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찜
1. 개요
아귀와 콩나물을 매콤한 고추장 기반으로 볶은 한국 요리. 창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순천을 비롯한 몇몇 전남 지방과 경남 쪽에서는 방언으로 아구찜이라고도 부르는데, 사실 이 요리의 발상지가 남부지방이다보니 아귀찜보다는 아구찜이라 부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더러 '콩나물찜'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1]
아귀 외에도 다른 여러 해산물(미더덕, 새우, 조개, 오만둥이[2] )을 넣는 곳이 대부분이다. 해물찜과 조리법이 동일하다. '찜'이라고 불리지만 실제 조리에서는 찜통에 찌지 않고 후라이팬에 볶는다.
2. 유래
아귀를 이용한 요리가 대중적으로 퍼진 역사는 생각보다 매우 짧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아귀의 먹는 법을 따로 적지 않았다. 자산어보를 다룬 책 현산어보를 찾아서에서도 아귀 요리의 대중화는 실질적으로 마산의 아귀찜이 최초라고 서술하였다. 또한 아귀찜의 스토리텔링과 이를 소개한 허영만 화백의 식객이 유명해진 덕에, 아귀가 현대에 들어와서야 먹기 시작한 생선이란 사실이 널리 퍼졌다.
인천 지역에서는 아귀가 잡히면 어부들이 못생겼다고 그 자리에서 바다에 던져버려 '''물텀벙'''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에 유래한 것이 생물로 만드는 인천식 아귀찜 '물텀벙이'다.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 '물텀벙이 골목'이 있다.
과거 경남 마산에서 장어국을 끓여 팔던 혹부리 할머니가 어느 추운 겨울날 어부들이 아귀를 잡아와서 이 물고기로 안주를 만들어 달라 했다고 한다. 혹부리 할머니는 점액이 나오는 아귀를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이런 콧물 질질 흘리는 물고기를 왜 먹냐?' 하며 밖으로 던졌다. 아귀가 던져진 채로 겨울의 찬 날씨에 얼었다 녹았다 하며 잘 건조되자, 혹부리 할머니가 북어찜 만드는 법으로 아귀를 조리해 단골손님들에게 먹여보니 맛있다고 하여 지금의 아귀찜 요리가 나왔다.... 하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구한말부터 일본인 상권이 강했던 원마산[3] 지역에서 어획고의 상당수를 일본인에게 강탈당한 후, 남은 찌끄레기 생선 중에 아귀가 많았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래서 남은 아귀로 요리해 먹던 것에 야사가 붙어 현재 알려진 이야기가 된 듯하다. 이러한 이야기 때문인지 마산은 아귀의 메카로 통한다. 다만 의외로 '마산'을 강조하는 집은 별로 없다. 서울 시내에서 비교적 오래 장사한 곳 중에는 마산을 강조하는 가게가 있다. 3호선 신사역 인근에서 잠원역 방향으로 형성된 아귀찜 골목에는 원조 마산이라고 붙여놓은 가게가 몇 곳 있다. 또한 탑골공원 뒤편에서 익선동으로 들어가는 곳에도 '마산 아구찜 골목'이 있다.
다만 마산 아귀찜은 반만 말린 아귀를 쓰는 등[4] 요즘의 '쫄깃한' 아귀찜과는 다른 음식이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 원정 온 식도락객들이 외려 입맛에 안 맞아하는 경우가 상당수. 현재의 생아귀를 쓰고 녹말로 걸쭉하게 만드는 방식은 인천이 원조라고 한다. 지금은 생아귀찜이 대세라서 동네 아구찜집은 거의 다 생아구로 전환하는 추세고, 마산 아귀찜 가게도 말린 아구와 생아구가 거의 반반이다. 오동동 아구거리나 경남대 인근, 소답동 일대에 건아구찜을 파는 가게가 많다. 지역민들은 오동동 아구찜 거리를 기피하는데, 관광객 상대라 가격대가 높고 양이 적기 때문. 합성동 동마산 시장에 가면 소자 기준 1만 원에 건아구찜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건아귀찜을 외지인들이 좋아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귀는 대부분이 점액질과 수분인데 말리는 순간부터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식감은 오히려 더 쫄깃해진다. 명태와 코다리의 식감 차이를 생각해보자.
3. 특징
과거 마산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이미 아구를 중국집 배달음식처럼 먹었고[5] , 근래에는 인기가 제법 많아져서 짜장면이나 치킨처럼 아구찜을 배달해서 먹는 야식배달점들이 곳곳에 산재했다. 물론 아구찜은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치킨이나 짜장면처럼 굉장한 인기를 누리는 정도는 아니긴 하다. 이제는 서울뿐만 아니라 강원도의 한산한 시골에 가도 아구찜 배달해주는 곳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귀찜은 상당히 매운 편이다. 해물찜도 마찬가지. 사실 해물찜과 아귀찜의 구분은 들어가는 해산물의 종류만 다를 뿐 동일한 요리라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아귀찜을 하는 집은 해물찜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아귀찜 전문점이 수족관까지 갖춘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해물찜 맛은 아귀찜만 못한 경우가 상당수. 아귀찜 전문점이면 아귀는 어지간하면 생아귀를 쓰지만 해물은 냉동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둘의 차이가 팍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귀찜이야 아귀와 미더덕만 신선한 걸 쓰면 되지만, 해물찜은 게 새우 미더덕 낙지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쓰는데, 그중 한두 가지만 저질이거나 덜 신선하면 음식의 맛이 확 떨어기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아귀찜은 좋고 싫고가 꽤 갈리는 음식이다. 일단 매운 것 못 먹는 사람은 멀리할 수밖에 없고, 아귀의 식감과 생김새를 싫어하는 사람도 흔하다. 아귀 살은 흰색에 탄력이 강하고 담백하여 대부분이 잘 먹는다. 하지만 껍질과 입, 대가리, 지느러미 부근 살은 점액질이 많고 연골이 뭉쳐 미끈덕하고 늘어지는 데다가 모양도 징그러워서 싫어하는 사람은 못 먹는다. 아귀찜 집에서 해물찜을 같이 하는 경우가 꽤 있는 이유가 그런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보신탕(개장국) 집에서 재료 빼고 나머지는 같은 염소탕이나 토끼탕을 같이 팔던 것과 이유가 같다. 덧붙여 생선 요리이므로 수시로 뼈를 뱉어야 하고[6] , 고추장이 많으므로 이에 고춧가루가 많이 낀다. 매우므로 땀이 나 머리가 흐트러지고 콧물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공적인 자리나 연인, 호감이 있는 이성과는 되도록 먹지 않는 게 좋다.
게다가 아귀찜에 거부감이 없더라도 안 사먹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대비 효용이 떨어지기 때문. 충무김밥과 함께 '창렬 음식' 하면 거론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아귀찜에 아귀 살점보다 저렴한 콩나물이나[7] 아구 머리, 꼬리, 뼈다귀 등으로 양을 상당히 불리기 때문에 겉보기만 푸짐해 보일 뿐 막상 고기는 별로 없다. 두 사람만 접시를 둘러싸도 콩나물만 우적우적 씹게 된다. 아귀찜이 아니라 콩나물찜으로 이름 바꾸라는 비아냥을 넷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몇몇 점포는 머리 좀 더 굴려서 껍데기 채의 홍합, 대파 뿌리, 미더덕 등으로 안 그래도 없는 양을 더 뻥튀기 시킨다. 바뀌는 편이 바람직한 문화다.
아귀찜을 다 먹고 나서(다 안 먹어도 가능) 남은 콩나물과 양념을 이용해 볶아 먹는 볶음밥은 남부지역에는 원래 없었고 인천이나 서울 등에서 발달했으며 2000년대에 오히려 마산 쪽으로 역수입되었다. 아니면 가열해서 밥을 볶는 게 아니라 그냥 남은 양념에 사리[8] 를 비벼 먹기도 한다. 사실 아귀찜 집 중에서는 불판이 없이 요리만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볶음밥 대신 사리만 제공하는 집도 드물지 않다. 어쨌거나 볶든 비비든 이 맛 또한 별미다.
아귀찜과 곁들이는 술은 대부분 소주나 소맥이다. 특유의 매운맛 때문에 소주가 쭉쭉 넘어간다
전남 여수에서는 아귀 대창(소의 그것이 아니다)만을 이용한 대창찜을 별도 메뉴로 파는 곳도 있다
4. 비슷한 음식
아귀가 비싸기 때문에 대구(어류), 동태 등을 써서 대구찜, 동태찜 등으로 해먹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볼락이나 비슷한 생선을 이용한 '''뽈찜'''이라는 요리도 있다. 대구찜의 경우는 마산 아구찜 가게에서 높은 확률로 같이 취급한다.
5. 관련 문서
6. 아구찜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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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다. 이름 그대로 옷에 '''AGUCCIM'''이라고 쓰였다. 맨앞 A와 맨뒤 M을 윗옷으로 가려서 구찌가 나오는걸 노린 개그성 의류다. 인터넷 방송인 감스트의 방송 스탭인 탱구가 해당 옷을 입고 나오면서# 유명해진 적이 있다.[9]
[1] 사실 어느 집에 가든 콩나물은 늘 다른 재료들보다도 더 많이 나온다. 콩나물을 뒤지다보면 토막쳐진 아귀살과 다른 부재료들이 발견되는 식이다. 다만 양념이 잘 배어든데다 숨이 너무 죽지 않게 잘 조리된 아귀찜의 콩나물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조리가 잘 되어있다면 이것만 따로 밥반찬 삼아도 밥이 잘 넘어간다.[2] 생김새는 미더덕과 비슷하지만 맛은 천차만별인 녀석이다. 구 마산시 진동, 진북, 진전면 지역에서 특히 미더덕 생산량이 많다.[3] 현재의 마산용마고등학교-서성광장-상남광장(육호광장)을 잇는 삼각형 구역. 불종거리와 창동이 이 구역 중심가이다.[4] 10~3월에 말려서 쓰는데, 말린 아귀찜을 만들어 먹는 곳은 마산아구찜이 전국에서 유일하다.[5] 최근의 야식형 아구찜 스타일보다 좀 더 본격적인 식사 스타일로, 중국집에서 큰 탕수육을 주문해서 먹듯 동네마다 아구찜 전문점이 있었다.[6] 일부 아귀찜 음식점은 뼈를 제거한 버전으로 팔기도 하니 참고할 것[7] 콩나물이 많이 들어가는 덕분에 아귀찜은 식물성 단백질 함량이 꽤 높은 음식이 되었다.[8] 주로 쫄깃한 감자면 사리가 쓰인다.[9] 원정상이라는 스트리머도 이 옷을 입고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