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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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있는 사람이 180이 넘는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크다.
V.Monti-Czardas(차르다시)의 튜바 편곡
금관악기 중 최저음역을 내는 악기다.
1. 개요
기본 금관악기들 중 가장 역사가 짧은 악기인데, 기록상으로는 1835년에 프로이센 에서 빌헬름 프리드리히 비프레히트와 칼 모리츠라는 두 악기 제작자들에 의해 특허가 등록된 것이 최초로 여겨진다. 등록 당시의 명칭은 '베이스튜바' 였는데, 이후 색소폰 발명으로 유명한 벨기에 악기 제작자 아돌프 삭스에 의해 여러 음역과 크기의 '색소른' 으로 추가 개량되었다. 추가적으로 아돌프 작스는 19세기에 만연하던 신 고전주의 기조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고대 로마시대의 악기인 코르누[1] 와 튜바에 대한 연구의 영향으로 '색스튜바'라는 악기도 개발하였다.
하지만 현재 '튜바' 라고 하면 흔히 비프레히트/모리츠의 베이스튜바를 일컫는데, 다른 음역의 튜바는 '테너튜바' 나 '바그너튜바' 등으로 따로 주기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그리고 발명 직후 상용화된 것도 당연히 아닌데, 그 전까지는 오피클라이드(ophicleide)나 세르팡(serpeant) 같은 초기형 저음 금관악기들이 그 역할을 전담하고 있었다.[2]
하지만 두 악기와 달리, 이 새로운 악기는 밸브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고 출발했기 때문에 연주의 수월함에서 확실히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19세기 중반 이후로는 취주악단이나 군악대를 시작으로 점차 자리잡기 시작했고, 관현악단에도 배치되기 시작해 지금은 웬만한 클래식 계열 대규모 기악 합주단들의 필수 상비악기 위치를 얻고 있다.
19세기 후반까지는 이 악기가 '콘트라베이스튜바' 라는 명칭으로 불렸는데, 이는 색소른이나 바그너튜바 등이 혼재하던 상황에서 온 명칭이고, 실제로 튜바와 다른 콘트라베이스 튜바라는 악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니 없으니 주의.[3]
흔히 F, E♭, CC, BB♭ 네 종류의 튜바 중 하나가 쓰이는데, 크기 순서로 보면 F<E♭<CC<BB♭이다. 크기가 커질수록 저음역이 넓어지고 소리도 그 크기에 걸맞게 중후하고 빠방해지지만, 그만큼 고음역이 어려워지며 호흡이 많이 들어간다.
F튜바는 독주용이나 소규모 실내악용으로 많이 쓰인다.
E♭ 튜바는 영국에서 독주/소규모 실내악/앙상블 등을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쓰인다.
CC 튜바는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오케스트라 합주용으로 쓰인다.
BB♭ 튜바 역시 합주용이며, 특히 취주악과 브라스 밴드에서 많이 써먹는다. 물론 오케스트라에서도 쓰인다.
음역은 낮은음자리표에서 한참 밑의 레(D)음에서 가온다(C) 위의 솔(G)까지 약 3옥타브 반 가량인데, 음역이 꽤 넓은 편이지만 낮은음자리표 이상으로까지 올라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어디까지나 주 활동 영역은 저음이고, 그런 점에서 콘트라베이스의 역할과 비슷하다.
실제로 전기 녹음이 개발되기 전에 어쿠스틱 녹음으로 관현악곡을 녹음할 때, 음량이 작은 편이라 소리가 잘 안들리던 콘트라베이스를 땜빵하거나 아예 대체하는데 가장 많이 쓰인 악기가 바로 튜바였다. 경우는 좀 다르지만, 지금도 콘트라베이스 주자가 적은 관현악단에서 튜바가 콘트라베이스 파트와 같이 연주해 저음역을 보강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작곡가들도 아예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악보를 쓰는 경우가 많다.
2. 명칭과 오해
스코어나 파트보를 보면 대부분 '베이스튜바'도 모잘라 '콘트라베이스튜바'와 같은 식으로 지칭되어 있다. 많은 튜바인들이 튜바의 본래 이름은 튜바인데, '콘트라베이스튜바'라는 식으로 왜곡해서 부르게 된 원흉이 바로 바그너 튜바를 개발한 바그너 탓이라며 그를 비난하곤 한다. 바그너가 본인이 개발한 바그너 튜바를 '테너 튜바', '베이스 튜바'라고 지칭한 까닭에 진짜 튜바와 혼란이 생긴다고 많은 튜바인들이 징징대고 있는데, 튜바라는 악기가 오케스트라에 정착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바그너다. 바그너는 유명 작곡가 중에서는 사실상 최초로 튜바를 편성에 넣어서 작곡한 사람이다. 바그너가 오케스트라에서 튜바를 쓰지 않았다면 오늘날에도 오케스트라에서 오피클라이드가 쓰이고, 튜바는 유포니움과 마찬가지로 군악대나 취주악단에서만 쓰이는 운명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때문에 개념있는 튜바 주자라면 절대 바그너에게 징징대서는 안된다.
게다가 바그너는 튜바를 단지 오케스트라에 사용한 정도가 아니라 호른과 트럼펫 등 고음 금관 악기를 주로 활용한 다른 작곡가들과 달리 바그너는 저음 금관군을 매우 중시했다.
바그너, 라인의 황금 중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바로 옆에 호른 주자가 스탠드에 거치해 놓은 바그너 튜바가 보인다. 아마 호른 주자가 본 영상을 촬영한 듯 하다.)
라인의 황금 등에 나오는 튜바의 경악스러운 저음은 바그너 사운드의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다. 라인의 황금이 쓰여진 것은 무려 1854년이다. 이전까지는 튜바가 오케스트라에 사용되었다는 기록조차 찾기 어렵던 시절이다. 거인족이었다가 나중에 용으로 변하는 파졸트, 파프너와 관련된 부분들은 튜바가 오케스트레이션의 중심이 되고 있다. 튜티 이외에도 바그너는 튜바에게 무려 솔로에 가까운 패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라인의 황금을 비롯한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이 결코 연주될 일이 없기 때문에 바그너가 얼마나 튜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지 아는 튜바 주자들은 거의 없다.
바그너가 바그너 튜바를 개발한 것도 호른 사운드를 좀더 저음에서 활용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튜바(tuba)'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는데, 라틴어로 나팔이라는 뜻으로 금관 악기류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다. 19세기에 튜바를 베이스 튜바 또는 콘트라베이스 튜바라 지칭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모차르트의 저 유명한 레퀴엠의 '투바 미룸(Tuba mirum)'에서 투바를 트롬본이 연주하는 것도 투바라는 뜻이 그냥 나팔이기 때문이다.
3. 연주법
우선 악기가 징하게 크다. 입에 대고 연주하는 마우스피스도 금관악기들 중 가장 큰데, 입술이 마우스피스 안에 다 들어갈 정도다. 피스가 큰만큼 소리를 내기는 금관중에 가장 쉽다. 그리고 피스가 큰 만큼 연주에 요구되는 호흡과 힘도 무척 많고 강해야 하기 때문에, 튜바 부는 사람들 중에 빼빼마른 사람을 찾기는 정말 쉽지 않다(...).
이런 탓에 많은 관현악/취주악 작곡가들은 이 악기를 다룰 때 무척 조심스러운 편이다. 특히 숨돌릴 틈을 많이 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튜바 주자들은 다른 금관주자들보다 가장 먼저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안습 상황을 면치 못한다. 지못미. 다만 얼굴이 빨개지지는 않는다. 튜바가 호흡이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저음이므로 입술 버징에서 낮은 진동수를 요하기 때문. 오히려 얼굴이 하얗게 변해야 정상. 금관 주자 중에 높은 진동수를 요하는 수석 트럼펫이나 수석 호른 단원의 얼굴이 빨개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도 개인차가 크다.
몸집이 우람한 악기기는 하지만, 구조가 호른을 닮았기 때문에 음색은 트럼펫이나 트롬본처럼 날카롭거나 강렬하지는 않고 대체로 부드럽고 둥근 편이다. 크게 연주할 때도 음색이 째지거나 하지 않고, 강한 음량 정도로 다가온다.
배우기가 꽤 어려운 악기긴 하지만[4] , 숙달된 연주자들은 그 덩치에 걸맞지 않을 정도의 민첩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바그너나 말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레스피기 등 19-20세기의 관현악 작곡 대가들은 이 악기가 지닌 잠재력을 꽤 많이 끌어올렸고, 영국 작곡가인 본 윌리엄스는 튜바 협주곡을 작곡하기까지 했다.
밸브를 이용한 트릴이나 혀(혹은 목젖)를 떨어 내는 플러터 텅잉(flutter tonguing)도 좀 어렵긴 하지만 가능하고, 다른 금관악기들처럼 약음기를 나팔 끝에 꽂아서 불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체 몸집큰 악기에 약음기 넣고 빼는 것도 귀차니즘을 유발하기 쉽고, 약음기 종류도 그리 다양하지는 않다. 흔히 스트레이트 뮤트 정도가 상용되는 약음기.
4. 파생악기
바그너 튜바를 튜바와 같은 계열의 악기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바그너 튜바는 호른족의 악기고 호른 주자에 의해 연주되도록 명시되어 있는 악기이다. 바그너 튜바가 실제로 사용되는 바그너의 오페라나 브루크너 교향곡에서는 호른 연주자가 악보의 지시에 따라 부분적으로 바그너 튜바를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5]
엄밀히 말해 튜바족에 해당하는 파생악기는 유포니움과 바리톤 정도다. 유포니움은 튜바를 축소시킨 듯한 악기고, 테너바그너튜바를 종종 대체하기도 한다. 주로 취주악에 쓰이고, 관현악 분야에서는 홀스트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같이 대규모 관현악을 능란하게 구사한 작품을 쓴 작곡가들에 한해서 악세사리 악기로 기용되었다. 바리톤도 주로 영국 브라스 밴드에서 상용하는 악기인데, 유포니움보다 약간 더 크고 음역은 대략 테너트롬본 정도다.
이외에 행진곡을 연주하는 마칭 밴드에서 쓰는, 관을 도넛처럼 둥글게 감아 주자가 그 관의 고리 속에 들어가서 어깨로 지탱하면서 연주하는 악기인 수자폰이 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수자폰의 범용버전인 헬리콘이 색스튜바와 색스호른을 기원으로 하여 기마군악대에서 쓰기 편하도록 만들어진 물건이고, 이 헬리콘의 음이 오케스트라 튜바처럼 윗쪽으로 뿜어져 나오도록 만든 것이 수자폰인 만큼, 수자폰은 튜바의 영향을 받은 파생악기라 볼 수 있다. 헬리콘과 수자폰은 일단 멘 모양새부터 다른데 헬리콘은 벨이 오른쪽 어깨 방향이고, 수자폰은 한번 틀어서 벨이 머리 위에 있다. 때문에 수자폰이 헬리콘보다 조금 더 크다.
애초에 이걸 만든, 미군 행진곡 태반을 작곡한 행진곡의 왕, 존 필립 수자는 이 악기를 군악대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튜바 역할로 주문하였다. 서거나 걷는 상황에서 쓰기 편하게 만들어진 만큼 흔히 의자가 제공되는 환경에서 연주하는 관현악단에서는 몸에 두르는 형태의 이 악기가 상당히 거추장스러울 수 밖에 없고, 앞서 언급된 오케스트라 튜바가 이미 있기에, 수자폰,헬리콘은 관현악에 쓰일 필요가 거의 없으며 편성된 악곡도 거의 없다. 반대로 마칭 밴드 악곡은 튜바가 빠지고 대신 수자폰이 편성되는 것이 기본.
5. 사용 영역
관현악단과 취주악단의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통상 관현악에서는 한 대만 쓴다. 하지만 몇몇 대규모 편성의 작품에서는 2대 쓰기도 하고, 원래 오피클레이드 두 대를 편성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에서도 튜바 두 대로 대체해 연주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취주악단에서는 콘트라베이스 역할을 전담 혹은 분담해 3~5명 가량이 팀으로 연주한다. 전술한대로 마칭 밴드에는 대체 악기인 수자폰이 튜바 역할을 한다.
원체 악기가 크고 아름다운 데다가 가격도 비싸고, 연주하기도 쉽지 않아 앞으로도 마이너 악기로 남을 듯한 안습의 악기. 이외에 재즈에서도 종종 쓰이지만 그 빈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초기 명반 '쿨의 탄생(Birth of Cool)' 에서 쓰인 것이 가장 유명한 사례인 듯.
6. 기타
- 게임 60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딸 메리 제인이 방공호에 들어가 살기 전에 연주했던 악기이다.
-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빠야족 캐릭터 피엘레꾸가 이 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연기를 했다.
- 2020년도부터 유튜브에서 튜바 기사부터 시작하여 튜바를 이용한 각종 보스 컨셉을 이용한 보스 테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튜바 나이트의 테마 이후 각종 컨셉의 관악기 테마를 나오면서 하나의 브레스 왕국 밈을 창설했다.
[1] 후술될 수자폰과 매우 유사하게 생겼다.[2] 그래서 저 두 악기로 지정된 파트의 대부분을 지금은 튜바가 연주하고 있다.[3] 정확히 하자면, 바그너튜바가 테너바그너튜바와 베이스바그너튜바 두 가지로 분류되었게 때문에 베이스바그너튜바=베이스튜바라고 혼동하지 않게 붙인 명칭이다. 하지만 바그너 튜바는 바그너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부르크너 작품에만 한정적으로 쓰이는데다가 특히 바그너 튜바를 쓰지 않던 미국에서 튜바가 오케스트라에 완전히 정착된 후에 굳이 이렇게 부를 필요가 없이 튜바라는 이름이 정착되었다.[4] 따라서 아마추어 관현악단 동아리의 경우 튜바 연주자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트럼펫이나 트롬본을 연주한다.[5] 때문에 실제 연주회에서 바그너 튜바 연주자들은 한 손에는 호른, 다른 한 손에는 바그너 튜바를 들고 입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