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필하력
契苾何力
(? ~ 677년)
1. 개요
당나라의 장수. 철륵 글필족으로 글필갈의 아들.
2. 행적
9세에 고아가 되었고 대사리발(大俟利發)이라 불렀고 글필의 추장으로 있다가 정관 5년(632년)에 부락의 6천여 가구를 인솔해 사주에서 당에 귀순했으며, 감주, 양주 사이에 옮겨지고 좌령군 장군에 임명되었다. 정관 8년(635년)에 이대량, 설만철, 설만균과 함께 토욕혼을 적수천에서 공격하게 되었는데 설만균, 설만천이 먼저 나아갔다가 포위되자 수백의 기병을 거느리고 구원해서 토욕혼을 격파했다.
토욕혼의 왕인 모용복윤이 돌률천에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자 이미 토욕혼에 한 번 패한 적이 있는 설만균은 공격을 머뭇거렸지만 글필하력이 공격할 것을 주장해 정예 기병 1천여 명을 이끌고 공격하자 수천 명을 죽이고 낙타, 말, 소, 양 20여 만을 획득하고 처자를 사로잡았다.
토욕혼을 토벌한 후에 설만균이 글필하력보다 이름 아래에 나온 것을 부끄러워 해서 글필하력을 배척하고 헐뜯으면서 자기 공로를 칭찬하자 글필하력은 분해서 그를 죽이려다가 장수들이 말려서 겨우 그만두었다. 당 태종이 이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글필하력을 책망했지만 글필하력의 설명을 듣고 거꾸로 설만균에게 화를 내며 그를 해임시키고 그에게 줄 포상을 모두 글필하력에게 주려고 했다. 그러나 글필하력은 "설만균을 해임하면 호인들은 호족을 중시하고 한족을 경시하는 줄 알고 돌아가면서 무고하기 바쁠 테고, 한족 장군들은 하나같이 설만균 같다며 장차 한족을 가볍게 여기는 마음을 가질 것"이라며 물러났다.[1]
정관 14년(640년)에 총산도부대총관이 되어 고창국을 공격해 평정했으며, 정관 17년(642년)에는 양주에 있다가 당 태종의 명으로 부모를 만나고 그 부락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었는데, 글필부는 설연타가 강성하면서 당이 아닌 설연타에 붙고자 했고 글필하력은 붙잡혀 진주비가가한에게 끌려갔다. 이에 당 태종은 최돈례를 보내 설득하면서 신흥공주를 설이남의 처로 삼을 것을 제의하며 글필하력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며, 글필하력은 당에 돌아올 수 있게 되고 우교위대장군에 임명되었다.
정관 18년(643년)에 진주비가 가한이 조카 돌리를 시켜 폐물, 말, 소, 낙타, 양 등을 바치고 당 태종이 공주와의 혼인을 허락하자 글필하력은 이를 반대하면서 진주비가 가한을 영주까지 오게 했는데, 진주비가 가한이 여러 부에서 징발한 재물을 당에 3차례나 보내고 사막을 건너다가 재물을 모두 쓰게 되자 영주에 도착하기 전에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즉 고생은 고생대로 다하고 당에게는 재물만 떼먹힌 셈이다.
정관 19년(645년)에 고구려 정벌에 종군해 전군총관에 임명되었고 오골성에서 군사 1만을 파견해 백암성을 구원하자 글필하력은 800기를 이끌고 고구려군 본진에 돌진했다가 고구려군 장수 고돌발에게 창으로 허리를 맞았고 설만비가 단기로 구출해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글필하력은 분해서 상처를 묶고 싸우면서 이를 따르는 기병들도 분발해 고구려의 군사를 격파하고 수십 리를 추격해 1천여 명을 죽였으며, 어두워지자 추격을 그만두었다.
글필하력은 심한 상처를 입어 당 태종이 스스로 약을 발라줬는데, 당 태종이 포로로 붙잡은 고돌발을 죽이려 하자 "이 사람은 자기 왕을 위해서 나를 찌른 의사"라며 만류했다. 결국 고구려 원정에 실패하면서 고구려에서 철수했으며, 정관 20년(646년)에 설연타를 공격할 때 양주와 흉노의 군사를 거느렸다.
당 고종 영휘 2년(651년)에 서돌궐의 사발라 가한이 처월, 처밀, 고소, 가라록, 비실 5부 등을 이끌어 정주를 노략질하고 금령성, 포류현 등을 공격해 함락하고 수천 명을 잡아갔는데, 글필하력은 궁월도행군총관이 되어 다른 장수들과 함께 군사를 징발했다. 652년 1월 5일에 양건방과 함께 처월의 주야고주를 뇌산에서 격파해 거수 60명을 붙잡고 1만여 명을 죽였으며, 가축 7만을 얻었고 처밀부의 시건사근, 합지하 등을 붙잡고 돌아가 좌효위 대장군이 되고 성국공에 봉해졌다.
660년에 고구려 원정에 참가해 패강도행군대총관이 되어 고구려를 공격했지만 이기지 못했으며, 661년에는 요동도행군대총관이 되어 고구려를 공격[2] 겨울에 얼어붙은 압록수를 건너 그곳을 지키던 연남생을 패배시키고 고구려군 3만 명을 죽였다. 조서에 따라 회군했다.
662년에 철륵 9성이 당에 맞서 봉기하자[3] 글필하력은 안무대사에 임명되었고 정예 기병 500명을 뽑아 9부락으로 들어가 이들을 회유하고 엽호, 설, 특륵 등 200여 명을 넘겨받았으며, 그들의 죄를 헤아려 목을 베면서 9부락을 안정시켰다. 665년에 연개소문이 죽고 666년에 연남생이 동생들에게 쫓겨나 아들을 보내 투항할 것을 청하자 6월 7일에 글필하력은 요동도행군대총관, 안무 대사에 임명되어 연남생을 구원하면서 이세적을 보좌해 함께 고구려로 갔다.
이세적이 신성을 함락하자 글필하력은 남아서 신성을 지켰으며, 고구려 15만 군사들이 요수에 머물면서 말갈 수만을 끌어들여 남소성에 근거하자 글필하력이 이들을 공격해 1만명을 죽이고 그 기세를 타서 8개의 성을 함락했다. 이세적과 합류해 욕이, 대행 등을 함락하고 나아가서 부여를 함락했으며, 7개월 뒤에 평양성을 함락시키고 보장왕을 사로잡아 고구려를 멸망시킨다. 진군대장군, 행좌위장군이 되면서 봉국을 양으로 옮겼다.
토번이 토욕혼을 없애고 세력이 커져 선주, 곽주, 하주, 방주 등지까지 치고 들어오자 676년에 양주도행군원수 이륜 휘하에서 토번을 치러 나섰지만 이륜이 가지 않았다고 한다. 677년에 사망했다. 보국대장군, 병주대도독에 추증되고 소릉에 배장되었으며, 시호를 의(毅)라고 했다.
3. 매체
창작물 드라마 연개소문에서 이계인이 연기한다. 당나라 장수들 가운데 가장 개성있다.
영화 평양성에서는 설인귀처럼 신라군을 압박하고 소리나 지르는 역할로만 나왔다. 안습
[1] 주변 이민족 인사들을 가감없이 정부 요인이나 군 지휘부로 등용할 만큼 외국인에 대해 가장 개방적이었다는 당나라 때에조차 이런 식으로 번장들은 은근히 한족 무장들의 견제를 많이 당했다.[2] 일본서기 덴지기에도 661년 당의 영공 이적과 함께 고구려를 공격한 글필하력의 이름이 한 번 등장하는데, 일본서기에서는 글필하력을 '돌궐의 왕자'라고 부르고 있다.[3] 이때의 철륵 봉기에 대해서는 연개소문의 책략이 개입한 결과였다는 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