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XXXIV
2000년 1월 30일 미국 애틀란타의 조지아돔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램스와 테네시 타이탄스가 1999-2000 시즌의 NFL의 우승을 놓고 대결한 경기
1. 배경
1.1. NFC 우승팀: 세인트루이스 램스
- 정규시즌 13승 3패, NFC 서부지구 우승 (1번 시드, 와일드 카드 라운드 부전승)
- 디비저널 라운드 (vs 미네소타 바이킹스, NFC 중부지구 와일드카드, 4번 시드) 49 - 37
- NFC 챔피언십 게임 (vs 탬파베이 버커니어스, NFC 중부지구 우승, 2번 시드) 11 - 6
그리고 이를 지휘할 쿼터백으로 트렌트 그린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그가 시즌 시작도 전에 부상으로 쓰러져 망했어요를 외칠 뻔했는데... '''커트 워너가 나타났다.''' 아레나 풋볼 리그 출신인 무명의 백업 쿼터백인 워너는 아레나 풋볼 특유의 빠른 템포와, NFL과 달리 전체 필드가 50야드 밖에 되지 않은 덕에 패싱에 더 특화되었던 점을 적극 활용하며 저 화려한 공격진을 이끌었고, 1999-2000년 시즌 램스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잔디 위에서 벌어지는 최고의 쇼(The Greatest Show on Turf)'''라는 별명이 나올 정도로 강력했다. 이들은 압도적인 닥공으로 정규시즌을 씹어먹고 플레이오프에서 미네소타 바이킹스,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를 연파하며 슈퍼볼에 진출했다.
1.2. AFC 우승팀: 테네시 타이탄스
- 정규시즌 13승 3패, AFC 중부지구 2위 (4번 시드)
- 와일드 카드 라운드 (vs 버팔로 빌스, AFC 동부지구 와일드카드, 5번 시드) 22 - 16
- 디비저널 라운드 (@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AFC 동부지구 우승, 2번 시드) 19 - 16
- AFC 챔피언십 게임 (@ 잭슨빌 재규어스, AFC 중부지구 우승, 1번 시드) 33 - 14
그리고 페이튼 매닝의 NFL 플레이오프 데뷔전이기도 한 인디애나폴리스와의 디비저널 라운드에서도 19대 16으로 신승을 AFC 챔피언십 게임에서 지구 라이벌 잭슨빌 재규어스를 만나게 되었다.
창단 과정에서의 행운[2] 을 십분 활용하여 단시간에 강호의 전력을 구축한 재규어스는 리그 참가 2년차인 1996-1997 시즌에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이 해까지 4년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신흥 강호로서의 모습을 보이며 프랜차이즈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있었다. 리그 참가 2년차 때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덴버 브롱코스를 적지에서 꺾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경험부족 때문에 슈퍼볼 진출을 한발 앞두고 좌절한 반면, 경험치가 쌓인 이 해의 잭슨빌은 가히 AFC 최강팀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는 면모를 보여주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규시즌 14승 2패'''의 성적으로 AFC 전체 1번 시드를 따내며, 마침내 슈퍼볼 진출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 해의 잭슨빌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으니... 정규시즌에서 당한 그 2패가 모두 지구 라이벌 타이탄스 전이었다는 것. 다른 팀에게 최강의 모습을 보여주던 잭슨빌은 유독 테네시에게만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테네시가 비록 와일드카드 팀이기는 하지만, 정규시즌 13승 3패로 웬만한 지구우승팀에 버금가는 강팀이었기 때문에 잭슨빌은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테네시전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 테네시가 뮤직시티의 기적을 연출하면서 AFC 챔피언십 게임의 상대로 올라왔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테네시의 손을 들어주는 가운데 결국 대부분의 예상대로 잭슨빌은 가장 만나고 싶지 않았던 상대를 컨퍼런스 챔피언십 게임에서 만나서 제대로 힘도 못써보고 완패했고, AFC 챔피언의 자리는 테네시 타이탄스가 차지했다. 그 뒤로 두번 다시 잭슨빌에게 슈퍼볼 진출의 기회는 오지 않았으며, 지금은 런던 이전설까지 나도는 비인기 최약체 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 경기: The Longest Yard
장군멍군 식으로 진행되던 제 34회 슈퍼볼 전반전은 램스가 9대 0의 스코어로 앞선 상황에서 후반전으로 돌입한다. 3쿼터에서 타이탄스는 필드골 시도가 실패하고 램스가 커트 워너에서 토리 홀트로 이어진 9야드 터치다운 패스로 16대 0으로 리드차를 벌렸다. 그러자 타이탄스는 데릭 메이슨의 35야드 킥오프 리턴과 러닝백 에디 조지의 5번의 러닝 플레이, 그리고 쿼터백 스티브 맥네어의 두개의 패스성공으로 램스진영 29야드까지 진입하고 맥네어의 스크램블 플레이 이후 에디 조지의 1야드 터치다운 런으로 16대 6 스코어를 만들었다 (2 포인트 컨버젼 실패). 이에 탄력받은 타이탄스는 4쿼터에서 램스의 공격을 무산시킨후 공격권을 건네받은 상황에서 13번의 공격으로 79야드 전진을 이뤄내 에디 조지의 1 야드 터치다운으로 16대 13 턱밑추격을 시작했다. 또다시 램스의 공격을 무위로 끝낸 타이탄스는 펀트리턴 플레이로 자신들의 진영 47야드에서 공격을 시작했으나 전진거리 28야드로 일궈낸 앨 델 그레코의 43야드 필드골 성공으로 16대 16 동점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참고로 이는 최다점수차 동점으로 기록에 올려졌다. 그러나 램스는 바로 다음 공격에서 워너에서 아이삭 브루스로 이어진 73야드 터치다운으로 23대 16 역전을 이뤄낸다.
타이탄스는 킥오프때 범한 페널티로 인해 자신들의 진영 12야드에서 공격을 시작한다. 이때가 4쿼터 1분 48초를 남긴 상황. 타이탄스는 맥네어가 매이슨에게 던진 9야드 패스와 타이트엔드 프랭크 와이첵에게 성공시킨 7야드 패스로 전진을 시작, 자신들의 진영 28야드로 진입했다. 여기에 수비반칙으로 15야드를 보상받아 미드필드까지 진입한 후, 쿼터백 맥네어의 스크램블 플레이로 램스의 45야드 진영까지 진출한다 (이때 경기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단 58초.). 여기에 램스의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5야드 보상획득 후, 맥네어의 2야드 스크램블과 메이슨에게 성공시킨 7야드 패스로 램스의 31야드까지 진입후, 서드 다운 5의 상황에서 다이슨에게 던진 패스가 성공 램스의 10야드까지 들어섰다. 그리고 타이탄스는 이 플레이 직후, 자신들이 아껴둔 마지막 최후의 작전타임을 소모했다.[3] 타이탄스는 타이트엔드인 와이첵을 디코이(미끼)로 이용, 램스의 라인배커 마이크 존스를 유인한 후 다이슨에게 패스를 성공시켜 동점으로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갈 계획이었다.
마지막 플레이 영상
공을 센터에게서 스냅받은 맥네어는 (이때가 경기종료 6초 전이었다.) 작전대로 와이첵이 존스를 유인하는데 성공한 것을 보고 다이슨에게 패스를 던졌고 다이슨은 이 패스를 램스의 골라인 근방에서 받아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와이첵을 견제하기 위해 움직였던 존스가 다이슨의 캐치를 목격하고 그대로 다이슨에게로 돌진, 다이슨의 다리를 감아 태클을 시전해 다이슨이 램스의 골라인 안으로 돌진하는 것을 막아내 경기를 종료시키고 만다. 그리고 슈퍼볼 우승은 그대로 램스의 차지가 되었다. 아울러 이것은 램스의 팀 창단 첫 슈퍼볼 우승이었다. 타이탄스의 리시버 케빈 다이슨은 전술한 뮤직시티의 기적에서는 결정적인 킥오프 리턴 터치다운으로 승리를 이끌었지만, 슈퍼볼에서만큼은 불과 몇센티미터만 더가면 되는 골라인에 도달하지 못해 눈물을 삼켜야 했다.
3. 총평
[image]
이 사진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이 플레이는 The Longest Yard라는 별칭으로 유명하며 One Yard Short라는 별명도 있다. 실제로는 거의 공 하나, 15cm 정도 거리. 다만 이 명칭은 패자이자 1야드를 못간 타이탄스 입장에서 지칭하는 것이고 승자인 램스 쪽 입장에서는 위 장면에서 리시버 케빈 다이슨을 잡고 쓰러뜨린 수비수 마이크 존스의 The Tackle로도 알려져 있다. 아무래도 영화제목과 일치하는 점과 1야드라는 짧은 거리와 longest라는 서로 상반되는 단어의 결합이 가져오는 역설적인 시적 표현을 통하여 뜻을 이루지 못한 타이탄스의 비극적인 모습이 더 부각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는 The Longest Yard 쪽이 더 유명한 듯.
4. 이야깃거리
- 위의 짤방에 나온 제 34회 슈퍼볼 (Super Bowl XXXIV) 경기의 종료직전 플레이는 NFL판 도하의 기적, 2002 월드컵 안정환의 골든골에 비견될 최고의 플레이로 미국 위키피디아에 단 한번의 플레이 결과가 단독 문서로 나와있던 몇 안되는 사례중 하나다. 해당 문서 보기
- 톰 행크스가 출연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도 언급된다. 무인도에서 홀로 4년을 보내다 힘겹게 탈출한 톰 행크스에게 옛 약혼녀가 "정말 코 앞인데 그걸 못가서 졌다고"라고 언급한다.
- 경기내용에 있어서 끝까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ESPN은 이 경기를 역대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뽑았으며 최고의 플레이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 만일 타이탄스의 의도대로 경기가 진행되었다면 제 34회 슈퍼볼은 사상최초로 연장전까지 가는 슈퍼볼 대회가 되었을 뻔 했다. 연장전까지 치른 슈퍼볼 대회는 이 대회로부터 무려 17년 후인 슈퍼볼 LI가 최초이다.
- 타이탄스의 마지막 공격때 경기를 중계하던 테네시 지역 라디오 방송국 캐스터가 "아직까지 경기종료 직전, 슈퍼볼에서 득점을 한 사례는 없습니다."라고 언급했는데 말이 씨가 되고 말았다.
- 램스의 마이크 존스는 이 플레이 하나로 반짝스타가 되었다.
[1] 조로비 스타디움부터 시작해서 돌핀 스타디움, 선라이프 스타디움 등등 온갖 명칭으로 불려온 마이애미 돌핀스의 홈구장이다. 마이애미 지역에서 슈퍼볼이 개최될 때마다 개최되는 구장의 이름이 다른데 오렌지 볼을 제외하면 실상은 다 같은 경기장이다(...)[2] 잭슨빌 재규어스, 캐롤라이나 팬서스 항목 참조.[3] 그 전까지 시한폭탄처럼 시간이 초단위로 줄어가는 급박한 상황인데도 타이탄스는 마지막 하나 남은 타임아웃을 쓰지 않고 남겨뒀다. 이 때문에 해설자인 부머 어사이어슨이 "왜 타임아웃을 안 써서 시간을 안 멈추는지 모르겠다."면서 타이탄스의 헤드코치인 제프 피셔와 쿼터백인 스티브 맥네어를 열심히 까고 있다가 타이탄스가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오자 "이것이 바로 타이탄스가 타임아웃을 부르지 않은 이유입니다!"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뒤집었다(...) 또 사실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당시 상황으로서는 타이탄스에겐 마지막 하나 남은 타임아웃은 그야말로 생명줄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시계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패스를 받은 리시버가 경기장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가는 수 밖에 없는데 심리적으로 이때는 1야드라도 더 많이 전진하고자 하는 것이 공격진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이 계속 흘러간다고 타임아웃을 허비했다가는 진짜 필요한 시점에 시간을 멈출 방법이 없어 그대로 경기가 종료되고 만다. 게다가 타이탄스는 터치다운이 아니면 패하는 것 외엔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다고 무작정 타임아웃을 요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