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해 역사
滄海力士
1. 소개
사마천의 《사기》 『유후세가』에 기록된 인물로, 장량과 더불어 진시황을 척살하려다 실패한 인물.
장량은 회양(淮陽)에서 동쪽으로 가 '창해군'이란 인물을 만났으며("東見倉海君"), 그에게 역사(力士)를 소개받았는데 그가 곧 창해 역사라 불리는 인물이다. 장량은 창해 역사를 위해 120근이나 되는 철추를 만들어줘서 진시황을 죽이려 했으나 실패하자[1] 하비성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2. 그는 어디서 왔는가?
역사상으로는 기록이 단 한 줄 나올 뿐인 수수께끼같은 인물이다. 게다가 '''창해'''라는 지명은 진나라에는 없는 군이다. 사기집해에서는 '창해군'을 '동이의 군장'으로 추측하였고, 당나라 시대의 인물 사마정이 집필한 '사기색은'은 한나라 때 동이의 예군(君) 남려가 투항하자, 그곳에 '창해군'을 설치한 것을 근거로 해서 유사한 지역일 것이라고 추측해서 예맥계 이민족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 무제 시절 예인 28만명이 고조선을 버리고 한나라에 투항하자 무제는 그들을 위해 창해군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사기의 동이열전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무제가 설치한 창해군의 위치에 대해서는 학설이 분분한데 압록강에서 동해안까지 다양하다. 창해군(蒼海郡)은 설치된지(기원전 128년) 3년만에 폐지된 행정명이긴 하지만, 만약 장량의 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의 특정 지역이 창해라는 지명이나 집단명을 써왔고, 이것이 한무제 때 창해군(蒼海郡)이라는 행정명을 붙이는데 영향을 끼친 것이라면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초한쟁패기 혹은 그 이전부터 '창해'를 자칭하는 무리가 있었고, 후에 한무제에게 귀의한 이들이 이 이름을 계승해 사용하길 주청해 창해군이 설치된 가능성이 있다는 것.[2] 일단 사마천이 창해군(倉海君)의 정체를 예맥족으로 추측한 근거는 그러하다元朔元年,武帝年也。濊君南閭等畔右渠,率二十八萬口詣遼東內屬,武帝以其地為蒼海郡,數年乃罷
원년(기원전 128년)에 예군(濊君) 남려(南閭) 등이 우거(右渠)를 배반하고 28만구(萬口)를 이끌고 요동(遼東)에 귀속하였으므로, 무제(武帝)는 그 지역으로 창해군(蒼海郡)을 만들었으나, 수년 후에 곧 폐지하였다 - 《후한서》 동이열전 번역출처
반면, 장량이 만났다던 창해군이 진(秦)나라의 현인이었다는 설도 있고 남쪽의 이민족 제오(諸奧)의 군장으로서 월나라가 초나라에게 멸망하자 월왕 무강(無彊)의 아들이 독립하여 스스로를 창해군(倉海君)이라고 칭했다는 기록이 있으므로 그 사람을 가리킨다는 설도 있다.
3. 한반도와의 연관성?
대한민국에도 창해역사에 대한 전설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것이 조선시대 학자 홍만종이 쓴 순오지에 의하면 예국의 노파가 시냇가에서 호박만한 알이 떠내려 오는 것을 주워 두었더니, 얼마 안 되어 알이 두 쪽 나며 남자아이가 나왔다. 그 아이 얼굴이 보통 사람이 아니었으며, 6세가 되자 키가 8척이나 되고 얼굴빛이 검어서 성인과 같았으므로 검을 ‘여(黎)’자를 성으로 삼고 이름은 용사(勇士)라 불렀다. 여용사가 예국의 호랑이를 퇴치하기도 하고, 만 근이나 되는 종을 옮기는 등 괴력을 발휘하자 왕은 상객으로 대우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죽은 곳은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홍만종은 여러 기록을 예로 들면서 예국이 예전에 강릉에 있었으며, 진한시대부터 중국과 상통하였고, 오대산에 창해군이라는 옛터가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확실히 믿음직한 말이라고 언급하면서, 창해 역사는 한국 사람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강릉에 있던 동예는 실직곡국, 파조국과 함께 창해삼국이라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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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해 역사가 썼다고 전래되는 철퇴도 사진과 기록으로 남아있다. 황성신문 1909년 10월 27일자 기사는 영국의 ‘깃지나 원사’(보어 전쟁, 1차세계대전의 명장인 영국의 '허버트 키치너' 육군 원수를 일본식 발음으로 표기한 것)[3] 가 한국으로 와서 궁내부 박물관에 들렀다가 창해역사의 철추를 잠시 빌려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며칠 뒤인 11월 2일에는 깃지나 원사가 경부선 열차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실려 있다. 이 철추에 대한 행방은 동아일보 1929년 11월 7일에 등장한다. 동아일보 기사는 1909년 11월 6일자 대한민보를 다시 기록하면서 깃지나 원사가 철추를 보고 돌려주었는데, 어제는 일본군 사령부가 보겠다고 가져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연히 이 철퇴가 진시황 암살에 사용된 철퇴일리는 없다. 일단 시황제에게 날라간 철퇴가 돌고 돌아 한반도까지 오는게 불가능하고 설사 그게 가능했다 하더라도 이런 엄청난 유물이 2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번도 사서에 기록된 적이 없었던 걸로 보아선 대한제국 후기에 만들어진 모조품일 것이다.
결정적으로 철은 매우 산화가 잘되는 금속이다. 2천년간 저 형태를 유지하며 떠돌아 다닐 수가 없다. 다 바스라져서 형태도 알아 보기 힘들게 되었을 것이다. 당장 삼국시대의 철제 검 유물을 보면 알 수 있다. 오랜세월 땅속에 묻혀 있었음에도 산화가 일어나 간신히 형태만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군다나 저 시기의 조잡한 철기 제조 수준으로 2천년간 지속된 철제 무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4. 대중매체에서의 모습
- 초한지에서는 장량은 평소 진시황을 노리고 있었으나 황제의 경비가 삼엄해서 자신의 능력으로는 안 될 것이라 판단하고 수소문 끝에 천하장사로 소문난 창해 역사를 포섭해 박랑사 계곡에서 진시황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진시황은 평소에 여러 번 암살 위협을 겪고 있었으므로 자신이 타고 다니는 수레와 같은 가짜를 몇 대 더 만들어서 순행을 하고 있었다. 이에 장량은 고심끝에 가운데 수레를(판본에 따라 세 번째 수레라고도 한다) 진시황이 타고 있다고 판단해 창해 역사로 하여금 철퇴를 던져 명중을 시켜 좌중을 혼란케 했으나(이 역시 어떤 책에는 창해 역사가 직접 철퇴를 들고 돌진한 걸로 되어 있다) 그 수레는 텅 비어있었고 바로 앞 수레에 진시황이 수레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더란다. 그러자 장량은 일이 실패했음을 알고 이름과 외모를 바꾸어 멀리 도망쳤다고 하는데 문제는 바로 창해 역사의 행방이다.
- 어떤 책에는 창해 역사가 계속 남아 진나라 군대를 살해하다가 붙잡혀 능지처참되었다고도 하고, 장량이 도망치기 위해 시간을 끌다 자살을 하였다고도 하고, 일이 실패하자 장량과 같이 도망쳤다고 하는데 어찌되었든 창해 역사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 이문열의 초한지에서는 창해군을 중국 동해안에서 다수의 역사(力士)를 육성하던 협객 정도로 간주하고 창해 역사를 창해군 산하 역사 중 한 명으로 보고 있다.
- 초한전기에서는 제나라 군 출신으로 사냥으로 연명하면서 진시황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다가 장량을 만나서 뜻을 같이 하고 진시황을 노리다가 다른 수레를 박살낸 후 수적 열세에 중과부적으로 사망한다.
- 류기운, 문정후 만화 초한지에서도 등장. 장량과 함께 박랑사에서 진시황 암살을 기도한다. 문제는 황제가 탄 수레가 여러 대 나타났고, 창해 역사는 그 중 하나를 부쉈는데 허탕을 치고 만다. 창해 역사는 다른 수레도 부수려고 했지만 진나라 군졸들에게 사로잡힌 뒤 처형당하기 전에 수레바퀴에 머리를 부딫혀 자결한다. 역사라는 이름과 무협지를 자주 그렸던 문정후 작가였던 만큼, 철퇴의 모습도 기록에 나오는 묘사보다 더 커서 기습이라지만 철퇴 한번에 마차 하나가 박살날 정도의 엄청난 크기의 철구를 쉽게 휘두른다.
- 고우영의 초한지에서는 역사가 원래 조선 사람이나 피치 못할 사정[4] 으로 중국으로 도망쳐 장량을 만난 걸로 되어 있다. 진시황을 노리다가 다른 수레를 철퇴로 내리친 직후, 호위병들이 즉각 창칼로 난도질해서 고깃덩어리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장량은 자신의 실수로 아까운 사람만 죽게 했다며 크게 자책한다.
[1] 살해 위협을 대비한 진시황이 수레를 여러대 끌고 왔고, 장량이 지목한 수레가 빈 수레라 실패했다.[2] 실제로 한사군 중 진번군이나 임둔군이라는 지명들이 이렇게 작명되었다. "조선"이라는 이름도 낙랑군의 치소 조선현(지금의 평양)으로 그 이름을 400년간 이어간다.[3] 당시 극동 순방 중이었으며 아래에 나온 것처럼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이토 히로부미의 국가장에 영국 조문사절로 참석하기도 했다.[4] 장량이 이유를 물어 보자 한숨을 푹 쉬며 '그것만은 절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라며 거절한다. 거사 전날 마지막으로 거나하게 술을 나눌 때 고래고래 소리를 치는 모습을 보고 장량은 치정 문제(...)로 짐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