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히스토리
1. 설명
역사의 범위를 빅뱅으로 확장시킨 역사관. 거대사라고도 불린다. 참고로 '과학사'적 접근법이지, 절대 교육/자연과학계의 접근법은 아니다. 그러나 한때 국내에서는 이 역사학계 관점이 과학과 교육과정 개편에 적용된 사례가 있어서 논란이 되었다.우주는 큽니다. 정말 크지요. 그리고 오래되기도 했고요. 한 138억 년 전에 생겨났는데, 너무나도 오래 전이라 우리가 이 숫자를 이해할 방도가 없을 정도로 오래 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작고 보잘것 없는 뇌가 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13년으로 줄여봅시다. 이렇게 줄인다면 우주는 2001년 즈음에[1]
탄생했겠군요. 조지 W. 부시가 막 대통령에 취임했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모뎀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기 시작한 시간 말입니다.이렇게 놓는다면 첫 항성과 은하는 12년 전에 형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구가 생기려면 7년 하고도 반년을 더 기다려서 약 4.5년 전에야 지구가 출현합니다. 조금 더 시간을 당겨 4년 전에 지구에 단세포 생물이 생겼고, 한참 더 시간을 달려 6개월 전쯤으로 넘겨서야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기해 다세포 생물들이 탄생합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고등 생물들의 탄생은 굉장히 최근의 일이라는 겁니다. 이 연표에서는 공룡들이 고작 3주 전에야 멸종하게 됩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을 업데이트한 시간이군요. 인간과 침팬지가 공동조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은 3일 전입니다. 첫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것은 50분 전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이메일을 확인한 시간이네요. 우리가 아프리카에서부터 이주한 것은 26분 전이며,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한 것은 6분 전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트위터 타임라인을 확인한 시간이지요. 우리가 농업을 발명한 것은 5분 전입니다! 고대 이집트? 3분 전입니다. 흑사병? 24초 전입니다. 산업 혁명은 6초 전이고, 제1차 세계대전은 2초 전입니다. 냉전, 인류의 달 착륙, 당신의 탄생, 인터넷, 그리고 빅맥, 전부 지난 1초 안에 일어난 일입니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 복잡한 형태의 생물들의 탄생, 그리고 인류의 탄생은 아주 멋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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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인문학을 하나의 틀에서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기원을 따지자면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19세기 유럽에서는 지질학의 발전에 따라 지구가 성경보다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졌다. 그에 따라서 성경 대신에 학술적으로 세상의 역사를 기록하자는 시도가 생겨났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는 1845년 코스모스(Kosmos)라는 책을 통해서 그때까지 이루어진 발견들을 종합하여 자연을 서술하였다. 그 후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 하였고 생물학자 줄리언 헉슬리(Julian Huxley)는 진화론적 인본주의(evolutionary humanism)를 통한 자연의 종합적 이해를 추구했다. 그리고 198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몇몇 학자를 중심으로 자연의 역사를 교육하자는 교육운동이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칼 세이건, 허버트 리브스, 프레스톤 클라우드, 유발 하라리가 있다. 빅 히스토리를 주장하는 역사학자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TED 강연에 의하면 빅 히스토리에서 논의되는 주제는 다음과 같다.
- 빅뱅
- 우주의 진화
- 원소의 기원
- 지구와 태양의 형성
- 생명의 출현
- 인류의 출현과 집단학습
- 농업혁명, 근대혁명
맛을 보고 싶다면 빌 브라이슨이 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책을 읽어보자. 저술가인 저자가 과학을 다루기 위해 역사를 통하고, 결과적으로 빅 히스토리에서 목표하는 과학과 인문학을 하나의 틀에서 다루는 책이 되었다. 재미없는 교과서들에 대한 반발로 저술한 책이라 쉽게 읽을 수도 있다. 본격적으로 관심이 생긴다면 분량은 조금 있지만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시간의 지도'라는 책도 좋은 편.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2004년 세계사학회 최고 도서상 수상'''한 것에서 알겠지만 역사학적으로는 완성도를 높게 평가받는다.
2. 비판적 시각
- 각각의 학문에 대하여 좁은 관점만 제공한다는 비판이 있다. 각각의 학문을 배우는 데에는 다양한 사례가 필요한데 그게 불충분하다는 뜻이다. 또한 빅 히스토리는 단순히 여러 과목들을 역사라는 이름 아래 적당히 이어붙인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예를 들면 빅 히스토리는 크게 4단계로 구분되는데, 우주사, 지구사(자연사), 고고학, 역사이다. 각각의 파트는 해당분야에서 잘 연구되고 있는 분야들이며 일부는 핵심적인 분야이기도 하고 일부는 곁다리인 연구분야이기도 하다. 심리테스트는 재밌지만 그것이 심리학의 핵심분야는 아니듯, 빅히스토리에서 포괄한다고 주장하는 우주사(물리, 화학), 자연사(지구과학, 생물학) 등에 나오는 정도는 해당 학문들의 핵심이 아니라 곁다리에 해당한다. 이미 빅뱅에서부터 복잡한 현대까지 진행되는 연대기표는 20년 전쯤에 과학잡지 뉴턴에서도 줄창 제공될만한 그런 내용이다. 즉, 새로운 것은 없고, 그냥 각 학문에서 해당부분을 떼와서 연결시킨 것이다.
- 박민영 평론가의 주장에 의하면 별로 쓸모가 없다. 이런 류의 스토리는 청소년들에게 공룡의 이야기를 들려주어 흥미를 유발하듯,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용도밖에는 안 된다. 우주의 기원에 관한 시기나 스토리는 천체물리학의 관측결과와 연구결과에 따라 아직도 수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지구사에 관한 것도 지구과학에서 연구하는 부분 중 아주 제한된 부분이다. 즉 이러한 연구를 융합학문, 통섭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는 평가이다.
3. 한국 내 상황
한 교수[2] 명가 메타를 타서 고등학교 과학 교육을 개편시킨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2009 개정 교육과정 당시의 과학이다. 사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던 구성 방식인데 이를 포기하지 않고 통합과학에까지 구성 방식을 유지시켰다.
이 경우는 빅 히스토리 자체보다 고등학교 교육에 개편시킨 교수를 문제 삼아야한다. 빅 히스토리는 역사학계에서 나온 개념이지 자연과학계에서 나온 개념이 아닌데 과학 교과서에 구성한 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