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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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출판되어 한국에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사회평론서. 흔히 '''영절하'''라고 불린다. 저자는 정찬용.[2]
국내 영어 학습의 실태와 그와 관련된 사회현상을 풍자적으로 비판하면서 제대로 된 영어 학습법을 알려준다고 주장한 책으로, 당시만 해도 비교적 낯설었던 회화 능력 및 체화 위주의 학습법과 더불어 무려 '''6개월 만에 영어를 마스터한다'''는 주장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당시 영어 관련 서적은 문법 위주의 학습서나 단순 암기 위주의 단어장이 주였었는데, 이 영절하의 인기 이후 영어 학습서계엔 '어떻게 영어를 공부할 것인가?'에 대한 책들이 쏟아지게 되었다. 자신이 독일로 유학갔을 때 공부하며 얻은 경험이 주요 바탕이 되어 서술되어 있으며,[3] 당시 한국 사회에 엄청난 반향과 논란을 불러왔지만,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지금도 많은 갑론을박이 존재한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인 90년대 중후반부터 이미 일각에서 "학교에서 10년 동안 영어를 배워도 회화 한마디 못한다."는 말이 큰 반향을 얻으며 '문법 무용론'이 제기되었고, 이 책은 그런 문법 무용론에 방점을 찍은 책이었다.[4]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은데, 우선 영어 학습법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이외에 이와 같은 새로운 학습법이 요구되는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한 사회에 대한 담화가 부수적으로 이어진다. 학습법에 관련된 내용은 저자가 직장생활을 하던 도중 자신에게 영어 학습법을 가르쳐달라고 찾아온 후배 여성 K(가명으로, 실명은 알 수 없다)와의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자신이 독일 유학 중 체득했던 5단계로 이루어진 외국어 학습법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내용이다. 이 와중에 한국의 영어교육 실태와 더불어 사회실태를 꼬집는건 덤. 기존의 영어 학습법에 익숙했던 K가 처음에는 저자의 비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우여곡절을 반복하지만, 결국 저자가 알려준대로 하나하나 실행한 끝에 토익 900점대를 돌파하고[5] 나아가 영어회화도 저자를 뛰어넘을 정도로 익숙해졌다는 결말이다.
이와 같은 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그러한 학습법이 요구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주로 현대 사회는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높은 영어 실력이 그러한 시대에 맞는 인간상을 만들어내는데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를 한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국수주의를 비판하는 이야기도 언급되며, 이를 위해 당시 유행했던 애국주의적 마케팅이나 사고방식[6] 을 철저히 비판하며, 동시에 한국 사회에 녹아들어 있는 각종 일제 시대의 잔재[7] 등을 통해 반외세 등의 슬로건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를 비판하는데 주력했다. 즉,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반외세, 자국중심주의를 외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그 실체도 허상에 불과하므로 이를 버리고 타문화에 대한 포용과 이해를 추구하며, 그를 위해 제대로 된 영어 학습법을 추구하는 것이 합당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영절하" 학습법은 총 5단계로 이루어지며, 저자에 따르면 이대로 실행할 시 무려 '''6개월 만에'''[8][9]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단계는 각자 다른 방법이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일주일간 텀을 두고 6일 동안은 학습을 한 후 하루는 꼭 쉬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저자가 참고한 어떤 뇌과학에 대한 썰에 의하면 이렇게 하루는 쉬어줘야 뇌에 입력된 학습내용이 저장된다고. 단계별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10]
앞서도 언급했지만, 무려 6개월 만에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짜증나기 그지없는 영어 학습에 곤란을 겪고 있던 수많은 수험생, 대학생, 직장인들에게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 책은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려들어 이 책에서 제시한 영어 학습법에 뛰어들었고,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이 나뉘어 극과 극의 호불호를 보이며 "영절하"의 빠와 까를 형성했다.
그 여파는 오랜 기간 계속되어, 지금도 인터넷에 영절하를 검색해보면 이 방법을 추천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올 정도.[14] 덕분에 그냥 책이 출간되면 그걸 무더기로 사다가 직장 동료들에게 나누어주는 정도로 써먹을 생각이었다던 저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성공에 아예 영어전문 교육인으로 전업해 이후 다른 저서나 영어교육용 CD, 그리고 학원 등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현재는 크게 인기가 있는 영영사전은 아니지만, 당시엔 Collins Cobuil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라는 영영사전(1995년판 ~ 2001년판)이 이 책에서 추천되어 한동안 이 영영사전의 국내 판매고가 올라갔다는 얘기도 있었다.
사실 한국의 영어교육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그 효용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공교육만 따지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무려 12년을, 사교육까지 합하면 거의 20년 가량을 영어공부에 매진해왔을 한국의 영어 학습자들은 그렇게 공부하고도 막상 외국인 앞에 서면 영어 한마디 입에서 떼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 아무리 공개적인 논의가 없다 하더라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현실을 교육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인지하지 못할 리 없었고, 당연히 그 문제 많은 교육체계에 대한 대체제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제시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결국 이 "영절하"도, 넓게 보면 그런 수많은 대체제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며, 그 중에서 특별히 많은 관심과 인지도를 확보한 성공한 방식이라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깊게 보면, 그 성공이 결국 이 방식의 효용성을 그대로 보장해준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어차피 영어를 학습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중요한건, 그 대체제가 상업적으로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효용성이 있느냐이니까. 게다가 저자가 "6개월이면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다"고 아예 그 성공의 기준까지 세웠으니...
학습법 자체만 놓고 보면, 저자가 말하는 5단계 학습법은 언어의 논리적 이해보다는 반복과 체화에 많이 치중되어 있다. 저자는 책에서 내내 자신이 아기였을 때 모국어를 어떤 방식으로 익혔는지 생각하고, 그것과 비슷한 방식의 학습법을 강조하였고, 이에 따라 학습 중에는 예문과 문장을 낭독하면서, 머릿속으로 해석을 절대 하지 말고 무조건 큰 소리로 읽을 것만을 강조하는데, 이는 저자의 학습법의 근본 원리가 성인이 아닌 유년기에 주로 언어를 학습하는 방식을 답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론자들에겐 크게 세 가지 지점을 지적당한다.
첫번째로, 언어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유년기와 성인기의 언어 학습 방식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놈 촘스키에 따르면 인간은 선천적으로 LAD(Language Acquisition Device)라는 일종의 장치를 뇌에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으며 정찬용의 방식대로 반복과 체화가 주요한 언어 습득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은 13세 무렵이 되면 사라지기 때문에[15] , 이후에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습득 방식 또한 언어에 대한 논리적 이해가 필요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성인과 유아의 학습법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며 이런 이론 자체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반론도 있지만, 덮어두고 성인과 유아의 언어 학습 과정이 동일하다고 주장하기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편이다. 좀 다른 관점이긴 하지만, 제2외국어를 처음 배우는 학습자가 모국어를 구사할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와 제2외국어를 구사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차이가 있고, 모국어와 제2외국어 학습 과정에서 전두엽 신경다발의 차이가 생긴다는 논문도 많다.
두번째로, 과연 성인이 유아들의 언어 학습 방법을 100% 따라하는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유아들이 성인들에 비해 외국어 학습이 훨씬 빠른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일단 확실한 점 하나는 언어 노출 시간에서부터 큰 차이가 난다. 보통의 유아는 깨어있을때 부모 등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며 온종일 그 언어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반면[16] , 성인 학습자들은 외국어를 배울 때 1:1 고액 전담 레슨이라도 받지 않는 한 그런 헌신적인 동반자를 찾기 어려운게 현실이라 하루에 최대한 시간을 내도 2~3시간이 채 안되는 경우가 많다는걸 고려해봤을때, 단순히 유아와 동일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것은 이론과 현실의 간격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번째로, 그렇다면 과연 이 책의 방법은 유아들의 언어 학습 과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가? 아무리 언어 학습력이 뛰어난 유아들이라 하더라도 앉혀놓고 말만 계속 들려준다면 유아들이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어는 사회적인 약속이기 때문에, 타인이 그 의미를 가르쳐주지 않고 말만 들려준다면 유아는 신이 아닌 이상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유아들이 말의 의미를 파악해 언어를 학습해내는 것은 상황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기에게 '엄마'라는 말을 반복하고 아빠는 아기에게 '아빠'라는 말을 반복한다면, 아기가 그 상황맥락 속에서 자연스레 '엄마', '아빠'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오히려 영어 집중에 방해가 된다며 유일한 상황맥락인 시각적인 정보를 차단하라고 한다. 이는 유아의 언어 학습 과정에 대해 일차원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이며 오히려 이러한 조건 탓에 유아의 언어학습과 거리가 생겨버리게 된다.
저자는 한국인의 영어 실력에 대해 논하면서, 대체로 회화보다는 독해에 치중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물론 한국인들의 영어 학습 방식이 독해에는 어느 정도 통하지만, 회화에는 약하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온 문제였으며, 이는 지금도 상당히 유효한 지적이다. 또, 이처럼 약한 회화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이해보다는 반복과 체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 외국인과 대화를 해 보았거나, OPIc 등의 시험을 쳐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회화는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어휘나 문장을 끄집어내야 하는 것이니만큼 독해와는 확실한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를 메꾸기 위해 이런 회화 시험의 응시자들은 준비해 놓은 템플릿을 반복해서 외우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데, 어찌되었든 이런 방법은 지속적인 반복과 체화라는 면에서 이 책의 학습법과 비슷하다. 실제 2차세계대전 당시 상대국 정보 수집을 위해 외국어 능력을 갖춘 사병이 필수였던 미국국방부에서 시행했던 교육방식도 이해보단 반복 암기였다.# 즉, 저자의 방식은 적어도 회화 능력의 상승에 관해서만큼은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효과가 불과 6개월만에 "마스터"할 수 있는 정도인지까지는 불분명하지만.
참고로 굳이 6개월이란 기간 안의 실례를 찾고 싶다면, 저자가 직접 관련되어있는 모 학원 홈피나 다른 강사인 '박XX의 소리영어' 등의 관련 까페를 참고해볼 수도 있다. 6개월만에 회화가 되는 영상을 실제로 찍어올리고 있으니깐...박XX 같은 경우 방법론적인 면에서 정찬용 저자의 책을 읽고 자기가 영어를 배운 과정과 유사한 점이 있어 강사가 될 결심을 했고, 체화란 점에서 비슷한 견해를 가지지만 영절하의 학습법은 너무 딕테이션에 치중한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긴 한다. 물론 여기도 실제 배운 일부 수강생의 의견에 따르면 6개월만에 원어민처럼 영어가 뚝딱 되는건 아니라고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와! 잘한다'고 느낄지 몰라도 화자의 입장에선 훨씬 더 많은 체화량이 축적이 되어야한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 물론 그것도 성공이라고 하면 성공일지 모르지만, 결국 성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는 개인차가 심하다고 봐야 한다. 얼마나 많은 체화량을 축적하느냐가 관건인데, 어떤 상업적인 면이나 아니면 아예 초보자들을 중급자 수준까지 끌고 가기 위한 동기부여의 한 형식으로 제시하는 것이면 모를까, 엄연히 개인차가 있는걸 모든 사람들이 무슨 몇 개월만에 마스터라고 하는건 애초에 말이 안되는 말이다. 평균적으로 보자면 유학 가서 영어 노출 환경에 유리하게 놓여있는 사람들조차 노력하지 않으면 몇 년이 지나도 영어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 저자의 전문분야에 대해서도 논할 필요가 있다. 저자인 정찬용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나와, 독일 하노버대학교 대학원에서 조경학과 환경개발학을 전공, 박사학위를 딴 인물이다. 일단 저자의 학벌과 소위 스펙이 출중한 수준임은 분명하지만, 영문학이나 언어학을 전공한 전공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다른 의미에서 보면 유사과학과도 결부될 수 있는 사안인데, 책의 내용 상에서 저자는 타인의 비판을 거의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인의 영어 습득 방식이 선진국의 외국어 교육 방식과 다름과 동시에, 유아기에 습득하는 모국어의 원리 등의 논리는 살아있지만, 앞서 언급된 지적을 통해 얼마든지 반박도 가능한 수준의 논리인데다, 자신이 주장하는 방법을 통해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느니, 집중해서 듣지 않았다느니, 일주일에 하루 쉬기를 하지 않았다느니 하는 식으로 피해가고, 학습자가 처한 상황이나 실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이 가르쳐 준 방식대로 하면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참고로 자신들이 주장하는 논리나 방법이 성공하지 못하면 사소한 이유를 대어가면서 합리화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의 방식이다.[17] 저자의 전문분야보다도 이 부분은 더욱 중요한데, 실제 특정 인사의 주장이 과학인지, 유사과학인지의 여부를 판가름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은 비판과 수용의 유무이다. 대부분의 유사과학들이 과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비판받는 이유는 전공의 여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류과학의 주장을 소수에 대한 탄압이라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이견과 비판을 전혀 수용치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론이 옳다고 주장하는 역설적인 행태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이 책이 집필된 시점은 저자인 정찬용이 아직 영어교육계에 몸담기 전이라는 점이다. 본 서적의 초판 1쇄가 나온게 1997년 7월 19일이고, 당시 저자는 삼성 에버랜드 환경개발사업부의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시기라는 점이다. 영어 교육과는 전혀 관계 없는 직종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식 교육인으로서의 노하우 및 학습법과 그렇지 않을 때의 방식은 분명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이 항목에서의 비판도 저자가 1999년 당시 썼던 이 책에 대한 비판이지 저자 본인에 대한 비판은 아니라는 점이다. 방법이 잘못되었을지언정 그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을 집필해서 출판하는건 개인의 자유이며, 그에 대한 비판을 저자가 겸허히 수용해서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키는데 사용한다면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영절하"라는 책에 대해 유사과학이라 비판하는 것은 타당할 수 있으나, 저자 자신에 대해 유사과학자라 몰아붙이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당사자의 행적에 따라 타당하지 않은 것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영어 관련 업계에 종사하면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굳이 학습을 하고 싶다면 추천과 비판 양쪽을 모두 보고 세월이 흐른만큼 개정되거나 발전된 사항도 참고하되, 너무 정형화된 형식이나 단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저자의 주장은 절대진리라기보단 많은 영어 학습법 중 하나 정도로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모든 학습이 그렇지만 반복하다보면 효율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반복하기 위해선 결국 즐겁게 공부해야 된다. 지루하면 어떤 효율적인 방법도 별 쓸모가 없다.
이런 문법/독해 중심의 영어 공부에 대한 회의론은 이 책이 나오기 직전인 1997년경 일본에서도 제기가 되었는데, 때문에 일본 문부성에서는 대학 입시에서 영어과목을 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이 주장의 핵심은, 현재 각 대학에서 입시에 치르는 영어시험은 실제로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안되고 학생들의 영어 기피증만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독해력 중심의 수험영어는 시험이 끝나면 즉시 잊어버리게 되며 영어에 대한 공포심만 자극시켜 외국사람 만나면 영어건 뭐건 한마디도 못하는 일본인만 늘어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18] 물론 이런 비판은 일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나오던 이야기였다.[19] 결국 영어가 진짜로 필요한 학생은 고등학교 재학 중에 영어 자격시험을 개인적으로 취득하여 꼭 필요한 인원만 영어를 배우게 한다는 것이 이 주장의 취지였다.[20] 당시엔 국내에서도 일본의 이런 영어교육 폐지론에 동조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21] 1997년 2월, 한겨레 신문에서는 한국과 다른 외국의 외국어 교육 현실을 비교하며 모국어를 도외시하는 국내 현실을 비판하기도 했다.[22]
한편, 일본 공교육에서 영어교육을 폐지하자는 주장의 또다른 근거는 영어교육의 강화가 일본어의 세계 전파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도 있었다. 일본어의 세계화가 일본 문화의 수요를 촉진시켜 결과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영어교육을 선택과목으로 낮추고 인성교육과 과학탐구 등 다른 분야에 투자를 하지는 것이 요지였다. 물론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듯 영어교육과 일본어의 세계 전파에 무슨 큰 연관성이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지만, 당시엔 이런 의견들도 있었다 정도로 참고삼아 봐두자.[23] 실제 국제 공용어인 영어의 지위를 볼때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긴 하지만, 한국 사람이 한반도에서 영어를 쓸 일은 생각보다 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절대적으로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일본에서도 결국 이 제도는 시행되지 못했고, 회화 능력이 떨어지는 교육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그렇다고 독해 교육이 필요없다는건 아니다. 실제 본인 역할이 외국인을 직접 상대하는 통역가나 협상가가 아닌 이상[24] , 원서를 읽거나 회사에 취직해서 영어 문서를 파악할땐 독해 능력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25] 인터넷 시대엔 더더욱 그럴지도. 실제 일본은 번역 분야에선 꽤나 강국이다. 그리고 영어 대신 인성이나 탐구 영역을 더 교육시키자는 것도 무엇을 우선 가치에 둘 것이냐의 문제라 논쟁해볼 여지는 있으나, 고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소리에도 사교육 강요하냐며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나는 현실을 볼때 실현성은 낮아보인다. 오히려 무조건 금지보단 어떤 학교는 영어수업하고 어떤 학교는 안한다는 선택지를 줘서 학부모와 학생들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게 현실성은 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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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999년 출판되어 한국에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사회평론서. 흔히 '''영절하'''라고 불린다. 저자는 정찬용.[2]
2. 상세
국내 영어 학습의 실태와 그와 관련된 사회현상을 풍자적으로 비판하면서 제대로 된 영어 학습법을 알려준다고 주장한 책으로, 당시만 해도 비교적 낯설었던 회화 능력 및 체화 위주의 학습법과 더불어 무려 '''6개월 만에 영어를 마스터한다'''는 주장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당시 영어 관련 서적은 문법 위주의 학습서나 단순 암기 위주의 단어장이 주였었는데, 이 영절하의 인기 이후 영어 학습서계엔 '어떻게 영어를 공부할 것인가?'에 대한 책들이 쏟아지게 되었다. 자신이 독일로 유학갔을 때 공부하며 얻은 경험이 주요 바탕이 되어 서술되어 있으며,[3] 당시 한국 사회에 엄청난 반향과 논란을 불러왔지만,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지금도 많은 갑론을박이 존재한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인 90년대 중후반부터 이미 일각에서 "학교에서 10년 동안 영어를 배워도 회화 한마디 못한다."는 말이 큰 반향을 얻으며 '문법 무용론'이 제기되었고, 이 책은 그런 문법 무용론에 방점을 찍은 책이었다.[4]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은데, 우선 영어 학습법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이외에 이와 같은 새로운 학습법이 요구되는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한 사회에 대한 담화가 부수적으로 이어진다. 학습법에 관련된 내용은 저자가 직장생활을 하던 도중 자신에게 영어 학습법을 가르쳐달라고 찾아온 후배 여성 K(가명으로, 실명은 알 수 없다)와의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자신이 독일 유학 중 체득했던 5단계로 이루어진 외국어 학습법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내용이다. 이 와중에 한국의 영어교육 실태와 더불어 사회실태를 꼬집는건 덤. 기존의 영어 학습법에 익숙했던 K가 처음에는 저자의 비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우여곡절을 반복하지만, 결국 저자가 알려준대로 하나하나 실행한 끝에 토익 900점대를 돌파하고[5] 나아가 영어회화도 저자를 뛰어넘을 정도로 익숙해졌다는 결말이다.
이와 같은 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그러한 학습법이 요구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주로 현대 사회는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높은 영어 실력이 그러한 시대에 맞는 인간상을 만들어내는데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를 한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국수주의를 비판하는 이야기도 언급되며, 이를 위해 당시 유행했던 애국주의적 마케팅이나 사고방식[6] 을 철저히 비판하며, 동시에 한국 사회에 녹아들어 있는 각종 일제 시대의 잔재[7] 등을 통해 반외세 등의 슬로건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를 비판하는데 주력했다. 즉,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반외세, 자국중심주의를 외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그 실체도 허상에 불과하므로 이를 버리고 타문화에 대한 포용과 이해를 추구하며, 그를 위해 제대로 된 영어 학습법을 추구하는 것이 합당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3. 학습법
"영절하" 학습법은 총 5단계로 이루어지며, 저자에 따르면 이대로 실행할 시 무려 '''6개월 만에'''[8][9]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단계는 각자 다른 방법이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일주일간 텀을 두고 6일 동안은 학습을 한 후 하루는 꼭 쉬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저자가 참고한 어떤 뇌과학에 대한 썰에 의하면 이렇게 하루는 쉬어줘야 뇌에 입력된 학습내용이 저장된다고. 단계별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10]
- 1단계
- 2단계
앞 단계에서 들은 테이프를 다시 듣고 내용을 모조리 받아쓴다. 다 받아쓰면 스펠링을 사전으로 체크한 후, 내용을 테이프를 들어가며 발음과 억양을 세세히 따라한다. 내용이 입에 익었다 싶으면 단계를 끝낸다.[13]
- 3단계
앞 단계에서 받아적은 내용 중 모르는 단어를 추려낸 후 '영영사전'에서 그 단어를 찾고, 단어의 의미와 함께 제시된 예문까지 전부 받아적는다. 사전 내 예문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것도 다시 사전으로 찾은 후, 거기서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또(...) 찾아서 받아적기를 반복한다. 어느 정도 (대략 한 시간) 찾았으면 찾기를 중단하고 받아적은 것을 낭독하며, 이후 다시 찾기를 반복한다. 이 단계는 모르는 단어가 받아적은 예문 상에서 나오지 않을 때까지 반복하고, 그 예문들이 체화될 때 끝낸다.
- 4단계
이번에는 비디오 테이프(21세기 들어선 DVD쯤 될듯)를 하나 구한다. 비디오는 영어로 된 외국 영화 중 하나로 고르며, 가장 일상에 가까운 내용을 담은 것을 선택하는게 좋다. 고른 비디오를 1, 2, 3단계처럼 보고, 듣고, 받아적고, 사전으로 검색한 뒤 낭독한다.
- 5단계
영자 신문을 골라 낭독한다. 내용이 체화되어 보지 않고도 술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지면, 모르는 단어를 찾아 받아적고 다시 낭독한다.
4. 후폭풍
앞서도 언급했지만, 무려 6개월 만에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짜증나기 그지없는 영어 학습에 곤란을 겪고 있던 수많은 수험생, 대학생, 직장인들에게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 책은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려들어 이 책에서 제시한 영어 학습법에 뛰어들었고,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이 나뉘어 극과 극의 호불호를 보이며 "영절하"의 빠와 까를 형성했다.
그 여파는 오랜 기간 계속되어, 지금도 인터넷에 영절하를 검색해보면 이 방법을 추천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올 정도.[14] 덕분에 그냥 책이 출간되면 그걸 무더기로 사다가 직장 동료들에게 나누어주는 정도로 써먹을 생각이었다던 저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성공에 아예 영어전문 교육인으로 전업해 이후 다른 저서나 영어교육용 CD, 그리고 학원 등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현재는 크게 인기가 있는 영영사전은 아니지만, 당시엔 Collins Cobuil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라는 영영사전(1995년판 ~ 2001년판)이 이 책에서 추천되어 한동안 이 영영사전의 국내 판매고가 올라갔다는 얘기도 있었다.
4.1. 갑론을박
사실 한국의 영어교육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그 효용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공교육만 따지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무려 12년을, 사교육까지 합하면 거의 20년 가량을 영어공부에 매진해왔을 한국의 영어 학습자들은 그렇게 공부하고도 막상 외국인 앞에 서면 영어 한마디 입에서 떼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 아무리 공개적인 논의가 없다 하더라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현실을 교육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인지하지 못할 리 없었고, 당연히 그 문제 많은 교육체계에 대한 대체제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제시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결국 이 "영절하"도, 넓게 보면 그런 수많은 대체제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며, 그 중에서 특별히 많은 관심과 인지도를 확보한 성공한 방식이라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깊게 보면, 그 성공이 결국 이 방식의 효용성을 그대로 보장해준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어차피 영어를 학습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중요한건, 그 대체제가 상업적으로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효용성이 있느냐이니까. 게다가 저자가 "6개월이면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다"고 아예 그 성공의 기준까지 세웠으니...
학습법 자체만 놓고 보면, 저자가 말하는 5단계 학습법은 언어의 논리적 이해보다는 반복과 체화에 많이 치중되어 있다. 저자는 책에서 내내 자신이 아기였을 때 모국어를 어떤 방식으로 익혔는지 생각하고, 그것과 비슷한 방식의 학습법을 강조하였고, 이에 따라 학습 중에는 예문과 문장을 낭독하면서, 머릿속으로 해석을 절대 하지 말고 무조건 큰 소리로 읽을 것만을 강조하는데, 이는 저자의 학습법의 근본 원리가 성인이 아닌 유년기에 주로 언어를 학습하는 방식을 답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론자들에겐 크게 세 가지 지점을 지적당한다.
첫번째로, 언어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유년기와 성인기의 언어 학습 방식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놈 촘스키에 따르면 인간은 선천적으로 LAD(Language Acquisition Device)라는 일종의 장치를 뇌에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으며 정찬용의 방식대로 반복과 체화가 주요한 언어 습득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은 13세 무렵이 되면 사라지기 때문에[15] , 이후에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습득 방식 또한 언어에 대한 논리적 이해가 필요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성인과 유아의 학습법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며 이런 이론 자체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반론도 있지만, 덮어두고 성인과 유아의 언어 학습 과정이 동일하다고 주장하기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편이다. 좀 다른 관점이긴 하지만, 제2외국어를 처음 배우는 학습자가 모국어를 구사할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와 제2외국어를 구사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차이가 있고, 모국어와 제2외국어 학습 과정에서 전두엽 신경다발의 차이가 생긴다는 논문도 많다.
두번째로, 과연 성인이 유아들의 언어 학습 방법을 100% 따라하는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유아들이 성인들에 비해 외국어 학습이 훨씬 빠른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일단 확실한 점 하나는 언어 노출 시간에서부터 큰 차이가 난다. 보통의 유아는 깨어있을때 부모 등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며 온종일 그 언어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반면[16] , 성인 학습자들은 외국어를 배울 때 1:1 고액 전담 레슨이라도 받지 않는 한 그런 헌신적인 동반자를 찾기 어려운게 현실이라 하루에 최대한 시간을 내도 2~3시간이 채 안되는 경우가 많다는걸 고려해봤을때, 단순히 유아와 동일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것은 이론과 현실의 간격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번째로, 그렇다면 과연 이 책의 방법은 유아들의 언어 학습 과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가? 아무리 언어 학습력이 뛰어난 유아들이라 하더라도 앉혀놓고 말만 계속 들려준다면 유아들이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어는 사회적인 약속이기 때문에, 타인이 그 의미를 가르쳐주지 않고 말만 들려준다면 유아는 신이 아닌 이상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유아들이 말의 의미를 파악해 언어를 학습해내는 것은 상황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기에게 '엄마'라는 말을 반복하고 아빠는 아기에게 '아빠'라는 말을 반복한다면, 아기가 그 상황맥락 속에서 자연스레 '엄마', '아빠'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오히려 영어 집중에 방해가 된다며 유일한 상황맥락인 시각적인 정보를 차단하라고 한다. 이는 유아의 언어 학습 과정에 대해 일차원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이며 오히려 이러한 조건 탓에 유아의 언어학습과 거리가 생겨버리게 된다.
저자는 한국인의 영어 실력에 대해 논하면서, 대체로 회화보다는 독해에 치중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물론 한국인들의 영어 학습 방식이 독해에는 어느 정도 통하지만, 회화에는 약하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온 문제였으며, 이는 지금도 상당히 유효한 지적이다. 또, 이처럼 약한 회화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이해보다는 반복과 체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 외국인과 대화를 해 보았거나, OPIc 등의 시험을 쳐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회화는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어휘나 문장을 끄집어내야 하는 것이니만큼 독해와는 확실한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를 메꾸기 위해 이런 회화 시험의 응시자들은 준비해 놓은 템플릿을 반복해서 외우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데, 어찌되었든 이런 방법은 지속적인 반복과 체화라는 면에서 이 책의 학습법과 비슷하다. 실제 2차세계대전 당시 상대국 정보 수집을 위해 외국어 능력을 갖춘 사병이 필수였던 미국국방부에서 시행했던 교육방식도 이해보단 반복 암기였다.# 즉, 저자의 방식은 적어도 회화 능력의 상승에 관해서만큼은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효과가 불과 6개월만에 "마스터"할 수 있는 정도인지까지는 불분명하지만.
참고로 굳이 6개월이란 기간 안의 실례를 찾고 싶다면, 저자가 직접 관련되어있는 모 학원 홈피나 다른 강사인 '박XX의 소리영어' 등의 관련 까페를 참고해볼 수도 있다. 6개월만에 회화가 되는 영상을 실제로 찍어올리고 있으니깐...박XX 같은 경우 방법론적인 면에서 정찬용 저자의 책을 읽고 자기가 영어를 배운 과정과 유사한 점이 있어 강사가 될 결심을 했고, 체화란 점에서 비슷한 견해를 가지지만 영절하의 학습법은 너무 딕테이션에 치중한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긴 한다. 물론 여기도 실제 배운 일부 수강생의 의견에 따르면 6개월만에 원어민처럼 영어가 뚝딱 되는건 아니라고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와! 잘한다'고 느낄지 몰라도 화자의 입장에선 훨씬 더 많은 체화량이 축적이 되어야한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 물론 그것도 성공이라고 하면 성공일지 모르지만, 결국 성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는 개인차가 심하다고 봐야 한다. 얼마나 많은 체화량을 축적하느냐가 관건인데, 어떤 상업적인 면이나 아니면 아예 초보자들을 중급자 수준까지 끌고 가기 위한 동기부여의 한 형식으로 제시하는 것이면 모를까, 엄연히 개인차가 있는걸 모든 사람들이 무슨 몇 개월만에 마스터라고 하는건 애초에 말이 안되는 말이다. 평균적으로 보자면 유학 가서 영어 노출 환경에 유리하게 놓여있는 사람들조차 노력하지 않으면 몇 년이 지나도 영어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 저자의 전문분야에 대해서도 논할 필요가 있다. 저자인 정찬용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나와, 독일 하노버대학교 대학원에서 조경학과 환경개발학을 전공, 박사학위를 딴 인물이다. 일단 저자의 학벌과 소위 스펙이 출중한 수준임은 분명하지만, 영문학이나 언어학을 전공한 전공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다른 의미에서 보면 유사과학과도 결부될 수 있는 사안인데, 책의 내용 상에서 저자는 타인의 비판을 거의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인의 영어 습득 방식이 선진국의 외국어 교육 방식과 다름과 동시에, 유아기에 습득하는 모국어의 원리 등의 논리는 살아있지만, 앞서 언급된 지적을 통해 얼마든지 반박도 가능한 수준의 논리인데다, 자신이 주장하는 방법을 통해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느니, 집중해서 듣지 않았다느니, 일주일에 하루 쉬기를 하지 않았다느니 하는 식으로 피해가고, 학습자가 처한 상황이나 실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이 가르쳐 준 방식대로 하면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참고로 자신들이 주장하는 논리나 방법이 성공하지 못하면 사소한 이유를 대어가면서 합리화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의 방식이다.[17] 저자의 전문분야보다도 이 부분은 더욱 중요한데, 실제 특정 인사의 주장이 과학인지, 유사과학인지의 여부를 판가름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은 비판과 수용의 유무이다. 대부분의 유사과학들이 과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비판받는 이유는 전공의 여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류과학의 주장을 소수에 대한 탄압이라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이견과 비판을 전혀 수용치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론이 옳다고 주장하는 역설적인 행태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이 책이 집필된 시점은 저자인 정찬용이 아직 영어교육계에 몸담기 전이라는 점이다. 본 서적의 초판 1쇄가 나온게 1997년 7월 19일이고, 당시 저자는 삼성 에버랜드 환경개발사업부의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시기라는 점이다. 영어 교육과는 전혀 관계 없는 직종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식 교육인으로서의 노하우 및 학습법과 그렇지 않을 때의 방식은 분명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이 항목에서의 비판도 저자가 1999년 당시 썼던 이 책에 대한 비판이지 저자 본인에 대한 비판은 아니라는 점이다. 방법이 잘못되었을지언정 그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을 집필해서 출판하는건 개인의 자유이며, 그에 대한 비판을 저자가 겸허히 수용해서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키는데 사용한다면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영절하"라는 책에 대해 유사과학이라 비판하는 것은 타당할 수 있으나, 저자 자신에 대해 유사과학자라 몰아붙이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당사자의 행적에 따라 타당하지 않은 것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영어 관련 업계에 종사하면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굳이 학습을 하고 싶다면 추천과 비판 양쪽을 모두 보고 세월이 흐른만큼 개정되거나 발전된 사항도 참고하되, 너무 정형화된 형식이나 단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저자의 주장은 절대진리라기보단 많은 영어 학습법 중 하나 정도로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모든 학습이 그렇지만 반복하다보면 효율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반복하기 위해선 결국 즐겁게 공부해야 된다. 지루하면 어떤 효율적인 방법도 별 쓸모가 없다.
4.2. 일본에서 제기된 영어교육 무용론
이런 문법/독해 중심의 영어 공부에 대한 회의론은 이 책이 나오기 직전인 1997년경 일본에서도 제기가 되었는데, 때문에 일본 문부성에서는 대학 입시에서 영어과목을 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이 주장의 핵심은, 현재 각 대학에서 입시에 치르는 영어시험은 실제로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안되고 학생들의 영어 기피증만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독해력 중심의 수험영어는 시험이 끝나면 즉시 잊어버리게 되며 영어에 대한 공포심만 자극시켜 외국사람 만나면 영어건 뭐건 한마디도 못하는 일본인만 늘어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18] 물론 이런 비판은 일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나오던 이야기였다.[19] 결국 영어가 진짜로 필요한 학생은 고등학교 재학 중에 영어 자격시험을 개인적으로 취득하여 꼭 필요한 인원만 영어를 배우게 한다는 것이 이 주장의 취지였다.[20] 당시엔 국내에서도 일본의 이런 영어교육 폐지론에 동조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21] 1997년 2월, 한겨레 신문에서는 한국과 다른 외국의 외국어 교육 현실을 비교하며 모국어를 도외시하는 국내 현실을 비판하기도 했다.[22]
한편, 일본 공교육에서 영어교육을 폐지하자는 주장의 또다른 근거는 영어교육의 강화가 일본어의 세계 전파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도 있었다. 일본어의 세계화가 일본 문화의 수요를 촉진시켜 결과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영어교육을 선택과목으로 낮추고 인성교육과 과학탐구 등 다른 분야에 투자를 하지는 것이 요지였다. 물론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듯 영어교육과 일본어의 세계 전파에 무슨 큰 연관성이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지만, 당시엔 이런 의견들도 있었다 정도로 참고삼아 봐두자.[23] 실제 국제 공용어인 영어의 지위를 볼때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긴 하지만, 한국 사람이 한반도에서 영어를 쓸 일은 생각보다 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절대적으로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일본에서도 결국 이 제도는 시행되지 못했고, 회화 능력이 떨어지는 교육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그렇다고 독해 교육이 필요없다는건 아니다. 실제 본인 역할이 외국인을 직접 상대하는 통역가나 협상가가 아닌 이상[24] , 원서를 읽거나 회사에 취직해서 영어 문서를 파악할땐 독해 능력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25] 인터넷 시대엔 더더욱 그럴지도. 실제 일본은 번역 분야에선 꽤나 강국이다. 그리고 영어 대신 인성이나 탐구 영역을 더 교육시키자는 것도 무엇을 우선 가치에 둘 것이냐의 문제라 논쟁해볼 여지는 있으나, 고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소리에도 사교육 강요하냐며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나는 현실을 볼때 실현성은 낮아보인다. 오히려 무조건 금지보단 어떤 학교는 영어수업하고 어떤 학교는 안한다는 선택지를 줘서 학부모와 학생들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게 현실성은 더 있을 것이다.
5. 기타
- 제목을 패러디한 책으로 <중국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26] 와 <수학공부 절대로 많이 하지 마라>가 있다.
6. 관련 문서
[1] 표지의 캐릭터는 노빈손 시리즈로 유명한 만화가 이우일의 초기 캐릭터인 '도날드 닭'. 이 책에서는 저자 정찬용의 오너캐로 등장한다.[2] 1957년생으로, 이 책이 성공한 이후 영어 교육 관련 연구인으로 활동하는 중. 트위터 활동도 하고 있다.[3] 저자의 말에 따르면 본인은 영어보다 독일어를 더 잘한다고 한다. 독일어를 거의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한다고. 즉, 영절하도 방법론만 보자면 영어 학습서라기보단 전반적인 외국어 학습의 지침서라고 보는게 더 맞다.[4] 다만 독해와 회화를 별개의 영역으로 본다면, 문법 역시 여전히 중요하다.[5] 지금이야 널린게(?) 900점대지만, 당시만 해도 토익은 주로 직장인들이 겸사겸사 보던 시험이라 900점대도 꽤 높은 스펙으로 인정받는 점수대였다.[6] 전통적으로 민족주의가 강하기도 했지만,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였기 때문에 더더욱 애국심을 강조하는 슬로건이나 마케팅이 한국 사회에 유행하기도 했다.[7] 바리깡과 같은 일본식 어휘라든지, 교련이라든지, 학교, 회사 등지에 남아있는 군국주의적 문화라든지. 특히 어휘의 경우 반일 시위자가 삭발을 하겠다면서 '바리깡'을 가져와보라고 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만화로 비판했다. 사실 이건 반일을 외치면서 일본어 어휘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모순을 비판한다기 보다는, 이미 국제화로 인해 국수주의나 타문화에 대한 배척은 의미가 없다는 것에 가깝다. 그런데 사실 바리깡은 일본어 잔재가 아니라 프랑스어다.[8] 다만 후엔 빠르면 6개월, 늦으면 2~3년이라고 말을 바꾸긴 했다. 애초에 4,5단계 방법을 보면 알겠지만 끝이란게 있을수가 없는 방법이다.(...) 쉽게 말해 언어가 그 자체로 들리고, 원어민 수준에 근접할 때까지 의미를 번역하지 말고 계속 체화하면 된다는게 핵심. 당시는 신선한 단어였을지 모르나, 지금 와선 영절하 아류(or발전) 학습법들이 최소한 회화시장에선 꽤나 알려져있기 때문에 체화란 단어는 이미 영어학습 시장에서도 자주 쓰이는 용어다.[9] 좀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20세기엔 학교 영어 선생님들조차 콩글리쉬스런 용어와 발음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21세기 들어선 회화 영역에서도 상대적이긴 하지만 어느정도 질적 성장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10] 다만 갑론을박이 많은 학습법이니 맹신하진 말자. 적혀있는 내용도 애초에 책의 내용을 간략화한거라 작가 스스로도 개정판에서 몇몇 오해하기 쉬운 부분을 지적한 것도 있고, 세세한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11] 의미 말고 소리 그 자체를 말하는거다. 이후 개정판에선 하도 이 부분에 집착하다 포기하는 독자들이 많았는지 90% 정도 들리면 넘어가라고 한다.[12] 왜 '비디오'가 아니라 '테이프'냐면, 비디오를 보면 시각에 의한 간섭 현상이 나타나므로 영어 자체에 몰입할 수 없다고 한다. 본 책의 FAQ 형식의 란에 있던 설명.[13] 틀려도 된다. International이 innernational로 들리면 그냥 innernational로 적으라고 본책에서는 예시까지 들며 설명한다.[14] 재밌는건 결국 추천하는 쪽이건 반대하는 쪽이건 다수는 자신들의 사견을 덧붙여 정반합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한마디로 너무 정형화된 형식이나 단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거다.[15] 이런 설에 근거해 조기 외국어 교육 열풍이 분 적도 있었는데, 현실은 모국어 능력만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16] 유아는 대개 상대에게 위협감을 주지 않고 귀엽기 때문에 피드백을 주는 존재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다. [17] 사이비 종교의 경우, 대개 복을 빌어서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믿음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많이 한다.[18] 日(일) 대입 영어시험 폐지 검토 1997년 경향신문.[19] 한국영어교육의 현실에 대한 mbc뉴스. 학교 영어 10년 공부 허사. 외국인 만나면 입 못 뗀다, 2000년 mbc뉴스.[20] "大入(대입)시험 영어 제외"日(일)서 제기 1996년 11월 경향신문.[21] 영어교육 무용론에 대한 경향신문 여기자 칼럼 1997년 4월 2일 신문기사. 영어교육 왜 하는가?[22] 다른 나라의 초등학교 외국어 교육 전국 실시 드물고 모국어 우선 1997년 2월 한겨레신문.[23] 나의 제언 언어는 각 민족의 사고체계 산물 "외국어 조기 교육보다 국어 먼저" 1996년 경향신문.[24] 물론 이런 회화 능력자가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더 대우를 받는건 있다. 일적인 부분을 떠나 외국 드라마나 영화, 뉴스 등을 보기 위해 취미로 배우는 사람도 있고.[25] 문맹인 사람들 보면 알 수 있듯, 회화 능력과 독해 능력은 별개다.[26] 다만 책의 수준이나 평은 그닥 좋진 않은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