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안
1. 개요
batting eye
선구안(選球眼)은 말 그대로 공을 보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투수에게 제구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듯이,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2] '''눈야구'''라는 표현도 자주 쓴다.
2. 기존의 의미
공의 구질과 존 안으로 들어오는 지 여부를 빨리 파악해 공을 골라내는 능력. 즉 공을 보고 '아, 이건 커브에 존 밖을 벗어나는 볼이다' 라거나 '아, 이건 커터에 존 안으로 들어온다' 라는 걸 빠르게 판단하는 능력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여기에 더해서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에는 방망이를 내밀고 밖으로 가는 공은 참는' 능력을 전부 합쳐 선구안이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Batting Eye 와 Plate Discipline, Hitting Approach 등의 개념을 다 '선구안' 이라는 단어 하나에 몰아넣은 것인데, 이에 대한 것과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후술.
선구안이 좋으면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갈수 있으며, 최대한 자신의 타격에 맞는 투구를 골라 칠 수 있기 때문에 타격에도 도움이 되고 출루율도 높아져 팀에 많은 보탬이 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볼넷/삼진 비율로 선구안을 평가해 볼 수 있다. 볼넷이 삼진에 근접하거나 오히려 더 많다면 대단히 뛰어난 선구안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볼넷/삼진 비율로 선구안을 평가하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은 아니다.[3] 정말 제대로 평가하고 싶다면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한 스윙 빈도와 컨택률, 존 밖으로 나가는 공에 대한 스윙 빈도와 컨택률 등을 보는 게 좋다.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한 스윙 빈도와 컨택률이 평균 이상이면서 존 밖으로 나가는 공에 대한 스윙 빈도와 컨택률이 낮다면 선구안이 좋은 타자일 것이다. 물론 선구안이라는 단어와 개념 자체가 후술하겠지만 좀 이상한 감은 있기에 정확히는 타석 접근법이 좋은 선수라는 게 더 옳은 말이겠지만.
기본적으로 타석에서 선구안이 좋으면 출루율이 높아져 찬스 상황을 더 만들수 있고 상대 투수의 투구수도 늘려주기 때문에 상대 투수 입장에서도 상대하기 상당히 까다로워진다. 경험을 쌓고 유능한 코치에게 지도받으면서 늘 수 있는 컨택이나 수비툴과는 달리 이쪽은 선천적인 부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물론 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나아질 수 있긴 하나 다른 툴에 비해 그 정도가 낮다. 거꾸로 말하자면 컨택의 경우, 갑자기 잘 맞아서 확 높아졌다, 슬럼프에 빠져 확 내려가는 경우도 많은 반면, 출루율은 그 변동폭이 타율에 비해 적은 편이다.
중심 타선에 있으면서도 선구안이 나빠 생산성이 떨어지는 타자들은 봉사나 공갈포라고 놀림받는 경우가 많다.
3. 단어의 문제점
대한민국 야구 커뮤니티나 팬들은 이 '선구안이 좋다' 라는 개념을 '존에서 벗어나는 공은 치지 않고 실투만 치는' 신중한 타격으로 받아들이는 감이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선구안이라는 단어는 순수히 타자의 '공을 보는 능력'만을 나타내므로 대한민국에서 쓰이는 선구안은 미국 등지에서 쓰듯이 'Plate Discipline' 이나 'Hitting Approach' 등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어떻게 공략하는가' '타격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가' 등의 표현으로 대체하던지, 종래의 의미를 세밀하게 더 분할하는게 더 올바른 표현이다.
실제로 공을 보는 능력이 뛰어난 타자들이라 하더라도 이 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타석 접근 방법이 지극히 달라지게 된다. 웬만한 공은 다 때려서 안타나 홈런을 칠 자신이 있는 타자라면 블라디미르 게레로나 스즈키 이치로처럼 존을 한참 벗어나는 슬라이더나 커브 등도 때려서 홈런 내지는 안타를 만드는 배드볼 히터가 될 테지만, 조이 보토나 제이슨 지암비처럼 존을 벗어나는 공은 건드리지 않아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고 궁지에 몰린 투수가 어쩔 수 없이 존에 던지는 투구나 실투를 공략하는, 흔히 OPS 히터라 불리는 유형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커뮤니티나 일반 팬들은 후자의 유형만 선구안이 좋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4]
따라서 '배드볼 히터 = 선구안이 나쁘다' 라는 인식은 사실 좀 틀린 편이다. 오히려 인내심이 좋은 타자들보다 '공을 보는 눈' 자체는 더 좋을 수도 있다. 인내심이 좋은 타자들은 투수의 실투, 타자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익숙한 궤적을 따라 스윙을 해 공을 쳐내지만 배드볼 히터는 공을 끝까지 보고 블라디미르 게레로나 아드리안 벨트레처럼 기존의 폼을 무너뜨려 가면서까지 공을 쳐 내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뜻만 통하면 되지 단어가 원래 나타내는 바가 좀 다르다고 무슨 상관이냐' 라고 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 '직구' 라는 용어가 무빙 패스트볼의 발전을 저해했던 것 같은 결과를 보면 단어의 뜻을 정확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낳은 부작용 중 하나가 영웅 스윙, 그리고 이를 잘 이용해 국대킬러로 악명 높았던 우에하라 고지가 있다. 해당 항목을 읽어보면 선구안의 오역으로 인해 생기는 KBO리그 타자의 문제는 '''나쁜 공에 스윙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삼다보니 생기는 소극적인 스윙과 멀삼에 있다.'''[5]
마찬가지로 이 선구안이라는 용어 때문에 공은 잘 보고 구질 파악도 잘 하지만 타석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접근하는 타자에게 '공을 보는 눈'을 중시하는 훈련을 하는 삽질이 일어나기도 한다. 프로급에서는 아니어도 고교급에서는 의외로 잘 보이는 일이다. 선구안과 '타석 접근법' 이라는 용어가 따로 분리되어 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은 낮은데, 이것과 선구안의 개념이 극단적으로 왜곡된 사례가 용규놀이, 일본 고시엔의 치바 쇼타가 있다.
4. 그 외
제이슨 지암비의 경우 컨디션이 좋으면 투수가 공을 놓는 순간 그립을 읽었다고 한다. 지암비는 원래 스위치 타자를 하려고 했지만 오른쪽 눈의 시력이 왼쪽 눈보다 더 좋아서 좌타자가 되었다. 배리 본즈의 경우는 1993년 올스타전(인터리그가 없던 시절이다) 경기를 덕아웃에서 보면서 투수의 구질을 말했다고 한다. 주변 선수들이 어떻게 그렇게 잘맞추냐고 물어보니 '손에서 공이 떨어지는 순간 그립이 보인다'고... [6]
한국 프로야구에서 기존의 의미로 선구안이 좋은 대표적인 타자는 양준혁, 김태균, 장성호, 김동주, 김현수등이 있다. 대부분의 중심타자들은 선구안이 좋고 출루율이 높은 타자들이다. 반면 롯데 자이언츠는 팀 볼넷 개수만 봐도 알 수 있듯, 구단 전체적으로 선구안이 매우 약한 편이다. 다만 위에서도 말했듯, 이건 선구안의 좋고 나쁨보다 타석에서의 접근 방법이 어떤 편인가로 구분해야 할 문제이다. 기존의 시각으로는 롯데는 선구안이 취약한 편이지만, 실은 타석에서의 접근이 공격적이라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며, 삼진은 장타를 적극적으로 노린다면 늘어나는 걸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위험부담이다. 그리고 그 시기 롯데의 화력은 절륜했다.[7]
참고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닉구안'('''닉'''네임+선'''구안''')이라는 신종어가 있다. 닉네임을 통하여 평소 낚시글이나 어그로글을 써대는 악질 유저들을 판별해내서 글 클릭을 피해가는 것을 뜻한다. 어원을 생각하면 '선닉안'이라고 하는 게 옳겠지만 아무래도 '닉구안'이라고 하는 쪽이 더 연상 작용이 좋기 때문인 듯. '램은 많을수록 좋다'는 뜻으로 쓰이는 '다다익램' 역시 원래대로라면 '램다익선'이라고 하는 게 옳겠지만 '다다익램'이라고 많이 쓰다 보니 그대로 '다다익램'으로 굳어진 것도 이와 비슷한 사례.
4.1. 배우들의 선구안
또한, 주연급 영화배우나 탤런트의 작품 참여 결정 능력도 선구안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절묘하게 흥행시기를 잘 타는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를 선구안이 좋다고 하고, 연기력이나 상품성 모두 뛰어나지만 이상하게 망작, 괴작들에만 참여하는 경우는 작품 선구안이 나쁘다고 한다. 전자의 경우는 송강호[8] 와 김태리[9] 가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임창정, 차인표, 하지원, 강예원[10] ,송지효[11] 등이 있다.드라마 선구안이 좋은 배우는 여자배우는 공효진, 남자배우 중에선 남궁민을 뽑을 수 있다.
[1] 심판들 사이에서 돌던 말로, 그만큼 장효조의 선구안이 사기급이라는 말.[2] 투수는 기본적으로 제구가 되어야 피홈런/피안타 억제, 볼넷으로 인한 주자쌓임 방지 등을 통해 실점을 막는다. 또한 타자들은 선구안이 있어야지 좋은 공을 골라 쳐서 장타를 만들고 삼진을 안 당하며 볼넷으로 나갈 확률이 높아진다. 이를 가장 잘 실천한 인물이 테드 윌리엄스. 약즈가 물론 선구안을 통해 출루율을 높이는 재주 자체는 테드보다 나았으나 이는 약물 복용으로 인한 파워업으로, 투수들이 알아서 존을 비껴나가게 만든게 크다. 약물 복용 이전 본즈의 선구안은 테드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또 테드 윌리엄스는 선구안의 중요성을 천명한 선구자로써도 본즈보다 더욱 더 의의를 둘만 하다. 한편 제구를 가장 잘 실천한 사람은 그렉 매덕스이다.[3] 선구안이 평균 이하여도 파워가 좋은 타자는 투수들이 정면 승부를 피하기 때문에 볼넷이 자주 나오기 때문. 이런 타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며 파워가 죽으면 타율-출루율 간 갭이 적어지며 생산성이 감소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아드리안 곤잘레스. 후술하겠지만 선구안이라는 단어에 문제가 있는 이유 중 하나다.[4] 이치로는 선구안이 무척이나 좋다. 다만 모든 공을 쳐서 안타를 칠 수 있어서 나쁜 공도 칠 뿐. 일각에서는 이치로의 선구안이 베리 본즈보다고 좋다고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5] 그리고, 스윙하지 않는 미덕이 생긴 건, 단순히 투수가 많은 공을 던지면서 '''지치던지 아니면 제구가 흔들리던지, 심판 스트판정이 흔들려서 오심이 나던지'''같은 행운을 지나치게 기대하거나 아예 상수 취급하는 타석 접근법을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많이 던지게 가만히 두면 투수가 자멸하는 야구가 정상적인 야구는 아니니까. [6]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효과 중 하나가 동체시력이 좋아지는 것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7] 다만 2013년 이후의 롯데는 여전히 삼진이 많은데(BB/K가 2014년 8월 9일 기준으로 0.599밖에 되지 않는다) 로이스터 시절의 롯데 타선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장타를 노리고 풀스윙을 하는 게 아니고 존에서 많이 빠지거나 떨어지는 변화구에 배트가 나가 거의 체크스윙이 되듯 삼진을 당하거나, 스탠딩 삼진을 당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batting eye야 원래 답이 없었지만, 박정태와 박흥식 타격코치를 거치면서 hitting approach마저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8] 송강호의 연기력이 나쁜데 작품빨로 성공했다는 건 아니지만, 저 완성도 높은 작품들로 인지도를 크게 높힐 수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이 선구안은 농담이라서 안좋은 경우에 드립으로 쓸 때가 많다.[9] 영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 선구안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10] 사실 강예원은 드라마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찍는 족족 다 망해서 이 분야계 끝판왕이다.[11] 예능은 잘나가지만 드라마 영화는 흥행이 부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