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 선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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紫日: Purple Sunset[1] , 2001
평소우 감독의 2001년 중국 전쟁 영화.
2001년 하와이 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자 이 때를 노려 소련군이 폭풍처럼 소-만 국경을 넘어 진격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중국인과 소련 여군, 그리고 일본 여학생이라는, 기묘하고도 어울리지 않을 법한 등장인물 구성을 통해 이들이 갈등하고 또 서로를 이해하고 거리감을 좁혀나가는 과정에서 전쟁의 참상과 비극성을 잘 표현해낸 영화다. 초반부에 대규모 전투씬이 짧게 나오기는 하지만 전쟁영화라기보다는 로드무비의 성격을 띤 반전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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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중국 농부 양(푸다롱 분), 소련 여군 나쟈(안나 체리나노바 분), 일본 여학생 아키(마에다 치에 분)
실제 전차도 여러 대 등장하고 예산을 꽤 들인 영화기는 하지만, 모형 티가 처절하게 나는 항공기 등 각종 특수효과나 총 맞을 때마다 몸을 날려 죽어나가는 병사들 등 영화의 연출 자체는 2001년 작임을 감안해도 상당히 질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뭔가 피비린내 진동하는 전쟁 영화를 예상하고 감상한다면 상당히 실망할 수 있는 작품. 연출보다는 영화의 내용에 초점을 두고 감상하기를 권한다.
하지만 주제의식 자체는 잘 짜여져 있고 특히 한국인들에겐 공감할 거리가 매우 많은 영화다. 2차 대전이라는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린, 민간인과 말단 군인일 뿐인 이 세 명의 화해 과정과 이들을 둘러싼 비극을 통해 전쟁으로 상처입는 것은 늘 힘없는 다수의 약자임을 깨닫게 해준다. [3]
드넓은 만주의 자연을 담은 장면들과 배경으로 울려퍼지는 배경 음악도 상당히 서정적이고 잘 어울린다.
영화는, 2차 대전에서 생존한 양이라는 할아버지에 대한 인터뷰로 시작한다.[4] 만주 작전을 통해 소련군이 전격적으로 국경을 넘어오자 관동군은 말그대로 개발살이 나버린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관동군 일부는 후방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그리고 총알 세례에서 겨우 살아남은 중국인을 마저 죽이려는 순간, 소련의 작지만 아름다운 T-34가 벽을 뚫고 등장하면서 극적으로 소련군에게 구조된다. 이 중국인이 바로 주인공인 '''양'''
양은 소련군 후발대에 맡겨져 부상자 등을 태운 장갑차에 오르는데 여기서 무뚝뚝하고 시크한 여군 나쟈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만 이 장갑차는 선두를 놓치게 되고 갈림길에서 엉뚱한 길에 들어서 되려 일본군이 득실득실한 마을로 잘못 들어서고 만다. 결국 대부분의 소련 군인이 전사하고 조종수와 양, 나쟈만이 겨우 살아남아 도망친다.
정신없이 도망치다 다리 건너편의 초소를 발견하게 된 일행은, 초소에서 수류탄이 투척되자 극도로 경계한 나머지 총을 휘갈겨버린다. 이윽고 조종수가 PPSh-41을 들고 초소에 진입해서 발견한 것은 교복을 입고 있는 여학생 두명. 총상을 입은 한명은 그자리에서 죽고[5] 살아남은 한 명[6] 은 조종수를 해치려다 저지당한다. 일행은 이 여학생이 근처 지리를 잘 알것이라 여겨 포박한 후 재갈을 물려 길잡이를 시킨다.
그러나 아키가 그들을 인도한 곳은 지뢰밭. 적군과 함께 황천길에 갈 요량으로 그들을 지뢰밭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결국 조종수가 지뢰에 폭사하자 분노한 나쟈는 아키를 총으로 쏘아죽이려고 한다. 하지만 아키가 없다면 그들 역시 지뢰밭에 꼼짝없이 갇힐 것이므로 결국 살려두고는 그곳을 빠져나온다. 일본군의 추격을 겨우 피한 그들은 길을 걸으면서 계속 반목한다.
일본의 민간인 학살의 현장을 눈 앞에서 목격했던 양은 아키를 보면서 일본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힘겹게 참아낸다. 나쟈 입장에서도 아키는 동지를 죽음으로 내몬 천하의 개쌍년. 한편 아키 역시 일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중국인, 백인 등등은 적이라고 교육받아왔으므로 그들과의 공존이 역겹기만 하다. 그러나 늪지대와 초원 화재 등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서로를 도우면서 이들은 적개감과 의심을 조금씩 거두고 거리감을 좁히기 시작한다. 양이 대검으로 아키의 포박을 풀어주는 장면과, 또 어린 아키가 전쟁터에 내몰린 것을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 이를 상징한다. 초반부에는 양에게 쌀쌀맞게 굴던 나쟈가 일행에서 떨어져 위기를 겪은 후 재합류 했을 때 양을 껴안고 기뻐하는 장면도 있다.[7]
그러나 아키가 그들을 안내한 곳은, 처음에 양과 나쟈가 일본군의 공격을 받았던 마을. 이 때문에 이들은 또 다시 반목한다. 다행히 마을엔 일본군이 없었고 빈 장갑차[8] 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은 일본이 항복했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에 절망한 아키는 PPSh-41을 들고 양에게 겨누며 절규하지만 이미 양이 모든 총알을 빼놓은 상태. 반대로 승전국의 군인인 나쟈는 느긋하게 목욕도 즐기는 등 기쁨을 만끽한다.[9] 결국 아키도 높으신 분들이 일으킨 전쟁의 희생양임을 양은 깨닫는다. 자신이 배운 것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깨달은 아키는 오니시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다며[10] 고아가 된 자신의 오빠가 되어달라고 한다.
한편 그들이 머물던 곳 근처에서 총성이 울리고 일행이 그곳을 향해 가보니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참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패전에 절망한 일본인들이 군인, 민간인 가릴 것 없이 집단 자살을 하고 있었던 것. 맨발의 겐 1권을 연상케 하는 참혹한 풍경. 아키는 그들이 전쟁이 끝남을 몰라 그런 짓을 하는 줄 알지만, 사실 그들은 전쟁이 끝났기에 그런 짓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파악하지 못한 아키가, 장교가 아이를 권총으로 사살하려다 총알이 다 떨어져 병사의 소총을 뺏어 아이를 겨눌 때, 이들의 헛된 죽음을 막기 위해 비탈을 뛰어 내려간다. 일본군 장교는 소총으로 그녀를 쏘고, 여기서 아키의 사망. 이때 아키가 들고 있던 꽃을 푸른 하늘에 흩뿌리는 장면은 진부하면서도 극적인 장면. 여담으로, 양과 나샤의 노년 나레이션이 나오면서, 아키의 노년도 나올 법 한데 후반부까지 나오지 않은 이유로, 눈썰미 빠른 사람은 이 친구가 어찌됐건 죽겠구나, 짐작할 수도 있다.
아키의 죽음에 분노한 나쟈와 양은 장갑차를 타고 일본군을 향해 돌격한다.특히나 양은 장갑차 안에서 총을 장전하면서 지난 일들을 떠올리는데, 대검에 찔려 죽은 노모와 학살당한 동족들, 그리고 허무하게 전쟁의 희생양으로 죽은 아키를 생각하면서 일본군에 대한 분노를 다시 불태운다. 결국 나쟈의 돌격과 양의 사격에 남은 일본군의 만세 돌격은 분쇄되고 아키를 죽인 장교는 일본도를 들고 설치다 개죽음을 당한다.
영화 말미에 일몰을 배경으로 울려퍼지는 소련군의 선전 방송[11] 과 일본군들이 총과 장구류를 땅에 내던지며 무장해제하는 모습에 오버랩되는 서글픈 음악은 그야말로 비극적인 대전쟁이 끝났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아키의 안타까운 죽음에 더해 상당히 여운이 남는 장면.
(태양이 진다- 영화 제목에 가장 어울리는 후반부 장면. 자막이 이상한것 같지만 넘어가자. 해당 장면에 더이상의 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나레이션이 말하는데 실제 역사는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하고 향후 약 50년 간 세계 도처에서 동서 대리전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분쟁이 이어졌다....)
그리고 아키의 유물이라 할 수 있는 인형 오르골을 손에 올려놓고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는 양과 이제는 노병이 된 나쟈가 옛일을 회상하며 헌화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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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나쟈가 회상했을 과거. 아키도 살았다면 세명은 전후에도 좋은 친구가 됐을지도.
(다만 전후 3명 모두 노년에나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아키는 일본으로 귀국하면 공산진영인 중국, 러시아로 왕래가 안되었을 것이고 냉전 당시 같은 공산진영이라도 중소분쟁으로 인해 중국인인 양과 러시아인인 나쟈 역시 서로 왕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소련 여군 나쟈에게 약간의 고증 오류가 지적된다.그이유가 60년대 나온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 당시 소련 여군 전투복 중에 스커트도 있었지만 영화에 나온것보다는 길었다.
이 영화의 교훈과는 별개로 아키가 일행에게 끼친 민폐는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부비트랩과 지뢰가 깔려있는 벌판으로 일행들을 유인해 결국 조종수를 폭사 시키고, 숲을 돌고 돌아 다시 일본군에게 일행을 인도하는가 하면[12] , PPSh-41을 들고 일행을 겨누는 짓까지 저지른다[13] . 그리고 불에 휩싸이기 전 벌판에서 도망친 행위 덕분에 당시 일행이 해체될 뻔 하기까지한다[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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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감상한 사람들 중 다수는 청초한 아키의 모습에 반해 역할을 맡은 여배우의 이름을 몹시 궁금해했다고. 아키 역을 맡았던 마에다 치에는 이후에는 기묘한 이야기 등의 드라마에 잠깐 잠깐 얼굴을 비췄을 뿐 활동은 거의 안하는 듯.[15] 연기활동 보다는 중국과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NHK에서 중국어 회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참고로 소련여군으로 출연한 안나와 마에다 치에는 동갑이라고 한다...
의외로 개그요소도 들어있는데 잠시 사고로 나쟈와 떨어진 양과 아키가 호랑이와 조우하자 사격법을 몰라 허둥지둥 대는 장면. 우연히 격발이 되어 목숨을 건지기는 한다.
영화 초반부에 조선인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구출된 양을 본 소련 지휘관이 "조선인이냐? 중국인?" 이라고 묻는 장면. 하지만 넉이 나간 양은 러시아말도 몰라서 대답을 못하고 그런 양의 몰골을 안쓰럽다는 듯이 보던 소련 지휘관은 맨발인 양의 발을 보고 신발 한 켤레를 던져준 후 떠난다.
초반부 관동군 병력이 소련군 T-34 전차부대에게 처참하게 유린당하는 장면이 잘 알려져 있다. 대전차포 사격, 치하(97식 전차) 부대, 대전차총검술까지 사용하지만 제대로 피해를 주지 못하고 그대로 뚫려버린다. 그런데, 작중 묘사한 전과만 따지면 이것조차 일본군을 미화한 수준이다. 당시 치하의 성능으로는 작중에서 등장한 T-34/85를 상대로 저 정도까지 접근전을 하는 것도 무리였고, 독소전쟁에서 판처파우스트와 흡착지뢰 등의 공격을 지긋지긋하게 당한 경험이 있는데다 이미 보병과 전차부대가 유기적으로 상호 지원하는 보전 합동 전술을 구축한 소련군에게 일본군의 대전차총검술은 어린이 장난 수준이었다. 아마도 좀 화려한 연출을 하려다 보니 소련 전차들이 뻥뻥 터져나가는 것으로 묘사한 듯 하다.
紫日: Purple Sunset[1] , 2001
1. 개요
평소우 감독의 2001년 중국 전쟁 영화.
2001년 하와이 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자 이 때를 노려 소련군이 폭풍처럼 소-만 국경을 넘어 진격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중국인과 소련 여군, 그리고 일본 여학생이라는, 기묘하고도 어울리지 않을 법한 등장인물 구성을 통해 이들이 갈등하고 또 서로를 이해하고 거리감을 좁혀나가는 과정에서 전쟁의 참상과 비극성을 잘 표현해낸 영화다. 초반부에 대규모 전투씬이 짧게 나오기는 하지만 전쟁영화라기보다는 로드무비의 성격을 띤 반전영화다.
1.1. 등장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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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중국 농부 양(푸다롱 분), 소련 여군 나쟈(안나 체리나노바 분), 일본 여학생 아키(마에다 치에 분)
- 양 - 팔로군으로 오해받아 일본군에게 잡힌 후, 자신의 노모가 일본군의 총검술 연습 대상으로[2] 찔려 죽고 중국 민간인들을 일본군들이 재미로 불태워 죽이는 것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이 때문에 영화 초반부에는 일본인인 아키를 죽이려고 갈등한다거나, 기껏 살려주고도 음식을 던진다거나 하는 행동을 보인다. 참고로 양은 실존했던 농부라고 한다.
- 나쟈 - 소련군 의무장교이자 소위. 이미 베를린, 프라하의 지옥같은 전장에서 살아나온 베테랑 병사다. 후발대에 속해 부상병들을 돌보며 장갑차에 탑승해 따라가나 이내 선두를 놓치고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일본군에게 동지 대부분을 잃어 양과 함께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처음에는 양을 시켜 아키를 죽이라고 하는 등 적개감을 숨김없이 보인다. 어린 아들이 있었지만 전쟁 초기 독일군의 폭격으로 죽었다.
- 아키 - 일본인 여학생. 군국주의 교육에 세뇌되어 양과 나쟈를 경계하지만 여러번 도움을 받기도 하고 또 자신도 도움을 주면서 서로 사이가 가까워진다. 전쟁이 끝나면 사모하는 남학생 오니시와 함께 일본으로 돌아가서 살고 싶어한다.
2. 평가
실제 전차도 여러 대 등장하고 예산을 꽤 들인 영화기는 하지만, 모형 티가 처절하게 나는 항공기 등 각종 특수효과나 총 맞을 때마다 몸을 날려 죽어나가는 병사들 등 영화의 연출 자체는 2001년 작임을 감안해도 상당히 질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뭔가 피비린내 진동하는 전쟁 영화를 예상하고 감상한다면 상당히 실망할 수 있는 작품. 연출보다는 영화의 내용에 초점을 두고 감상하기를 권한다.
하지만 주제의식 자체는 잘 짜여져 있고 특히 한국인들에겐 공감할 거리가 매우 많은 영화다. 2차 대전이라는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린, 민간인과 말단 군인일 뿐인 이 세 명의 화해 과정과 이들을 둘러싼 비극을 통해 전쟁으로 상처입는 것은 늘 힘없는 다수의 약자임을 깨닫게 해준다. [3]
드넓은 만주의 자연을 담은 장면들과 배경으로 울려퍼지는 배경 음악도 상당히 서정적이고 잘 어울린다.
3. 줄거리
영화는, 2차 대전에서 생존한 양이라는 할아버지에 대한 인터뷰로 시작한다.[4] 만주 작전을 통해 소련군이 전격적으로 국경을 넘어오자 관동군은 말그대로 개발살이 나버린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관동군 일부는 후방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그리고 총알 세례에서 겨우 살아남은 중국인을 마저 죽이려는 순간, 소련의 작지만 아름다운 T-34가 벽을 뚫고 등장하면서 극적으로 소련군에게 구조된다. 이 중국인이 바로 주인공인 '''양'''
양은 소련군 후발대에 맡겨져 부상자 등을 태운 장갑차에 오르는데 여기서 무뚝뚝하고 시크한 여군 나쟈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만 이 장갑차는 선두를 놓치게 되고 갈림길에서 엉뚱한 길에 들어서 되려 일본군이 득실득실한 마을로 잘못 들어서고 만다. 결국 대부분의 소련 군인이 전사하고 조종수와 양, 나쟈만이 겨우 살아남아 도망친다.
정신없이 도망치다 다리 건너편의 초소를 발견하게 된 일행은, 초소에서 수류탄이 투척되자 극도로 경계한 나머지 총을 휘갈겨버린다. 이윽고 조종수가 PPSh-41을 들고 초소에 진입해서 발견한 것은 교복을 입고 있는 여학생 두명. 총상을 입은 한명은 그자리에서 죽고[5] 살아남은 한 명[6] 은 조종수를 해치려다 저지당한다. 일행은 이 여학생이 근처 지리를 잘 알것이라 여겨 포박한 후 재갈을 물려 길잡이를 시킨다.
그러나 아키가 그들을 인도한 곳은 지뢰밭. 적군과 함께 황천길에 갈 요량으로 그들을 지뢰밭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결국 조종수가 지뢰에 폭사하자 분노한 나쟈는 아키를 총으로 쏘아죽이려고 한다. 하지만 아키가 없다면 그들 역시 지뢰밭에 꼼짝없이 갇힐 것이므로 결국 살려두고는 그곳을 빠져나온다. 일본군의 추격을 겨우 피한 그들은 길을 걸으면서 계속 반목한다.
일본의 민간인 학살의 현장을 눈 앞에서 목격했던 양은 아키를 보면서 일본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힘겹게 참아낸다. 나쟈 입장에서도 아키는 동지를 죽음으로 내몬 천하의 개쌍년. 한편 아키 역시 일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중국인, 백인 등등은 적이라고 교육받아왔으므로 그들과의 공존이 역겹기만 하다. 그러나 늪지대와 초원 화재 등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서로를 도우면서 이들은 적개감과 의심을 조금씩 거두고 거리감을 좁히기 시작한다. 양이 대검으로 아키의 포박을 풀어주는 장면과, 또 어린 아키가 전쟁터에 내몰린 것을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 이를 상징한다. 초반부에는 양에게 쌀쌀맞게 굴던 나쟈가 일행에서 떨어져 위기를 겪은 후 재합류 했을 때 양을 껴안고 기뻐하는 장면도 있다.[7]
그러나 아키가 그들을 안내한 곳은, 처음에 양과 나쟈가 일본군의 공격을 받았던 마을. 이 때문에 이들은 또 다시 반목한다. 다행히 마을엔 일본군이 없었고 빈 장갑차[8] 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은 일본이 항복했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에 절망한 아키는 PPSh-41을 들고 양에게 겨누며 절규하지만 이미 양이 모든 총알을 빼놓은 상태. 반대로 승전국의 군인인 나쟈는 느긋하게 목욕도 즐기는 등 기쁨을 만끽한다.[9] 결국 아키도 높으신 분들이 일으킨 전쟁의 희생양임을 양은 깨닫는다. 자신이 배운 것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깨달은 아키는 오니시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다며[10] 고아가 된 자신의 오빠가 되어달라고 한다.
한편 그들이 머물던 곳 근처에서 총성이 울리고 일행이 그곳을 향해 가보니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참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패전에 절망한 일본인들이 군인, 민간인 가릴 것 없이 집단 자살을 하고 있었던 것. 맨발의 겐 1권을 연상케 하는 참혹한 풍경. 아키는 그들이 전쟁이 끝남을 몰라 그런 짓을 하는 줄 알지만, 사실 그들은 전쟁이 끝났기에 그런 짓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파악하지 못한 아키가, 장교가 아이를 권총으로 사살하려다 총알이 다 떨어져 병사의 소총을 뺏어 아이를 겨눌 때, 이들의 헛된 죽음을 막기 위해 비탈을 뛰어 내려간다. 일본군 장교는 소총으로 그녀를 쏘고, 여기서 아키의 사망. 이때 아키가 들고 있던 꽃을 푸른 하늘에 흩뿌리는 장면은 진부하면서도 극적인 장면. 여담으로, 양과 나샤의 노년 나레이션이 나오면서, 아키의 노년도 나올 법 한데 후반부까지 나오지 않은 이유로, 눈썰미 빠른 사람은 이 친구가 어찌됐건 죽겠구나, 짐작할 수도 있다.
아키의 죽음에 분노한 나쟈와 양은 장갑차를 타고 일본군을 향해 돌격한다.특히나 양은 장갑차 안에서 총을 장전하면서 지난 일들을 떠올리는데, 대검에 찔려 죽은 노모와 학살당한 동족들, 그리고 허무하게 전쟁의 희생양으로 죽은 아키를 생각하면서 일본군에 대한 분노를 다시 불태운다. 결국 나쟈의 돌격과 양의 사격에 남은 일본군의 만세 돌격은 분쇄되고 아키를 죽인 장교는 일본도를 들고 설치다 개죽음을 당한다.
영화 말미에 일몰을 배경으로 울려퍼지는 소련군의 선전 방송[11] 과 일본군들이 총과 장구류를 땅에 내던지며 무장해제하는 모습에 오버랩되는 서글픈 음악은 그야말로 비극적인 대전쟁이 끝났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아키의 안타까운 죽음에 더해 상당히 여운이 남는 장면.
(태양이 진다- 영화 제목에 가장 어울리는 후반부 장면. 자막이 이상한것 같지만 넘어가자. 해당 장면에 더이상의 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나레이션이 말하는데 실제 역사는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하고 향후 약 50년 간 세계 도처에서 동서 대리전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분쟁이 이어졌다....)
그리고 아키의 유물이라 할 수 있는 인형 오르골을 손에 올려놓고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는 양과 이제는 노병이 된 나쟈가 옛일을 회상하며 헌화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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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나쟈가 회상했을 과거. 아키도 살았다면 세명은 전후에도 좋은 친구가 됐을지도.
(다만 전후 3명 모두 노년에나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아키는 일본으로 귀국하면 공산진영인 중국, 러시아로 왕래가 안되었을 것이고 냉전 당시 같은 공산진영이라도 중소분쟁으로 인해 중국인인 양과 러시아인인 나쟈 역시 서로 왕래할 수 없었을 것이다...)
4. 여담
소련 여군 나쟈에게 약간의 고증 오류가 지적된다.그이유가 60년대 나온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 당시 소련 여군 전투복 중에 스커트도 있었지만 영화에 나온것보다는 길었다.
이 영화의 교훈과는 별개로 아키가 일행에게 끼친 민폐는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부비트랩과 지뢰가 깔려있는 벌판으로 일행들을 유인해 결국 조종수를 폭사 시키고, 숲을 돌고 돌아 다시 일본군에게 일행을 인도하는가 하면[12] , PPSh-41을 들고 일행을 겨누는 짓까지 저지른다[13] . 그리고 불에 휩싸이기 전 벌판에서 도망친 행위 덕분에 당시 일행이 해체될 뻔 하기까지한다[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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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감상한 사람들 중 다수는 청초한 아키의 모습에 반해 역할을 맡은 여배우의 이름을 몹시 궁금해했다고. 아키 역을 맡았던 마에다 치에는 이후에는 기묘한 이야기 등의 드라마에 잠깐 잠깐 얼굴을 비췄을 뿐 활동은 거의 안하는 듯.[15] 연기활동 보다는 중국과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NHK에서 중국어 회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참고로 소련여군으로 출연한 안나와 마에다 치에는 동갑이라고 한다...
의외로 개그요소도 들어있는데 잠시 사고로 나쟈와 떨어진 양과 아키가 호랑이와 조우하자 사격법을 몰라 허둥지둥 대는 장면. 우연히 격발이 되어 목숨을 건지기는 한다.
영화 초반부에 조선인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구출된 양을 본 소련 지휘관이 "조선인이냐? 중국인?" 이라고 묻는 장면. 하지만 넉이 나간 양은 러시아말도 몰라서 대답을 못하고 그런 양의 몰골을 안쓰럽다는 듯이 보던 소련 지휘관은 맨발인 양의 발을 보고 신발 한 켤레를 던져준 후 떠난다.
초반부 관동군 병력이 소련군 T-34 전차부대에게 처참하게 유린당하는 장면이 잘 알려져 있다. 대전차포 사격, 치하(97식 전차) 부대, 대전차총검술까지 사용하지만 제대로 피해를 주지 못하고 그대로 뚫려버린다. 그런데, 작중 묘사한 전과만 따지면 이것조차 일본군을 미화한 수준이다. 당시 치하의 성능으로는 작중에서 등장한 T-34/85를 상대로 저 정도까지 접근전을 하는 것도 무리였고, 독소전쟁에서 판처파우스트와 흡착지뢰 등의 공격을 지긋지긋하게 당한 경험이 있는데다 이미 보병과 전차부대가 유기적으로 상호 지원하는 보전 합동 전술을 구축한 소련군에게 일본군의 대전차총검술은 어린이 장난 수준이었다. 아마도 좀 화려한 연출을 하려다 보니 소련 전차들이 뻥뻥 터져나가는 것으로 묘사한 듯 하다.
[1] 자줏빛 일몰. 태양으로 상징되는 일본의 패전과 전쟁의 끝을 의미한다.[2]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사람 죽이는 연습을 시킨다는 이유로 포로들을 병사들로 하여금 잡아 죽이는 연습을 일본군은 당당하게 저질렀다.[3] 전쟁이 끝났다는 말에 "왜 우릴 죽이러 왔었냐"며 울부짖으며 절규하는 양의 대사에서 처절하게 느낄 수 있다. 또 미안하다는 아키의 말에 "미안하면 다야?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소리치는 양의 모습은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는 안하고 망언이나 일삼는 어느 나라의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 같기도 하다.[4] 그리고 영화 중반부에 나쟈로 인터뷰 대상이 바뀐다.[5] 환같은 것을 먹고 죽는다. 아마 자살용 독인듯. 아키도 이걸 먹으려다가 놓치고 조종수가 발로 짓뭉게 버린다.[6] 세번째 주인공인 아키[7] 이 장면에서 입을 삐죽 내밀며 질투하는 듯 한 아키의 표정이 무척 귀엽다[8] 이 장갑차에는 식량도 있고, 탄약도 있고, 라디오도 있으며, 시동도 걸린다.[9] 다만 나쟈도 하늘에 떠 있는 새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독일군의 공습으로 아들을 잃은 슬픈 기억을 회상한다.[10] 그러나 오니시는 항복 선언 후인 8월 16일, 카미카제 작전에 내몰렸다가 공중에서 탈출을 시도하는데 탈출장치는 작동을 안하고, 결국 상관에게 살해당한다.[11] 그런데 영어로 말한다. '''비인간적인 전쟁이 끝나고 평화의 시대가 왔습니다. 인종과 종교에 상관없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곳에서 사람들은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중시하고 잔악행위와 테러, 침략전쟁 따위는 더이상 없을 것입니다. 지구상 모든 인류는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12] 이때 아키는 그들을 항복시켜주겠다고 했지만 한번 일본군의 포로로서 죽을 뻔 했던, 그리고 그들의 악행을 곁에서 직접 바라본 양의 입장에서는 이게 그렇게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상 일본군이 실제 포로를 대하는 방식도 그렇게 인도적인 것이 아니고. 그리고 결과론적이지만 당시 라디오에서 옥음방송이 나오고 있었으니..[13] 이때 아키는 양이 좋은 사람이라 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14] 여담으로, 이때 양이 처음 말을 한다. 상남자스러운 발언이 돋보인다.[15] 네이버에 검색하면 웬 AV 배우에 대한 질문글들이 있는데 서로 다른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