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요리

 


1. 개요
2. 특징
3. 음식 설명
4. 기타


1. 개요


Lutuing Pilipino / Filipino cuisine
필리핀 요리의 근본은 오스트로네시안 스타일(오세아니아 요리)이지만, 단일 국가 역사가 별로 드러나지 않고 외세의 영향이 매우 잦았기에 사실상 원형의 자취는 없다. 유입된 시대 순으로 인도네시아 요리, 중국 요리, 스페인 요리, 미국 요리의 영향을 받아 열심히 믹스되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보는 게 맞겠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스페인식과 미국식으로, 일부는 아예 원본과 다른데도 스페인어와 영어에서 '''이름만 가져온 것'''도 있다.

2. 특징


원체 섬들이 많은 나라라 생선의 비율이 높은 편이고, 과일이 많아서 칼라만시나 라임과 같은 새콤한 맛을 즐겨 요리에도 많이 쓴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 기독교의 영향으로 동남아에선 이례적으로 돼지고기도 매우 즐겨 먹는다. 그나마 사정이 넉넉한 가정이라면 돼지를 가축으로 키울 정도라 햄이나 소시지를 집에서 만들기도 하고, 축제 때 잡아다가 연회 요리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래서 햄과 소시지의 품질이 매우 좋은 편이다. 우리나라 여행객들도 소, 닭고기 요리는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돼지고기 요리는 한국보다 맛있다는 평이 많다. 물론 무슬림이 많은 민다나오 섬 일부 지역에서는 그리 즐겨 먹지는 않는다.
따라서 햄(초리조, 하몽 등)이나 치즈, 올리브까지도 기본이요, 아도보와 같은 본격 스페인 요리가 식탁에 올라오는 건 일상에, 미국의 영향까지 직격으로 받아 패스트푸드 문화까지 성행하므로 흔히 생각하는 동남아 음식과는 괴리감이 있다. 생선 요리는 그나마 본연을 유지하는데, 간이 강할수록 원조가 아니라고 한다. 필리핀 원조 생선 요리에 가까울수록 맛이 담백하다고 한다. 일례로, 우유처럼 진하다고 밀크 피시라고 부르는 방우스라는 생선도 고등어를 10배 희석한 맛이다. 생선을 말리면 맛이 진해지는데, 방우스는 말려서 고등어를 10배로 희석한 맛이라는 것.
하지만 적도 인근의 열대 지역 국가들이 다 그렇듯 다른 대다수 요리는 '''짜든가, 달든가, 짜면서 느끼하든가, 달면서 느끼하든가''' 넷 중 하나이다. 현지인들은 밥은 많이, 반찬은 적게 먹기 때문이다. 저렴한 레스토랑일수록 반찬에 비해 밥을 많이 올리려고 반찬을 더 짜게 한다. 노량진 해산물 시장 같은 곳에 현지인과 외국인의 주문 구성을 관찰해보면 외국인 둘이 먹을 해산물 양을 현지인들은 6명 정도가 많은 밥과 함께 먹곤 한다. 물론 고급 레스토랑이나 한식집 같으면 한국인이라고 간 조절을 잘 해주겠지만, 그런 곳에 자주 갈 일이 있을 리가. 아무리 물가가 싸도 '레스토랑은 레스토랑일 뿐'이다. 또한 조미료를 많이 쓴다.[1] 그러므로 조미료는 그냥 본인이 알아서 잘 조절하는 것이 좋다. 필리핀에 장기체류 하면서 가장 건강한(?) 식문화를 유지하는 방법은 그냥 집안 가정부가 한 음식을 먹거나, 재료를 직접 사와서 요리를 해먹는 수밖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동서양의 문화가 고루 섞인 덕택에 해외에서 별 인지도가 없음에 비해 메뉴가 생각보다 다양하다. 하지만 코코넛 식초와 땅콩 기름으로 대표되는 필리핀 요리는, 동남아에서도 동북부 한구석에 있다 보니 인도의 영향이 적어 향신료 사용량이 모자라 향이 풍부한 타 동남아에 비해 비교적 간소해 보이기도 하다. 그나마 지역별로 본다면 서남부 지역 요리가 이 지역은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아랍, 태국의 영향을 짙게 받았기 때문에 향신료를 많이 쓰는 편이다.
여러모로 한국인 입맛에 꽤 맞는 편이다. 기본 조미료가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식사의 구성(쌀밥과 반찬)도 비슷하다. 후추, 간장, 식초, 생강, 마늘, 고추[2]가 주 조미료이다. 쥐똥 고추는 몇 등분을 해서 칼라만시와 함께 간장에 넣어 찍어먹는 소스로 사용한다. 바베큐부터 웬만한 고기 요리에는 필수요소이다. 그래서 몇몇 요리들은 우리나라 음식과 많이 유사하다. 갈비탕과 싱크로율 99%인 소뼈 요리 불랄로(Bulalo), 한 마리 삼계탕이 아닌 1/4마리가 들어가는, 생강 맛이 강한 치킨 띠놀라(Chicken Tinola)가 있고, 아도보(Adobo) 이름이 붙은 요리는 기본적으로 간장과 마늘 베이스 요리로 보면 된다. 그래서 치킨 아도보에 고춧가루를 넣으면 닭도리탕, 포크 아도보에 넣으면 제육볶음이 된다. 아도보라는 요리는 무궁무진해서 닭똥집도 아도보로 먹는다.
쌀이 주식이지만 밥솥을 안 쓰고 기름에 볶기에 역시나 날아다닌다. 상술했듯 과일이 많이 쓰이는데, 특히 칼라만시는 모든 요리에 쓰인다. 매우 저렴하므로 레스토랑 가서 달라고 하면 공짜로 얼마든지 준다. 또한 칼라만시는 감기에도 특효약이다.
가스보다 숯을 더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파는 간식도 바비큐 꼬치가 흔하고, 테이크아웃도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숯과 달리 화력은 약하지만 대신 쉽게 불이 붙고, 그릴이 작으며 숯과 불판이 거의 붙어 있다. 그래서 바비큐 식당이 많은데 여기서는 길거리에 대형 바비큐 그릴을 두고 닭을 통째로 익히곤 한다.
필리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은 깐띤(Canteen)이라고 부르는 작은 식당이다. 한국 식당들처럼 메뉴가 정해져 있고 주문하는 형태가 아닌, 이미 조리된 음식을 선택하여 한 접시 또는 한 그릇씩 주문할 수 있는 부페식이다. 가격이 매우 저렴해서 음식 한 그릇이 보통 25~70페소 수준이다. 물론 밥도 역시 따로 주문하는 형태. 제대로 된 현지식을 먹고 싶다면 도전해볼 수 있지만 위생상태가 엉망인 곳에서 먹게 된다면 배탈나기 쉬우니 위생에 특히 주의할 것.

3. 음식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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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그
필리핀식 돼지고기볶음. 돼지 머릿고기와 간을 잘게 썰어서 새콤한 깔라만시와 매콤한 고추, 샬롯등을 함께 넣어 볶아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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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촌 바보이
돼지 통구이. 우리나라처럼 돼지머리만 갖다 놓는 게 아니라 돼지를 통째로 구운 것이다. 기름기를 쫙 빼고, 껍질은 매우 바삭바삭하게 조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잔치 음식이긴 한데 그로서리 같은 데 가면 컨테이너에 포장해서 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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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튀김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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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리엠뽀(프라이드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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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엠뽀 그릴
'Balamban Liempo'라는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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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루탄
양념된 삼겹살을 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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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싯 팔라복
볶음 면 요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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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라바사
채소가 많이 들어간 수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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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아도보
아도보는 스페인 요리로, 어떤 고기로도 조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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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아프리타다
덮밥류로 기호에 따라 칠리, 깔라만시 등을 추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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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강
타마린드 소스로 만든 신 맛이 나는 국의 총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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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바녹
아라크의 일종으로 코코넛으로 만들어진 필리핀 토속 증류주.
거의 모든 패스트푸드점 치킨 세트 메뉴에 밥이 달려 있다. 특히 닭 튀김 한 조각, 여자 주먹만 한 밥, 그리고 소스로만 이루어져 있는 간결한 닭다리 세트는 필리핀 패스트푸드점의 필수 메뉴. 처음 필리핀에 가서 KFC에 가면 치킨과 밥을 같이 팔아서 놀라고, 맥도날드에서 치킨도 파는 데다가 밥까지 세트로 팔아서 더 놀라고, 마지막으로 버거킹에서도 치킨과 밥이 주 메뉴라 멘붕이 온다. 그리고 거의 모든 레스토랑에서 이 구성으로 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보통 밥이 봉지에 싸서 나온다. 그리고 몇몇 레스토랑은 밥 리필이 가능한데, 필리핀 바베큐 체인 패스트푸드점으로 유명한 망이나살(Mang Inasal)에서 주문시 300원 정도 더 지불하면 밥이 무제한이다. 양이 적은 치킨을 다 먹어도, 테이블마다 있는 양념(간장, 식초, 닭기름[3][4][5] 3종 세트, 칼라만시, 쥐똥 고추는 가져다주며 바에서 추가로 가져올 수 있다)을 조합해서 따뜻한 밥을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적당히 먹고 간식을 자주 먹는 현지인에 비해서 밥을 많이 먹는 한국인이나 중국인 학생을 특히 주의한다고. 보온 밥통을 들고 다니는 담당 직원이 있으니 언제든 요청할 수 있다. 처음에 주는 밥은 식어서 맛이 없지만, 추가 밥은 보온과 보습이 되어서 맛있다.
일종의 새우 액젓인 바고옹과 이를 베이스로 한 비나고옹안이란 요리가 있다. 특유의 구린내에만 익숙해지면 무척 맛있다. 식후 입냄새가 감당이 안될 뿐. 상당량의 감칠맛과 미칠듯한 짠맛을 보유한 엄청난 밥도둑이다. 사실 한국처럼 필리핀의 음식 대다수가 밥도둑들이다. 적은 양의 반찬과 많은 양의 밥을 먹으려 하니...
면류는 로미, 스파게티 등이 있다. 중국 요리에서 영향을 받은 로미는 우리나라 칼국수와 유사하다. 국물이 걸쭉한 것이 특징.
그리고 필리핀 식 스파게티는 보통 스파게티와는 좀 다르다. 일단 소스가 거의 고체 상태이고 맛은 달달한 맛이 강하다. 소스에는 고기와 소시지 슬라이스밖에 없고, 꼭 그 위에 치즈가 뿌려져 있다. 생긴 거 자체는 인스턴트 스파게티처럼 생겼지만, 의외로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고 가격도 적절해서 필리핀에 산다면 꽤 자주 먹게 되는 음식. 필리핀에서 스파게티라고 하면 대개 이런 스파게티를 얘기하는 것이다.
판싯 칸톤(Pansit Canton)으로 대표되는 볶음 국수 역시 유명하다. 라면으로도 나온 음식이며, 필리핀 현지에서는 슈퍼마켓이나 사리사리 스토어[6]에서 별도로 판싯용 면을 판매하고 있다.
주류는 , 데킬라, 보드카, 브랜디, 와인 등등 모든 종류의 현지 생산품이 있으며 충격적으로 싸다. 특히 필리핀 대표 술인 럼 탄두아이(Tanduay)는 가성비가 굉장히 뛰어나니 럼콕으로 즐겨보자. 스트레이트로 마실 시에는 너무 싸지 않은 현지 데킬라를 이용하면 맛은 보장된다. 칼라만시와 함께 추천한다. 아무래도 럼인지라 많이 마시면 다음 날 심각한 그로기 상태에 빠지니 주의할 것. 엠페라도르(Emperador) 역시 유명한 럼 중 하나로, 탄두아이에 비해 부드러운 느낌이다. 수입 와인도 저렴하다. 수입 주류가 전반적으로 저렴하다.
맥주San Miguel 회사 제품이 굉장히 유명하다. 기본 제품으로는 Pilsen(약칭 SMB), 한국인에게 가장 알려진 Light(약칭 SML), 그리고 현지 남성들이 마시는 레드 홀스(Red horse)(별칭 stallion )가 있다. 레드 홀스는 6.9% 도수를 자랑한다. 보통 장기 체류자나 필리핀 경험이 많은 여행자들은 레드 홀스 애호가가 된다. 필리핀에서 맥주를 마시는 스타일이 온더락이라 도수가 높은 레드 홀스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 위 세 가지가 제일 대중적이다. 특히 산 미겔 필센과 레드 홀스는 Litro라는 1리터짜리도 있고 레드 홀스는 500ml 병도 있다. 기타 제품으로는 super dry, strong ice, cerveza negra(스페인어로 흑맥주, 국내에서는 산 미구엘 다크로 수입)이 있고 최신 제품으로는 zero(무알콜), apple, lemon 이 있다. 특히 apple은 현지인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기타, 다른 회사 제품들이 있으나 편의점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다.
필리핀에서는 주로 맥주를 온더락으로 마시는데, 많은 한국인들은 충격을 받는다. 더운 기후와 냉장고가 귀한 이유도 있고(냉장고가 있어도 아이스박스에 보관하는 편이다.), 얼음으로 밍밍해지는 맛의 감소보다 온도 유지로 지켜지는 맛의 양이 더욱 크다. 익숙해지면 한국에 돌아와서도 얼음을 찾는다. 단 살얼음 수준으로 맥주를 보관하는 곳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얼음을 비추한다. 맥주 주문 시 pika-pika는 우리나라 기본 안주 수준을 의미하고 polutan은 일반적 안주를 의미하니 참조하자.
기타 길거리 음식으로 바나나 튀김(달지 않은 요리용 바나나)[7], 땅콩 튀김, 찐 땅콩, 발롯(부화 직전인 오리 알을 삶은 요리)[8], 치차론(chicharon)(식초에 찍어 먹는 돼지껍데기 튀김), 닭튀김(핑거 푸드 크기), 피시볼 튀김, 그린 망고[9], Taho(순두부에 단 걸 얹은 간식)[10] 그리고 아이스크림이 있다. 다른 동남아 국가와는 다르게 사탕수수 주스는 보기가 힘들다. 밖에서 사먹는 것이 위생상 걱정되면 대형 몰에 가보자. 굉장히 많은 간식 판매대가 널려 있다. 종류도 훨씬 다양하지만 안 파는 것도 몇몇 있다.
과자류는 작게 파는 과자와 크게 파는 과자로 나뉘는데, 보통 봉지에 들어 있는 과자는 미친 듯이 짜고 곽에 들어 있는 과자는 미친 듯이 달다. 그리고 봉지 과자 중 우리나라 과자보다 큰 사이즈는 심각한 질소과자인데, 봉지 크기가 매우 커서 3~40% 정도가 들어 있어도 적은 양이 아닐 때가 많다.

4. 기타


필리핀의 음주 관습으로 잔 돌리기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잔 돌리기가 아니라 5명이 같이 마셔도 10명이 같이 마셔도 한 테이블에서 잔을 하나만 사용하는 잔 돌리기이다. 한 명이 잔을 비우면 채워서 옆 사람에게 주고, 그 옆 사람이 잔을 비워야 다음 사람에게 잔이 돌아간다. 그래서 감시를 안 해도 음주량이 똑같다. 물론 맥주는 제외다. 함께 잔을 공유하는 것이 불편하면 개인잔을 요청해도 된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식사 때마다 탄산음료를 마시는 편이다. 또한 육식 위주의 식사를 주로 하는 편이여서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 비만과 성인병 환자가 제법 높은 편이다.

[1] 이는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한 이가 쓴 책을 봐도 똑같아서, 인도네시아에서 미원과 아지노모토가 엄청나게 많이 쓰인다고 할 정도이다. 동남아 말고도 상당수 가난한 나라들이 그렇다.[2] 녹색인데 가루를 내지 않고 통째로 사용한다.[3] 구글에 필리핀 양념(condiments, 케찹처럼 그때그때 쳐서 먹을 수 있는 식탁용 소스)으로 검색하면 닭기름으로 나오며, 레시피도 나와 있다. 참고로 이게 그냥 닭기름이 아니라 소금, 후추, 마늘 등으로 양념한 거라서 따뜻한 밥에 비벼먹으면 한국인 입맛에 상당히 잘 맞는다.[4] http://philfoodie.blogspot.kr/2011/05/list-of-philippine-condiments.html[5] http://www.pepper.ph/history-chicken-oil/[6] Sarisari store, 한국으로 치면 구멍가게. 교통수단이 불편하고, 하루 300~500페소 정도 버는 필리핀 사람들의 경제력 때문에 온갖 식료품이나 물건을 대형 몰에서 구입 후 소분하여 판매한다.[7] 바나나큐, 정확히는 plantain이라는 종을 이용한다. 튀긴 후 설탕을 입혀 달게 먹는다.[8] 심히 그로테스크한 비주얼 때문에 세계 혐오 식품에도 당당히 선정되었는데, 비주얼과 달리 맛은 삶은 계란과 비슷하면서도 좀 더 담백하고 고소하다고 한다. 다만 한국에서는 발롯 유통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사실상 먹어보기 힘들다.[9] 소금이나 위에서 언급한 바고옹에 찍어먹는다. 그리고 동남아 전반적 길거리 음식이다.[10] 우리나라 과거 찹쌀떡 장수처럼 판다. 따호 따호 외치면서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