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마후라(영화)
1. 개요
신상옥 감독이 1964년 만든 영화. 각본은 《현해탄은 알고 있다》를 쓴 한운사가 썼다[2] . 《돌아오지 않는 해병》과 더불어 1960년대 최고의 블록버스터 전쟁영화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배우들 역시 신영균, 최무룡[3] , 최은희, 김희갑 등등 당대의 거물 배우들을 한 번에 동원했다.
2. 상세
한국전쟁 당시의 강릉 비행장을 배경으로 해서, 한국 공군 조종사들의 전우애와 사랑을 스토리로 삼고 있다. 한편 절정부의 폭격 작전은 승호리 철교 폭파작전을 모델로 각색했다. 그 와중에 전사한 전우 아내와의 사랑이나, 내 아들이 나라를 위해 죽었는데 어찌 슬퍼하리오, 등의 레퍼토리가 나온다.[4] 참고로 승호리 작전은 실화였는데, 실화의 주인공은 김신 공군 대령과 유치곤 공군 중위였다. 다만 영화에서는 늘 그렇듯이, 위기에 몰리자 자폭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1960년대 당시 정부와 밀월관계에 있던 신상옥이 군부대의 전폭적인 협조와 자신의 공과 아이디어를 들여 만들어낸 영화다. 촬영 필름만 해도 당시 보통 영화보다 세 배 넘게 들어갔다고 하며, 거기다 각종 항공기 액션 장면을 위해 온갖 수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전투기 시점에서 폭격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 촬영 카메라를 그대로 전투기 날개에 달고 비행기를 날리는 일을 벌였고[5] , 절정부의 폭격작전 장면에서 극중 신영균이 탄 조종석에 총알이 박히는 장면을 찍기 위해, 육군에서 특등사수를 협조 받아서는 방탄유리에 실탄을 쏴버리고는 그걸 촬영하는 과감한 짓을 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이런 실제 전투기를 동원한 액션 장면 촬영은 할리우드 영화 같은 미니어처 촬영 기법이 없는 상태에서 짜낸 고육지책이었지만[6] , 무식하리만치 실제 전투기를 동원한 빨간 마후라의 촬영은 동시기 할리우드 영화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고, 외려 더 뛰어난 면도 있는 항공기 액션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공을 들인 덕에 이 영화는 영원한 고전 전쟁영화로 남았고, 한국뿐 아니라 대만과 동남아시아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한데 이런 '''수출 과정에서 원본 필름이 그대로 수출용으로 쓰였고''' [7] 그런그런 와중에 원본의 상당 부분이 갑자기 유실되어 버리는 일을 겪고 만다. 그리고 신상옥이 북에 간 이후에야 밝혀지지만, 저 유실된 부분은 김정일이 사들여 영화 컬렉션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만든 포스터에 의하면, '''"필름조차 남북으로 갈라져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환상의 명작"''' 이라 했는데 확실히 맞는 말이라 할 수 있다. 다행히 신상옥이 탈북 전 비디오테이프에 그 부분을 복사해놓고 나오면서, 국내에 있던 필름과 그 비디오를 필름으로 변환하여 1989년 재개봉했었다. 그러나 비디오에서 변환된 화면의 해상도가 너무 열악하고, 가지고 나온 비디오 포맷에 맞추다 보니 화면의 좌우를 잘라내게 되어, 원 영화의 감동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반으로 나눠진 필름을 맞춰 완전판으로 복원해야 할 듯하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2013년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VFX기술로 필름을 직접 복원했는데 필름의 다양한 비율을 시네마스코프로 맞추고 필름상태도 들쭉날쭉한 장면(빠져있는 장면 및 중간에 끊어진 장면이 이어지는부분)이 많은데 오프닝을 제외하고 필름으로 다 볼 수 있어서 좋은데 후반부에 승호리 철교를 폭파시키는 장면에서 소리싱크가 안 맞아서 뭔가 아쉽다. 그래도 복원된 걸로 다행이다. 남은 건 이제 원본의 남북통일 뿐.... 이지만 실은 홍콩에서 오리지널 네거티브(즉 원본)를 입수했는데 전체 길이는 100분으로 위에 나온 비디오판과 분량이 같다. 하지만 외국 수출을 위해서인지 약간 다르게 편집되어 있었으며 OCN이 유실된 33분의 분량은 프린트 필름을 네거티브 형식으로 복사한것이고 그걸 원본에서 3~4번의 복사 단계를 거쳤기에 형편이 없었고 음향은 영문만 있는 필름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공군 본부에서 수집한 16밀리 필름 버전을 합친건데 16밀리 필름은 92분의 분량으로 오리지널 네거티브하고 비율(시네마스코프)이 같고 완전 복원판 분량의 13분이 빠진 필름이라 보면 되겠다. 하지만 위에 나온 오리지널 네거티브 하고 재개봉판(비디오 출시버전)하고 필름 상태를 비교하자면 최악이다. 그래도 노도선 대원이 죽은후 추모하는 장면이 영화의 중반부에 나오는데 16mm의 필름에만 있었던것 같고 오리지널과 재개봉판에는 없는 누락된 장면을 아래에 나와있는 영상인 완전 복원판에서 볼 수 있다.
자세한 주소는 여기. 검색 하고 싶다면 "빨간마후라: 복원의 비밀"이라고 치자. 그럼 복원과정이 나온다. 워낙 고생해서 복원했는지 2018년 복원 강좌에서도 특별히 언급된 작품이기도 하다.
대만에서도 이 영화가 히트 쳐서 대만 공군에서도 군가로 쓰이기도 했다.
당시 한국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발지 대전투에 독일 전차로 M48이 나오듯이 어쩔 수 없는 고증오류가 많다. 한국전쟁 당시 공군은 P-51 머스탱을 썼지만, 영화에서는 F-86을 타고 다닌다거나, 인민군의 MiG-15가 도색만 달리한 F-86이라던가, 폭격당하는 인민군 전차와 대공포가 아무리 봐도 M47 패튼과 M45라는등. 한데 역으로 이런 부분은 1960년대 당시 한국 공군의 F-86 운용상황을 엿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8]
영화에 나오는 조종사 구출 장면도 볼거리 중 하나다. 그 부분에선 큰 나무 둘 사이에 조종사가 자신과 연결된 줄을 걸어놓으면, 저공비행하는 항공기가 그걸 고리로 낚아채 구출하는 수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몇 장면은 로버트 미첨이 주연한 헐리웃 한국전 영화 《the Hunters》를 그대로 참조했다는 말도 있다. 결말부에 공중전을 벌이는 인민군 MiG-15가 대부분은 한국공군 F-86에 북한군 도색을 한 기체이지만 자세히 보면 몇몇 장면은 MiG-15와 외형이 닮은 F-84F 썬더스트릭도 MiG-15로 출현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 장면들이 the Hunter에서 차용한 장면이라는 것.
전 공군 참모총장 장지량 장군의 회고록에서 밝히기로는, 영화 시나리오가 제출되었을 때, 공군 상층부에서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전쟁상황에서 무슨 사랑타령이 나오냐며 탐탁치 않아 했다고 한다. 이 때 장지량 장군이 '''"그런 급박한 전쟁상황 속에서도 조종사들 역시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갔다. 인간으로서의 그들의 모습을 왜 외면하려 드는가?"'''라며 반박해 통과시켰다고 한다. 장지량 이양반이 워낙 자뻑 쩌는 양반인걸 감안해도, 하여간 이런 논쟁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전쟁물에 애정씬 나오면 무조건 거품무는 밀덕들, 반대로 그냥 잘 빠진 대본을 위해 뜬금없는 애정씬을 마구 집어넣는 전쟁물 제작진들 모두가 곱씹어볼만한 대목.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이만희 감독은 이 영화에 필을 받아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비슷한 항공영화 《창공에 산다》를 만들었다. 스토리 구성은 창공에 산다가 짜임새 있지만, 클라이맥스의 전투장면은 이 작품에 비교할 수 없다.[9]
2011년 말 또는 2012년 초에 개봉예정이었다가, 극장들이 외면하고 여러 문제로 계속 개봉이 미뤄지다가, 가까스로 2012년 8월 개봉이 확정된 영화 《R2B: 리턴 투 베이스》는 이 작품의 후계작 또는 리메이크작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는가 했더니만, 공개된 스틸과 줄거리는 불안감만 주고 있다.[10] 재미있게도 이 작품 역시 공군의 지원을 받았으며, 김신 장군이 직접 제작 관련 조언을 했다. 하지만 감독이 두사부일체 2나 유감스러운 도시를 감독한 사람이라서 불안감을 주더니만, 결국 8월 15일 개봉해 한 달이 지나서야 120만 관객을 겨우 넘기면서 쫄딱 망했다.[11] 그런데, 일부러 한 오마주인 지는 모르겠지만, 후반부 폭격 장면과 배우 표정은 빨간 마후라의 그것을 아주 닮았다.
여담으로 북한 영화인 《하늘의 6부자》가 있다. 90년대 초반에 나온 영화로 5명의 아들(!)과 아버지 1명이 MiG-21을 타고 나오는 장면을 담은 영화이다. "신상옥 감독이 이 영화를 찍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신상옥이 북한을 탈출한 건 1986년 일이다. 그 이전에 촬영됐을지 모르지만 결국 마무리는 못 지은 셈.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 납북되어 있을때 남한의 이 영화와 같은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김정일 총비서의 요청으로 제작지도한 북한영화가 있는데 제목은 ‘붉은날개’이다.
3. 관련 문서
[1]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맨발의 청춘이라는 설도 있다.[2] 원작은 라디오드라마라고 전해진다[3] 알려진 대로 최민수의 아버지[4] 이 부분은 사실 생뚱맞게 처리되는 경향이 있다.[5] 이런 짓을 하면 당시 비싸디 비싸던 카메라를 날려버릴 위험뿐만이 아니라, 비행기가 뜬 후 내릴 때까지 계속 카메라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필름이 무지막지하게 들어가게 된다. 필름 한 컷도 비싸서 함부로 못 쓰던 시절이 1960년대 한국 영화계인데, 저렇게 필름을 써댔으니 그야말로 용자 짓.[6] 반면 일본은 전쟁 때부터 이런 미니어처 촬영에 도전, 전후에는 그 기술을 살려 거대괴수물에서 크게 꽃을 피웠다[7] 당시에는 보존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영화 상영이 끝나면 복사본은 물론 네가 원본 필름까지 조각조각 잘라서 장난감을 만들거나 모자 테두리 심으로 썼다. 영화사 창고에 남아 있더라도 영화사가 폐업하면서 그냥 쓰레기로 폐기된 일이 많다.[8] 다만 어쩔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 공군 최초의 전투기인 F-51D 머스탱은 전부 퇴역한 상황이었고, 설령 미국 등에서 머스탱을 빌린다 할지라도 고증을 위한 도색부터 위에 언급된 용자짓을 벌이는 데는 무리라고 할 수 있다.[9] 다만 변명하자면, 1960년대 대한민국 공군이 대단위 전투를 한다는 건, 제 2차 한국전쟁을 다루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세계 각국에서 분쟁에 개입하거나 분쟁을 일으키는 미군과는 다른 입장이다.[10] 사실 빨간 마후라의 마지막 장면은, 현대로 넘어가서 이제는 높으신 분들이 된 주인공들이 나오는 장면이다. 그들의 아들들의 이야기로 구상된 건 사실 1990년대 이래로 꾸준히 나오던 떡밥.[11] 손익분기점은 400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