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

 


1. 개요
2. 암기는 이해와 다른가?
2.1. 과학적 관점
2.2. 일상에서 암기와 이해를 구분하는 이유
3. 평가방식으로 중요한가
3.1. 중요시하는 경우
3.2. 덜 중요시하는 경우
4. 팁
5. 암기 관련 이야기


1. 개요



외워서 기억하는 것.

2. 암기는 이해와 다른가?



2.1. 과학적 관점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은 암기를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공부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이해하지 않으면 암기할 수 없고, 암기하지 않은 것은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 이해와 암기는 함께 하는 개념이다.'''
암기와 이해에 대해 인지심리학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먼저 기억의 단계에는 다음과 같은 과정이 있다.
  • 감각기억: 감각기관에서 아주 짧은 시간동안 보유하고 있는 기억.
  • 단기기억: 인간의 의식 속에서 아주 짧은 시간동안 유지되는 기억.
  • 작업기억: 문제 해결을 하는 동안 유지되는 기억. 단기기억과 구분되는 경우도 있고, 동일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 장기기억: 인간의 의식 속에서 장시간 유지되는 기억.
마구잡이로 외우는 암기는 단기기억/작업기억 단계에서 소멸한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한 지식은 평생 가지 않는단 의미다. 이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보내려면 반드시 이해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제대로 이해와 암기를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외운 것을 남들 앞에서 직접 말해보거나 직접 글을 쓰는 것(즉, 외운 것을 다시 재현하는 것)'''이 확실하다. 특히 말로 하는 것이 더 나은데, 언어 행위 자체가 굉장히 고도의 사고력을 요구하여 말로 외는 과정에서 그 내용이 장기 기억으로 전이되는 과정이 활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2.2. 일상에서 암기와 이해를 구분하는 이유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암기와 이해는 학술적인 정의와 조금 다르다. 이때의 이해란, 개념의 정의, 문장의 논리구조, 문장에 관련된 문맥 등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암기란 이러한 요소들을 무시하고 구구절절 외우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학교에 갈때 버스를 타고 간다"라는 문장을 이해 못하는 사람은 없다. 당연히 그래서 이 문장을 이해하고 암기하게 된다. 하지만 왜 버스를 타고 어떻게 가고 어떤 버스를 타고 몇시에 버스를 타고 따져서 이해하는 수준은 아니다. 즉, 암기에서 오는 이해는 단순히 표면적 이해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기계적으로 그냥 시키는 데로 정보를 주입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3. 평가방식으로 중요한가


사람의 인적 자본에는 '① 암기능력 ② 주어진 문제를 통상적인 방법으로 해결 ③ 주어진 문제를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 ④ 새로운 문제제기 능력' 정도가 있다. 암기를 잘 하면 1, 2를 확실히 잘 한다. 교육 전문가 중에도 암기가 가장 기본이라 하고 시험에도 암기 문제를 출제하는 사람이 있다.
전문지식의 이해 여부와 사고력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이 요구되나, 애매하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 한 가지 방법은 논술이다. 다만, 논술은 그 효과에 비하여 가성비가 좋지 못하여 고급공무원이나 금융권처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수 있거나 대학처럼 논술 출제와 평가를 담당하는 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기관에서만 활용되는 실정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MMI나 BEI처럼 잘 구조화된 면접, 구술 시험이다. 이쪽도 평가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서 어렵다. 영국 명문대는 주로 이쪽으로 평가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논문 실적이나 글쓰기 샘플을 요구하는 것이다. 서구권 대학원 입시는 주로 이렇게 한다. 하지만 대필을 막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3.1. 중요시하는 경우


시험지에 못 써내는 지식만으로는 3, 4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지식을 암기하고 있어야 풀 수 있는 closed-book 필기 시험 위주의 평가가 필요하다. 암기를 못 하는 사람은 지식의 통섭과 거시적 안목도 발휘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내신성적, 대학 학점 등이 나쁘면 전망없다. 암기를 잘 하면 3,4도 잘 할 확률이 반대의 경우보다 높다. 왜냐하면 새로운 것을 제기하는것도 머릿 속에 든 것을 응용하는것이기 때문이다. 암기된 사실적 지식없이는 새로운 방법이나 문제제기 등은 아예 이루어 질 수가 없다. 새로운 것을 제기해봤자 그것이 사실적 지식에 비추어봤을때 오류가 있다면 그것은 창의적인것도, 새로운 것도, 뭣도 아니다. 그냥 헛소리인거다. 그리고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는 비전문가가 특정 전문분야에 대해 3,4를 해봤자 전혀 쓸모없는 것 위주로 나오기 일쑤다.

3.2. 덜 중요시하는 경우


적성검사, PSAT, NCS 고득점 등 순발력이 빠르고 사고력이 높은 쪽이 더 전망있다고 본다. 그리고 전문지식은 기존 지식을 찾았을 때 오류 여부를 검증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만 갖추면 된다고 본다.
암기를 잘 하는게 사고력을 묻는 시험에 잘 대응하게 도와주지는 못 한다. 먼저, 교육학자의 의견을 살펴보면 2017년 IB 모의시험을 한국 고등학생들한테 치르게 해봤는데 암기 위주의 고교 내신성적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이에 대해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현재는 암기능력이 뛰어나면 좋은 내신성적을 받고, 그 이후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구조"라며 "(이번 실험결과는) 이런 시스템으로는 인공지능(AI)이 모든 것에 답해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절한 인재들을 키울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법학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성중탁(2018)은 수험공부로서 단순 판례 지식의 암기나 법 문서를 작성하는 능력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기본기임에는 분명하나, 향후 요청되는 변호사상으로서 미래의 변호사가 가져야 할 능력은 단순 판례 지식의 암기나 법 문서를 작성하는 능력이 아니라고 보았다. 이런 능력은 인공지능(AI)으로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주어진 사건의 쟁점을 정확히 분석하여 파악하고 그 문제를 최적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능력과 그 과정에서 의뢰인과 제대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학계를 떠나 취업 면접을 보더라도 비슷하다. 2016년 한국무역보험공사 신입사원 채용 면접장에서 A씨는 답변을 할 때마다 전문적인 무역 보험용어를 줄줄이 쏟아냈다. 공사 관련 최신 기사를 언급하는 등 각종 수치와 용어를 설명하며 말을 이어갔다. 다른 지원자가 위축될 정도였다. B씨는 무역보험을 자신만의 언어로 본인의 생각을 표현했다. 용어 표현은 좀 서툴렀지만 기본 개념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었다. 결과는 A씨는 불합격, B씨는 합격이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A씨는 본인의 생각이나 고민의 흔적이 전혀 없이 단순 암기한 것을 화려하게 포장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라며 “반면 B씨는 면접관 입장에서 진실성이 있어 보였고, 훨씬 이해하기가 쉬웠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홈페이지에 있는 안내사항이나 최신 기사를 암기한 지원자보다는 본인의 생각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지원자를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업무성격에 따라 지원자의 선호도가 갈리기도 한다. 자신의 생각보다 규정이 더 중요한 업무일수록 A가 적합하며, 자기 재량권이 보장된 업무에는 B가 더 적합하다.

4. 팁


  • 먼 과거에는 암송하는 방식으로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묵독(눈으로 읽기, 속으로 소리내며 읽기)의 방식으로도 읽게 되었다. 눈으로 한번 읽고 넘어가는것 보다는 소리내서 읽는것, 또는 밑줄을 치거나 중요 단어를 체크하며 읽는 것(손끝을 따라가며)이 집중력을 더 올릴수 있고, 뇌를 좀더 자극하는 읽기법이다.
  • 같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하루만에 하는 것보다 매일 매일 작은 시간을 투자한 것이 더 효과적이다. 매일 매일 공부해야 장기기억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Anki와 같은 단어 암기 프로그램에서는 자동으로 시간 조절을 해 준다.
  • 같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암기에 모든 시간을 쏟아 붓는 것보다 암기의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줄인 시간만큼 셀프테스트를 하는 것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1]. # 또한 매일 셀프테스트를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오늘 100개의 영어단어를 외웠다면 그 100개의 영어단어만 적힌 종이를 만들어 뜻을 적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에 또 100개의 영어단어를 외웠다면 그날은 200개의 뜻을 적어보는 것이다. 이러한 머리에서 끄집어내는 과정이 장기기억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 그냥 암기하는 것보다 토론을 하면서 암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 노래, 리듬을 활용해서 외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예외없이 노래를 활용해서 경전을 암기했으며, 한 가수는 방콕의 긴 수도 이름을 노래로 정리해서 외우기 쉽게 했다.
  • 분량이 너무 많으면 1차적으로 내용을 훑으면서 암기하면 사람인 이상 머릿속에 일부는 기억이 날 것이다. 그러면 이미 알고있는 내용은 넘어가고, 모르는 내용을 암기하면서 좁혀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들어 한국사를 암기해야 하는데 본인이 선사시대와 현대사를 알고 있다면 넘어가라.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외우면서 삼국시대 내용이 암기가 됐다 싶으면 삼국시대도 넘어가고 나머지 고려시대,조선시대를 암기하면서 하나하나씩 좁혀가는 것이다.
  • 시험 전날에도 내용을 모두 암기하지 못했다면 A4용지 또는 공책에 암기 못한 내용들을 적어서 시험 치기 직전에 외우면 된다.

5. 암기 관련 이야기


고사들을 보면 천자문을 비롯해서 옛 경전들을 학습할 때 아주 즐겨 사용했던 방법으로 보인다. 총명하기로 유명했던 위인들의 일화에는 꼭 '몇 살 때 어떤 책을 한 자도 틀리지 않고 좔좔 외웠네' 운운하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조선시대 역관지망생들이 역관이 되기 위해서 치렀던 시험의 답안지를 살펴보면 그 당시 유명했던 외국어교재를 그대로 외워 쓸 수 있어야 합격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개화기 외국인 선교사가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 암기에 익숙했던 학생들이 난수표를 외워버리는 뻘짓을 해낸 적이 있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암구어는 대표적인 암기단어며, 대략 몇 년 전까진 소대원 전원의 이름, 생년월일, 기수, 전역일 등을 외우게하는 목적암기 강요가 있었으나 이것도 일종의 가혹행위이기 때문에 현재는 금지되었다.(라고는 하지만 이것을 교묘하게 역이용하여, 마음의편지에 긁히지 않는 선에서 암묵적으로 기수열외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1만900자에 달하는 신년사를 외우게 하는 암기강요가 있었다.
어떤 음악가들에게는 필수 스킬이다. 이 경우 암보(악보를 암기한다는 의미)라고 하며, 특히 클라라 슈만 이후 피아니스트들에게 반드시 요구된다. 피아니스트가 아니더라도 협주곡의 협연자로 나선다거나 하면 무대에서는 악보를 보지 않고 연주하는 것이 관례. 다만 현대 작품의 경우 반드시 악보를 암기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또한 연주자의 성향, 연륜 등에 따라 암보 여부가 갈리기도 하니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다.
성악이나 합창의 경우에도 피아노나 오케스트라 반주와 함께 소알테베가 솔로로 나오는 경우 대게 가사를 모두 암기해서 부르지만 여럿이 하는 합창의 경우 악보를 보고 부르기도 한다.

[1] 하지만 오늘이나 내일이 시험일 경우 그냥 모든 시간을 암기에 쏟아 붓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