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의 탐정
'''The Adventure of the Dying Detective'''
1. 개요
셜록 홈즈 시리즈 단편집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에 수록된 단편 소설로 1913년 11월에 <콜리어스 위클리>, 같은 해 12월에 <스트리트 매거진>에 연재되었다. 이 에피소드에서 셜록 홈즈는 또 다시 신기에 가까운 변장 기술을 선보여 모두를 속여 넘기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에서 열대 풍토병 중 하나인 쿨리 병[1] 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2. 등장 인물
2.1. 레귤러 캐릭터
2.2. 본편 등장 인물
- 컬버튼 스미스
엄청난 대두에 대머리를 한 중년 남성인데 큰 머리에 비해 체구는 굉장히 왜소하며 곱사병을 앓았는지 등도 구부정하다고 한다.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조금이라도 자신이 정한 사이클에서 벗어나는 걸 싫어한다. 홈즈의 말에 따르면 영국에서 쿨리 병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라고 하는데 본업은 의사가 아니라고 한다. 그의 본업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 위치한 농장을 경영하는 농장주인데 현재 잠시 영국에 머물고 있다. 그의 농장이 위치한 곳이 워낙 오지라 의사들이 별로 없어 본인이 직접 쿨리 병을 연구해 그 병의 전문가가 되었다고 한다.
- 빅터 새비지
이 사건의 사망자로 컬버튼 스미스의 조카이다. 컬버튼 스미스와는 유산 상속 문제로 대립하던 사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쿨리 병에 감염되어 죽음을 맞이했다.
- 모턴 형사
이 사건에 등장하는 경찰. 컬버튼 스미스를 만나러 가는 왓슨을 알아보고 그에게 홈즈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묻는다.
3. 줄거리
왓슨이 메리 모스턴과 결혼하여 홈즈와 따로 살게 된 지 2년이 지난 어느 날의 일이었다. 베이커 가 홈즈의 하숙집 주인 허드슨 부인이 갑자기 그를 찾아왔다. 허드슨 부인이 왓슨을 찾은 이유는 현재 홈즈가 매우 위독하며 그 때문에 의사를 부르려 하자[2] 홈즈가 왓슨을 불러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왓슨은 급히 베이커 가로 가서 홈즈를 찾았다. 홈즈는 무척이나 여윈 상태로 침대에 누워 골골거리고 있었다. 그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 거주하는 중국인들[3] 사이에서 도는 쿨리 병에 걸렸다고 한다. 이 병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전염되니 근처에 오지 말라고 소리쳤다.
물론 왓슨은 홈즈의 친구인 동시에 의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진찰을 하겠다고 했으나 홈즈는 왓슨에게 "자네는 그저 2류 의사일 뿐이라서 내 병을 알 수 없어!"란 폭탄 발언도 일삼는다. 이에 마음이 상한 왓슨이 전문가를 부르러 가겠다고 하자 당장에 침대에서 달려나와 문을 잠그기까지 한다. 이때는 왓슨도 놀라 "자네 정말 아픈 거 맞나?" 이랬는데 그 다음에 힘을 다 썼는지 쓰러져서 왓슨이 부축해 침대에 눕게 해야 했다. 홈즈는 왓슨에게 2시간 뒤에 내보내주겠다고 했다. 이 상태에서도 말이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홈즈는 온갖 발광과 헛소리를 일삼고 있었다. 동전을 왼쪽 주머니에 넣어 균형을 잘 잡히게 만들라던가, 굴의 번식력은 대단한데 왜 지구는 굴로 가득 차지 않는 것이냐 등의 헛소리였다.
그리고 왓슨이 책상에 놓여진 어느 깜찍해 보이는 작은 상자에 손을 대자 다 죽어가다가 돌연 버럭 성질을 내며 거기서 당장 손 떼라고 일갈한다. 이때 왓슨은 금방이라도 다 죽어가던 환자가 갑작스럽게 집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것에 놀란다. 2시간이 지난 후 홈즈는 테이블 위에 편지를 놓고 그 위에 설탕을 집는 집게로 상자를 집어 신문 위에 놓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홈즈는 자신의 병을 치료해 줄 사람으로 쿨리 병에 매우 정통한 전문가라는 컬버튼 스미스란 사람을 꼭 데려오라고 했다. 그는 로워 버크 거리 13번지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컬버튼 스미스는 사실 의사가 아니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 위치한 농장의 농장주였다. 그런데 그 농장에서 일하는 머슴들이 쿨리병에 집단 감염되어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농장은 매우 깊숙한 오지여서 의사들을 부르기도 어려운 곳이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본인이 직접 의학을 공부해 이 병을 연구하여 전문가가 되었다고 한다. 홈즈는 컬버튼 스미스를 만나거든 자신의 병세를 상세히 전하고 다음엔 무슨 구실을 써서라도 반드시 왓슨이 먼저 돌아오도록 했다.
그렇게 컬버튼 스미스를 만나러 가는데 그 때 길에서 모턴 경위를 만나게 된다. 모턴 경위는 왓슨에게 홈즈의 상태를 물었고 왓슨은 현재 홈즈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모턴 경위는 마치 기뻐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그렇게 컬버튼 스미스의 집으로 갔다. 하지만 컬버튼 스미스는 매우 오만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었고 꽉 막힐 정도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 자신이 쿨리 병을 연구하는 도중에 누군가가 찾아오는 걸 매우 싫어했다. 그러자 왓슨은 강제로 홈즈의 이름을 대며 컬버튼 스미스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컬버튼 스미스가 일단 들어오라고 한다.
컬버튼 스미스는 홈즈가 위독하여 도움을 구한다 해도 무슨 상관이냐며 왓슨에게 폭언을 내뱉는다. 당연히 꼭지가 도는 왓슨이지만 다 죽어가는 홈즈를 위해 간절한 마음을 담아 홈즈의 증상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열을 다해 설득하는데 왓슨의 이야기를 듣던 컬버튼이 돌연히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금방 홈즈를 찾아가겠다고 말한다.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온 왓슨, 얼마 있으면 컬버튼이 찾아올 시간인데 갑자기 홈즈가 난데없이 침대에 숨으라고 하는데...
4. 스포일러
컬버튼 스미스는 홈즈를 보고 조롱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컬버튼 스미스는 조카 빅터 새비지와 유산 상속 문제로 다투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빅터 새비지가 쿨리 병에 감염되어 죽어버린 일이 발생했다. 빅터 새비지가 죽게 된 원인은 누군가로부터 의문스러운 상자를 받았는데 그 상자에서 갑자기 독침이 튀어나와 찔렸고 그 이후 쿨리 병에 감염되어 죽게된 것이다. 그 상자를 보낸 인물은 바로 컬버튼 스미스였다. 쿨리 병 전문가라는 지위를 악용하여 조카를 살해한 것이었다. 하지만 홈즈는 컬버튼 스미스를 처음부터 의심하고 있었고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홈즈에게도 의문스러운 상자가 배달되었고 그 상자를 무심코 열었던 홈즈도 빅터 새비지의 전철을 밟았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홈즈가 보인 모든 증상은 꾀병이었다. 사실은 컬버튼 스미스가 조카를 죽인 사건을 자기 입으로 자백시키기 위해 사망한 조카와 같은 증상을 보인 척 한 것. 이것을 모르고 왓슨이 자세히, 그리고 간절하게 홈즈의 증상을 이야기 하자, 안그래도 홈즈가 이 사건에 개입하면 어쩌나 하고 전전긍긍하던 차에 홈즈가 자신이 만든 상자에 걸려서 다 죽어 가는구나 하고 판단하여 왓슨을 따라 나선 것이다. 사실 가만히 있어도 모자랄 판에 왓슨을 따라 나선 것은 죽어가는 홈즈의 모습을 보며 한껏 조롱해줄려는 참으로 고약한 심보였던 것이다. 아울러 흉기였던 그 상자를 회수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홈즈와 만난 컬버튼 스미스는 다 죽어가는 홈즈를 보고 한껏 즐기는 얼굴로 자신이 제작한 상자의 구조와 열병의 위력, 그리고 이걸로 어떻게 자신이 조카를 죽이고 너를 죽이는 과정을 친절하고 세세히 설명하고 있다가 갑자기 홈즈가 본색을 드러내고 이 타이밍에 매복해있던 경찰이 달려와서 스미스를 체포한다. 당황한 스미스는 홈즈가 거짓말을 한다고 우겨 보지만 왓슨이 홈즈의 침대 머리 뒤쪽의 공간에 숨어서 다 듣고 있었던 것을 알자 찍소리도 못하고 끌려간다. 결국 사건을 해결하고 홈즈는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운다.
5. 여담
- 홈즈의 연기력과 노력을 완전히 알 수 있는 단편. '무려 사흘을 굶었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정말이지 담배를 참는 게 고역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왓슨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면서 박하게 대한 이유 역시 자신의 연기가 들통나지 않기 위함이었다. 주석판 등의 설명을 보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홈즈는 자신의 변장에 자신이 없었던 건가?"라며 의문을 제기하는 셜로키언들도 있다. 하지만 홈즈 본인이 설명한 것처럼 왓슨이 의사라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긴 하다. 2류 의사라며 허위로 폭언을 하긴 했지만 왓슨은 당시 최고 의과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의사다. 왓슨이 외과 담당이고 열병에 대해선 전문가가 아니겠지만, 아무리 셜록이라도 전문가의 눈썰미에 긴장하지 않고 배길리가. 셜록 본인도 일이 다 끝난 뒤 '아무렴 내가 자네 실력을 의심한다고 생각했나?'라며 일부러 폄하하는 척을 했다고 인정하였다. 왓슨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열병에 걸렸으면 몸에서 펄펄 끓는 고열이 나야 하므로 왓슨이 홈즈에게 다가가 아주 기초적인 검진만 잠시 했어도 단박에 들통났을 것이다. 또한 왓슨에게 꾀병이라는 것을 알린다 쳐도 왓슨이 스미스에게 홈즈처럼 얼굴에 철판 깔고 연기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기에 그랬다는 해석도 있다. 이 점들은 빈 집의 모험에서도 제시된 점이다. 아 그리고 왓슨이 상자를 만지려 했을 때 대경실색해 소리를 지른 건 당연히 연기가 아니었다.
- 사건의 해결이 미묘한 게, 홈즈의 논리대로라면 "컬버튼 스미스는 자기 입으로 범행을 자백했고, 그걸 왓슨이 들었다."인데 경찰 측에서는 홈즈와 왓슨이 이미 공동으로 작업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둘이서 짜고 할 수도 있다고 여길 수 있다. 살해 흉기인 상자(열면 독 묻은 용수철이 튀어나온다)가 있긴 하지만 그것도 홈즈가 만든 거라고 컬버튼이 잡아떼면 그만이라서. 상자 안에서 컬버튼의 지문이 발견된다면 확실한 증거가 되겠지만 원작에는 언급되지 않으니 문제. 21세기가 무대인 드라마 버전에서는 자백을 녹음하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사실 여기서도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아니라서 불인정될 지도 모른다고 언급된다, 하지만 컬버튼이 자백의 재미에 심취해 알아서 술술 불고 있어 별 문제는 없다고.
- 또 하나의 의문점은 컬버튼 스미스는 쿨리 병의 전문가라고 하는데 아무리 홈즈가 사흘을 내리 굶어가면서 기가 막히게 변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쿨리 병 증상과 다르다면 단박에 알아차렸을 것인데도 어떻게 속아 넘어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굳이 해명을 하자면 자신이 홈즈를 이겼다는 착각과 자만심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세히 들여다 볼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라면 그런대로 이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1] 타파눌리 열병이라고도 한다.[2] 왓슨을 부르기 전에 이미 여러 차례 의사를 부르려 했으나 홈즈가 워낙 고집이 센 사람이라 허드슨 부인이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3] 그 당시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령 동인도라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는데 노동력 확보를 위해 청나라에서 노동자들을 헐값에 데려다 쓰고 있었다. 이들을 쿨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