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치
[clearfix]
1. 개요
분류상으로는 고등어목 갈치꼬치과의 어류. 심해어의 일종이지만 야간에 수심 얕은 곳으로 올라오다가 낚이는 일이 잦다. 성체는 2m 정도로 상당히 크다.
2. 특징
정식 명칭은 '기름갈치꼬치'이며, '흑갈치꼬치'라고도 하지만 보통은 '''기름치'''[1] 로 잘 알려져 있다. 영어 명칭으로는 'Oilfish'라고 칭한다. 이름이 "치"로 끝나고 고등어목에 속하긴 하지만 다랑어들과는 달리 고등어 과가 아닌 갈치꼬치과에 속한다. 즉 참치와는 다른 물고기다. 일본에서는 바라무쓰(バラムツ)라고 불린다. 다이토 제도에서는 인간다루마(インガンダルマ) 또는 줄여서 다루마(ダルマ)라고 불리우는데, 이 뜻은 '엉덩이에서 기름이 흐른다'는 의미다.
3. 건강
기름치는 살의 25% 정도가 지방이며 그 중 90%가 사람이나 동물들은 '''절대 소화시킬 수 없는 왁스 에스테르'''이다.[2] 일단 고등어목이고 생김새도 친근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질 수 있고 실제로 참치전문점이나 회와 관련 없는 온갖 식당에서 흔히 파는 정체불명의 회덮밥이나 참치집에서 무한리필하는 참치 대용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먹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우리 몸의 중성지방은 글리세롤에 지방산이 세개 붙어있는 형태이다. 이에 비해 왁스는 지방산과 긴 탄화수소로 이루어진 알콜의 에스테르(ester, 에스터)이며 천연 고분자 중합체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즉, 기름치의 살은 '''플라스틱'''에 가깝다는 것이다.[3] 이 왁스 에스테르는 향유고래나 범고래 등의 살에도 많다. 사람 피부에서 분비되는 피지의 주성분도 왁스 에스테르. 소화가 안 되기 때문에 멋모르고 많이 섭취할 경우 설사약 먹은 것처럼 그대로 배출되는 꼴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기름치가 지역 별미라는 일본 다이토 제도에서도 '다루마는 하루 세 점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아주 약간만 먹으면 소화가 안 되고 그대로 다시 나올 뿐 크게 건강에는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는 것이다. 물고기라면 환장하고 달려드는 새들도, 기름치는 먹기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일본과 이탈리아에서는 1970년대에 이미 수입을 금지했다.
4. 악용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2년부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식용 및 유통을 금지한 '''위험한''' 생선이다. 다른 물고기로 알고 먹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왁스 에스테르 성분은 상술한 대로 에스테르 결합 (ester bond)을 하나 가진 긴 탄화수소이기 때문에, 중성지방이나 인지질을 소화하는데 적합한 인간의 소화효소로는 그 분자 구조를 깨트릴 수가 없다. 즉 그냥 소화가 되지 않을 뿐 인체에 딱히 해로운 점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상술한 일본식 별명처럼 변의가 없을 때에도 변실금하는 마냥 '''저절로 항문에서 기름이 줄줄 새어나오는''' 것이 문제. 때문에 일본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식품위생법으로 판매금지로 지정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다른 고기로 속여 파는 경우가 많은데 병어(butterfish)나 심지어 대구로 속이는 경우가 많다고. 2016년에는 기름치를 kg당 가격이 6배가 넘는 메로구이로 속여서 20톤 넘게 팔아먹은 사기꾼도 나왔다.[4] 다른 나라에서는 판매를 허가하고 있고 한국은 규제를 했다가 규제개혁위원회와 마찰이 있었다. 미국 FDA에서는 오인과 부작용을 경고해 주고 판매는 허가하는 모양.
한국에서는 참치집이나 뷔페집 중에[5] 일부 뻔뻔스러운 업주들이 이걸 흰참치("백마구로")살이라며 참치살로 속이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무한 리필 되는 참치를 가장한 기름치를 얼씨구나 하고 먹다가 항문에서 기름이 줄줄 새는 사례들이 속출했다. 불만제로에서도 이 내용이 다루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해악에도 불구하고 웹사이트에서 구입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 않은 재료였다. 결국 2012년 6월 1일부터 식용으로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래도 속여파는 건 여전한 모양이다. 최근에는 참치보다 메로라고 속이고 파는 것 같다.
중국에서는 참치 뿐만이 아니라 외관상 전혀 다른 연어로까지 위조되어 판매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기름치 유통에 대한 법적 제제가 없다보니 더욱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이다. 호주에서는 식용이 금지되진 않으나, 소매상이나 음식점에서 설사에 대한 경고를 할 것이 권장되고 있다.
즉, 독버섯처럼 아예 한 입도 못 먹는 생선은 아니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몇 시간 이내로 폭풍설사를 한다. 먹어도 죽는 생선은 아니고 별미로 취급하는 곳도 있다 보니 유튜버 같은 느낌으로 호기심에 먹어보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정 먹고 싶으면 자기책임으로, 한 번에 회로 3점 이하, 식후 3~5일간 기저귀 착용을 권장한다고 한다.
[1] 경기도 방언이며, 서울 사투리에서는 중고기를 뜻한다.[2]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왁스'''의 원료이기도 하다. 품질이 좋은 경우는 군용기가 사용하는 고급 항공유 정제에 사용된다. 폴리에틸렌과 같은 고분자와 헷갈릴 수 있지만 고분자(polymer)가 아니라 올리고머(=oligomer, 저분자)이다.[3] 비슷한 천연의 고분자로 '''밀랍'''이 있다.[4] 기본적으로 기름치, 대구, 메로 모두 흰살생선인지라 익히면 비슷해보인다. 특히 메로의 경우 유명한 것과는 별개로 값이 비싸고 귀해서 일반인 기준으로는 애초에 실물을 보기가 힘든 생선이다보니 기름치같은 싸구려 생선으로 속이기가 더 쉽다.[5] 단, 뷔페 중에는 이름 자체도 기름치 구이 등으로 사용한 곳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