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우
1. 개요
太宗雨 / 태종우
음력 5월 10일에 오는 비.
야사에 의하면 조선 태종이 사망한 날인 음력 5월 10일에 비가 내려 이를 '태종우(太宗雨)'라 불렀다고 한다. 용의 눈물이 바로 이것을 뜻하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해마다 음력 5월 10일 즈음이 되면 인터넷 뉴스 등지에서 꼭 태종우 관련 뉴스나 칼럼 따위가 올라온다.
2. 상세
조선 후기의 기록인 임하필기.출처:한국고전종합DB태종이 만년에 노쇠하여 앞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에 날씨가 오래 가물어서 내외의 거의 모든 산천에 두루 기우제를 올릴 정도였다. 상이 이를 근심하여 이르기를, “날씨가 이와 같이 가무니 백성들이 장차 어떻게 산단 말인가. 내가 마땅히 하늘에 올라가서 이를 고하여 즉시 단비를 내리게 하겠다.” 하였는데, 과연 이튿날 상이 승하하고 이어서 경기 일원에 큰비가 와서 마침내 풍년이 들었다. 이후로 매년 이날에 비가 오지 않은 적이 없었으므로 사람들이 이를 일러 태종우라고 하였다.
조선 전기의 문신 이행(李荇 : 1478년 ~ 1534년)(성종 대의 사람)의 시문집인 용재집에 이미 "태종우를 갈망한 지도 오래건만 / 久望太宗雨"이라는 문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된 전설로 보인다. 인조 때의 기재잡기(박동량의 책)에도 "5월 10일에 내리는 비를 사람들이 태종우(太宗雨)라 하는데, 이백 년 동안에 금년에 처음으로 비가 내리지 않아 식자들이 은근히 걱정하였다."라는 문장이 있다.
그리고 이때의 연도가 태종이 세상을 떠난지 170년이 지난 1592년, '''즉 임진왜란이 발발한 해였다.'''
3. 기타 서적에서의 등장
3.1. 난중일기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정유년 일기 음력 5월 10일)에도 '오늘은 태종의 기일이다. 이 날에는 날마다 비가 내린다고 하던데...'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이 때 이순신 장군이 이 비를 '태종우'라는 명칭으로 인식하였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태종의 기일에 비가 내린다는 전설은 조선시대부터 굉장히 유명한 이야기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3.2. 영조실록
경종, 영조 때에는 조선왕조실록에도 태종우 전설이 나오고, 영조 40년 갑신(1764년) 5월 10일에 비가 내리자 영조가 "이는 선조들이 주신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어 당대의 왕실도 이미 태종우를 정설로 받아들인 듯 하다.
그런데 실제로는 태종이 죽을 때쯤, 1422년의 기록을 뒤져보면 다른 해에 비해서 비가 많이 왔다고 한다. [A] KBS <과학의 향기> 2005년 11월 19일에 방송한 태종의 비와 세종의 햇무리를 참고하라. 관련 기사
4. 과학적 검증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1960년부터 2015년까지 음력 5월 10일의 강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총 56년 중 비가 온 날은 30번[1] 뿐(??)이다. 대한민국의 6월 평균 강수 일수는 10일[2] 이므로, 기댓값인 18.7번보다는 11번이나 비가 더 온 셈이지만... 그저 전설은 전설일 뿐이니 웃고 넘기자.[3] 연도별 음력 5월 10일 강수 현황은 다음과 같다.
- 2012년 6월 29일 : 중부 지방에 몇달동안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다가 오랜만에 이 날에 단비가 내려 가뭄이 해소되었다.
- 2013년 6월 18일 : 비가 내렸다.
- 2014년 6월 7일 : 비가 오지 않았다.
- 2015년 6월 25일 : 소양강댐까지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가뭄이 심각한 상황에서 6.25 전쟁 발발일인 6월 25일에 중부 지방에 비가 내렸다.(물론 남부 지방은 그 전날 비가 내렸다.) 전염병 창궐과 가뭄이라는 쌍연타를 맞고 휘청인 조선을 어엿비 녀겨 하늘나라에 있는 태종이 비를 내린 듯하다...
- 2016년 6월 14일 : 비가 내렸다.
- 2017년 6월 4일 : 비가 오지 않았으나, 윤달이 끼는 바람에 윤달로 음력 5월 10일이 되는 7월 3일에는 장마가 시작되면서 강원, 충청, 경북 일대에 호우 특보가 내려졌고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는 태풍 난마돌까지 북상을 하다 결국은 일본으로 가서 소멸했다. 무리수를 두자면 가뭄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위해 태종이 윤달로나마 비를 뿌리고 간 셈이다.
- 2018년 6월 23일: 비가 오지 않았으나, 이틀 후인 25일 밤부터 전국에 장마가 시작되었다.
- 2019년 6월 12일: 비가 오지 않았다.
- 2020년 6월 30일: 비가 내렸다. 2016년 이후 4년만에 내리는 비였으나 전하께서 간만에 페이스 조절을 못하셨는지(...) 한반도에서 침수피해가 잇따랐다.
5. 비슷한 전설
재밌는 것은 중국에도 태종우와 비슷하게, 특정한 날에 항상 비가 온다라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흑룡강을 다스리는 흑룡이 있는데 이 용은 원래 산동성 지방에 나고 자랐기 때문에 흑룡강을 건너는 사람이 산동성 사람이면 절대 침몰시키지 않았고 매년 음력 5월 13일이면 산동성으로 돌아가 어머니의 묘에 참배를 하였기 때문에 산동성에는 이 날 반드시 비가 내렸다고 한다. 산동성이 한국과 매우 가까운 거리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뭔가 지역적인 기후현상이었을 가능성도 있을 듯하다. (출처 : 도교의 신들, 마노 다카야 저, 들녁, p.214)
6. 대중매체에서
6.1. 댕기동자
이 태종우는 80년대 MBC 어린이 드라마였던 '댕기동자'에서도 언급되기도 한다. 주인공 댕기동자가 햇빛이 쨍쨍한 날 우산을 들고 등교하며 "오늘은 비가 올 것이니라..."고 하자 반 친구들이 일기예보에서도 비가 안 온댔는데 뭔 소리냐면서 무시했지만, 댕기동자가 태종우의 유래를 반친구들에게 알려주며,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예고에도 없는 비가 내리면서 결국 댕기동자를 제외한 나머지 반 친구들은 비를 쫄딱 맞으며 하교를 해야 했었다는 에피소드로, 이 에피소드를 통해 태종우를 처음 알게 된 당시 국딩들이 많았다.
6.2. 용의 눈물
사극 용의 눈물 마지막 장면에서 태종이 기우제를 지내는 장면은 바로 이 태종우 전설을 토대로 각색한 것이다.
6.3. 왜란종결자
임진왜란이 일어나던 해 태종우가 내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자신이 생전에 한 일 때문에 차마 승천하지 못한 태종의 혼이 종묘에 머물며 매년 태종우를 내렸는데, 임진년에는 마수들의 암습으로 부상당해 내리지 못했다고 설정한다.
[A] 링크 삭제됨[1] 1960년, 1964년, 1967년, 1971년, 1972년, 1976년, 1978년, 1979년, 1981년, 1982년, 1983년, 1984년, 1985년, 1986년, 1987년, 1992년, 1993년, 1994년, 1998년, 1999년, 2001년, 2002년, 2005년, 2007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5년. 날씨 정보는 기상청 서울 지상 관측 자료, 음양력 변환은 한국 천문 연구원 음양력 변환을 참조함.[2] 참조.[3] 이러한 야사는 사실인지 아닌지보다는, 조선 사람들의 태종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는가를 추정하는 자료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