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
1. 개요
閏月
태음력에서 자연의 흐름과 생길 수 있는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도입하는 음력의 달로 윤년과 비슷한 맥락이다.
2. 상세
음력에서는 달이 지구를 열두 번 도는 데 354일이 걸리기 때문에 1태양년의 기준인 365.25일과 비교해서 한 주기마다 11일이 빨라진다. 이렇게 몇 주기를 계속 돌면 점차 음력과 태양년 간 차이가 커지면서 계절과 전혀 맞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음력과 태양년 간 차이가 한 달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날짜를 더 넣어줘야 한다. 이때 넣는 것이 윤달이며, 19태양년과 235삭망월의 날수가 거의 일치한다는 '메톤 주기'에 따라 시헌력에서는 19년간 윤달을 총 7번 넣는다. 즉 윤달은 2~3년에 한 번씩 온다.[1]
이건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태양력에서 1년을 365일 5시간 48분으로 여겨 남는 시간을 맞추려고 4년마다 한 번씩 2월 29일을 두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설날, 부처님오신날, 추석은 윤달일 경우 휴일로 인정하지 않으나[2] 섣달그믐(설날 전날)은 윤달일 경우 윤달만 휴일로 인정되며, 평달은 휴일로 인정하지 않는다[3] . 3473년(음력으로 3472년)에 이 경우가 최초로 등장한다. 물론 현대에 살아 있는 사람은 이미 오래전에 고인이 되고 난 후의 일이다.
3. 관련 풍속
윤달이 생겨날 때 옛 풍속에서는 평년보다 한 달이 더 있다 하여 공달이라 불렀으며 민간에서 윤달은 '썩은 달'이라고 하여, "하늘과 땅의 신(神)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쉬는 기간으로 그 때는 불경스러운 행동도 신의 벌을 피할 수 있다."라고 생각해 무슨 일을 해도 손을 타거나 부정을 타지 않는 달로 여겨 평상시 신의 노여움을 살까 두려워했던 일들을 거리낌 없이 하고는 했는데 주로 이사를 하거나 혼례를 올리고, 수의(壽衣)를 짓거나 조상의 묘를 이장하거나 단장하는 일이 많았다. 이는 고등학교 과학탐구 지구과학에도 나온다.
보통 이사하는 날은 손 없는 날로 음력으로 0, 9가 뒤에 붙는 날이다. 예)9일, 10, 19일, 20일, 29일, 30일인데 윤달에는 귀신이 아예 쉬는 듯하니 윤달 전체가 손이 없는 날이다.
현대에는 윤달에 결혼식 등을 꺼리는 경향이 강한데, 윤달에 대한 의미가 와전되어 윤달이 "좋은 일을 하는 것을 삼가는 달"이라는 것처럼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2년 4월~5월(윤3월)과 2014년 10월~11월(윤9월)은 결혼 성수기 시즌에 윤달이 겹치면서 결혼식장 예약률이 예년보다 팍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이 시기에 유명한 신혼여행지로 관광을 가면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4. 치윤법
정확히 언제 윤월을 둘 것인가에 대한 규정은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중국 상나라에서는 갑골문 복사를 참고하건대, 무조건 12월 뒤에 윤달을 넣은 듯하다. 현재 흔히 중국이나 한국에서 음력라고 부르는 시헌력에서는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을 사용하는데, 무중치윤법 자체는 중국 고서인 회남자에서 처음 나타난다. 시헌력에서는 회남자와 시헌력지에 기준을 두어 무중치윤법을 사용한다. 무중월(無中月)[4] 을 윤달로 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그런데 시헌력과 시헌력 이전의 중국 역법에서 한 가지 차이가 가끔 문제를 일으킨다. 시헌력 이전의 중국 역법에서는 동지 절입시각[5] 으로부터 다음 동지 절입시각까지 '시간'을 24등분하여 24절기를 정했다. 처음으로 24절기를 정했을 때에 중국인들은 태양이 황도상을 균등한 속도로 움직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태양이 황도를 움직이는 속도가 균일하지 않다. 시헌력 제정에 참가한 예수회 선교사들은 그래서 옛 중국 전통을 깨고, 태양이 춘분점으로부터 15, 30, 45도... 이렇게 15도씩 떨어진 일정 지점에 태양의 중심이 들어오는 시간에 따라 24절기를 배정하기로 하였다. 시헌력 이전의 방식에 따르면 24절기간 시간 간격은 똑같다. 하지만 예수회 선교사들의 시헌력 방법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절기간 시간간격이 길어지고 겨울철에는 절기간 간격이 좁아진다.
시헌력의 방법을 따라 24절기를 배정하면 무중월이 잦아진다. 여름에는 중기간 간격이 넓어서 무중월이 생길 수 있고, 겨울에는 중기간 간격이 좁아서 한 달에 중기가 두 개가 들어가는 바람에 무중월이 생길 수 있다. 시헌력에서는 이런 문제를 대비해서 무중월이 두 개 이상 생길 경우에는 처음 오는 무중월에 윤달을 두도록 했다.
그리고 보통은 겨울보다는 여름에 무중월이 생기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이 청나라가 시헌력을 채택한 이래 멸망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시헌력은 조선의 사대부 중에서도 "성인이 다시 살아서 온다고 해도 반드시 이를 따를 것이다."하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역법으로서 정확성을 높일 수 있었다.
5. 2033년 문제
하지만 시헌력 이전의 역법과 비교해서 무중월이 많이 생긴다는 특징 때문에 윤달을 넣는 문제가 복잡하게 될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했다.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2033년 문제다. 원래 중국 전통에서는 동지가 기준점[6] 이며 동지가 든 달을 자월(子月)로 친다. 그리고 한무제 이후로 인월(寅月)을 정월로 간주하기 때문에, 동짓달, 즉 자월은 11월이 된다.
그런데 2033년에는 여름철에 무중월이 있고, 겨울에도 중기가 한 달에 두 개 들어가는 바람에 또 무중월이 생기는 골치 아픈 해다. 그래서 무중치윤법의 원칙대로 먼저 오는 무중월에 윤달을 두자니 동지가 든 달이 11월이 아니게 되고, 동지가 든 달을 11월로 만들자니 무중치윤법의 원칙에서 벗어나 나중에 오는 무중월에 윤달을 두어야 되는, 두 가지 원칙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사주가들이 여기에 매우 민감해서 역법을 주관하는 한국천문연구원에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다.
다만 현 체제대로 간다면 동지를 11월에 넣는 것을 우선하고, 동지와 동지 사이의 달수를 세서 한 달이 남을 경우에만 최초의 무중월에 윤달을 넣으면 해결된다.
19년마다 7번 '''가량''' 들어가게 되므로 더욱 골치가 아파진다. 생일파티? 음력으로 윤월에 태어난 사람은 메톤 주기 때문에 대부분은 19년 만에 한 번씩 정확한 자기 음력 생일을 찾아먹는다. 그런데 그렇게 해봤자 대부분은 양력 생일과 일치하기 때문에 결국 큰 의미는 없고, 그냥 양력 생일로 하든가, 혹은 꼭 음력으로 하겠다면 윤달이 없는 경우에는 그냥 가장 가까운 달(가령 음력 윤 6월생이라면 음력 6월로 대체하는 식으로)에 하는 식으로 타협하는 수밖에... 반기문 전 UN사무총장만 해도 1944년 6월 13일생인데 음력으로 고치면 윤4월 23일이 된다. 때문에 그는 음력 생일을 19년마다 한 번씩 찾아먹는다고...
6. 기타
흔히 양력으로 계산하는 오늘날에는 윤달은 카운트하지 않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윤달 낀 해에 태어난 사람을 두고 "너 아직 ~살도 안됐지?"라고 놀리는 사람들도 간혹 있었다. 지금은 4년마다 한번 꼴로 2월 29일을 넣는 윤년이 비슷한 위상을 점하고 있다.
종종 재미로 13월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있으며 엄밀히 말해 모든 윤달이 13월인 것은 아니다. 윤달은 4월, 7월 등 다른 달에도 붙을 수 있기 때문.
2월 29일[7] 과 삼일절과 화이트 데이가 윤달이면 1월, 식목일이 윤달이면 2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윤달이면 3월, 현충일이 윤달이면 4월, 제헌절이 윤달이면 5월, 광복절이 윤달이면 6월[8] , 고백데이와 경술국치, 백로, 911테러가 윤달이면 7월, 개천절과 한글날이 윤달이면 8월, 핼러윈과 빼빼로 데이가 윤달이면 9월[9] , 마지막 회문 날짜인 12월 21일이 윤달이면 10월,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이 윤달이면 11월, 밸런타인 데이가 윤달이면 12월이 된다.
2004년부터 2052년까지 하계 올림픽이 개최되는 해는 윤달 낀 해와 윤달 안 낀 해가 번갈아 있는데 윤달이 있는 해는 8년마다 한 달씩 늦게 형성된다. 2004년 윤2월, 2012년 윤3월, 2020년 윤4월, 2028년 윤5월, 2036년 윤6월, 2044년 윤7월, 2052년 윤8월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2060년부터는 이 패턴이 깨진다.
7. 역법의 오차 보정 개념 목록
8. 같이보기
[1] 3, 6, 8, 11, 14, 17, 19년.[2] 2020년에는 코로나 관계로 4월 30일(음력 4월 8일) 예정이었던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예외적으로 5월 30일(토, 음력 윤4월 8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기사 다만 부처님오신날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3] 이는 12월-윤12월-1월 순으로 이어지기 때문. 섣달 그믐이 설 전날이기 때문에 당연히 평달은 인정될 수 없다.[4] 24절기 중 '중기'에 해당하는 절기를 포함하지 않은 달이다. 중기에 해당하는 절기로는 우수, 춘분, 곡우, 소만, 하지, 대서, 처서, 추분, 상강, 소설, 동지, 대한이 있다.[5] 태양의 중심이 황경 270도 되는 지점에 들어오는 정확한 시간을 가리킨다.[6] 서양 전통에서는 춘분이 기준점.[7] 이런 경우를 '이중윤년'이라고 한다.[8] 이렇게 되면 휴가철과 윤달이 겹친다.[9] 이런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윤달에 치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