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도 사실은 불쌍한 녀석이었어
1. 개요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와 함께 악역을 이긴 후에 흔히 나오는 클리셰. 본격 겁나게 두들겨놓고 용서하기 2탄. 오늘은 이만 물러가주지의 주인공 판이다.
악당은 확실히 나쁜 놈이긴 한데 '''알고 보니 환경이 그를 악하게 만들었다'''는 전개다. 전투 전에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등 복선을 뿌려놓기도 하며, 잘 쓰면 스토리를 극적으로 만들면서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와 같이 악역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독자들의 호감도를 올릴 수 있다.
세상엔 언제나 처음부터 나쁜 악당만이 존재하지 않으며, 현실에서도 다수의 가해자들은 극단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뒤틀린 경우가 많다. 따라서 창작물에서도 어떤 과정을 통해 악역이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동기를 설명하는 것은 작품의 질과 개연성, 현실성과 연결되는 중요한 요소이며, 죄를 개인의 자질 문제로만 치부하지 않고 환경을 개선하자는 주제의식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또한, 독자들은 악질 범죄자의 수사기록을 읽고 싶은 게 아니라 개연성을 갖춘 이야기를 읽고 싶어한다. 그래서 작가들은 창작물 속의 이야기를 보다 완전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고, 그에 따라 악역과 범죄자들에게 과거와 사연을 부여하게 된 것이다.
2. 남용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동정에 호소한 오류가 된다. 법원에서 피고인의 태도는 '''양형 참작사유'''[1] 지, '''범죄 성립여부'''[2] 를 참작하지는 않는다. 즉, 불쌍한 과거가 있다고 해서 범죄를 짓지 않았다고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이런 논리로 범죄자들을 옹호해버릴 경우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와 피해자의 사정이 잘못하다가 묻혀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할수도 있다.[3] 게다가 불쌍한 사연 품은 악역들에게 피해를 입는 건 악역들의 복수의 대상 외에도 '''무관하고 무고한 사람들'''[4] 도 엄연히 포함되는 케이스도 많다.[5]
그러나 '불쌍하다 = 선량하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다보니 '''범죄를 저질렀지만, 과거가 불쌍하므로 죄가 없다'''로 착각하기 쉽고, 이를 작가들도 그대로 차용하여 "이 캐릭터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라고 자칫 언더도그마에 빠져서 잘못된 정당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해자에게도 사연과 정의가 있다고 옹호하면서, 주인공이 공정한 중립이랍시고 피해자에게 무조건적인 용서를 강요할 수도 있다. 여기 더해서 속죄를 요구하는 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묘사할 수도 있다. 극우 미디어물에서 자주 보이는데, 이는 만행을 부정하는 일본 극우 정치적 인사들의 태도가 일본의 우경화로 서브컬처에까지 영향을 미쳤기에 이런 상황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들도 있다. 물론 극우미디어물이 아니지만 이러한 경향이 나타는 작품들도 있는데, 제일 대표적인 게 바로 나루토다.
현실에서도 불쌍한 사연을 지닌 가해자가 정작 해치는 건 '''자기와 관련 없는 불특정 대상/약자'''인 경우도 상당하다는 것 역시 고려해야 한다. 가해자에게 과거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줬던 사람들이 보복당하는 경우도 없잖아 있지만,[6] 대부분의 가해자들이 타깃으로 지목하고 건드리는 건 보통 자기가 범죄 대상으로 건드릴 수 있는 약자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7] 그리고 이렇게 가해자에게 피해를 입는 무관하고 무고한 이들의 경우, 가해자에게 무슨 사연이 있던 간에 그들이 가해자의 가해 행위를 받아주고 용서해줘야 할 필요나 의무도 없음을 명심해야한다.[8] 정작 그렇게 억울하게 희생당한 희생자들이나 희생자들의 연관자들은 그 숫자가 어마무시하더라도 악역이 한 번 사연팔이하거나 갱생했답시고 '''걍 묻히는 겨우''' 아니면 '''그래도 용서해라''' 하면서 아군 측에게 사회적 합의를 제안해 들어주는 경우 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또한, 그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복선도 없다가 갑작스럽게 불쌍한 과거가 흐르는 경우도 있다. '''전투에서 과거 회상이 나오면 진다'''라는 클리셰와 일맥상통하는 것인데, 급하게 정당화시키듯 무리하게 펼쳐놓는 눈물겨운 스토리는 독자들이 거부감을 느끼기 쉽다. 실제로도 이런 전개의 스토리에 점점 질려하는 독자들이 나타나고 있으며[9] 오히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런 전개가 유행타던 시기를 떠나서 사연을 판다고 쳐도 용서해주지 않고 끝나는 경우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결정적으로 이런 전개는 작가의 스토리텔링과 연출이 매우 중요해서 이게 안 따라주는데 무작정 이 클리셰를 따르면 소위 말하는 억지스러움이 강하게 묻어난다는 평가를 받게 되고 독자들이 몰입을 못 느끼고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기 쉽다. 잘못 남발되면 정말로 스토리 자체를 해치기도 하고 오히려 이 클리셰를 따른 캐릭터의 평가까지 함께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호불호를 크게 탄다.
이 클리셰에 반대하여 악역의 과거를 밝히지 않는 창작물 속에서도 독자들에게 악역이 악행을 벌이게 된 이유를 추측할만한 단서를 아주 조금이라도 주는 작품이 많다. 하치야 아이의 경우, 직접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지만 아버지에 의해 그렇게 되었다는 추측은 가능한 수준으로 단서를 준다.
3. 전쟁물인 경우
여기서 말하는 전쟁은 단순히 선-악의 구도가 아니라 국가-국가의 경우를 뜻한다. 즉, 분명히 빌런인데 도저히 빌런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경우. 이 경우는 실제로 주인공 측에 반대되는 입장에 악행을 저지르는 세력이나 인물인데도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을 지경의, 더 나아가 '''주인공이 과거에 저지른 악행이나 범죄에 의한 피해자'''인 인물을 가리키거나, 혹은 작품 자체가 나쁜 놈VS더 나쁜 놈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우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웹툰 '''카산드라'''의 헬레네가 있겠다. 그리스도 막장, 트로이도 막장.
4. 반대 케이스
자살과 마찬가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기 때문에 마음을 굳세게 먹고 악당에게 동정의 여지를 주지 않는 창작물도 존재한다.
- 웨스노스 전쟁의 시나리오 중 하나인 "Descent into Darkness"의 마지막 장면
마술의 자질을 보인 주인공이 오크로부터 자신의 가족과 마을을 지키기위해 네크로맨서가 되었다가, 결국 그 선택으로 인해 모두에게 버림받고 리치가 된 뒤에 퇴치당하는 내용으로 마지막 시나리오에서 주인공이 최후를 맞을 때 나오는 대사가 바로 위의 대사다. 시나리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 클리셰에 해당되지만, 영웅의 저 한 마디가 그 반대 개념도 제시한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은 가끔씩 언데드를 이끌고 오크사냥을 나서면서 드워프, 인간, 엘프 할 것 없이 보이는 정찰대를 모두 죽였기에 죄가 없는 것도 아니다.영웅 "이제 그의 악행도 끝났군."
부하 "저는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째서 악에 빠졌는지 궁금하군요."
영웅 "그와 부하들이 언데드의 길을 걸은 이상, '''그는 우리의 동정을 바랄 권리를 버렸네'''. 그가 어떤 자였는지가 중요한가?"
부하 "아뇨.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클리셰는 강풀의 만화들에서 많이 남용되는 클리셰다. 등장하는 배달부 소년이 아버지에게 '''"류승혁은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연쇄살인을 했을까?"'''하고 묻자 그 아버지는 이렇게 답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류승혁의 과거는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그런 놈 따위에게 구구절절한 사연 따위는 필요없다. 사연이 있는 놈들이 다 살인자가 되었다면 이 세상엔 살인자가 넘쳐날 거야. 그런 놈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란 결국 다 핑계일 뿐이지. 궁금할 것 없어. 연쇄살인범에게까지 살인의 이유를 붙여주면 안 된다."
- 귀귀의 만화 김치맨에서 어머니는 가출하고 아버지는 맨날 술먹고 때린다는 악당을 슈퍼히어로 골무맨이[스포일러] 때리면서
"어디서 사연을 팔아? 범죄에 동정은 없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은 전부 범죄자가 되어야 하나. 넌, 정신 상태가 썩었어!"
- 영화 폭력의 법칙: 나쁜 피 두 번째 이야기에서 막내아들 성진을 셋이서 악독하게 괴롭히고 죽인 학교폭력범 3명이 있다(2명은 남학생, 1명은 여학생). 형인 성현이 동생의 복수를 한다고 둘을 죽이나 그 과정에서 자기도 죽게 된다. 마지막 1명이 감옥에서 출소하자 형제의 어머니가 식당으로 유인하여 이놈마저 죽여버린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불행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괴롭힐 권리 없습니다. 왜 가해자들의 불행이 내 자식의 죽음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야 하나요? 형사님처럼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은 가족이 희생돼도 대범하게 넘어갈 수 있는 대인배일지 몰라도, 난 단지 내 자식의 고통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이 나라의 지극히 평범한 엄마일 뿐입니다."
- 절대가련 칠드런 1권에서 자기는 우연히 거둬준 게 조폭이어서 이렇게 되었다며 주인공 칠드런 3인방을 유혹하는 에스퍼 범죄자에게 미나모토 코이치가 단호하게 아래의 대사로 일축해버린다.
"애들 유혹하지 마. 타고난 힘으로 불행해진 건...니가 그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야. 그만한 힘을 갖고도 그런 한심한 소리가 나오냐?! 넌 뭐든지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었어!! 이 애들의 미래를 너와 동급 취급하지 마!!"
- 소년이여에서 최종보스 최민철이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맞고 자랐고 자기도 사회의 피해자라고 발악하자
"안타까운 사연이구나. 그러나 그게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아까부터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넌 그냥 내 동생에 대한 죄값을 치루고 있는 거야."
- CSI 마이애미와 CSI 뉴욕의 크로스오버 에피소드에서도 체포당한 살인범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들먹이자 맥 테일러 반장은 "불행하게 자란 사람이 다 너처럼 되는 건 아니다."라고 응수한다.
- 이런 영웅은 싫어에서 백모래의 이야기를 듣자 헤이즈가 보인 반응은
이었다. 게다가 나가는 자기 힘든 것만 이야기하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선 언급도 안 하거나 정당화한다고 백모래의 행적을 깠다."친한 사람이 좀 나쁜 놈이었다고 살인자가 된다면 이미 인간들은 씨가 말랐을 텐데. 자기가 할 말도 못하고 빌빌대서 악화된 걸 죄 없는 사람들한테 화풀이하면 안 되지."
이러한 이야기도 있다.
4.1. 한계
이 클리셰는 뜬금없이 악역을 미화하는 데에만 쓰이지는 않는다.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생각해볼 점을 제시하거나 씁쓸함을 유발하기 위해 악역에게 불행한 과거를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아이고, 이를 어째~ 내 마누라랑 자식이 죽어버렸네~'''
'''내가 못됐다고 말해도 상관없어! 우리 모두가 누군가를 잃었다고!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까지 죽게 만드는 건 용납 못해!'''
로켓,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 中[10]
정말로 세계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악역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례도 등장하며, 현실에서도 흉악범이 대부분 아동학대나 심각한 수준의 인권 모독을 당해왔던 사람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를 방지하는 법은 마련하지 않은 채 개인의 의지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지나친 클리셰 파괴 시도는 오히려 비인간적일 것이다. 악행의 동기를 찾는 것은 악행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 파악하는 것이며, 이는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근본 원인을 알아서 해결하기 위함에 있다.
이러한 한계를 수용하기 위해서 또 다른 변주도 생겨났다. 불행한 과거를 제시는 하되, 그것을 캐릭터의 평가에 직접적으로 개입시키지는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DC 코믹스의 조커는 불행한 과거를 가졌다는 암시가 틈만 나면 나오지만 항상 용서할 수 없는 악역으로 묘사되며 영화 지구를 지켜라의 주인공 병구는 고문 수준의 인생을 살았지만 제대로 미친 살인마로 나온다. 개연성을 만족시키면서 악행 역시 정당화하지 않는다.
가끔은 정말 눈물날 정도로 불행한데다 불쌍한 이유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극해서 오히려 '''작중에서는 용서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용서해주는 희귀 케이스'''도 존재한다.
추리소설중 한 연쇄아동납치범이 도주중 결국 체포되기 일보 직전 자신의 사연[11] 을 털어놓고 납치한 아이들에게 자신의 사과를 전해달라 한 뒤 자살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체포에 협력하기 위해 파견 나왔던 카운티 보안관은 범죄자가 이리저리 사연을 불어봤자 그게 범죄를 정당화해주진 않는다며 냉소하는 반면[12] 주인공 경사는 범죄자라 할지라도 그들의 사연에 귀기울지 않고 아무런 관심도 없이 매도할 뿐이라면 결국 그 범죄자는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어느 순간에서 범죄자가 되기 일보 직전인 사람들이 많이 있으며 그들에게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만 있다면 거기서 물러설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고,[13] 결국 범죄자가 되어버린 이들은 비극적인 과거를 호소할 자격도 박탈된 채로 연민과 동정조차 받지 못한 채 사회에서 격리되어 버리는 현실을 은유한 셈. 소설 자체가 사회가 뒤쳐진 이들은 돌보아주지 않으면서, 뒤쳐지고 고립된 처지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일을 선택한 이들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무자비하게 채찍질한다고 전체적으로 엄벌주의에 대한 부정과 회의감이 많이 스며들어 있다.
보통 소년만화 전개에선 아군으로 돌아서는 악역, 혹은 개심하는 악역에게 많이 발생하는 클리셰라고 한다.[14]
5. 변주
이 클리셰를 살짝 비튼 형태로, 단순히 악역을 용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악역을 간접적으로 모독하고 정신적으로 무너뜨리기 위해''' 이 클리셰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우상의 눈물에서 학교폭력의 주체이자 '''두려운 독재자'''라 할 수 있는 기표는 선생과 반장의 계략으로 인해 어느 순간 '''사회의 불행한 피해자'''로 포장되며, 결국 사실상 권력을 잃고 쪼그라든 기표는 완전히 달아나버림으로써 오히려 비참하게 몰락한다.
격투천왕 98에서도 세계 그 자체에 맞서는 최강자의 패기를 보여준 최흉의 악당 '''루칼'''은 시취진오와의 격렬한 사투 끝에 모든 힘을 잃는다. 루칼은 "지금 날 죽이지 않으면 다시 무한한 힘을 손에 넣어서 너희들을 죽일 것이다!"라고 소리치면서 자신을 죽일 것을 종용하지만, 갑자기 시취진오가 '''눈물을 흘리며''' 주변 사람들을 설득한다.
그러자 사람들은 아무도 루칼을 죽이려 들지 않았고 죽일 가치도 없는 '''공기 취급'''하기 시작했다. 루칼은 오히려 처절하게 울부짖으면서 무너졌으며 결국 보다 못한 팔신암에게 최후를 맞았다.'''"루칼이야 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가련한 자 입니다. 모두 그를 용서해 주세요!"'''
'''"난...강자로서 죽고싶단 말이다... 제발...날...죽여줘!... 제발...부탁이니...제발...제발...부탁이다..."'''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엔비는 에드의 동정을 듣고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져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6. 현실에서
이 클리셰(?)가 대두된 것은 만화 이전에 심리학과 정신의학이 발달됨에 따라, 흔히 사이코패스를 비롯한 여러 흉악범죄자들이 거의 대부분 유년 시절 학대를 받았다는 연구결과가 밝혀지면서다.
엄밀히 말하자면, 범죄학이나 사이코패스와 아동발달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 그 누구도 '불행이 죄를 용서한다'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다만 '범죄를 줄이고 싶거나, 흉악한 살인마가 나오는 걸 막고 싶으면, 아동학대를 막아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주장을 하고 있을 뿐이다.
'불행하다고 모두가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다'는 말은 "'''의지로 참아야지."'''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아마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의 의도는 "다른 건전한 방법을 찾아봤어야지."였겠지만, 그 '건전한 방법'은 정신적으로 무기력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비현실적일 때가 많다. 자식이 부모를 신고하는 것은 아직까지도 패륜아라고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많고, 아동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이 '정신이 이상할 것이다 = 미래의 범죄자'로 취급되어 인간관계가 끊어지기도 쉽다. 또한, 아동학대를 당한 사람은 부모에게 남아있는 애정 때문에도 신고를 꺼린다.
경찰을 부르는 용기를 내더라도 경찰이 "가족끼리 잘 해결해보시라"하고 돌아가기도 한다.[15][16] 경제권도 없고 정신적으로 무기력한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부모를 고소할만한 재력과 시간적 여유, 법적 지식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만약 부모를 고소해서 처벌까지 성공했다고 해도, 그렇다면 그동안 누구에게 의탁할 것이며 경제력은 어떻고 그 부모가 집으로 돌아온다면 어쩔 것인가? 사실, 많은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의 양상이 이렇게 '그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무기력하게 붙들려있는다.
이런 비정상적인 환경 속에서 큰 사람이 정신이 멀쩡하다는 것은 '''운이 좋아서''' 기질이 굳건한 경우다. 체벌 문서에도 나오듯, 폭력을 당하며 살아온 사람은 나중에 다른 사람이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처벌'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체화하게 된다. 제대로 된 인성교육도 받지 못했으니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지식 자체가 없다. 여태까지 봐온 세상이 비정상이었기 때문에, 자신 또한 비정상적인 행동밖에 아는 것이 없다.
여기까지 오면 사회의 책임을 묻는 단계까지 오게 된다. '''심각한 인권침해로 범죄자가 탄생하기까지 사회는 무엇을 했는가?''' 정상참작은 '불쌍하면 봐준다'로 오독하기 쉽지만,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사회가 방관했다는 책임을 감안하는 것이다. 작품에서는 이것이 '더 방관하지 말고 세상을 바꿔 처음부터 죄인이 탄생하는 것을 막자'는 주제의식으로 나타난다. 현실에서도 이것이 적당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보완한다.
적어도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인간을 죽였고, 사이코패스 라고 추측되는 스탈린에 관련된 연구를 보자면, 스탈린이 태어난 나라와 환경은 아주 악독했다고 한다. 사실 스탈린에게 '불행을 핑계로 대지 마'라고 말해봤자 씨알도 안먹혔을 거다.불우한 환경과 아동학대가 얼마나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지 스탈린 같은 경우를 통해서 보여주듯이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정부과 사회가 노력하는 것이 가장 범죄와 폭력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게 학계를 비롯한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러한 현실의 딜레마는 여러 작품세계에 가해자가 된 피해자와 이 녀석도 사실은 불쌍한 녀석이었어를 어떤 시선으로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주제로 반영되었다.
7. 창작물에서
- SD 건담 포스 - 바람의 기사 톨기스 : 그는 기사로서 뛰어난 실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나, 건담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라크로아 친위대 뿐만이 아니라 라크로아 기사단에조차 들어갈 수 없었던 과거 탓에 라크로아 왕실에 대한 증오와 건담에 대해서 강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다크 액시즈에 협조하여 조국을 헬게이트로 만드는 데 일조한 것. 만약 그가 하다못해 기사단에라도 들어갈 수 있었더라면 톨기스는 주인공의 조력자로서 활약할 가능성이 희미하게나마 있었다.[17]
- 귀멸의 칼날 - 아카자 : 첫인상이 첫인상이다 보니 초기에는 팬들에게 미움받았으나, 사망 직전에 과거의 기억이 밝혀지며 역변이 제대로 일어났다.[18]
- 꼬마 독재자 - 이견식 : 원래는 선행상도 많이 받는 모범생이였으나, 왕따와 따돌림을 당했고 불량배들이 청각장애를 가진 자신의 엄마를 욕한 것에 화가 나서 분노의 주먹을 날렸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강제전학 당한다. 그 이후 이태진이라는 또 다른 불량배와 대립하려고 곽영근을 보호 삼아 반장을 시켜준다는 게 점점 이용해 먹으려는 식으로 선을 넘게 된다. 그 이후 권민수의 반항으로 분노하였으나 반 아이들의 대항을 당하게 되는 업보를 맞이한다. 알고보면 선역이였다가 악역으로 선을 넘는 바람에 자업자득을 맞이한 불쌍한 캐릭터이다. 알고보면 양달희의 행적과 같다.
- 나루타루 - 카이즈카 히로코 : 원래는 같은 학교 학생들이 시전하는 고수위의 학교폭력을 '그냥 공부 잘 하니 질투난다' 라는 이유 하에서 장기간 당하던 무고한 피해자였으며 주변인에게 차마 말하지도 못하고 혼자 버티기만 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학교폭력을 행하던 가해 학생들에게 성폭행 수준의 학교폭력[19] 을 당한 후 귀가했다가 자신의 부모에게서 성적 떨어지니 유일한 친구인 타마이 시이나와 어울리지 말라는 속물적인 냉대를 당한 후 견딜 수 없어서 흑화, 끝내 부모와 학교폭력의 가해학생들을 죽이거나 해치는 연쇄살인범이 되고 만 것.
- 디지몬 어드벤처 - 가트몬 : 자신만 혼자 서버대륙에 떨어진 탓에 혼자 신나리를 기다려야 했고 그 기다리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
- 바이올렛 에버가든 - 디트프리트 부겐빌리아 : 어릴적부터 강압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그저 가문의 번창을 위한 도구로 자라왔던 탓에, 성격이 상당히 삐뚤어져버렸다. 반면 오히려 스스로를 도구라고 생각하고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바이올렛에게 혐오감을 느껴 매몰차게 대했던 것. 그래도 후에는 바이올렛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 화해하게 된다.
- 메이플스토리 미나르숲 파티퀘스트 드래곤라이더 편 - 드래곤 라이더 : 하프링들의 말만을 들은 처음엔 무고한 하프링들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악당으로 보이지만 퀘스트 이후 속죄와 함께 나오는 진실을 들으면 이런 행동을 할 정도로 끔찍한 대우를 받았음이 드러난다. 밝혀진 과거에 따르면 태어났던 날, 자연재해가 크게 일어나 친부모를 포함한 모든 하프링 주민들이 그를 저주받은 아이라 부르며 손가락질하고 따돌렸으며 어린시절에는 끔찍한 학대까지 당하고도 하소연도 못했다. 청소년에 막 들어설 무렵, 부모를 포함한 주민들이 그를 잡아 저주를 퍼부으면서 가차없이 맨몸으로 내쫓아버린 뒤 들여달라는 부탁과 울부짖음까지 무시하고 기어이 내쫓아버려 이에 앙심을 품고 떠돌던 중 부하들과 순찰을 하던 혼테일이 부하에게 그의 사연을 듣고 안타까워하며 양아들로 입양한 뒤 여러 기술을 가르치고 애완용까지 선물로 주었다. 이후 양아버지의 명을 받아 자신을 학대한 하프링들에게 복수하고자 리프레를 습격하여 주민들을 납치하고 살해하게 된다. 쓰러뜨리고 난 뒤엔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고자 방랑을 하게 되고 그의 진실을 타타모에게 알려주면 타타모는 자신들이 한 무고한 젊은이에게 저질러온 잔인한 이지메를 알고 크게 반성한다.
- 언니는 살아있다! - 양달희: 어린 시절부터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아온 데다 자신의 어머니는 구박받으면서 식당 일을 하다가 심하게 병약해지는 바람에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약을 구하는 일까지 해왔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가 새 아버지와 재혼하여 딸을 낳고 세상을 떠나버렸고 본인은 그 후 미용학에 열심히 전념하여 뉴욕의 한 마사지샵에서 일하게 되었으나 손님의 지나친 갑질에 못 이겨 사고로 시신경을 잃게 만들었다. 혐의를 피한 채 본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 손님의 어머니의 복수에 쫓기면서 살게 되었고 최후에는 협심을 맺었던 이계화를 배신하다가 가스실에서 난투극으로 인해 새어나온 가스를 양 눈에 맞고 실명되어 장애인이 된 채 살아간다.
- 우리들의 - 혼다 치즈루 : 지어스의 파일럿으로써 적을 공격해야 할 상황에서[20] 자신의 과거와 연관된 사람 몇 명 잡겠답시고 자신과 무관한 민간인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히는 짓을 자행했다.[21] 하지만 잡으려고 들었던 사람(하타가이)을 비롯해 찾으려들던 사람들이 다름이 아니라 예전에 자신을 속여먹고 고수위의 성범죄를 저질렀던 인간말종 가해자들이긴 해서 왜 그렇게도 극단적인 군상이 되었는지는 설명이 된다.
- 죠죠의 기묘한 모험 시리즈 - 하스미 타쿠마 : 자기 아버지와 스탠드 때문에 태어나기 전부터 인생이 대차게 꼬여서 어머니를 비극적인 방식으로 잃고 고아가 되었다가 복수를 위해 악인이 된 케이스. 불법행각을 숨기려 했던 아버지 테루히코가 하필 그의 불법행각을 알게 된 어머니 아카리[22] 를 자신의 스탠드인 메모리 오브 제트를 이용해 누구에게도 구조받을 수 없는 상황에 가둬놓은 후 결국 은밀히 죽게 만들고 말았기에 거의 태어난 시점부터 강제로 천애고아 신세가 되었다.[23] 거기서 안 끝나고 스탠드의 능력 탓에 무려 수정란 시절 기억까지 더듬을 수 있어서 자신과 어머니의 과거를 속속들이 알 수밖에 없었고 거기에 더해 완전기억능력까지 있어서 과거에 대해 내려놓은 채 평범한 아이처럼 살아가는 것도 힘들어졌기에 끝내 아무것도 모르는 이복여동생까지 근친상간과 아버지 살해 유도라는 최악의 방식을 쓰는 식으로 끌어들여 아버지의 복수에 활용하는 지경이 되었다.
- 파라다이스 - 쥴리어스와 그에 동조한 에스퍼들, 후반의 일반인 민병대들 : 쥴리어스는 자신이 어디까지고 필요에 의해 남들이 맘대로 만들어낸 슈퍼베이비[24] 였고 그렇게 취급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을 만들어냈던 일반인 박사와 일반인 사회에게 큰 원한을 품었으며, 그에게 동조해 일반인 사회를 향해 쿠데타를 일으킨 에스퍼들 역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자아 있는 도구 취급을 당하며 차별대우를 받는 것을 견딜 수 없었기에 그렇게 된 것이다.[25] 한편 일반인들의 편을 들던 선한 아군 측 에스퍼들까지 무차별로 공격하게 되면서 배은망덕한 모습을 보여줬던 후반의 일반인 민병대들 역시 쥴리어스와 휘하 에스퍼들이 저질러왔던 온갖 폐단[26] 의 피해자들이었기에 에스퍼 특유의 초월적인 힘을 매우 경계하고 적대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빠져있었다,[27] 그래서 에스퍼를 잡을 수 있는 무기(에스퍼 대적 레이저 총)를 얻자마자 '자신들의 안위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에스퍼 전체를 확실하게 배격하고 견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8. 관련 문서
-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
- 레미제라블 컴플렉스
- 모든 걸 갖추었지만 불행한 사람
- 복수귀
- 동정과잉
- 언더도그마
- 주인공 대신 옹호받는 적
- 타락
- 커서 보면 불쌍한 캐릭터
- 가해자가 된 피해자
- 악당/캐릭터/타락형
- 악당/캐릭터/복수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