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흐미네
1. 샤나메의 등장인물
تَهمينه (페르시아어)
Tahmina, Tahmineh (영어)
10세기 이란의 작가 페르도우시의 서사시 샤나메(Shahnama, 王書)의 등장인물.
샤나메에서 가장 비극적인 부분 중 하나인 로스탐과 소흐랍 이야기에 등장한다. 타흐미나는 오늘날 아프가니스탄 지역에 있는 도시인 사만간의 왕의 딸이다. 어느 날 이란의 대영웅 로스탐(루스탐)이 사만간 근처에 사냥하러 왔다가 애마 라흐시를 잃어버린다. 사만간의 왕이 로스탐의 명성을 듣고 그를 이용하기 위해 라흐시를 몰래 빼돌린 것이다. 분노한 로스탐은 라흐시를 찾다가 사만간에 쳐들어오고, 사만간의 왕은 로스탐을 안심시켜 자신의 성에 하룻밤 묵게 한다. 로스탐의 영웅담에 매료되었던 타흐미나는 그날 밤 로스탐을 찾아가 열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이에 감동한 로스탐과 타흐미나는 바로 결혼식을 올린다. 로스탐을 사위로 얻은 데 만족한 사만간의 왕은 짐짓 모르는 척 하며 로스탐에게 라흐시를 돌려준다.
그러나 애마를 되찾은 로스탐은 고국 이란으로 돌아가야만 했고, 임신한 타흐미나에게 자신의 보석 부적을 주어 자식에게 증표로 삼게 했다. 이후 타흐미나는 아들 소흐랍을 낳는다. 소흐랍은 용맹한 전사로 성장했고,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인 로스탐에 관한 영웅담을 들으며 자란 소흐랍은 이란에 쳐들어가서 아버지를 찾으려 한다. 그러나 이란의 적대국인 투란의 왕 아프라시압이 속임수를 써서 이란과 투란의 전쟁에 소흐랍을 이용하고, 결국 루스탐과 소흐랍은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전장에서 격돌하게 된다. 격렬한 싸움 끝에 결국 소흐랍이 치명상을 입고, 로스탐은 소흐랍이 죽기 직전에서야 그가 가진 부적을 보고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된다. 자기 손으로 아들을 죽이고 만 로스탐은 절망에 빠져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부자 간의 골육상쟁을 막지 못한 타흐미나 역시 슬픔에 빠진다.
2. 아르슬란 전기의 등장인물
2.1. 개요
일본의 작가 다나카 요시키의 판타지 소설 아르슬란 전기의 등장인물. 을지 해적판에서는 다하미네, 서울문화사판에서는 타하미네로 이름이 번역되었다.
파르스의 왕비로 안드라고라스 3세의 아내이자 아르슬란의 어머니이다. 이야기가 시작될 때의 나이는 서른 여섯 살. 경국지색이라는 말로도 묘사하기에 모자랄만큼 대단한 미녀로 묘사된다.
2.2. 작중 행적
안드라고라스 3세가 왕이 되기 전, 파르스의 에란(대장군)이던 당시 공략해 멸망시킨 바다흐샨 공국을 다스리던 공왕 케유마르스의 귀비였다. 사실 처음엔 그 나라 재상의 아내였는데, 케유마르스 공왕이 강제로 그녀를 빼앗아 버렸고 결국 재상은 '''자결'''해야 했다. 그리고 공국이 멸망하자 케유마르스 공왕이 '''자결'''(…)해야 했다.[1] 그녀를 본 안드라고라스는 형이자 왕이었던 오스로에스 5세에게 다른 모든 포상을 외면한 채 그녀를 달라고 했다. 여자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던 안드라고라스의 변화에 궁금증이 생긴 오스로에스 5세는 그녀를 몰래 훔쳐보게 되었고 그 순간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파르스 왕가의 '''안 그래도 복잡한 궁중 비사를 한 번 더 꼬아놓는''' 원인이 된다. 이는 이전까지 나름대로 좋았던 형제의 사이를 갈라놓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고, 이후 오스로에스 5세가 타흐미네를 빼앗은 후 보인 안드라고라스에 대한 견제와 그에 따른 안드라고라스의 불만 등이 오스로에스의 죽음과 관련된 수많은 억측과 이야기를 낳았다.
얼핏 보기에는 정숙하고 조용한 여인이지만 감정이 없고 차가운 모습만을 보이며, 남편인 안드라고라스는 물론이고 아들인 아르슬란에게도 전혀 어미로써의 정을 주지 않았다. 이후 엑바타나가 함락되면서 루시타니아 군에게 포로로 잡히게 된다.
이교도라며 그녀를 사형에 처하겠다던 루시타니아 왕 이노켄티스 7세는 직접 타흐미네를 보고는 그녀에게 반해 결혼하겠다 발표하며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 형을 비웃던 왕제 기스카르조차 타흐미네를 한번 본 후 형이 반할만 하다며 심한 갈등에 빠졌을 정도였다.[2] 대사교인 장 보댕은 그녀나 안드라고라스 3세를 마르얌 왕인 니콜라오스 4세 내외처럼 산채로 화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평소 보댕의 말이라면 무조건 듣던 이노켄티스가 이 일 만큼은 고집을 부릴 정도로 그녀에게 푹 빠져 있었다. 대신들도 정복한 나라 이교도 왕비에 나라를 2개나 멸망시키고 4명의 남편을 파멸시킨 재앙같은 여자라고 불길하다며 결사반대했으나 이노켄티스는 자신은 이알다바오트 신을 믿어서 괜찮다며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나중에 안드라고라스가 기스카르를 인질로 잡아 탈출하며 그녀를 데리고 빠져나간 걸 알게 되었을때도 이노켄티스는 절규하며 날뛰었다.
이후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에서 아들인 아르슬란에게 구출되고, 아들에게 출생의 비밀을 밝힌 후 옛 바다흐샨 공국이 있던 곳으로 가서 여생을 조용히 보내게 된다.
이후 한동안 등장이 없다가 12권에서 등장하는데 아르슬란이 찾아갔지만 여전히 차갑게 대하며 자신의 친딸을 찾는데에만 집착한다. 당연히 아르슬란의 신하들은 타흐미네의 태도에 불만을 표한다.
2.3. 그녀의 비밀
아르슬란은 그녀의 친아들이 아니다. 안드라고라스 3세와의 사이에서 딸을 출산했으나, 파르스에서 딸은 왕위를 계승할 수 없도록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안드라고라스는 딸을 몰래 버리고 평범한 기사의 아들인 아르슬란을 데려다가 친아들인 척 하고 왕세자로 삼고 키우게 된 것이다.
2.4. 이야깃거리
미모만으로 따지자면 미인이라고 작가가 그렇게도 강조하는 파랑기스와 쌍벽을 이룬다. 전형적인 '아무 것도 안 하는 팜 파탈' 캐릭터로, 바다흐샨 공국의 재상, 케유마르스 공왕, 안드라고라스 3세, 오스로에스 5세, 다시 안드라고라스 3세, 그리고 이노켄티스 7세에 이르기까지 열국의 왕후장상이 모두 그녀를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홀려 버렸다. 히르메스는 숨어있던 그녀를 발견하여 잡아들일 때 16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얼굴 그대로라면서 남자의 정기를 얼마나 빨아먹었기에 전혀 달라진 게 없이 미모를 유지하는 요물같은 년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달리 말하자면 '''철천지 원수한테조차도 아름답다는 말을 들을 정도'''.
물론 이 여자도 알고보면 불쌍한 여자다. 타고난 미모 하나 때문에 본래 남편은 죽어야 했고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물건처럼 넘겨지면서 겉보기만 화려할 뿐 실은 비참한 삶을 살았으며,[3] 하나뿐인 자식조차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편이자 아이의 친부가 딸이라는 이유로 갖다 버려 생이별하는 기가 막힌 꼴을 당해야 했다. 그러더니 적국의 포로 신세가 되어 이교도의 왕비라고 처형당할 뻔하고, 그나마 죽음은 면했으나 웬 덜 떨어진 남자가 왕이랍시고 찝적대는 꼴을 싫다는 내색도 못하고 받아 주어야 했다. 이노켄티스가 청혼했다는 소식을 듣은 나르사스는 미모가 불행을 가져온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안타깝게도 이 여자에게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파할 만한 의지나 능력은 없었다. 새 남자를 거부하고 죽음을 택하는 용기도, 남편을 도와 적을 물리치거나 자신을 빼앗아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지혜도 없었고, 그렇다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남자에게 영향을 끼치려는 행동력도 없었다. 자신의 신변 이외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삼이 엑바타나 성에 있는 굴람(노예)들에게 자유를 허락하도록 진언할 때도 이 나라는 신분제도의 기초를 흔들 수는 없다며 망설이다 결국 생각해 보겠다는 애매한 말로 마무리한다. 상식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위급상황이라면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었을 것이련만 결국 거기서 끝이었다. 작중에서 그녀가 취한 가장 큰 '액션'이라는 것이 고작 이노켄티스 7세에게 자신이랑 결혼하고 싶다면 안드라고라스를 죽여 목을 바치면 허가하겠다고 한 것과 안드라고라스가 기스카르를 인질로 삼아 타흐미네를 넘길 것을 요구했을 때 안 가겠다고 버텨본 정도이다.
물론 나라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행동력이나 지혜, 용기를 겸비한 큰 그릇은 모든 사람이 다 갖출 수 있는 게 아니긴 하다. 타흐미네는 '''얼굴은 매우 예쁘지만 딱 거기까지인,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 것이다. 미모만큼 뛰어난 정신력이나 능력은 안타깝게도 갖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작중에서도 표현하듯이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결국 그녀가 기다리는 것은 그저 꼴도 보기 싫은 남편이 콱 죽는 것과 자신을 구해줄 아르슬란 같은 구세주였겠지만.
기구한 인생이 그녀의 성격을 냉담하고 우울하게 바꾸어 놓았으나, 근본이 나쁜 악인은 아니다. 아르슬란에게 냉담하게 대한 것은 아르슬란이 미워서라기보다 작중에서 본인이 말하는 것처럼 아르슬란을 볼 때마다 잃어버린 자신의 딸이 생각나서였다. 훗날 아르슬란에게 출생의 비밀을 밝힐 때도 "나한테 달려들어 욕하거나 때릴 줄 알았는데 왜 안 그러느냐"고 묻는 걸 보면 지가 못할 짓을 했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듯 하나, 이는 동시에 물론 아르슬란이 그런 짓을 할 인간성이 아니라는 것조차도 모르고 작중 언급대로 '아르슬란이라는 한 명의 인간을 전혀 알려고 하지도 않은' 무신경한 모습이기도 하다. 사실 타흐미네 입장에서 보면 딸 생각이 아니더라도 아르슬란은 원수같은 '자칭 남편'이 어디 가서 주워온 생면부지의 소년 A에 불과하므로 정을 줘야 할 이유를 딱히 찾기도 뭐하다만, '''그렇다고 그녀가 잘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작중에서도 기이브와 나르사스의 대사로 '안드라고라스와 타흐미네는 아르슬란한테 아무런 도움도 안주고 민폐만 끼쳤다'는 평을 받을 정도다.
이런 답답한 태도 때문에 작가인 다나카 요시키의 평면적 캐릭터들을 지적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 정도로 왕들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여성이라면 훨씬 입체적인 설정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저 '존내 킹왕짱 예쁨. 남자들이 다 뻑가서 이리저리 팔려다녀서 불쌍. 끝'이라는 식으로 보는 입장에선 속이 터지게 묘사되어 버렸다. 물론 이것이 말 그대로 의미의 팜 파탈이나, 타흐미네가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운명의 희생자, 비련의 여인이라는 것을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묘사할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부 내내 그냥 뭔가 신비한 여인이란 식으로 나오다가 1부 마지막 권에 가서 한두 페이지 할애해서 사실 불쌍한 여자라고 찍 쓰고 끝냈으니.
그녀의 딸의 행방이 떡밥인데, 안드라고라스와 타흐미네의 친딸이다보니 정통성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왕자의 약혼자 포지션으로 플래그가 설 수도 있는 문제. 정통 왕가 핏줄이라 아르슬란과 대립할 수 있지 않냐는 의견도 있지만 파르스는 여성은 왕위에서 배제되기에 가능성이 없다. 게다가 모두가 아르슬란과 커플이 될 거라고 예상했던 스포일러가 이렇게 된 데다가 친딸일지도 모르는 인물이 등장해서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결국 그 여인 레이라가 진짜 딸로 드러났다.
그래도 마지막에서만큼은 용감하게 당찬 왕비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2.5. 결말
마지막 권에서 고향이 사왕군에게 점령당하면서 포로가 되었다. 이때 자하크에게 납치되어 강제로 그의 후궁이 된 옥서스 여사제 레이라가 실종된 그녀의 친딸임이 밝혀지고 레이라와 모녀상봉을 하게 된다. 그러자 이를 알게 된 자하크가 엑바타나 공방전 때 타흐미네와 그녀의 딸 레이라를 끌고와서는 모녀에게 아르슬란한테 항복하라는 말을 하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타흐미네는 절대 그럴 수 없다며 끝까지 거부했고 레이라 역시 어머니와 함께 거부하였다. 이에 화가 치민 자하크는 모녀를 협박했으나 그래도 굴하지 않자 할수없이 포기하여, 그리도 찾던 딸과 겨우 상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함께 자하크의 검에 참수되어 죽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2.6. 기타
아라카와 히로무의 코믹스판에서는 신비한 여성으로 그려졌다(위 그림 중 두번째). 비련의 여인이라기엔 너무 후덕한 거 같다... 1화에서는 바흐리즈랑 검술 연습을 마치고 나오다가 마주쳐 '아버지와 같이 훌륭한 왕'이 되겠다는 어린 아르슬란을 무시하며, 사랑한답시고 금은보화만으로 그녀의 환심을 사려는 안드라고라스에게도 냉담한 모습 을 보인다. 물론 이노켄티스한테도 마찬가지. 몇 가지 디테일한 신의 추가 외에는 소설판과 거의 일치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애니메이션 성우는 OVA판이 야나가 카즈코, 우리말 성우는 정경애. 2015년 아라카와 판이 타나카 아츠코가 맡았다.
[1] 작은 나라인 바다흐샨 공국은 신두라와 파르스를 두고 고민하다가 신두라파가 정쟁에서 이겨 파르스 대사를 추방하고 친 신두라 정책을 취했다.이에 분노한 당시 파르스 샤오 오스로에스 5세는 에란(총사령관)으로 아우인 안드라고라스와 군대를 보내 바다흐샨을 멸망시켰다. 신두라도 지원군을 보냈지만 파르스군이 부교를 파괴하여 신두라군을 저지했다. 신두라군이 치열한 싸움 끝에 파르스군의 저항을 물리치고 도착했을 때는 이미 파르스에게 먹혔던지라 할 수 없이 본국으로 돌아갔다.[2] 그렇지만 기스카르는 형과 달리 타흐미네에 대한 집착을 쉽게 포기했다. 기스카르도 미녀들을 데리고 하룻밤을 즐기곤 했지만 그는 절제가 확실하며 여자에 매달리는 타입은 절대 아니다.[3] 생각해보면 말이 남편들이지 전혀 사랑하지 않는 남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강간당하며 살아온 것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