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기

 

新伝綺[1][2]
1. 개요
2. 특징
3. 상세
4. 역사
4.1. 개괄
4.2. 신전기의 전개
4.3. 파우스트 이후
5. 대표 작가
6. 관련 항목


1. 개요


신전기는 소설 장르의 일종으로, 과거 전기(伝奇) 장르가 현대에 맞게 변화하여 성립하였다. 신전기는 그 내용상 판타지 소설이나 라이트노벨과 친연성을 보인다. 때문에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이래로 이어진 일상비일상의 전기적 이항 구도 등, 00년대 전반 라이트노벨의 주류는 신전기에 해당하였다. 2007년 시드노벨 출범 당시 한국 시장에 신전기 소설이 필요하다고 부르짖은 까닭이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3]

2. 특징


현대(일상)에 초자연적인 요소(비일상)가 침범해오는 내용이라면 신전기라고 볼 수 있다. 흔히 현대 판타지어반 판타지라고 불리는 것들도 신전기에 해당한다.

3. 상세


현실을 시공간적 배경으로 하면서도 '''주인공 개인'''의 미시적인 일상의 붕괴를 소재로 다룬다. 예를 들자면, 평범한 주인공 앞에 갑자기 외계인, 미래인, 초능력자 따위가 나타나거나, 혹은 삼지안이나 여신님이 나타남으로써 이들과 연관된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는 식이다.
설명하자면 신전기의 필요 조건은 "일상(현대의 세계)"이고 충분조건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비일상(이면의 세계)"이다. 비록 주인공이 현대인이더라도 이세계로 넘어가면 이세계 판타지가 되며, 현실의 세계 질서가 아예 붕괴하면 2010년대의 현대 판타지가 된다. 또, 애초부터 세계의 질서가 다른 '또 다른 현대'라면 단순한 학원 이능(이능력 배틀물)이 된다.
라이트 노벨에서 신전기의 대체적인 패턴은 다음과 같다.
  •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
  • 기이한 존재와 조우
  • 그 기이한 존재와 얽힌 기이한 사건에 휘말림
  •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인공 자신도 스스로를 자각해 나아감
라이트 노벨에서의 신전기는 위와 같은 전형을 따르며, 중간에 그 기이한 존재를 따라 아예 다른 차원으로 가버리면 전기 장르를 넘어 판타지 장르의 이세계물이 된다.
다만 여기서 '기이한 존재'가 꼭 인간을 초월할 필요는 없으며, 단지 상식을 심하게 벗어나주기만 하면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연쇄살인마나 정신병자라도 상관없다. 이 외에도 초능력, 오오라, 영능력, 흑마술, 도술 등의 소재도 널리 사용된다.

4. 역사



4.1. 개괄


본래 '전기'는 소설의 주 내용이 실제 역사와는 다른 이면사나 혈통, 기이한 전승, 전설, 신화, 민화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작품을 말했다. 다른 말로는 '''전기물''', 전기로망, 전기소설로도 불리웠다.

"어느 사실(史実, 실제의 역사)이 있고, 그 뿌리(근원)를 바꾸지 않은 채 잎사귀를 바꾼다. 뿌리를 바꾸지 않기에 패사(稗史)──전기소설이 된다. 뭐, 이것이 쓰는 측도 읽는 측도 하나의 놀이가 되는 거지. 이 세상의 놀이에는 모두 약속된 사항이 있다. 약속된 것을 지켜야만 유희가 되는 것이다. 사실에 따라 거짓말을 한다. 나는 희작자(戯作者)로서 이 약속을 지킬 생각이다." ─ 야마다 후타로, 《팔견전(八犬傳)》에서

"근대(近代)가 '국가'에 대한 단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간 시대라고 한다면, 그것에 위화감을 표명해야 한다. 단 하나의 역사에는 결코 회수되지 않는 다양한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역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오츠카 에이지, 《북신전기(北神伝綺)下》 후기에서

영미권에 고딕 소설이 있었다면 동양권, 특히 일본에는 전기 소설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전기 소설은 과거 배경을 빌려 쓴 일본의 시대 소설에서 태동된 만큼 어떤 의미에선 일본판 무협 장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과거의 전기소설은 구무협이 그러했듯, 성과 폭력에 의존한 이야기, 동양철학적 관점에서 육체와 정신을 초극하여 어떤 경지에 도달하려는 이야기를 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전기 소설은 과거의 역사에 기반하기보단 동시대에 기반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간다.

“판타지나 SF는 아니라고 할 수 있고, 어디까지나 무대가 되는 설정은 현대입니다. 작품이 발표될 시대에 속해 있는 거죠. 그 작품이 발표될 시대에 속해 있으면서 살짝 빗나가 있는, if─‘어쩌면’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예를 들면 이 호텔 안에는 사용되지 않는 층이 있어서 그곳에는 평범한 세계와는 다른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있을 수 없으면서도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는 의식의 차이─빗나감을 사용해서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것이 전기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80년대의 전기소설은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9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전기소설은 그렇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금 ‘그 시대에 속한다’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시대에 속해 있는 이상 그때까지의 역사는 당연히 반영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과거에 있었던 현실을 사실의 기반으로, 그것을 어떻게 픽션으로 재미있게 꾸며 가느냐에 포인트가 있는 것이지요.” ─ 나스 키노코, 한국판 《파우스트 Vol.2》 인터뷰에서

카사이 키요시에 따르면 과거의 전기 소설이 주변부(我)에서 중심부(敵)를 향했다면, 신전기에 이르러서는 일상(我)에서 비일상(敵)을 향하는 역전이 일어났으며, 더 나아가 경계 간의 대립이 매우 약화되었다. 또한 중심:주변과 일상:비일상의 용어에서 보듯 체제 단위의 거시적인 관점에서 개인 단위의 미시적인 관점으로 변한 것 역시 큰 차이점이다.

4.2. 신전기의 전개


일본에서 전기 소설은 90년대에 접어들며 침체하게 되는데, 00년대 초가 되자 그 분위기가 반전되어 전기 소설의 영향을 받은 크리에이터들이 라이트 노벨, 미소녀 게임 등의 장르에 나타나 활약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전기소설의 원로 작가인 카사이 키요시와 코단샤 파우스트의 편집장 오오타 카츠시[4]가 추리 소설의 '''신본격'''과 같이, 전기 소설에서도 '''신전기'''라는 새로운 문예 운동을 일으켜 전기 장르의 부흥을 꾀하려 했다. 마치 한국에서 좌백 등에 의해 신무협이 태동한 것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5]
이 과정에서 당시 〈월희〉, 《공의 경계》로 유명했던 나스 키노코와 〈쓰르라미 울 적에〉로 유명했던 용기사07 등이 코단샤 파우스트에 영입되어 활동을 펼치게 된다. 특히 카사이 키요시는 《공의 경계》가 전기 문학사에서 위치하는 위상을 정립함으로써, 《공의 경계》가 기존 전기 소설의 구도를 어떻게 역전시키고 전기 소설의 신지평을 열었는지 예리하게 짚어냈다.
다만 이 활동이 구체화되기 이전에, 평론가 아즈마 히로키[6]가 '미소녀 게임의 임계점'[7]에서 신전기는 '나스 키노코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단어'라고 말하는 등 부정적인 입장[8]을 취하기도 했다. 본래 파우스트는 창간 당시에 신본격 계열의 니시오 이신, 사토 유야 등이 터줏대감으로 있던 곳인데, 갑작스레 노선 변경이 일어난 데 당혹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즈마 히로키의 이 평가는 카도노 코우헤이의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를 문학사적 위치에서 재평가하려는 시도나, 류키시07 등의 외부 작가 영입을 통한 움직임의 결집성을 갱신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며 틀린 평가가 되었다.

4.3. 파우스트 이후


이후, 문예지 파우스트의 편집장이었던 오오타 카츠시가 코단샤 BOX의 부장으로 취임하게 되고, 2008년에 새로 창간된 문예지 판도라(#)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신전기 계열의 나스 키노코, 신본격 계열의 니시오 이신, 평론 계열의 아즈마 히로키 등의 주요 구성원들 또한 판도라로 계승됨으로써, 신전기 운동의 발신국이었던 문예지 파우스트는 지속되지 못하고 결국 좌초되었다. 또한 2010년 이후에는 활동지를 옮겨 오오타 카츠시가 부사장으로 취임한 코단샤의 임프린트(일종의 자회사)인 성해사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9]
현재는 전기물과의 명확한 구분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주로 현대 배경의 전기물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대개 나스 키노코의 작품과, 그 영향을 받은 작가[10]의 작품들을 정의할 때 신전기라고 칭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 본래 뫼 사단의 일부 작품만 뜻했을 신무협이란 용어가 널리 퍼져 웬만한 무협 소설은 모두 신무협 딱지를 달고 나오게 된 것과도 유사하다. 장르적 견지에서 카도노 코우헤이의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는 용대운의 《태극문》에, 나스 키노코의 《공의 경계》는 좌백의 《대도오》에 비견될 만하다.
한국에서는 의외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는데, 《나는 귀족이다》로 현대 판타지레이드물을 정립한 실탄(최재형)의 과도기적 작품인 《포식자》가 그것이다. 《포식자》의 초중반부에서는 보이밋걸, 전투미소녀인 여주인공과 무력한 남주인공, 두 사람의 계약,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면의 세계, 거기에 휩쓸리는 주인공, 소녀를 구원하고자 하는 소년 등 신전기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며, 중후반부에선 현대 판타지의 신기원을 보인다. 실제로 최재형 작가는 NT노벨의 파생지였던 노블코어에서 《슬레어즈 스타》를 집필한 한국 1세대 라이트노벨 작가 출신이기도 하다[11]. 다만 과도기란 표현에서 가리키듯 이후 전개된 현대 판타지에서 신전기의 흔적은 발견하기 어렵게 되었다.

5. 대표 작가



6. 관련 항목


[1] "그 말씀대로! 『파우스트』의 『공상동경백경(空想東京百景)』에 이어, 『판도라』에서도 『오타쿠 ・ 서브컬처 인간 임종 도권』을 써주시길 부탁드린 것은, 유즈하라 씨의 재능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유즈하라 씨를 『가면라이더 V3』의 라이더맨, 『가면라이더 아키토』의 G3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신전기(新伝綺)'도 '전기(伝奇)'도 아닌 '전기(伝綺)' 작품으로서 『공상동경백경』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어요. '신전기(新伝綺)'와 '전기(伝奇)'를 잇는 존재로서." - 오오타 카츠시, 유즈하라 토시유키와의 코단샤 박스 인터뷰에서[2] 전기(伝綺) 표기의 출전은 오오츠카 에이지의 94년作 《북신전기(北神伝綺)》로 추정되나 자세한 것은 불명. 《북신전기》의 소설판은 《파우스트》의 모태가 된 《메피스토》에서 연재된 바 있다.[3] 다만 이때는 이미 신전기(및 전기SF)가 쇠퇴하기 시작하고 러브코미디가 떠오르던 시기라 곧 노선을 변경한다. 양측의 지지를 받은 과도기적 작품이 바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4] 본래 신본격 미스터리를 부흥시킨 문예지 메피스토의 편집자였으나, 2003년에 최연소 편집장으로서 문예지 파우스트 창간 및 편집에 종사하였다.[5] 흥미롭게도 80년대 흥성했던 장르가 90년대에 접어들며 급격한 쇠퇴를 겪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는 점까지 같다.[6] 카사이 키요시와는 수년 전부터 논쟁으로 인하여 극도로 대립하는 사이였다.[7] 동인 평론집. 2004년 간행. 오타쿠 2세대의 입장에서 저물어가는 시즈쿠의 시대를 논하였는데, 자신들이 에로게를 즐겼던 96~04년을 특별화하며 당시의 흐름을 〈미소녀 게임 운동〉이라 명명하였다. 여기서 그는 '〈월희〉가 대두한 이래 말이 통하지 않게 된 인상이 있다'며 이 흐름을 단절시킨 주범으로 TYPE-MOON을 지목하고 적대하는 모습을 보였다.[8] 그는 이런 입장을 취한 이유를 밝혔을 때,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아서 '위화감'이 든다'는 말을 연발하였는데, 평론가로서 그 이유를 설명하기보단 왠지 모를 느낌만 말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아즈마가 든 위화감의 이유라는 것이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시즈쿠〉 이후 역사와 단절되어서 아쉽다'는 것 정도였는데, 나스가 계승한 것은 소설 쪽이었으니 그쪽 역사와 이어지지 않은 것은 사실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이때부터 기미가 보이더니 아즈마는 결국 변화하는 오타쿠 컬처를 따라가지 못하고 서브컬처 비평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게 된다.[9] 판도라의 상당부분은 성해사와 별개로 운영되는 전자 문예지 BOX-AiR로 이행되었다.[10]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현대의 전기물(신전기)에서 나스키노코의 영향력은 한/일을 막론하고 적지 않은 편이다.[11] 단, 《포식자》의 존속격 작품은 오히려 《에덴 시리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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