증거를 모아오는 것과는 반대로, 이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고 기존 세력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음모라며 온라인 상에서 성토하는 것에 열중한다. 때로는 시위를 벌이거나 직접 기관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대한수학회에 찾아가 난동을 부리다가 정문 경비원의 코뼈를 부러뜨린 이재율이라든가… 그리고 국내외 관련 전공에 있는 교수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투고하며 투고메일을 블로그에 올려놓는다.[3]
  • 논문을 투고하거나 특허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는 종종 책을 낸다. 왜 혁명적인 내용이라면서 학회에 발표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학회는 세뇌됐기 때문에[4]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유사과학적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쓰는 글에는 사실은 이러이러하지만 주류 과학자/정부에 의해 당신이 속고 있다.와 같은 말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런 말의 이면에는 나 덕분에 당신이 진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당신을 거짓에서 구한 영웅이다.와 같은 심리가 이면에 담겨 있다. 즉 유사과학적 주장을 하면서 자신을 영웅시하여 자존감을 올린다는 것.[5] 이런 경우는 인종간 우위를 구분하려는 유사과학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4.7. 래리 라우든


우리가 합리성의 편에 서서 그렇게 간주된다면, 우리는 우리의 어휘에서 '유사과학'과 '비과학적'과 같은 용어를 버려야 한다. 이러한 용어들은 단지 우리에게 감정적인 역할만 하는 공허한 어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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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라우든, "구획 문제의 서거", 1983

래리 라우든(Larry Laudan)은 과학철학자들이 구획 문제에 대한 답을 주는데 꾸준히 실패했다는 것을 두고 구획 문제는 잘못 제기된 질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곧 '유사과학'이란 정치적 효과를 노리는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사과학', '비과학' 같은 용어은 선동적이고 공허한 어구이고, 합리적이지 않으며, 곧 라우든은 구획 문제의 서거를 선언한다. 과학임을 자칭하는 어떤 주장의 근거와 결과에 따라 좋고 나쁨이 있을 뿐이다. # 따라서 어떤 주장이 유사과학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말고, 그 주장이 근거가 있는지, 믿을 만한지 아닌지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즉, 과학철학의 구획 문제 대신, 인식론의 정당화 문제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론적 측면에서 볼 때, '유사과학자들의 행태적, 심리적 특성'을 이야기하면서 공격하는 것은, 결국 인신공격의 오류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주장하는 사람의 행태적, 심리적 특성이 아니라, 그들의 주장에 따른 근거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라우든은 이러한 관점을 실제 사회 문제에도 적용하였다. 그는 창조과학이 시험가능하고 반증가능하지만, 단지 시험을 통과하는데 실패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창조과학과 싸우는 올바른 방법은 그들의 주장이 “과학이 아니라 종교”라면서 대부분의 과학자들처럼 점잖게 무시하는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무엇이 더 믿을 만한 내용인지 확실하게 검증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논평 : 법정의 과학─걱정의 이유[6] 라우든은 아칸소 재판이 과학이 무엇인지와 과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잘못된 고정 관념을 영구화하고 공인하는 대가를 바치고서 이루어진 것일 뿐이라고 하였다. 이는 과학을 지지하는 세력이 창조론자들의 “과학” 만큼이나 전적으로 구시대적인 과학철학을 옹호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주었다고 여겼다. 왜냐하면 그러한 결과가 창조론자들에게 이용당하기 좋은 허점들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5. 사례



과학철학계에서 '유사과학', '비과학' 같은 용어는 선동적이고 공허한 어구라는 래리 라우든의 주장은 널리 받아들여진 견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구획 문제를 살리려는 철학자들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7] 구획 문제를 다시 살리려는 이러한 몇몇 철학자들은 유사과학이라 불리는 대상들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논거들로 구성되어 있고 여러 측면에서 도드러진 특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들에 대한 평가 그리고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입장을 종합하여 그 목록을 어느 정도 추려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아래 사례들 중에는 일단 반증 자체는 가능한[8] 것들도 있다.
범례
'미스테리', '신비주의'류로 분류되는 것(★)
'음모론'류로 분류되는 것(●)
정치, 경제적으로 악용된 경우(▼)

5.1. 지구과학/천문학/기상학



5.2. 수학/물리/화학


  • 삼등분가
  • 저마늄(게르마늄[9])과 관련 상업 마케팅 ▼
  • 생광석
  • 로또 연구
  • 물은 답을 알고 있다
  • 영구기관
  • 카르노 기관 효율을 초과하는 열기관
  • 원적외선
  • 수소수
  • 육각수
  • 전자파 차단[10]
  • 전자음성현상
  • 종 효과
  • 토션장[11]
  • 파워스톤
  • 피라미드 파워
  • 황금비
  • 퀀텀 에너지 ▼
  • 상대성 이론 논파 주장
  • 우주의 팽창에 관하여

5.3. 생물학/의학/영양학


사이비 과학이 가장 많이 판치는 장. 사기와 사기성 마케팅도 흔하다. 삶과 건강을 직접 다루는 분야다 보니 일반 사람들의 관심도 높고, '''무엇보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중세 이전에는 의료가 일부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종교와 엄밀히 구분되지 않았고, 대체로 민간 전승의 형태로 시행되다보니 종교나 미신의 입김이 현대까지 남아 있기도 하다. 의사들이 환자를 교육할 때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제발 아래 나열된 것들을 그만 신봉하고, 의사 말 좀 듣자!'''

5.4. 언어학



5.5. 심리학/정신분석학



5.6. 사회과학



5.7. 서양 사상



5.8. 동양 사상



5.9. 기타



6. 유사과학 지지자들



6.1. 유사과학 단체



6.2. 유사과학자



6.3. 유사과학서적



7. 관련 문서



7.1. 관련 사건




7.2. 관련 작품



7.3. 기타



[1] 일단 기본적인 의미는 사실이다. 무엇을 비판하기 위해 그것을 꼭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족한 부분을 근거로 '지적'을 받았을 경우 그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여 보완하거나, 지적이 맞을 경우에는 수용하는 게 정상이다.[2] 아니면 고정관념이나 논리력 부족이나 인지부조화 때문에[3] 신동아에서 소개된 바벨탑 이전의 언어를 복원한 수학계의 대발견자카이스트에서 1년 넘게 검토 중이라는 떡밥을 던졌다. 사실은 송달료도 아까워 반송조차 안 될 정도였다.[4] 아니면 고정관념이나 논리력 부족이나 인지부조화 때문에[5] 박진영, '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나보다 타인이 더 신경쓰이는 사람들', 시공사, 2013, p283[6] Laudan, Larry. "Commentary: Science at the bar—causes for concern." Science, Technology, & Human Values 7.4 (1982): 16-19.[7] 관련 문헌: 한상기, "구획 문제는 죽었는가?" (2015)[8] 지구 평면설,영구기관,지구 온난화 허구론,지구 나이 6000년설 등등.[9] 2000년대에 들어 대한화학회에서 게르마늄(독일식)으로 불리던 것을 저마늄(미국식)으로 명칭으로 바꾸었다. 특히 의사과학 마케팅의 경우, 여기에 잘 속는 연령대가 보통 어르신들이다보니 '저마늄'으로 바뀐 걸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게르마늄'을 쓴다. 90년대 이전 출생자들은 저마늄을 게르마늄으로 부르던 세대기 때문.[10] 의학/생물학 문단에도 해당[11] 소련에서 개발된 물리학 이론을 빙자한 것으로, 현대적인 이론 물리학에서 전혀 가정할 이유가 없는 파동 관련 이론을 나열하다가 갑자기 건강 관리로 연결된다.[12] 엄연히 과학적으로 입증된 뇌파랑 헷갈리면 안 된다.[13] polygenic origin theory of races, 1820년 사무엘 모튼이 주장한, 백인과 흑인은 같은 인종의 변형체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인종이며 인종 간에는 지적, 기질적 면에서 생태적인 차이가 있고 인디언은 자기계발을 싫어하고 지식습득이 느리며 복수심이 많아 전쟁을 좋아하는 반면 흑인은 쾌활하고 나태하기 때문에 최하층의 인종이라는 설, 흑인의 과학적 인종주의에 관한 고찰- 보아스학파를 중심으로, 316, 제9권 2집(통권 제17호, 2018년 9월),김혜명[14] 단, 특정 문화권에서의 모계사회는 존재한다. 여기에 쓰여진 항목은 인류 사회가 무조건 모계사회를 거치고 진화한다는 이론을 명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