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1. 설명
學術大會 / Conference
줄여서 학회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참가자는 교수와 대학원생이 주가 되며, 대학원생들의 논문 발표와 해당 분야의 저명한 인사나 연구자 또는 기업인들의 강연 등으로 구성된다. 주요 연례행사로 연차학술대회, 추계학술대회, 춘계학술대회 같은 것이 있다.
국내 학회의 경우 대학원생들의 MT (...) 같은 느낌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다. 리조트 등지에서 개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본인의 논문 발표 세션 이외의 시간에는 이를테면 겨울이면 스키를 타러 가거나 한다. 물론 학계 인사들과 맛있는 저녁 만찬을 함께하는 것도 빠질 수 없다.
해외 학회의 경우도 논문을 써내서 발표하게 되면 논문 발표하러 가면서 해외여행도 겸사겸사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학회가 열리는 지역 인근에 즐길거리나 관광지 관련 안내가 별도로 있는 경우도 있다.
학회에서는 주로 최신 연구동향이나 그 해의 메인 이슈와 관계된 짧은 토크를 발표한다. 발표자는 대부분 박사과정 중의 학생들로, 전국의 교수들을 한데 모아놓고 자기 논문을 주장하고 디펜스를 해야 하기에 '''부담감이 장난이 아니다.'''[1] 회사로 따지면 고위 간부들을 모시고 시장동향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가끔은 석사생도 보이는데 사시나무 마냥 떠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도 청중들 중에는 의외로 학부생이나 심지어는 수행평가로 억지로 끌려온 고등학생도 종종 있는 편.
과학 분야에서 생각만큼 날선 토론이나 논쟁은 의외로 흔치 않다. [2] 이유는 학술대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다름아닌 '''학자들끼리의 친목'''이기 때문. 유명 학자와 인연을 맺고, 유망한 분야에 편승(?)할 기회를 찾는 데에는 확실히 효과적이다. 만약 그 분야 최고 석학이 여러분의 포스터를 관심 있게 읽은 뒤 호평을 했다면 여러분은 만세를 불러도 된다. 축하 악수까지 했다면 손 안 씻어도 좋다! 여러분은 학술대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었다. 괜히 "학술대회 주제는 기억 못해도 누구 만나서 뭐 먹었는지는 기억난다" 소리가 있는 게 아니다.
정말 논쟁이 필요한 경우는 동료평가나 저널 코멘터리가 대신 후끈 달아오른다. 학술대회는 그보다는 교섭이나 친목, 협력, 기타 등등의 공동체적 기능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인문학 분야에서는 협업을 하는 것보다는 각 학자들이 자기만의 학문적 해석의 색깔과 차별성을 드러내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학회에서 서로간에 디스할 일이 많다. 그렇다고 정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결국 해석상의 다수설 대 소수설의 문제다 보니 논리와 말빨로 경쟁 학설들을 압도해야 하기 때문에, 인문학자들의 아가리 파이팅(?) 능력은 장난이 아니라고도 한다(...).
일부 학술대회의 경우 토론을 겸할 때 '''프로시딩'''(Proceedings) 혹은 프로토콜(Protocol)이라고 해서 논의의 내용을 전부 문서화해서 정리해 놓기도 한다. 이를 위해 별도의 인원들이 토론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취하고 타이핑을 해 두었다가 차후 정리하는 것. 이런 세부적인 것들은 학문 분야마다 관행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보인다.
Get me off Your Fucking Mailing List(...)에서처럼, 학술대회 중에서도 저질의 학술대회가 있다고 한다. 대학원생들 보고 배우기에는 괜찮다고 하기도 하지만 그런 곳에서 도대체 무엇을 배워올 수 있을지는 의문. 이런 곳에 다녀오고 논문을 발표하는 것 역시 실적으로 취급하고 연구비 지급의 근거가 되는 국내 학계의 풍토와 제도적 미비함으로 인해, 이런 의심스러운 학회에는 유독 한국인 발표자들이 많다고 한다. #관련보도1 #관련보도2
어떤 글에 따르면 학회가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분야도 있는 듯하다. 이런 분야에서는 그 대신에 언컨퍼런스(unconference), 매드 사이언스 페스티벌(mad science festival)에서 진행하는 2분 스피치 시간인 '라이트닝 톡' 등의 다양한 대안적 프로그램들을 시도하고 있다고. 하지만 학회가 젊은 연구자들에게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은 과학 공동체로서는 결코 바람직한 상태가 아니라고 한다.
온라인 학회가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측면에서는 훨씬 좋은 선택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2. 주요 행사
- 연차학술대회 : 매해 한 번씩 (주로 여름에) 여는 가장 큰 행사. 그 분야 학자들과 대학원생 모두가 참여하며, 가장 규모가 큰 만큼 가장 포괄적이다. 보통 그 해에 가장 화두가 되는 이슈 하나가 선정되어서 이와 관련된 논의를 하...기도 하지만 주제가 전혀 상관없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진 않는 모양. 3~5일 정도 일정을 잡고 한다.
- 춘계학술대회 : 봄철에 여는 당일치기 행사. 아무래도 봄학기(1학기)가 한창 진행중일 때 여는 것인 만큼 참여율이 저조하다.(…) 정말 가고 싶어 미치겠는데 하필이면 그날따라 강의가 잡히거나 중요한 회의가 있거나, 내지는 세미나가 있거나 해서 참석을 못 하게 되는 안습한 경우도 있다. 물론 정말로 어머 저건 참석해야 해 소리가 나올 정도인 일부는 과감하게 모든 걸 버리고 학회장으로 떠난다.(…) 학회에서 발표를 맡은 학자들도 당연히 해당.
- 추계학술대회 : 가을철에 여는 당일치기 행사. 춘계와 마찬가지 이유로 참여율이 저조하다.
3. 주요 프로그램
- 개막식 (opening ceremony)
그 학문분야와 관계 있는 정, 재계 높으신 분들과 원로 석학들 등등이 모여서 진행하는, 전형적인 어른들만의 행사.(…) 보통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는 학자들은 [3] 거의 집중하지 않는다.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모였어도 웬만한 고등학교 4교시 수업보다 더 딴짓이 심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심지어 학회장까지 거리가 멀거나 개막식이 이른 아침에 시작한다면 땡땡이 치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높으신 분들이 많이 오실수록 박수는 하여간 죽어라 쳐야 한다.(…)
- 초청 강연 (invited speech)
현역 교수나 연구원, 학자들이 1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간단한 강의를 한다. 어떤 특정 연구결과에 대한 발표라기보다는, 특정 연구영역의 현황과 주요 이슈, 향후 흐름 등을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강의 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배정된다. 주어진 강의시간을 넘기면 학회 스탭이 종을 쳐서 알리거나 혹은 스케치북에 "마무리해 주세요" 라고 적어서 들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구두 발표에 비하면 강연 시간을 꽤 칼같이 지키는 사람들이 많다.
- 심포지엄(symposium)
발제자, 발표자, 토론자로 구성되며,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발제자가 제시하면 그와 관련된 각론 및 세부사항을 다수의 발표자들이 발표하고, 또한 다수의 토론 패널들이 발표내용을 바탕으로 논의하는 시간이다. 토론에 상당한 비중을 싣는 모양새이며, 이 때문에 학술대회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 정책에 대해 논의할 때에도 심포지엄을 연다.
- 구두 발표 (oral talk)
대학원생들이나 간혹 포닥들이 특정한 주제별로 묶여서 개별 15~20분 정도 (질의응답 포함) 간단한 발표를 한다. 각 주제는 3~5명의 발표자들로 묶여 구성되며, 발표장 출입은 완전히 자유롭기 때문에 청중들이 학회장을 누비며 그때그때 원하는 발표자의 발표만을 골라 듣는 게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앞 사람 발표가 끝나서 막 내가 발표하려는데 갑자기 청중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안쓰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보통 석박사 학생들이 오들오들 떨면서 자기 연구결과를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보여주게 되는데, 주어진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마지막 발표자는 항상 조금씩 손해를 보게 된다.(…)
- 워크샵 (workshop)
특정한 활동이나 테크닉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으로, 초청 강연과 비슷하지만 청중들이 수동적으로 듣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해서 뭔가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예컨대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뭔가를 한다거나, 아니면 새로운 질적 연구방법론을 익혀본다거나, 또는 특이한 심리상담 기법 같은 것을 경험해 본다거나.
- 포스터 전시 (posters)
전지 하나에 꽉 차는 분량으로 자신의 최신 연구성과를 조리 있게 적어서 소개하는 활동이다. 프로그램이라고 보기에는 좀 애매한 감은 있지만... 보통 강당 같은 곳을 활용하여 학회 기간 내내 포스터들을 주렁주렁 걸어놓는데, 필요시 그 앞에 찌라시(…)처럼 생긴 보조자료를 두어서 사람들이 참고하도록 할 수도 있으며, 설명이 필요하겠다 싶은 경우 해당 포스터의 저자가 옆에 서서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4] 처음에는 떨리지만 이내 귀찮아진다는 듯.(…) 논문의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표나 그래프를 포함해서) 내용을 요약, 간결하게 적어야 하기에 깨알 같은 글씨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간혹 전지를 준비하지 못한 연구실에서 A4용지 예닐곱 장에 나누어 인쇄해서 더덕더덕 붙여놓은 추레한 케이스도 있어서 안습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런 자료들을 나중에 모아서 출판할 경우 이는 프로시딩이라고 부른다. 국내 학회에서는 서로 아는 사람 포스터 찾아가주면서 친목질을 하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외국 학회에서는 포스터 발표 때 엄청 물어 뜯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 알림 게시판 (message board)
학회장 중앙의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는 게시판으로, 그 옆에 포스트잇이나 메모지를 잔뜩 쌓아놓는다. 이는 관심분야가 서로 비슷한 연구자들끼리 연락처를 교환하고 공저자를 모집하기 위한 것으로, 보통 (해외 기준) "Any interested in research on ○○○? Contact ●●●@×××.ac.kr" 같은 쪽지들이 주렁주렁 붙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알게 된 연구자들끼리 교류가 오래 이어질지는 좀 의심스럽다.(…)
- 만찬 (banquet)
학회는 점심식사의 경우 알아서 해결하게 하거나 호텔 식당의 기본 메뉴 정도로 대접하는 경우는 있지만, 저녁식사의 경우 마지막 날 저녁에 거하게 대접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날 저녁에는 각종 고급진 자잘하고 그럴싸한 요리들이 나오며,[5] 그 남은 허기를 채워 줄 막대한 양의 맥주와 와인(…)이 뒤따르는 모양. 대중매체에서 자주 나오는 상류층의 우아한 저녁 파티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물론 학자들은 그런 우아함이나 사교성까지 기대하기는 어렵고, 자기네들끼리 모여서 자기네들끼리 이해할 법한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듯.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학회 참석자들에게는 중요한 활동이다. 특히 학회의 장이나 기타 비슷한 감투를 노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히 결전의 순간이라 해도 좋을 정도.
실제로 중진급 이상 학자들은 낮에는 늦잠을 자거나 동네 관광을 하다가 프로그램 다 끝나고 저녁 만찬 시간이 되어야 휘적휘적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발표라고 해 봐야 어차피 원론적인 이야기 아니면 석박사생들 깔짝거리는 연구 보고 뿐이고, 진짜 깊은 논의는 저녁 술자리에서 비로소 나온다는 것. 따라서 대학원생들에겐 낮 프로그램 참여를 권장하면서도 본인들은 저녁밥 때에만 나타나서 동료 학자들끼리 수다를 떠는 것. 물론 박사과정 학생들이 매의 눈으로 노리는 것 역시 이런 학자들 사이에 앉아서 귀동냥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중진급 이상 학자들은 낮에는 늦잠을 자거나 동네 관광을 하다가 프로그램 다 끝나고 저녁 만찬 시간이 되어야 휘적휘적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발표라고 해 봐야 어차피 원론적인 이야기 아니면 석박사생들 깔짝거리는 연구 보고 뿐이고, 진짜 깊은 논의는 저녁 술자리에서 비로소 나온다는 것. 따라서 대학원생들에겐 낮 프로그램 참여를 권장하면서도 본인들은 저녁밥 때에만 나타나서 동료 학자들끼리 수다를 떠는 것. 물론 박사과정 학생들이 매의 눈으로 노리는 것 역시 이런 학자들 사이에 앉아서 귀동냥을 하는 것이다.(...)
- 폐회식 (closing ceremony)
개회식과 마찬가지로 어른들만의 행사. 이쯤되면 이미 다들 마음은 떠나고 각자 저마다의 프로포절을 머릿속에서 미친듯이 구상하는 평온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분야나 상황에 따라서는 현지답사, 자유토론회, 외부 전문가 좌담회, 시 낭송, 기술 시연 등의 프로그램이 편성될 수 있다. 가끔이지만 학회 섭외력이 딸리면 논의주제와 정말 상관없는 분야의 엉뚱한 전문가가 초빙되어서 듣는 청중들도 벙찌고 전문가도 민망해하는 일도 있다.실험이 중요한 이공계 분야의 학회의 경우 실험기기를 제작/판매하는 회사에서 학회를 스폰서하면서 자기네 제품 설명을 할 수 있는 부스를 차린다. 메이저한 학회의 경우 초록집의 반은 이런 회사들의 광고 페이지고, 수십 개가 넘는 회사가 스폰서로 참여해 학회장 바깥은 부스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새로 실험 기기를 구매할 일이 있으면 대학원생들이 이런 부스를 돌면서 견적을 받고, 그럴 일이 없는 학생들도 신기한 제품 시연, 설문조사 해서 얻는 기념품 같은 것들을 노리고 돌아다닌다.
[1] 이것도 분야마다 달라서 구두발표를 하려면 해당 세션의 좌장의 초청을 받아야만 하는 분야도 있다. 당연히 이런 토크의 발표자는 대학원생이긴 커녕 해당 분야에서 이름있는 논문 좀 냈다, 하는 교수들이다. 발표하는 연구를 제1저자로 이끌어간 사람이 따로 있더라도 학회 발표는 교신저자인 교수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2] 그리고 토론을 막상 보면 교수들도 은근히 유치하고 뒤끝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또 놀라게 된다.(...)[3] 폴리페서[4] 학회 측에서 본인의 포스터 발표(?) 시간을 1~2시간 정도로 지정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그 시간대에는 자기 포스터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 보는 사람이 찾아다니기 쉽게 대주제 별로 묶어서 전시해서 주제별로 발표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발표 시간에 자리를 비우면 친목질과 인맥 만들기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이 시간대에 관심있는 강연이나 워크샵이 있으면 안습....[5] 보통 그럴듯하게 치장된 초밥이나 쿠키, 치즈 요리, 기타 안주거리(?) 정도만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하여간 간에 기별이나 가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