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레터(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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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대한민국의 창작 뮤지컬. 2015 우수 크리에이터 발굴 지원 사업의 최우수 선정작.뮤즈에게 보내는 편지. 팬레터.
1930년대를 배경으로 천재 작가 '이상'과 '김유정', 그리고 경성 문인들의 모임인 '구인회'의 일화를 모티브로 하여 당시 문인들의 사랑과 예술을 그린 작품이다.
2. 시놉시스
1930년대 경성. 경성에서 잘 나가는 사업가인 '세훈'은 카페에서 쉬던 중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히카루'라는 죽은 여류작가의 소설이 출간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알려지지 않았던 그녀의 진짜 정체까지 밝혀진다고 한다."안녕. 나의 빛, 나의 악몽"
'세훈'은 구치소에 갇혀있는, 문인들의 모임 '칠인회' 멤버이자 소설가인 '이윤'을 찾아가 그 출간을 중지해달라고 부탁한다. '이윤'은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 그럴 수 없다고 말하며, '히카루'의 애인이었던 소설가, '김해진'이 그녀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까지 품에서 꺼내 자랑한다. '세훈'은 자신이 그 편지를 꼭 봐야 한다고 말하며, '히카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데...
3. 등장인물
- 정세훈. 18세 男. 작가 지망생.
친일파 사업가의 아들로 어릴때 어머니가 죽고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문학에 깊게 심취되어있고 문학가의 꿈을 가지고 있다. 문학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음에도 상도 받고 문학지에도 실리는 걸 보면 재능도 있다. 많은 문학가들을 좋아하지만 특히 소설가 김해진의 열성팬이다."말 한마디가 너무 눈부셔서 난 바보처럼 눈물이 나."
극 중 현재 시점에선 결국 사업을 물려받았는데, 동경구치소에 있는 이윤에게 자신이 원하는 걸 알려주면 손을 써 풀어주겠다고 하는 걸 봐선 집안 사업이 꽤 규모가 있는 듯.
- 김해진. 29세 男. 소설가.
순수하고 열정적인 성격으로 다소 내향적이고 고지식한 면이 있다. 폐결핵을 앓고 있으며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 자라 사랑을 하면 금방 깊게 빠져들고 의지하곤 한다. 당대 최고의 천재적인 소설가로 평가받고 있다. 모티브는 김유정."그게 누구라도, 편지의 주인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 이윤. 27세 男. 시인이자 소설가.
모더니즘의 기수. 염세적이고 현실주의적이지만 문인으로서 사명감도 강하고 정도 많은 성격. 김해진의 절친한 친구로 같은 소설가에 폐결핵을 앓고 있어 공감대가 깊다."뮤즈인지, 사람인지, 악마인지, 알 수 있어. 나라면."
술을 좋아하고 장난기 있고 익살스러운 성격으로 '칠인회'의 분위기 메이커다. 모티브는 이상.
- 히카루. 19세 女. 작가
김해진과 생전 서신을 주고받았다는 신원미상의 인물. 문학에 대한 욕심이 많고 실력도 당대의 천재작가 김해진이 인정하고 심취할 정도로 출중하다. 자신감 있고 소유욕이 강한 성격이고 폐결핵을 앓고 있다고 한다. 해진과는 연인 관계로 인간으로서의 해진보다는 작가로서의 해진, 그리고 그의 문학작품들을 좋아한다. 김해진에게는 뮤즈나 다름 없는 인물이었다는 듯하다. 김유정의 생전 일화들에서 영감을 얻어 작가가 창작해낸 인물. [1]"쏟아지는 별빛을 봐. 마음껏 달려봐. 두려워 마."
극 중 묘사[2] 를 보면 단발의 미소녀이다.
- 이태준. 29세 男. 명일일보 학예부장이자 문인.
- 김수남. 26세 男. 시인.
- 김환태. 29세 男, 평론가.
4. 캐스트
'''2016년'''
2016.10.08 ~ 2016.11.05.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2017년'''
2017.11.10. ~ 2018.02.04.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 정세훈: 문태유, 문성일, 손승원
- 김해진: 김수용, 김종구, 이규형
- 히카루: 소정화, 김히어라, 조지승
- 이윤: 박정표, 정민
- 이태준: 양승리
- 김수남: 이승현, 손유동
- 김환태: 권동호
2018.05.25. ~ 2018.05.26.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
2018.08.17. ~ 2018.08.19. 대만 국립 오페라 하우스.
'''2019년'''
2019.11.07. ~ 2020.02.02.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 정세훈: 이용규, 백형훈, 문성일, 윤소호
- 김해진: 김재범, 김종구, 김경수, 이규형
- 히카루: 소정화, 김히어라, 김수연
- 이윤: 박정표, 정민, 김지휘
- 이태준: 양승리, 임별
- 김수남: 이승현, 장민수
- 김환태: 권동호, 안창용
5. 넘버 목록
넘버 목록이라 함은 팬레터 MD(CD)에 수록된 넘버를 적은 것으로, 초연 재연의 실질적 넘버 차이는 없다. 대신 곡의 가사, 멜로디, 무대구성, 안무 등 세부적인 변화가 있었다.
2016 초연 ver.
01. 유고집
02. 그녀의 탄생과 죽음
03. 아무도 모른다
04. Number 7
05. 눈물이 나
06. 그녀를 만나면
07. 거짓말이 아니야
08. 신인탄생
09. 글자 그대로
10. 섬세한 팬레터
11. 투서
12. 별이 반짝이는 시간
13. 생의 반려
14. 거울
15. 해진의 편지
16. 내가 죽었을 때
2017 재연 ver.
01. 유고집
02. 그녀의 탄생과 죽음
03. 아무도 모른다
04. Number 7
05. 눈물이 나
06. 그녀를 만나면
07. 거짓말이 아니야 [3]
08. 글자 그대로
09. Muse
10. 섬세한 팬레터
11. 투서
12. 별이 반짝이는 시간
13. 생의 반려
14. 거울
15. 고백
16. 해진의 편지
17. 내가 죽었을 때
2019-2020 삼연 ver.
-1막-
01. 유고집
02. 그녀의 탄생과 죽음
03. 아무도 모른다
04. Number 7
05. 눈물이 나
06. 그녀를 만나면
07. 거짓말이 아니야
08. 신인탄생
09. 글자 그대로
10. Muse
11. 섬세한 팬레터
-2막-
12. 투서
13. 글자 그대로 Rep.
14. 별이 반짝이는 시간
15. 생의 반려
16. 별이 반짝이는 시간 Rep.
17. 거울
18. 고백
19. 해진의 편지
20. 내가 죽었을 때
-커튼콜-
21. Muse Rep.
22. Exit
-스페셜 트랙-
23. 해진의 편지 MR
24. 눈물이 나 MR
6. 여담
- 악명높기로 유명한 동숭홀의 단차. 2열에 앉으면 역단차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원래는 영화관이었기 때문에 의자도 영화관 의자다.
- 팬레터 시작 넘버인 유고집에 '이 두 사람 동반자살을 했다는군' 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여기서 '두 사람'이 윤심덕과 김우진이라는 카더라가 있다. (실제 년도를 따져보면 윤심덕과 김우진의 이야기 일 수 없음)
- 환태 역을 맡은 배우 권동호는 2016년 초연부터 원캐스트[4] 였던지라, 해당 작품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다. 자기가 관객석으로 가면 공연이 펑크가 나버리는 셈인지라...그러나 2019년, 드디어 원캐스트에서 벗어나 관람에 성공했다고 한다!!
- 2019년 11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삼연의 막이 올랐다. 초연, 재연에 비해 티켓값이 대폭 상승하였으나 극의 퀄리티는 오히려 대폭 저하되어 팬레터를 기다려온 팬들의 분노 게이지를 급상승시켰다.
- 삼연 첫공날 연뮤갤을 다수의 불호후기가 뒤덮었는데, 그 내용은 음향, 연출, 조명, 안무, MR, 캐릭터 붕괴, 커튼콜의 무리한 편지 이벤트 등등으로 티켓팅 때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기대해왔던 덕들이 크게 실망한 마음을 표출한 것. 바로 다음날 공연부터 일정 부분 수정이 되긴 하였으나, 음악은 여전히 MR인데 그나마도 심각한 퀄리티는 전혀 회복되지 않았으며 잡음이 심하고 음질도 고르지 않은 데다 가사 전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관객들의 불만은 여전히 폭주하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 배우들은 MR과 맞춰보지도 않은 거 아니냐, 배우들도 못맞추는 MR이 세상에 어딨냐며 성토대회가 수시로 열리는 중.
- 공연 시작전 로비에서 미니 음악회를 라이브로 개최한다. 음악감독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한다고.
- 11월 14일 목요일부터 1층 양극사이드 부분으로 R석(13석)과 시야제한석(20석)을 추가 오픈했다.
- 11월 16일 토요일 밤공 전 로비음악회에 지난 시즌 정세훈 역할을 맡았던 배우 문태유가 깜짝 등장하여 엔딩곡 <내가 죽었을때> 를 불렀다. 유튜브에 올라온 11월 16일자 로비음악회 영상
- 11월 17일을 기점으로 음향 상태가 조금 좋아졌다.
- 11월 19일부터 양 사이드에 일본어, 중국어 자막 모니터가 설치되었다. 다만 모니터 화면이 너무 크고 밝아 눈이 부시고, 암전때에도 무대 위 배우들과 소품 이동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등 관객 몰입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 다수.
- 11월 19일부터 양 사이드에 일본어, 중국어 자막 모니터가 설치되었다. 다만 모니터 화면이 너무 크고 밝아 눈이 부시고, 암전때에도 무대 위 배우들과 소품 이동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등 관객 몰입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 다수.
7. 플롯에 관한 논란
일부 네티즌이 제기한 친일 논란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하 후반부 반전을 까발리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적혀있으니 공연을 보러 갈 생각이라면 주의하기를 바란다.
7.1. 비판 측
이 작품을 '''친일 미화라고 주장하는 쪽'''에서 가장 문제시하는 것은 주인공 정세훈의 친일민족반역행위[6] 이다. 삼연까지도 수정되지 않은 내용으로 인해 정세훈이 친일민족반역행위자로 전락, 주역 캐릭터가 소생불가능할 정도로 붕괴되었고 극 중 주요 인물의 대다수가 정세훈의 행각을 묵인, 용서하고 있는 탓에 극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창작진의 역사의식마저 비난받고 있으나, 제작진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일제강점기에 친일민족반역행위를 한 정세훈이 아무런 죗값을 치르지 않은 채 스스로의 성장을 이루어내는 결말'''이라는 점이다.
정세훈이 김해진의 사망으로 인해 절필하는 등 죄의식에 빠져 고통을 겪었다고는 하나, 극 중 김해진은 이미 폐결핵 환자였으며 극 후반부에서는 늑막염 등의 합병증까지 앓는다. 이윤의 대사처럼 김해진은 정세훈의 글 때문에 좀 더 일찍 죽었을 수도, 아니었을 수도 있다. 이는 그저문학적인 낭만과 과장에 따른 비약일 뿐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죗값이라 함은 당연히 당사자가 겪을 심적 고통을 제외한, 엄연히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저질렀을 때에 대한 법적 처벌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정세훈의 배경설정 역시 친일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부분이다. 정세훈은 일제강점기 시절 부유한 사업가 집안 경성상회의 아들이며 후에 그 사업을 물려받는다. 이 시기에 사업하는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것 자체가 친일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며, 재연 프로그램북과 대본집에 정세훈은 친일파 사업가의 자식이라고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이윤의 정세훈에 대한 시각에 대해 논하자면, 이윤은 정세훈이 여전히 싫다는 식으로 말했을지 모르나 마무리는 내가 지어주겠다면서 그의 문인으로서의 재능을 인정하는 결말을 맺었고, 정세훈이 불온단체라고 투서로 고발했던 칠인회는 아무런 거부감없이 정세훈을 멤버로 받아들였다. 정세훈은 스스로 괴로워하는 식으로만 양심의 가책을 느낄 뿐 실제적으로는 아무런 법의 처벌을 받지 않고 죽은 이윤[7] 을 제외한 그 누구도 정세훈의 그러한 행위를 지적하지 않는다. 물론 혹자는 단순한 창작물의 내용일 뿐이라고 유연한 태도로 용인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도 하겠지만 한국인에게 있어서 일제강점기 시절의 역사는 지극히 이성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접근해야만 하는 부분이자 치유될 수 없는 과거의 뼈아픈 상흔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유태인들이나 살아남은 레지스탕스들이 민족반역자들을 어떻게 처벌하였고 지금 이순간까지도 예술작품에서 어떠한 시선들로 그들을 묘사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 어떤 문명국에서도 나치에 협력한 이들을 옹호하거나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작품이 호평받은 적은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도 히틀러나 나치 관련 발언은 문화예술계에서 철저하게 매장당할 정도로 강력하게 비판받으며 법적인 처벌도 뒤따른다.
작품을 비판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문제로 삼는 것은 정세훈이란 작중 인물이 친일행각을 했다는 사실보다, 궁극적으로 정세훈의 친일행각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이다. 작품 내에서 누군가 악행을 저지르는 것은 흔하디 흔한 일이지만, 해당 행위에 대한 해석과 그에 따른 결말 등에 대한 문제라는 것. '''즉 이 작품에 대해 친일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정세훈이라는 가상인물의 행동이 비윤리적임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친일부역행위를 다루는 실존인물인 작가의 경솔함과 역사의식 부재를 비판하는 것이다.''' 작품 속 등장인물이 특정 행위를 하게 된 것은 작가의 창작이고, 창작물의 등장인물은 작가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만들어낸 창조물이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행위와 주제의식을 별개로 볼 수도 없다. 작품의 주제란 결국 등장인물의 말과 생각 그리고 행동이라는 행위를 통해 드러나기 마련이다. 작중 정세훈이 투서를 보낸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친일부역행위이며 그와 같은 행위의 동기조차 허무맹랑하다. 물론 작품의 인물이 친일부역행위를 할 수도 있으며, 단순히 친일부역행위자가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친일미화나 옹호라고 결론짓는 것 역시 부당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친일부역행위에 대해 온정적 시각을 보내거나 그에 대해 명백한 태도를 밝히지 않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명백한 친일행위를 친일행위로 다루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본 주장의 요지.
분명히 팬레터의 주제가 친일의 옹호라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그러나 그 주제가 친일의 옹호가 아님에도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정세훈이 명백한 친일행적을 하고도 이를 제대로 수습하지 않고 용서받는 결말로 이어지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친일행위까지 감싸주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다.
극의 말미에 김해진에 의해 정세훈이 용서받는 것은 자신의 정체가 히카루라는 사실에 대한 거짓말일 뿐 투서를 보낸 행위가 아니다. 그리고 이는 김해진이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거나 짐작하고 있었다는 전개로 해소된다. 정세훈이 투서를 보낼 당시 칠인회 소속이었던 김해진은 정세훈이 투서를 보낸 것도 알고 있으면서 용서했는지는 작품에서 다뤄지지 않아 알 수 없다. 이윤을 제외한 다른 칠인회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 극 중 정세훈이 투서를 보낸 것이 자신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힌 유일한 대상인 이윤의 반응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윤은 비록 정세훈에게 난 여전히 네가 싫다고 얘기하긴 하지만 투서 사건에 대해서는 단지 칠인회 난리라고만 언급할 뿐이다. 투서는 그 의도와 동기가 무엇이든 친일부역행위이며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메시지는 결여되어 있다. 오히려 이윤은 정세훈을 위로하고 그의 재능을 칭찬하고 그의 글을 마무리해주겠다는 호의를 보이고 독자 하나는 구했다는 소회를 밝힌다.''' 민족반역행위를 한 자에 대한 이와 같은 이윤의 온정적인 태도가 합당한 수준이라고 한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껏 친일청산이 미진한 이유로 다툴 이유도 없을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이 명백한 반민족 친일행적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행적에 대해 작품 내 누구도 엄격한 비판을 하지 않으며, 심지어 자기반성도 없다.'''[8] 투서란 행위의 중대함이나 명백함에 비해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작중 정세훈의 거짓말이 몇 번의 고백과 사과와 용서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과정과 한번 비교해보라. '''투서가 친일이라거나 반민족 행위라는 사실 자체도 극중에선 뚜렷하게 언급되지 않았던 것이 삼연에 와서야 정세훈의 친일행적 논란이 크게 불거진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물론 초연 및 재연에도 정세훈의 행적에 대한 비판이 있긴 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고 삼연에서 크게 불거진 이후 이전에는 그의 행동이 친일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다는 관객들의 고백도 적잖이 이어졌다. 팬레터가 친일미화 작품이 아니라고 옹호하는 사람들도 정세훈의 투서 자체는 친일행위라는 것을 인정할만큼 명백한데도 관객들이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플래쉬의 플레쳐 교수와 비교하는 의견에 대해 서술하자면, 플레쳐 교수는 평면적인 악역은 아닐지언정 그가 저지르는 악행은 적나라하고 노골적이며 어쨌든 악인에 가깝게 묘사된다. 그에 비해 정세훈은 그가 저지른 악행에도 불구하고 선량하고 어린 소년에 가깝게 묘사된다. 악인을 입체적인 악인으로 묘사하는 것과 악행을 저질렀음에도 그 악행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고 포장하는 것 사이에는 간극이 너무 크다
'''팬레터에서 친일행위는 친일행위임에도 친일행위로서 다뤄지지 않는다. 정세훈의 투서는 분명 친일행위임에도 이 행위가 심각한 민족반역 행위라는 인식은 작품 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팬레터의 친일 논란의 핵심은 이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친일행위가 인물들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하나의 사건 정도로만 가볍게 다뤄질 뿐 중대하게 다루지 않는 바람에 어떤 관객들은 주인공의 친일행적에 대해 의식하지 못했다. 이는 관객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먼저 친일행위를 단순한 갈등증폭의 서사적 장치로만 다룬 작가의 안일함을 비판해야 할 것이다.
작가는 왜 이토록 명백한 친일행위인 투서를 친일행위로 다루지 않고 크지 않은 서사적 장치로 쓰고 말았을까? ''작가에게 투서가 친일행위라는 자각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정세훈이 친일의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투서를 보냈지만 그 일은 친일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전자라면 작가의 역사의식에 심각한 의문을 표해야 할 것이고 후자여도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일제강점기의 친일반역자들이 모두 친일의 의도를 가지고 친일행위를 하지는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시 많은 이들에게 친일부역행위는 생존과 결부되어 있었기 때문에 의도만을 가지고 친일행위냐 아니냐로 접근하는 건 너무 위험한 방식이다.
물론 작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이 작품에서 명백한 친일행위가 친일행위로서 그 무게에 걸맞게 다뤄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친일행적에 대한 확실한 반성이나 사죄 없이 정세훈은 용서받고 본인이 고발했던 칠인회의 일원이 되는 결말로 작품이 끝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작품이 표방하는 주제가 무엇이든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 관객이 그 행위가 민족반역행위인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작품 내에서 누구도 제대로 비판하지 않고 주인공 역시 명확하게 투서 건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본인이 고발했던 바로 그 칠인회의 일원이 되는 결말이 되는데도 작품과 작가의 역사의식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투서라는 저열한 민족적 반역이자 배신행위를 비판의식은 물론이고 친일행위라는 자각조차 없이 인물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서사적 장치로만 사용해도 과연 괜찮은 것인가?''' 본 주장의 요지이자 핵심적인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7.2. 반론 측
정세훈이 저지른 모든 행위의 업보는 그가 가장 동경하던 사람의 죽음이라는 귀결로 돌아왔다. 그로 인해 정세훈은 자신의 손 끝에서 나온 글들이 결국 그를 죽였다는 죄의식에 빠졌으며, 절필하고 자신이 쓴 글도 전부 태워버리려고 하는 것이 극 중 이윤을 찾아간 동기이자 도입부이다. 따라서 정세훈이 죗값을 치르지는 않았으나, 그 역시 스스로의 죄의식과 고통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정세훈의 배경과 가정형편 등에 대해서는, 극중에서 당시 사회는 지식인들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지루한 시대'''로 묘사된다. 일제의 '''극심한 문화적 박해'''와 그로 인한 '''사회적 무력감'''은 오프닝 넘버 '유고집'의 가사에서부터 직설적으로 표현된다. 또한 칠인회 멤버들이 합창하는 넘버 '럭키 세븐'에서도 암울한 시대에 대한 절망이 언뜻 밝아 보이는 멜로디와는 대비되어 절절히 서술되어 있다. 당대는 민족문학은 물론이고 정치적 의도가 없는 순문학조차 철저히 검열당하는 시대였으며, 주역 인물인 '이윤' 역시 독립운동을 한 적 없음에도 '불령선인'이라는 죄목으로 형무소에 구금된 상태로 등장한다. 이는 그가 그저 조선의 지식인이었기에 시덥잖은 누명을 쓰고 잡혀간 것일 뿐이다.
이처럼 일제강점기가 지식인에 대한 탄압이 극에 달한 암흑기였음은 작중 여러 대사와 장면을 통해 드러난다. 일본에 협력하지 않은 문인들은 글 한 줄을 내는데도 검열에 벌벌 떨며 결핵과 생활고에 시달린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전혀 긍정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또한 이 극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한재은 역시 인터뷰에서 당시의 시대적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해진이나 세훈의 음울한 내면에는 당시의 암울한 시대적 배경이 체화되어 있다'고 발언한 적 있다. #
정세훈이 투서를 저지른 동기는 딱히 친일을 위해서가 아닌, 칠인회의 멤버 중 '김해진의 가장 절친한 동료'인 이윤이 이미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이대로 가다간 전부 들킬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두려움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동기가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며, 주인공 정세훈의 투서가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임은 결코 부정할 수 없으나''' 등장인물의 악행을 작품의 주제의식 자체와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차라리 이는 작중 초반에, '''문학책을 밟았다는 이유로''' 일본인 학생을 때려서 퇴학까지 당했던 순수한 문학청년이, 점차 광기와 집착에 물들어 어디까지 모순적인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사적 장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또한 정세훈의 배신행각이 작중에서 긍정적으로 묘사된 적은 없으며, 점점 내면 모순이 극에 달하다가 끝내 자신의 그 배신행각을 지적받자마자 인지부조화를 견디지 못해 절망하고, 히카루는 그런 그를 싸늘하게 비웃으며 '그런 짓을 해놓고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냐'며 조롱한다.[9]
작품의 주제의식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들을 비판하고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해당 작품은 암울했던 시절, 순수문학이나 찾던 지식인들을 조롱하는 블랙코미디가 아닌, 로그라인에서도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당시 문인들의 사랑과 예술을 그리려 한 작품이다. 아마도 제작진은 정세훈의 투서 행위가 민족반역행각에 속하는지에 대한 것은 깊이 고민해보지도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재연, 삼연에 오며 좀 더 극적인 전개를 위한 추가 설정의 충돌로 인해 캐릭터 붕괴가 일어나고 스토리가 꼬이는 등 수습이 불가능해졌기에, 여러모로 제작진의 안일한 역사의식과 미흡한 대처가 아쉬운 부분.
분명 주인공 정세훈이 저지른 투서행각은 저열한 배신행위로, 이는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작품 인물들 중에는 도덕적으로 온전한 인물이 없다. 주역으로 등장하는 순문학 문인들도 일견 신념에 찬 인물로 보이면서도, 당대의 다른 시인, 소설가들이 구속을 각오하면서도 민족문학이나 독립문학을 하고 있을 때, 문학의 아름다움 따위나 찾고 있던 현실도피자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실제로 당대의 순문학 작가들은 몽상가나 비겁자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또한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에 도취되는 면모나 무력한 시대현실 속에서 술이나 마시며 허랑방탕 폼만 잡는 모습이 작중에서도 풍자 요소로 쓰이고 있으며, 정세훈은 동경하는 문인에 대한 비틀린 집착으로 점점 타락해가는 얀데레고, 김해진 역시 자기 팬에게 혈서나 써보내는 집착이 강한 인물임을 서술하는 등 다양한 결점을 인물들에게 부여해 인물 내면의 모순과 입체성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사실 이 작품은 '예술 추구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광기'라는 측면에서 위플래쉬와 유사한 주제의식을 품고 있다.[10] 위플래쉬의 플레쳐 교수가 폭언 및 폭행, 제자를 자살로 몰아갈 수준의 정신적 학대를 저질렀다면, 정세훈은 친일민족반역행위라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대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플레쳐 교수 역시 평면적인 악역으로 그려지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자기 신념에 찬, 충분히 연민가능한 인물로 묘사되었다.
인물의 행위를 비판하는 것은 매우 합당한 감상이다. 하지만 작품을 쓸 때 인물의 행위에 대해 어디까지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어쨌거나 등장인물의 행위와 작품의 주제의식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세훈의 행위는 친일반민족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먼저, 문제가 되는 사건의 개요를 살펴보면, 정세훈이 투서를 보낸 경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그 일정은 드러난 바 없으나 여러 넘버에서 간접적으로 그 동기와 내용이 드러난다. 먼저, '글자 그대로'에서 정세훈은 본인의 이름을 쓰지 못한 작품이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자 이에 실망 반 두려움 반으로 히카루를 찾아간다. 정세훈은 자신의 작품이 큰 관심을 받으면 자기 정체가 탄로날 것이라며 두려워하고 뮤즈를 찾아다니는 칠인회가 언젠가는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될 것이라며 히카루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데, 히카루는 여기서 '그럼 선생님들만 없으면 되는거지?'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다. 이 대사는 히카루가 김해진을 제외한 칠인회 작가들을 해할 것임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는 복선이다. 또, 2막의 첫곡인 '투서'에서는 수남의 대사를 통해 누군가 총독부에 칠인회를 불온단체라고 고발하는 투서를 보냈으며 이에 따라 총독부에서 검열을 진행할 것이라는 내용이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거울'에서는 '히카루'가 이 모든 행동이 조현병적 정신분열 소견을 보이는 정세훈/히카루라는 두 자아가 합심하여 벌인 일이라는 것을 폭로하고, 세훈은 그에 당황하고 분노하여 결국에는 문학적 자아인 히카루를 소멸시키고 절필하게 된다.
비판 측은 세훈이 총독부에 칠인회를 음해하는 투서를 보낸 것 자체가 용서 받을 수 없는 친일반민족적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한민국에서 반민족행위에 대한 법률적 정의는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하 '반민족규명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반민족규명법'은 친일반민족행위를 '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ㆍ일전쟁 개전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본제국주의를 위하여 행한' 행위로 시간적 범위를 제한하고 20개에 달하는 각 호에 어떠한 행위가 친일반민족 행위에 해당하는지 나열하고 있다.
정세훈의 행위에 적용 가능한 혐의는 '반민족규명법' 제2조 제5호 '밀정행위로 독립운동이나 항일운동을 저해한 행위' 정도 밖에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세훈을 '밀정'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운 것이,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밀정이란 '남몰래 사정을 살핌 또는 그런 사람'이다. 정세훈은 명인일보 편집실에 급사로 고용된 청년이었고, 당시에 총독부 또는 일본제국의 지휘를 받아 밀정행위를 제공하고 반대급부를 지급받았다는 증거는 없다.
물론 밀정이 아니더라도, 정세훈이 칠인회의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여 밀정 행위를 저지른 경우 친일행각으로 해석될 여지는 충분하다. 그러나 극 중 환태의 '물론 대부분은 거짓이지만...우리 내부에서만 나눈 이야기가 투서에 쓰여 있었어요!' 대사로 이 부분은 충분히 반박된다. 밀정은 어떤 조직이나 국가의 내부 정보를 훔쳐내기 위해 보내는 것으로, 밀정이 보낸 정보가 대부분 거짓이었고 설령 약간의 진실과 섞여 있었다 하더라도 그 진실이 큰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면 이는 밀정 행위로 판단하기 어렵다. 정세훈이 섞은 조금의 진실이 그나마 의미를 가지려면 적어도 칠인회가 독립운동, 민족운동에 힘쓰는 단체여야 한다.
그렇다면 칠인회가 독립운동이나 항일운동을 했던, 독립운동단체인가? 칠인회는 객관적으로나 구성원들의 심적 서술로 보나 독립운동 또는 민족단체라고 할 수 없다. 칠인회는 경성부의 모더니즘을 주창하는 문학가들이 모여 만든 동인회로 그들이 부분적으로라도 독립운동을 지원했다는 묘사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또한, 칠인회의 모티브가 되는 구인회 또한 독립운동 또는 민족운동을 지원했다는 증거는 없다.
아울러 칠인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도 '작가들이 모두 거리로 나가 운동이라도 해야 한단 말이냐?', '그러한 운동으로부터 자유로운 순수문학으로서'라는 말을 여러번 함으로써 1920년대 식민지 조선을 휩쓸었던 KAPF의 경향문학이나 사상운동을 열렬히 주장하는 문학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것이 수 차례 목격된다. 물론 수남, 환태, 윤의 입을 빌려 민족이 가진 감수성을 잃는 것도 수탈이며 우리만이 가진 말과 글로 우리의 정서를 보존하는 것 또한 민족 운동이라고 말한 적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을 생각 없는 단체로 몰아붙이는 평단과 동료 작가들의 혹평에 방어하려는 갖다붙이기였을 뿐 실제 1930년대 대한민국의 모더니즘은 일본을 통해 들어온 근대화에 대한 환상이나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 식민지 지식인으로서의 좌절 등 개인적이고 환상적인 주제에 천착하였을 뿐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정세훈이 투서를 한 행위는 친일반민족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칠인회를 해한 것은 개인적, 인간적으로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며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러나 그것을 친일반민족 행위로 연결짓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로 투서 자체가 친일반민족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침소봉대라고 할 것이다.
8. 둘러보기
[1] 김해진의 모티브인 김유정은 죽기 전, 박봉자라는 여인에게 답도 오지 않는 편지를 서른 여 통이나 계속 보낸 적이 있다고 한다. 이를 보고 작가는 '그러한 행동이 과연 정말로 사랑을 하고 싶었던 사람의 행동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죽음을 앞두고 마음을 둘 곳이 필요했던 것일까'하는 의구심을 품게 되었고, 그러한 의문을 바탕으로 인물들의 심리를 써나갔다고 했다. 여담으로 이 박봉자는 같은 구인회 회원인 김환태와 결혼하며 김유정은 두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했다.[2] 희게 빛나는 얼굴. 또렷하고 날카로운 눈매. 까맣고 윤기 나는 단발머리. 조용하고 고집 있는 성격. 넘버 '거짓말이 아니야'에 묘사된다.[3] 실제 공연 때는 이 넘버 이후 신인탄생 넘버가 공연된다.[4] 일반적으로 한 배역에 2~3명정도의 배우가 캐스팅 되지만, 한 배역을 단 한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를 원캐스트라고 한다.[5] 그 외에도 '우리 세훈이', '김해진' 등 팬레터 관련 키워드가 많이 올라왔다.[6] 극 중 정세훈의 다른 인격인 히카루가 순수문인회인 칠인회가 불온단체라고 조선총독부에 투서, 밀고하였다. 정세훈은 몰랐다고 하지만, 동일인물임에는 변함이 없으며 극의 결말마저도 정세훈으로부터 분리되었던 히카루가 돌아오는 만큼 정세훈이 반역행위를 했다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7] 그도 단순히 개인적인 우정의 문제였을 뿐, 민족이라든지 조선의 독립이라든지 대의와는 전혀 상관없는 태도를 보였다.[8] 작중 정세훈은 계속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하지만 전술했듯 이는 김해진을 속였다는 것에 치우쳐 있다. 정세훈이 칠인회에 대한 배신행각에 대해 뼈저린 자각이 있어 괴로워하는 인물이었다면 구치소에서 이윤에게 그렇게 시건방을 떨진 않았을 것이다. 이 작품의 메인 플롯은 김해진과 정세훈, 히카루 간의 관계이고 정세훈의 친일행위는 주요한 갈등이 아니기 때문이라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친일행적은 주인공의 거짓말에서 파생되는 부수적인 잘못 정도로 치부될 만큼 가벼운 일이 아니다.[9] 또한 해석에 따라서 정세훈의 그 '행위' 자체는 끝까지 용서받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윤은 정세훈에게 '나는 여전히 네가 싫다'라며 그의 행위를 용서하지 못했다는 뉘앙스의 말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계속 쓰라고 한 것은, 이윤 내면에 있던 깊고 복잡한 동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가령 순수 예술 문인으로서 품고 있던 재능에 대한 애증과 더불어 죽은 친구에 대한 회한 등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정세훈이 저지른 그 배신행위에 대한 긍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10] 또 다른 주제의식은 '암울하고 무력한 현실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의미있는 행위인가'. 이 역시 작품은 직설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작중 작가들은 비겁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 줄창 무력감이나 술에 취해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서도 미학에 대한 확신 등 신념에 찬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면모가 번갈아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