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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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前 연예계 로드 매니저.[1]
1958년 충청남도 대전시 출생으로 최민수, 최진실, 엄정화 등을 발굴하고 데뷔시켰으며 그 외에도 다수의 연예인들의 매니지먼트를 맡아 일명 배병수 사단을 만들었던 1990년대초 연예계의 최고 거물급 매니저였다.
자신의 신상을 철저히 숨겨 베일에 싸여있었던 인물로 그의 정확한 나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으며 알려진 출신학교도 고려대학교 또는 인천대학교가 있었는데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고 한다. 방송, 영화계 인사들과 접촉할 때 학연을 이용하기 위해 매번 거짓을 말했던 결과로 보인다. 어쨌든 이러한 방법이 당시에는 잘 통했는지 특히 정지영 감독의 1990년대 영화들에 자신이 키우던 신인 배우들을 많이 출연시킬 수 있었다.
1980년대 중후반까지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주산, 부기와 회계를 가르치던 유명 학원의 강사였던 배병수는 자리를 잡자 자신이 직접 학원을 운영하면서 많은 돈을 모으고 입대를 한다. 당시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입김으로 보안사에서 근무하던 배병수는 붙임성 좋은 성격으로 군사경찰대 소속이었던 가수 김학래와 친분을 쌓게 된다. 가수였던 김학래는 배병수에게 매니저를 해보라고 권했는데 당시에는 일부 배우를 제외하면 주로 가수들만 매니저를 두고 있었다. 전역 후 배병수는 김학래의 소개로 어느 업체에 들어갔고 곧 가수 조태선의 로드매니저로서 연예계에 발을 내딛게 되지만 매니저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조태선을 알리는데 실패한다. 이런 모습을 본 김학래는 괜히 매니저를 해보라고 했다며 그냥 원래 하던 학원을 하는게 낫겠다고 말했을 정도.
배병수는 1987년 새해 첫날 김학래의 방송 출연을 보러 KBS에 갔다가 최민수를 만나게 되는데 이 만남은 그의 인생을 바꾸게 된다. 지금도 자유분방한 이미지가 있는 최민수는 당시에도 허름한 로커 같은 복장으로 방송국에 왔다가 배병수를 보고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하니 잠시 옷을 바꿔 입자고 제안한다. 얼떨결에 옷을 바꿔 입은 두 사람은 그 일을 계기로 금방 친해지게 되고 곧 배병수는 조태선과 결별, 최민수의 매니저일을 하게 된다. 성향과 코드가 비슷했던 두 사람은 곧 방송국의 유명인사가 된다.
최민수와의 만남이 배병수의 인생을 바꾸게 된 것이라면, 최진실과의 만남은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1988년 10월 배병수는 MBC에 갔다가 로비 구석에 앉아있던 최진실을 보게 된다. 그 순간 배병수는 어떤 강렬한 영감이 스쳐 지나감을 느꼈고 어떤 작품에 출연하냐고 물어보며 최진실에게 접근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영화를 하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배병수는 최진실을 영화에 출연시키기 위해 충무로로 향한다.
그러던 중에 마침 최민수에게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남부군의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다. 배병수는 최민수와 함께 정지영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최진실도 같이 캐스팅해줄 것을 부탁하고 그때부터 매일같이 여의도와 충무로, 정지영 감독의 거주지였던 안산을 오가며 삼고초려를 한다. 또한 고려대학교 불문과 출신인 정지영 감독에게 자신이 고대 후배라며 학연을 강조하면서, 아주 깎듯이 대했다고 한다. 결국 정지영 감독은 대신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 당시만해도 완전한 신인이었던 최진실의 이름을 알려놓을 것과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시키지 말라는 등의 조건으로 최진실을 캐스팅하게 된다.
그때부터 배병수는 자신이 운영하던 학원의 문을 닫고 사무실을 차려 그곳에서 최민수와 함께 최진실에게 연기를 연습시키고 또한 다 같이 성공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한다. 처음 최진실은 건들거리면서 무례하기도 한 배병수의 모습이나 행동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도 배병수와 함께 하지 말라는 충고를 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신인인 자신에게 강한 믿음을 주는 배병수를 일단 믿고 따르기로 한다.
정지영 감독과 최진실에게 약속한대로 배병수는 최진실을 빨리 스타로 만들기 위해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였던 변진섭이 진행하던 라디오 PD에 신인 배우를 게스트로 넣어보자는 독특한 제의를 하여 최진실을 고정 출연시키기도 하는 등 그녀를 스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결국 두 사람의 노력은 빛을 발해 남부군 촬영 중 최진실은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문구로 유명한 삼성전자의 광고를 찍고 스타가 된다.
최민수와 최진실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배병수는 무엇이든 했는데 특히 로비 능력이 뛰어났다. 일단 되겠다 싶은 작품이 있다면 어떻게든 출연시키려고 했는데 감독이나 작가를 따라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최민수와 최진실을 같이 묶어 출연시키는 방법도 사용했다. 또한 이미 캐스팅이 끝난 작품인데도 제작진을 찾아가 온갖 이유와 논리를 들어 기존 출연진을 두 사람으로 교체시키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화도 있다. 최민수가 어느정도 인기를 얻고 남부군도 흥행한 후 정지영 감독은 차기작 하얀전쟁의 주연으로 최민수를 낙점한다. 그런데 이때 배병수는 그때까지 충성을 다했던 정지영 감독을 배신(?)하고 성공이 보이는 어떤 드라마에 최민수를 출연시킨다. 하얀전쟁은 해외 로케이션도 있고 촬영 기간도 긴 영화인데다 큰 돈도 벌기 어렵지만 드라마에 출연하면 돈도, 성공도 보장된다는 것이었다. 정지영 감독에게는 욕 한 번 먹고 잘못했다고 말하면 된다며 최민수를 기어이 출연시킨 그 드라마가 바로 최민수를 1990년대의 스타, 대발이로 만들어준 김수현 작가의 사랑이 뭐길래였다. 또 같은 기간, 최민수와 함께 심혜진[2] 을 출연시킨 영화 결혼 이야기도 그해 흥행 1위에 오를 정도였으니 결과적으로는 최고의 판단이었다.[3][4][5][6]
사랑이 뭐길래에는 또다른 일화도 있는데 원래는 최민수와 함께 최진실도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마침 최진실에게는 자신이 출연하여 히트했던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감독 이명세의 차기작인 첫사랑의 주연 제안도 와있는 상태였고 최진실은 고민 끝에 영화를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최진실이 출연하기로 했던 자리에는 하희라가 들어가게 되는데, 막상 첫사랑을 하기로 한 최진실은 시나리오를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 출연을 접었고 대신 이 자리에는 김혜수가 들어간다.[7]
두 사람이 어느정도 인기를 얻은 후 배병수는 친분이 있던 의사의 소개로 MBC의 합창단원이었던 엄정화를 설득해 최민수가 출연한 결혼 이야기에 단역으로 나오는 것으로 그녀를 연예계에 데뷔시키게 된다.
배병수는 당시 최민수나 최진실을 출연시키는 조건으로 자신이 매니징하던 또다른 배우들을 같이 출연시키는 소위 끼워팔기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대표적인 배우로 독고영재와 허준호가 있었다. 무명생활이 꽤 길었던 두 배우는 최민수가 성공한 이후 최민수가 출연하는 작품에 같이 출연하는 식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이들의 1990년대 초중반 필모그래피에는 서로 겹치는 작품이 많다. 대표적인 작품이 세 사람이 모두 출연한 엄마의 바다.
아무튼 이 끼워팔기 방법은 의외로 잘 먹혀서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에 최민수가 출연할 때 배병수는 제작사보다 우위에 있었고 엄정화를 최민수와 함께 주연으로 출연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 영화에서 엄정화는 단순히 출연만 한게 아니라 신해철의 도움을 받아 영화의 OST로 사용되는 1집 앨범을 내 가수 활동까지 시작했는데 이때 배병수는 홍보를 위해 최진실을 동원할 정도로 엄정화의 활동을 지원했다고 한다. 한편 배병수는 엄정화를 폴리스에 출연시킬 때는 PD에게 여주인공들을 완전히 새로운 스타들로 캐스팅 해보자고 제의하였고 이게 받아들여져 드라마는 엄정화를 포함하여 당시 떠오르는 스타들이었던 이승연, 오현경의 라인업으로 만들어진다. 참고로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인 이병헌의 당시 매니저도 배병수였다.
당대 최고의 연예인들을 데리고 있었던 배병수였지만 영화, 드라마, 각종 프로그램에서 소속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작품이라면 제작에 모두 간섭을 하는데다 고집도 세고 안하무인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그를 좋아하는 제작진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배병수는 철저하게 자신과 소속 연예인들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였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몫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아져갔다.
한편 배병수는 소속 연예인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들과 함께 방송에 출연하는 일도 생겼는데 평소의 모습들은 방송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마치 유명인사인 것처럼 거만하게 앉아 소속 연예인과 자신이 모든 수익을 무조건 7:3으로 나눠 가진다는 발언이 대표적. 이런 발언은 그가 버는 돈이 엄청나게 많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위화감을 주었다. 또한 배병수는 방송, 연예계뿐 아니라 광고계에서도 악명이 높았는데 당대 최고의 스타인 최민수와 최진실을 데리고 있다보니 모델 출연료 협상에서 고자세를 유지, 자신이 요구하는 금액에서 양보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부르는 액수는 기본으로 억 단위를 넘어갔는데 이전에는 그렇게 많은 돈을 받은 사람이 없었다. 그럼에도 최민수와 최진실을 원하는 광고주는 많았기 때문에 출연료는 계속 높아졌고 그와 함께 광고계의 불만도 쌓여갔다.
다만 아이러니한 것은 이 광고 출연료 때문에 배병수와 최진실, 최민수와의 관계가 깨졌다는 것인데 최진실은 1993년 12월, 최민수는 1994년 4월에 각각 배병수와의 계약을 해지한다. 이에 대해 최진실은 독립을 생각하고 있던 차에 사적인 이유로 싸웠고 그래서 해지했다는 정도로만 밝혔지만 최민수는 자신이 받는 출연료나 매니지먼트 비용 등을 배병수에게 주었으나 배병수가 최민수에게는 돈을 안받고 그냥 매니저 일을 봐주고 있다라는 식의 말을 하고 다녀 배신감을 느껴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최민수의 말을 보면 최진실도 역시 비슷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최진실이 계약을 해지한 이후 최민수를 비롯해 독고영재, 허준호도 계약을 해지하고 배병수를 떠나면서 연예계에서 배병수의 영향력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공교롭게 배병수는 그 해 겨울, 자신의 직원들에게 살해당한다.
아주 괄괄하고 고집이 센 성격인데다 목소리도 크고 조금만 친해졌다 싶으면 바로 반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고. 당시만 해도 방송국 PD와 매니저의 관계란 완전히 갑과 을의 관계였지만 배병수만큼은 예외였는데 그것은 뒤에 최진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었다. 매니저로서의 능력만 놓고 보면 만 명의 한 명 나올까 말까할 정도로 대단히 탁월했던 매니저였다는 평가가 있다.
스타를 만들고 관리하는 능력은 탁월했지만 역설적으로 당시 연예계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는지도 알 수 있다. 지금의 기획사 시스템과는 달리 개인적으로 매니지먼트를 했기 때문에 배병수가 얼마나 많은 연예인들을 데리고 있었는지는 겉으로 드러난 몇 명을 제외하면 본인이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또한 최민수나 최진실의 예에서 보듯 어떤 시스템 없이 개인적인 인연이나 친분으로 시작해 믿음으로 유지되는 계약 관계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계약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90년대 초반 MBC에서 방영된 최진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최진실이 건강상의 문제로 방송 스케쥴을 취소하자 한밤중에 술에 취한 배병수가 최진실에게 전화해 '왜 내 허락없이 스케쥴을 변경했냐'며 고성을 지르는 장면이 그대로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안하무인이었던것....이부분은 시간이 한참 지나 시사주간지 "말"지에 배병수 인터뷰로 실렸는데 배병수는 최진실의 인기가 부침이 있어서 일부러 자기와 최진실간에 각본이 있이 자기가 술취해서 전화한 장면을 넣었다고 했다. 그 후 자신은 욕을 엄청 먹었지만 최진실의 인기는 영원한 진실이로 인기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배병수의 죽음은 그래서 단순한 살인 사건을 넘어 연예계에 깔려있던 전반적인 부조리에 대한 문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인 지금도 그때에 비하면 조금 더 개선됐을 뿐, 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의 계약 분쟁은 현재진행형인 문제다.
1. 개요
대한민국의 前 연예계 로드 매니저.[1]
1958년 충청남도 대전시 출생으로 최민수, 최진실, 엄정화 등을 발굴하고 데뷔시켰으며 그 외에도 다수의 연예인들의 매니지먼트를 맡아 일명 배병수 사단을 만들었던 1990년대초 연예계의 최고 거물급 매니저였다.
자신의 신상을 철저히 숨겨 베일에 싸여있었던 인물로 그의 정확한 나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으며 알려진 출신학교도 고려대학교 또는 인천대학교가 있었는데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고 한다. 방송, 영화계 인사들과 접촉할 때 학연을 이용하기 위해 매번 거짓을 말했던 결과로 보인다. 어쨌든 이러한 방법이 당시에는 잘 통했는지 특히 정지영 감독의 1990년대 영화들에 자신이 키우던 신인 배우들을 많이 출연시킬 수 있었다.
2. 생애와 일화
1980년대 중후반까지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주산, 부기와 회계를 가르치던 유명 학원의 강사였던 배병수는 자리를 잡자 자신이 직접 학원을 운영하면서 많은 돈을 모으고 입대를 한다. 당시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입김으로 보안사에서 근무하던 배병수는 붙임성 좋은 성격으로 군사경찰대 소속이었던 가수 김학래와 친분을 쌓게 된다. 가수였던 김학래는 배병수에게 매니저를 해보라고 권했는데 당시에는 일부 배우를 제외하면 주로 가수들만 매니저를 두고 있었다. 전역 후 배병수는 김학래의 소개로 어느 업체에 들어갔고 곧 가수 조태선의 로드매니저로서 연예계에 발을 내딛게 되지만 매니저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조태선을 알리는데 실패한다. 이런 모습을 본 김학래는 괜히 매니저를 해보라고 했다며 그냥 원래 하던 학원을 하는게 낫겠다고 말했을 정도.
배병수는 1987년 새해 첫날 김학래의 방송 출연을 보러 KBS에 갔다가 최민수를 만나게 되는데 이 만남은 그의 인생을 바꾸게 된다. 지금도 자유분방한 이미지가 있는 최민수는 당시에도 허름한 로커 같은 복장으로 방송국에 왔다가 배병수를 보고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하니 잠시 옷을 바꿔 입자고 제안한다. 얼떨결에 옷을 바꿔 입은 두 사람은 그 일을 계기로 금방 친해지게 되고 곧 배병수는 조태선과 결별, 최민수의 매니저일을 하게 된다. 성향과 코드가 비슷했던 두 사람은 곧 방송국의 유명인사가 된다.
최민수와의 만남이 배병수의 인생을 바꾸게 된 것이라면, 최진실과의 만남은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1988년 10월 배병수는 MBC에 갔다가 로비 구석에 앉아있던 최진실을 보게 된다. 그 순간 배병수는 어떤 강렬한 영감이 스쳐 지나감을 느꼈고 어떤 작품에 출연하냐고 물어보며 최진실에게 접근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영화를 하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배병수는 최진실을 영화에 출연시키기 위해 충무로로 향한다.
그러던 중에 마침 최민수에게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남부군의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다. 배병수는 최민수와 함께 정지영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최진실도 같이 캐스팅해줄 것을 부탁하고 그때부터 매일같이 여의도와 충무로, 정지영 감독의 거주지였던 안산을 오가며 삼고초려를 한다. 또한 고려대학교 불문과 출신인 정지영 감독에게 자신이 고대 후배라며 학연을 강조하면서, 아주 깎듯이 대했다고 한다. 결국 정지영 감독은 대신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 당시만해도 완전한 신인이었던 최진실의 이름을 알려놓을 것과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시키지 말라는 등의 조건으로 최진실을 캐스팅하게 된다.
그때부터 배병수는 자신이 운영하던 학원의 문을 닫고 사무실을 차려 그곳에서 최민수와 함께 최진실에게 연기를 연습시키고 또한 다 같이 성공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한다. 처음 최진실은 건들거리면서 무례하기도 한 배병수의 모습이나 행동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도 배병수와 함께 하지 말라는 충고를 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신인인 자신에게 강한 믿음을 주는 배병수를 일단 믿고 따르기로 한다.
정지영 감독과 최진실에게 약속한대로 배병수는 최진실을 빨리 스타로 만들기 위해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였던 변진섭이 진행하던 라디오 PD에 신인 배우를 게스트로 넣어보자는 독특한 제의를 하여 최진실을 고정 출연시키기도 하는 등 그녀를 스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결국 두 사람의 노력은 빛을 발해 남부군 촬영 중 최진실은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문구로 유명한 삼성전자의 광고를 찍고 스타가 된다.
최민수와 최진실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배병수는 무엇이든 했는데 특히 로비 능력이 뛰어났다. 일단 되겠다 싶은 작품이 있다면 어떻게든 출연시키려고 했는데 감독이나 작가를 따라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최민수와 최진실을 같이 묶어 출연시키는 방법도 사용했다. 또한 이미 캐스팅이 끝난 작품인데도 제작진을 찾아가 온갖 이유와 논리를 들어 기존 출연진을 두 사람으로 교체시키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화도 있다. 최민수가 어느정도 인기를 얻고 남부군도 흥행한 후 정지영 감독은 차기작 하얀전쟁의 주연으로 최민수를 낙점한다. 그런데 이때 배병수는 그때까지 충성을 다했던 정지영 감독을 배신(?)하고 성공이 보이는 어떤 드라마에 최민수를 출연시킨다. 하얀전쟁은 해외 로케이션도 있고 촬영 기간도 긴 영화인데다 큰 돈도 벌기 어렵지만 드라마에 출연하면 돈도, 성공도 보장된다는 것이었다. 정지영 감독에게는 욕 한 번 먹고 잘못했다고 말하면 된다며 최민수를 기어이 출연시킨 그 드라마가 바로 최민수를 1990년대의 스타, 대발이로 만들어준 김수현 작가의 사랑이 뭐길래였다. 또 같은 기간, 최민수와 함께 심혜진[2] 을 출연시킨 영화 결혼 이야기도 그해 흥행 1위에 오를 정도였으니 결과적으로는 최고의 판단이었다.[3][4][5][6]
사랑이 뭐길래에는 또다른 일화도 있는데 원래는 최민수와 함께 최진실도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마침 최진실에게는 자신이 출연하여 히트했던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감독 이명세의 차기작인 첫사랑의 주연 제안도 와있는 상태였고 최진실은 고민 끝에 영화를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최진실이 출연하기로 했던 자리에는 하희라가 들어가게 되는데, 막상 첫사랑을 하기로 한 최진실은 시나리오를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 출연을 접었고 대신 이 자리에는 김혜수가 들어간다.[7]
두 사람이 어느정도 인기를 얻은 후 배병수는 친분이 있던 의사의 소개로 MBC의 합창단원이었던 엄정화를 설득해 최민수가 출연한 결혼 이야기에 단역으로 나오는 것으로 그녀를 연예계에 데뷔시키게 된다.
배병수는 당시 최민수나 최진실을 출연시키는 조건으로 자신이 매니징하던 또다른 배우들을 같이 출연시키는 소위 끼워팔기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대표적인 배우로 독고영재와 허준호가 있었다. 무명생활이 꽤 길었던 두 배우는 최민수가 성공한 이후 최민수가 출연하는 작품에 같이 출연하는 식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이들의 1990년대 초중반 필모그래피에는 서로 겹치는 작품이 많다. 대표적인 작품이 세 사람이 모두 출연한 엄마의 바다.
아무튼 이 끼워팔기 방법은 의외로 잘 먹혀서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에 최민수가 출연할 때 배병수는 제작사보다 우위에 있었고 엄정화를 최민수와 함께 주연으로 출연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 영화에서 엄정화는 단순히 출연만 한게 아니라 신해철의 도움을 받아 영화의 OST로 사용되는 1집 앨범을 내 가수 활동까지 시작했는데 이때 배병수는 홍보를 위해 최진실을 동원할 정도로 엄정화의 활동을 지원했다고 한다. 한편 배병수는 엄정화를 폴리스에 출연시킬 때는 PD에게 여주인공들을 완전히 새로운 스타들로 캐스팅 해보자고 제의하였고 이게 받아들여져 드라마는 엄정화를 포함하여 당시 떠오르는 스타들이었던 이승연, 오현경의 라인업으로 만들어진다. 참고로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인 이병헌의 당시 매니저도 배병수였다.
당대 최고의 연예인들을 데리고 있었던 배병수였지만 영화, 드라마, 각종 프로그램에서 소속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작품이라면 제작에 모두 간섭을 하는데다 고집도 세고 안하무인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그를 좋아하는 제작진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배병수는 철저하게 자신과 소속 연예인들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였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몫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아져갔다.
한편 배병수는 소속 연예인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들과 함께 방송에 출연하는 일도 생겼는데 평소의 모습들은 방송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마치 유명인사인 것처럼 거만하게 앉아 소속 연예인과 자신이 모든 수익을 무조건 7:3으로 나눠 가진다는 발언이 대표적. 이런 발언은 그가 버는 돈이 엄청나게 많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위화감을 주었다. 또한 배병수는 방송, 연예계뿐 아니라 광고계에서도 악명이 높았는데 당대 최고의 스타인 최민수와 최진실을 데리고 있다보니 모델 출연료 협상에서 고자세를 유지, 자신이 요구하는 금액에서 양보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부르는 액수는 기본으로 억 단위를 넘어갔는데 이전에는 그렇게 많은 돈을 받은 사람이 없었다. 그럼에도 최민수와 최진실을 원하는 광고주는 많았기 때문에 출연료는 계속 높아졌고 그와 함께 광고계의 불만도 쌓여갔다.
다만 아이러니한 것은 이 광고 출연료 때문에 배병수와 최진실, 최민수와의 관계가 깨졌다는 것인데 최진실은 1993년 12월, 최민수는 1994년 4월에 각각 배병수와의 계약을 해지한다. 이에 대해 최진실은 독립을 생각하고 있던 차에 사적인 이유로 싸웠고 그래서 해지했다는 정도로만 밝혔지만 최민수는 자신이 받는 출연료나 매니지먼트 비용 등을 배병수에게 주었으나 배병수가 최민수에게는 돈을 안받고 그냥 매니저 일을 봐주고 있다라는 식의 말을 하고 다녀 배신감을 느껴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최민수의 말을 보면 최진실도 역시 비슷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최진실이 계약을 해지한 이후 최민수를 비롯해 독고영재, 허준호도 계약을 해지하고 배병수를 떠나면서 연예계에서 배병수의 영향력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공교롭게 배병수는 그 해 겨울, 자신의 직원들에게 살해당한다.
3. 사망
4. 평가
아주 괄괄하고 고집이 센 성격인데다 목소리도 크고 조금만 친해졌다 싶으면 바로 반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고. 당시만 해도 방송국 PD와 매니저의 관계란 완전히 갑과 을의 관계였지만 배병수만큼은 예외였는데 그것은 뒤에 최진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었다. 매니저로서의 능력만 놓고 보면 만 명의 한 명 나올까 말까할 정도로 대단히 탁월했던 매니저였다는 평가가 있다.
스타를 만들고 관리하는 능력은 탁월했지만 역설적으로 당시 연예계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는지도 알 수 있다. 지금의 기획사 시스템과는 달리 개인적으로 매니지먼트를 했기 때문에 배병수가 얼마나 많은 연예인들을 데리고 있었는지는 겉으로 드러난 몇 명을 제외하면 본인이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또한 최민수나 최진실의 예에서 보듯 어떤 시스템 없이 개인적인 인연이나 친분으로 시작해 믿음으로 유지되는 계약 관계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계약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90년대 초반 MBC에서 방영된 최진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최진실이 건강상의 문제로 방송 스케쥴을 취소하자 한밤중에 술에 취한 배병수가 최진실에게 전화해 '왜 내 허락없이 스케쥴을 변경했냐'며 고성을 지르는 장면이 그대로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안하무인이었던것....이부분은 시간이 한참 지나 시사주간지 "말"지에 배병수 인터뷰로 실렸는데 배병수는 최진실의 인기가 부침이 있어서 일부러 자기와 최진실간에 각본이 있이 자기가 술취해서 전화한 장면을 넣었다고 했다. 그 후 자신은 욕을 엄청 먹었지만 최진실의 인기는 영원한 진실이로 인기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배병수의 죽음은 그래서 단순한 살인 사건을 넘어 연예계에 깔려있던 전반적인 부조리에 대한 문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인 지금도 그때에 비하면 조금 더 개선됐을 뿐, 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의 계약 분쟁은 현재진행형인 문제다.
[1] 미국에서는 해당 직업을 Publicist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매니저 외에도 아이돌 그룹들에 붙는 프로듀서가 매니저의 역할을 상당수 하게된다.[2] 심혜진의 매니저도 배병수.[3] 최민수는 빠졌지만 배병수가 관리하던 또다른 배우들인 심혜진, 독고영재, 허준호가 하얀전쟁에 출연한다.[4] 얄궂게도 하얀전쟁과 결혼 이야기는 같은 날 개봉하는데 결혼 이야기가 대흥행한 반면 하얀전쟁은 어느 정도의 관객 수를 동원하는데 그친다. 또 심혜진은 공교롭게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한다.[5] 빚진 마음이 있던 최민수는 이후 정지영 감독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와 블랙잭에 연이어 출연한다.[6] 하얀전쟁에서 최민수가 빠지고 이경영이 대신 그 자리에 들어가는데 이 인연으로 이경영은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에 출연한다.[7] 결과적인 이야기이지만 드라마의 대성공으로 하희라는 스타가 됐고 김혜수는 이 영화로 당시 최연소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