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젬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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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젬'''은 러시아 남부와 우크라이나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의 흑토를 말한다. 우크라이나가 대표하긴 하지만 유럽러시아 남부와 카자흐스탄 일부, 미국 대평원 북부지역에도 분포한다. 표면이 인산, 암모니아가 풍부한 부식토로 이루어져 있고, 우크라이나의 대부분 지역에 덮여 있다. 체르노젬 덕분에 우크라이나 일대는 고대부터 곡창지대로 유명했다.[2] 체르노젬은 러시아어로 '검은 흙'이란 뜻이다. 부식토가 거름 비슷한 색이기 때문인데, 고대 이집트도 자신들의 비옥한 나일 강 유역은 검은 땅이라 부르고 주변의 사막은 붉은 땅이라 불렀다.
2. 상세
체르노젬은 서부와 북부 일부를 제외한 우크라이나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헝가리의 푸스타와 마찬가지로 평지 지역에 속한다. 이 지역은 강수량이 숲이 우거질 정도로 충분하지 못한 대신 사람 키만한 1년생 식물들이 주로 자라는데, 이런 식물들은 겨울이 되면 그대로 비료가 된다. 목본식물(나무)가 자랄만큼 강수량이 충분하지 못하기에 초본식물(풀)이 이 지역 식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계절 변화가 있는 지역 특성상 풀(초본식물)은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게 된다. 따라서 겨울에 죽은 풀은 그대로 쌓인채 마르고 썩게 되고, 이렇게 (풀)잎이나 줄기가 썩어 흙이 된 것이 바로 부엽토이다. 그리고 부엽토는 식물을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일부러 화분에 넣을만큼 흙 자체가 좋은 비료가 된다. 이 부엽토에서 무성하게 자란 풀들은 또 그 다음에 겨울에 죽어 그 자리에 쌓이고, 이것이 썩어 부엽토가 되기를 기나긴 세월동안 반복한 것. 게다가 이 지역에는 토지의 영양분을 대량으로 소모하는 나무가 자라지 않기에 지력이 소모되지 않고 계속 축적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엽토가 수 미터씩 쌓인 것이 바로 체르노젬의 정체이다.
그렇다고 강수량이 지나치게 부족한 것은 아니라 밀을 키우기에 적당한 정도의 비가 내린다. 애초에 밀 등의 곡식은 나무에서 열리는 것이 아니라 풀에서 열리는 것이고, 흑토지대의 형성 원리상 풀이 자랄 정도의 비는 내린다. 물론 과수원이나 쌀 등 물을 많이 소모하는 작물을 키우려면 관개공사를 통해 강물등을 끌어와야 하지만, 비옥한 토질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조건이 갖추어진 셈이다. 그래서 막말로 '''씨만 뿌리면 손을 놔도 저절로 농사가 되는''' 기적의 땅이라고 할 수 있다.[3]
곡창지대이기 때문에 키예프 공국외에도 역사적으로도 스키타이, 고트족 등 여러 민족들이 거주하거나 지나온 곳이기도 했다.[4]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이 우크라이나를 지배했을 당시에도 체르노젬에서 생산된 농작물이 드네프르 강과 비스와 강 수운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수출되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남부의 체르노젬 평야는 매우 비옥한 토지이기 때문에 고대부터 밀농사가 많이 발전했으나, 평야 지대 특성상 유목민족의 공격에 취약하였다. 이 지역은 양날의 검과 마찬가지로 장악한 국가가 전성기를 누릴 때는 번영에 크게 기여하였으나, 외침이 잦고 방어가 힘들어 쇠퇴기를 앞당기는 역할도 했다.[5] 따라서 비옥한 토질에도 불구하고 다른 유라시아 곡창 지대에 비해서 인구 밀도가 상당히 적은 편이다.[6]
19세기에 러시아 제국 당시에 러시아 제국내에서도 밀농업의 비중이 높았던 곳이기도 했다. 러시아 제국도 폴란드-리투아니아와 마찬가지로 주 수출품이 체르노젬 지대에서 생산된 밀이었다. 소련시절에도 카자흐스탄 북부지역과 함께 매우 중요한 농업지역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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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체르노젬의 위용을 나타내는 지도. 1888년부터 1980년까지 우크라이나-볼가강 지역의 비옥도 감소 비율을 나타낸 지도다. 색이 붉어질수록 비옥도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시뻘겋게 변한 볼가강 중류의 카잔-사마라와 달리 우크라이나 지방은 비옥도가 거의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소련 시절 농업이 여러차례 삽질을 하며 토양의 비옥도를 감소시키는 와중에도, 우크라이나 체르노젬 지역은 비옥도가 거의 감소하지 않았다.
체르노젬은 광활한 면적의 스텝 지대에 속해 있다.
사실 이름만 봐도 알겠지만 체르노빌이 지어진 땅도 체르노젬 지대에 속하는 곳이다.
[1] 러시아어에서 ё는 'ㅛ'와 유사하게 읽힌다.[2]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르고 호의 원정에서 언급하는 황금 양털이 바로 우크라이나 흑토 지대의 밀에 대한 은유라는 해석이 있다. 고대 그리스와 우크라이나 흑토 지대의 곡물 무역은 본격적으로 기원전 7세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3]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씨만 뿌리고 손을 놓아버리면 잡초가 창궐하게 되므로, 계속 손을 대야 한다.[4] 우크라이나 역사에서도 체르노젬은 매우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5] 훈족에게 밀려난 고트족, 몽골 제국에 정복당한 키예프 공국, 크림 칸국의 약탈로 이 지역 관리에 애를 먹었던 리투아니아 대공국 등의 사례가 있고, 학자들에 따라서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소련을 침공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 흑토 지대가 포함되었다 보는 견해도 있다.[6] 물론 우크라이나 대기근과 독소전쟁으로 많은 인구가 전쟁으로 희생당했고, 전후 베이비붐이 끝난 이후로 인구증가율이 크게 떨어져서 인구상승이 정체되었으며 소련 붕괴 이후로 인구가 빠르게 감소중이라서 그런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