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벤 바이어스
1. 소개
미국의 사업가이자 골프 선수로서 당시 유능한 사업가로 이름을 날리면서도 골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이 사람의 항목이 생긴 건 이 행적만으로는 부족하고 돌팔이 의사로 인한 어처구니 없는 잘못된 약물 남용과 그에 의한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한 어이없는 최후 때문이다.
2. 라듐 음료를 접하다
잘 나가는 사업가이자 골프선수로서 승승장구를 하던 중, 1927년 사업차 기차를 타고 출장을 가서 침대에서 잠을 청하다 기차가 흔들리면서 침대에서 떨어져 제법 크게 다쳤다.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당시 담당의사인 '윌리엄 베일리'가 마시기만 하면 온몸의 통증이 싹 가라앉고 병치레도 하지 않는다며 '라디톨'을 권해주었는데, 이것은 마리 스크워도프스카 퀴리가 발견한 바로 그 방사능 물질 라듐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 때는 1920년대여서 방사능 물질이 해롭다는 인식이 전혀 없던 시절이었고, 당시 라듐을 이용한 시계와 화장품, 식품, 의류 등 고급 제품에서[1] 라듐을 첨가시킨 제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2] 그 의사가 이 라듐으로 만든 라디톨을 권한 건 에벤 바이어스의 쾌유를 비는 순수한 마음에서가 아니라 그 제약회사로부터 판매량에 따라 큰 리베이트를 받기 때문에 결국 돈을 벌려고 이런 행동을 한 것이다. 이 와중에 에벤 바이어스가 환자로 찾아왔고 부유한데다가 잘 나가는 사업가인 에벤 바이어스는 그 의사 입장에선 훌륭한 고객이자 호구인 셈이었다.
이로써 라디톨을 마시기 시작한 에벤 바이어스는 통증이 싹 가라앉고 효과를 보자 계속 마시기 시작했는데 갈수록 복용량을 늘려서 마침내 하루에 3병을 마시기에 이르렀고 3년 동안 막판에 몸에 이상이 생겨 그걸 중단하기까지 무려 1,400병을 마셨다고 한다. 문제는 이게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복용량을 더 늘렸던 것이고 바이어스는 자신의 몸이 치료되고 있다고 착각했다.
3. 최후
그러나 방사선 피폭 증세가 시작되었고 라디톨을 복용한 지 3년 뒤에 복용을 중단했지만 이미 늦어버려서 그 이후 에벤 바이어스의 몸에는 엄청난 변화가 생기고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고이아니아 방사능 유출사고 & 도카이 촌 방사능 누출사고에서 보듯이 대량의 방사능 피폭을 당한 사람은 몸의 설계도나 다름없는 염색체가 완전히 파괴되고 세포의 재생 능력을 상실하며 끔찍한 몰골이 되어 죽어가는데, 바이어스 역시 복용을 중단한 지 얼마 가지 않아 치아가 차례로 빠지기 시작하면서 턱이 제 기능을 못하더니 턱뼈가 방사능에 쩔어서 턱뼈가 녹아버려 결국 떨어져 나가는 끔찍한 꼴을 당하고 만다.[3] 뒤이어 두개골 몇 군데에도 구멍이 뚫리고 뇌종양까지 얻은데다 몸통과 내장에까지 암이 생겨서 에벤 바이어스는 고통으로 연명하다가 1932년에 겨우 52세의 나이로 뇌종양과 몸의 다발성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에벤 바이어스의 죽음 직후 신문 1면에 라듐 용액으로 만든 라디톨을 찬양(?)했는데 '''"라듐 용액은 바이어스 씨의 턱이 떨어져 나갈 만큼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었다."'''라고 촌평했다.
사망 이후 그의 시신은 정상적으로 묻히지 못하고 두꺼운 납으로 된 관에 완전 밀봉처리해서 몇겹의 콘크리트로 처리되어 묻혔다고 한다. 3년 동안 라듐 용액을 들이붓다시피 했으니 당연히 바이어스의 몸은 그 자체가 엄청난 피폭을 당한 상태라 방사능이 뿜어져 나오니 정상적으로 매장을 못하게 된 것이다.
왜 의학적인 치료를 받지 않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1927년은 시대상으로도 의학 발달이 덜 된 시기이고 치료나 수술법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다. 그 와중에 당장 통증은 가라앉혀야 하는데 이 라디톨을 마시니 통증이 순간 싹 가라앉으니 그게 자신의 몸을 낫게 해준다고 믿고 계속 복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1960년대 이전만 해도 저런 식으로 병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마약 처방도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4] 아돌프 히틀러와 테오도어 모렐의 사례만 봐도 환자 입장에선 오랜 치료보다 당장 몸을 아프지 않게 하려고 저렇게 한 사람들이 당시엔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외부에서 방사선 피폭을 당해도 치명적인데 그걸 섭취해서 벌어지는 내부 피폭은 피폭량이 설령 적더라도 인체에는 몇 배로 더 치명적이다. 고이아니아 방사능 유출사고 당시에도 세슘 가루를 만진 손으로 식사를 한 '레이데 다스 네베스 페헤이라'가 가장 심각한 증세를 보였음을 생각한다면 3년 동안이나 방사능 물질을 마신 바이어스가 무사할 리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러고도 5년을 더 살아있던 게 기적이었다.
4. 사건 이후
그러나 이 에벤 바이어스의 잘못된 방사성 약물 남용에 의한 비참한 최후가 전혀 헛된 것은 아니어서 이 사건 이후 미국 정치권에서 의학계와 제약회사의 이런 부조리를 제대로 파헤치기 시작했고 FDA의 권한이 대폭 막강해지며 미국의 의료 체계와 의약품 유통에 관한 기본 개념이 정립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오늘날의 의료계 그리고 의약품에 관한 기본적인 규정 정립의 출발점이 바로 이 에벤 바이어스의 사례에서 출발한 것이다.
5. 기타
- 에벤 바이어스와 비슷한 시기에 같은 미국에서 당시 시계의 바늘과 숫자에 야간에도 불빛이 비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형광물질 처리를 했는데 이 원료가 바로 라듐이다. 이 작업을 몇 년간이나 색을 칠하기 위해 붓을 입으로 뾰족하게 하고 칠하고를 반복하다가 라듐을 지속적으로 섭취해서, 여공들 대부분이 방사선 피폭 증세를 보였고 대부분이 뼈에 구멍이 뚫리거나 약해지고 심지어 턱뼈가 부어오르거나 이빨이 빠지고 심하면 바이어스처럼 턱뼈가 떨어져 나갔으며 두개골과 뼈에 구멍이 뚫리고 온몸의 장기에 암이 생기는 비참한 상황을 맞이했는데, 이들이 바로 라듐걸스(Radium Girls)다. 심지어 이들은 손가락과 발가락 무릎 등에서 알수 없는 빛이 나고 야간에 녹색으로 보였는데, 바로 라듐의 형광물질에 피폭이 되고 온몸의 뼈가 라듐에 쩔어버려서 이렇게 된 거다. 소송 도중 얼마 안 가 피폭의 영향으로 사망한 이 라듐걸스로 불리는 여공들도 정상적으로 묻히지 못하고 완전 밀봉한 납관에 넣어져 몇 겹의 콘크리트 처리된 묘에 묻혀야 했다.
- 바이어스에게 라디톨을 처방해주고 판매한 의사 '윌리엄 존 알로이시어스 베일리'는 하버드 대학교를 나왔다고 했지만 나중에 하버드 대학교 중퇴자인 걸로 드러난 학력위조범이었다. 이 작자도 자업자득으로 죽긴 했는데 에벤 바이어스보단 장수했다. 그 역시도 라듐을 마셨기에 피폭되어 암에 시달렸다가 방광암으로 1949년 5월 17일 65번째 생일을 여드레 남겨두고 예순 넷으로 죽었다. 덕분에 그도 밀봉되어 묻혀졌다.
6. 관련 링크
[1] 심지어 치약 & 좌약 같은 제품에조차도![2] 단, 라듐은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라듐이 함유되었다고 광고하는 대부분의 제품들은 라듐이 1g도 없었던 가짜였다. 그러나 라디톨은 진짜로 라듐이 함유되어 있었으므로 고가의 제품이었을 것이고, 재력가인 바이어스는 훌륭한 영업 대상이었다.[3] 더군다나 이 사람은 하관과 턱이 유난히 커서 턱뼈 자체가 컸음에도 이렇게 되었다.[4] 필로폰(히로뽕)도 처음엔 부작용도 모른 채 자양강장 효과만 알려져서 레드불마냥 들이키던 시절이 있었다. 나중가서 중독 문제가 발견돼서 금지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