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겨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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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는 Pull-hitting. 일본어로는 引っ張り打ち(히빠리우치)라 부른다.
야구의 타격방식의 하나. 히팅포인트가 타자보다 앞의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스윙이다. 즉, 배트를 완전히 돌리는 풀스윙. 따라서 타구에 힘을 싣기 쉽고, 장타가 나오기 쉽다. 홈런의 80% 이상은 당겨치기로 이루어진다. 홈 플레이트를 기준으로 타자가 서있는 방향, 즉 우타자의 경우 좌익수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가면 당겨치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그만큼 공의 궤적을 정확히 예측하고 때려야 하며, 볼을 끝까지 볼 수 없기 때문에 변화구등에 걸리면 뻔한 병살성 땅볼이나 내야뜬공이 되기 쉽다. 특히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유인구는 맞힐 방법이 없으므로 그걸 억지로 치려했다간 헛스윙만 붕붕 돌리는 선풍기가 되기 마련이다. 내야뜬공으로 유명한 선수는 KIA의 나지완이 있고, 공갈포로 유명한 선수는 롯데와 한화에서 뛰었던 카림 가르시아선수가 있다. 거기에 당겨치기만 고집하는 선수는 수비 시프트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문제도 가지고 있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는 당겨치기의 시대다. 이전에도 메이저리그는 당겨치는 타자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2010년대 중반에 들어서며 더더욱 당겨치기, 더 정확히는 당겨치기와 어퍼 스윙이 주목받고 있다. 어퍼 스윙이 당겨치기와 완전히 일치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대개의 어퍼 스윙은 당겨치기를 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니 어퍼 스윙이 주목받는 다는 것은 사실상 당겨치기가 주목받는 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 실질적으로는 동양야구에는 거의 없는 극단적인 당겨치기만 하는 타자(Pull Hitter)가 미국야구에만 존재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걸 단순히 '메이저리그는 거구에 발 느린 선수들이 많아서' 라고 할 순 없다. 165 센티미터의 신장에 2012년 데뷔 이래 꾸준히 30 도루 이상을 해 오고 있는 호세 알투베의 경우도 2017년 기준 커리어 내내 당겨친 타구가 40%, 밀어친 타구가 22% 의 비율이다. 쌕쌕이 그 자체인 빌리 해밀턴은 어떨까? 2017년 까지의 커리어 통산 당겨친 타구 대 밀어친 타구의 비는 33% 대 30%로 거의 비슷하지만 해밀턴도 서서히 당겨치는 비율을 늘려, 2016년에는 당겨친 타구가 34.8%, 2017 시즌에는 37.6%까지 기록하고 있다. 175 센티미터 가량의 신장에 매년 20 도루 가까이 기록하는 재로드 다이슨, 역시 180 센티미터 가량의 키에 장타보다 주루에 집중하는 엘비스 앤드루스, 178 센티미터 가량의 신장에 매년 20 도루 이상 기록하는 무키 베츠 역시 모두 마찬가지로 당겨치기에 집중한다.
메이저리거들은 왜 파워 히터 뿐만이 아니라 단신 혹은 날렵한 체형의 내야수나 리드오프까지 수비 시프트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나열한 바깥쪽 변화구를 못 치고 공을 끝까지 보지 못하는 등 당겨치기의 온갖 약점에도 불구하고 당겨치기를 고집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몇몇 예외적인 경우[2]를 제외하면 당겨치기로 인해 생성되는 타구질이 '''월등히''' 좋기 때문이다.
완전히 스윙을 하지 않고 절반 이하의 스윙으로 내야수비를 뚫을 수 있는 강한 땅볼을 쳐내거나 외야까지 빠르게 날아가는 라인드라이브나 장타를 쳐내는 것은 매번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나 갈수록 크고 강해지는 시속 150 킬로미터 이상의 공을 뿌려대는 괴수들이 산적한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에서는 더더욱. 결국 선수들은 장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더욱 정교한 수비 시프트를 통해 그물망처럼 짜는 상대의 내야 수비를 힘으로 뚫기 위해서라도 타구에 힘을 싣기 위해 당겨치기를 선호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단, 한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대부분의 메이저리거들 역시 밀어치기를 할 줄 알고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당겨친다고 알려져 있는 호세 바티스타 역시 매년 최소한 15% 정도의 안타는 밀어치기로 만들어 내며, 보통은 20% 선을 기록한다. 정말 안타쳐서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완전히 속아넘어갔다면 모를까 바깥쪽 슬라이더가 날아올 줄 뻔히 예상하고 있는데 '바깥쪽 슬라이더가 날아올거야. 그럼 난 그걸 당겨치겠어' 라고 덤비는 바보는 메이저리그에 없다. (...) 메이저리거들이 당겨치기에 집중한다는 것은 밀어치기를 할 줄 모른다거나 안 한다는 게 아니라, 당겨치기를 주 전략으로 사용하되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밀어치기를 선택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밀어치기 스킬이 더 좋은 타자는 안 좋은 공을 더 자주 밀어치기로 공략해 내는 등 스킬의 완성도에 차이는 존재하지만.
어쨌든 2010년대 중반의 메이저리거들은 대부분 당겨치기를 주로 사용하여 뱃스피드와 타구질을 극대화해서 강한 라이너성 타구로 내야수비를 뚫어버리고[3], 밀어치기로 애매한 타구가 나올바엔 볼넷골라서 1루로 걸어나가는 것을 공격수단으로 삼으며 삼진은 '''땅볼쳐서 병살당할 바엔 혼자 죽는게 낫다'''라는 마인드로 삼진을 택한다. 특히 밀어치기에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4] 좌타자들에게 이런 성향이 많으며,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수비 시프트가 바로 2익수수비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름좀 알려진 좌타 파워히터들을 상대하는 팀은 이제 대부분 2익수 수비가 일상화되었을 정도. 반대로 우타자들도 마찬가지라 파워풀한 우타 풀히터가 등장하면 1루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좌측으로 내야수들이 이동하는 수비 시프트를 쓴다.
다만 수비 시프트가 당겨치는 타자들을 노리고 만들어 진 것은 분명한데, 그 결과 오히려 타자들이 '밀어치기를 익히자' 라고 반응한게 아니라 '그럼 당길 때 '''더 확실하게 당겨버리자!''' ' 라고 대처해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더 당겨치기에 불을 붙여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아예 수비수가 보고도 잡을수 없게)확실하게 당기고 공을 높이 멀리 띄워 버리자' 는 게 2010년대 중반 타자들의 대처. 시프트야 어차피 땅볼 내지는 가끔 라인드라이브를 잡아내는 용도지, 높게 외야를 빠져나가는 라인드라이브나 플라이 볼에 대처 가능한 건 아니니 말이다. 또 어쩌다 땅볼이 나오고 그게 시프트 방향을 향해도, 잔뜩 힘을 춘 총알탄 타구로 시프트를 뚫어버리겠다는 게 타자들의 계산.[5]
이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위가 도저히 '밀어치기로 공략해 봅시다' 한다고 해서 공략될 수준이 아니기 때문. 2017 년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평균 포심 구속은 93.2 마일로, 시속 150 킬로미터에 육박한다. 이게 평균 속구 구속이다. 매일같이 이 공을 때려내야 하는 게 메이저리그 타자들인데, 이걸 밀어치기와 다운 스윙으로 상대한다고 좋은 타구가 나올까? 레벨 스윙으로도 부족해서 어퍼 스윙을 추구하는 게 2010년대 중반 메이저리그의 트렌드다. 누구나 스즈키 이치로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론 밀어치기 스킬이 좋아서 나쁠 건 전혀 없다. 밀어치기 스킬이 부족한 선수들의 경우 나이가 들어 뱃스피드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타율이 급락하며(특히 좌타자는 대 좌투수 타율이 갑자기 떨어진다.) 선구안이 동반하여 무너질경우 선풍기공갈포로 추락하는데, 이처럼 선구안과 밀어치기 기술 없이 게스히팅[6]으로만 타격하게 되면 한계가 있기 때문.
안쪽 볼에는 강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제구된 안쪽은 아니고 보통 한복판에 몰리거나 밋밋한 실투성 변화구가 대부분. 제대로 제구된 안쪽 직구는 배트의 회전반경도 짧고 배트스피드가 어지간히 빠르지 않으면 배트가 밀리기 마련이라 당겨치기 전문의 슬러거라 할 지라도 제대로 히팅포인트를 잡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밀어치기는 스윙방식상 대응하기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현대 야구의 투수 최고의 무기가 제구가 잘 된 몸쪽 강속구라고 하는 건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1] 당장 최초의 수비 시프트라고 알려진 것이 당겨치기만을 고집한 테드 윌리엄스를 저격하기 위함이었다.[2] 조 마우어DJ 르메이휴 등 밀어친 타구의 성적이 월등하게 좋은 타자들이 소수 있다.[3] 이런 선수들이 BABIP가 평균보다 높은 것을 과거에는 뱃 컨트롤이 좋아서라고 평가했지만 현재는 타구의 질로 판단한다. 추신수라이언 하워드같은 타입이 이런 타격의 극한이라 할 수 있다.[4] 좌타자가 밀어쳐봤자 좌익수 쪽인데, 같은 장타라도 우익수 쪽으로 치는게 추가진루 등에서 더 유리하다.[5] 여기에는, 2017년 이후로 재질에 손대서 좀더 비거리가 잘나오게 바뀐 현 MLB 공인구원인도 크다. 예전보다 훨씬 공이 잘,멀리 날아가는데 당연히 정공법을 택하지 밀어치기같은 변칙을 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6] 구질과 궤적을 미리 예측하고 치는 것. 보통 투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여러 방향 제구가 잘 안 돼서(클러치 상황에 주자가 있을때는 폭투가 나오면 큰일나므로) 제구되는 특정 방향으로 특정한 공(포심패스트볼, 커터 등 주로 속구계열)만 세개네개씩 연속으로 던지는 경우가 있는데, 한때 날리던 리그 최고 타자들은 노쇠화가 온 뒤에도 그런 공을 노려 장타를 만들곤 한다. 한가운데 하이 패스트볼만 3개씩 던진다거나 바깥쪽 커터만 5개를 던진다거나. 물론 딱 그럴때만큼은 효율적이나, 그외는 아니다. 경기 후반에 투수진이 모자라서 교체를 못하는 경우거나 하지 않으면 그런 컨디션 나쁜 투수가 계속 던지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별로 효율적이지 않다. 물론 컨디션이 좋을때도 기량이 딸려서 스트라이크존에 던지려 할때만큼은 공이 특정 범위에 몰리는 투수들도 있으나 이는 상술된 상황처럼 그렇게 몰리는 범위가 많이 좁지 않고 구종도 어떤게 올지 예측하기 힘들어 비효율적이다. 간단히 말해 게스히팅은 경기 후반 클러치같은 극한 상황에서 상대방이 제구가 안 되어도 투수교체가 어려운 상황 같은 특별할때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신인타자들은 기량이 좋고 게스히팅 상황이 와도 '다음에 다른 공이 오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이 있어 심적 여유가 없어져 잘 못하는 게 현실이므로, 무시할 수 없는 타격장르다. 게스히팅이 어느 정도 되는 타자라면 리그에서 한가락했던 베테랑이라 봐도 좋다. 게스히팅 위주 타격은 사실상 수준과 경력이 있는 대타자들만의 전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