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악
僞惡
1. 개요
본심과는 다르게 일부러 자신을 남에게 악하게 보이도록 드러내는 태도 및 행위. 위선과는 정 반대인 개념이다.
2. 스스로 악하게 포장하는 경우
본디 인간은 평판에 민감한 경향이 있으며, 실제로 좋은 평판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이득이 많기 때문에 자진해서 위악자 행세를 하는 일은 드물다. 현실뿐만 아니라 매체에서도 위악자의 평판은 대개 바닥을 긴다. 그러나 가끔씩 이러한 악평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가령 간첩이라면 최대한 아군의 악평을 받음으로 적의 호평과 신뢰를 얻어내야 한다. 노이즈 마케팅도 어떻게 보면 위악의 일종인 셈.
인간관계를 불가피하게 악화시키거나, 천재지변이나 기타 안 좋은 일에 직면하여 현실에서 완전히 절교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주로 사용되는 소재이다. 예를 들어 신파극 같은 데서 남성이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그는 자신의 앞날을 알고 나서부터 갑자기 연인에게 불성실한 태도를 취한다. 독설을 퍼붓는다든지, 다른 여자가 생긴 척 한다든지, 연락을 일부러 받지 않는 척 한다던지, 일부러 권태기인 척 한다든지…. 그가 그러는 이유는 사랑하는 여자가 헤어지고 난 후 자신을 떠올리며 슬퍼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도 죽음을 예감한 한 남성이 자신이 죽은 걸 연인이 알면 슬퍼할까봐 "너 정떨어진다ㅋㅋ 우리 그냥 헤어지자 ㅋㅋ"라고 일부러 기분 나쁘게 이별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가시고기(소설)에서도 시한부 인생인 주인공이 아들을 떠나보내면서 아들을 모질게 내치고는, 혼자 남아서야 아들을 부르며 운다. 그리고 해외로 떠난 아들이 모르게 쓸쓸히 죽는다. 아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한 위악이라고 할 수 있다.
다크나이트(영화)의 배트맨은, 고담의 희망인 하비 덴트가 타락했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하비 덴트의 범죄 행각을 스스로 뒤집어 쓰고 거짓 악당이 되어 고담의 추적을 받는다. 배트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영웅적 희생이자, 슈퍼 히어로 영화 최고의 엔딩으로 평가 받는다.
그 외에 악역을 자처함으로써 내부의 적들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자신을 적으로 삼아 조직이 결속하게 하여 붕괴를 막는 등의 경우도 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의도는 좋았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서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상처를 입히는 태도 또는 행동'을 위악이라고 한다.
소년만화 같은 데서도 은근히 자주 쓰이는 소재로, 동료였던 녀석이 별 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파티에서 이탈하는데 알고 보니…. 혹은 적으로 대치하던 녀석인데 사실 알고 보니…. 기타 등등. 결국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며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가 클리셰적으로 붙게 된다.
프로필에 써놓은 위악적인 행위를 하는 인물로는 가면라이더 디케이드의 카도야 츠카사 정도가 있다.
현실에서도 가끔 대인기피증 같은 이유로 위악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도가 심하면 이것도 배척받는다. 본심이 어쨌든 위악이 아니라 그냥 악 취급. 그도 그럴 것이 현실적인 관점으로 보면 위악이든 악이든 남 입장에선 민폐인 것은 매한가지기 때문. '남들에게 나쁘게 행동하면서 자신의 행동이 좋은 의도에서 했음을 알아주길 원하는 위악자들 같은 멍청이도 없다.'라는 말도 있을 정도. 창작품에서는 '''남 얘기'''인데다가 해당 인물의 속사정을 독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캐릭터가 매력이 있는 것이지, 현실에서 시전하면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고 나발이고 그냥 이뭐병 취급 수준. 아무리 의도가 선의여도 받아들이는 사람 당사자가 달갑지 않으면 오지랖 내지 악행일 뿐이다.
실용적인 용도로 쓰는 경우도 있다. "굿 캅 & 배드 캅" 이론에 따라 나쁘게 대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사소하게 편들어줘도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팀 중에 한 명이 위악의 위치에 서서 팀의 다른 인원들의 이미지를 높이고 대상이 말을 잘 듣게 만드는 것이다. 훈련소 교관도 일부러 훈련병들을 사악하게 갈궈서 자신을 증오하게 하고, 훈련병들끼리 뭉치게 만든다. 경우에 따라 팀킬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3. 무의식적으로 악함을 과시하는 경우
말 그대로 선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쁜 행동을 하며 위악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누가 이런 미친짓[1] 을 할까 싶을텐데, '''의외로 많다.''' 아니, 오히려 현실에서는 이쪽이 메이저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기선제압'''. 집에서는 가정적인 아버지요 회사에서는 신뢰받는 상사인 동네 아저씨가 자동차 접촉사고 하나에 통제불가능한 헐크로 돌변하는 것을 많이 봤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아저씨들은 대개 정말로 싸움이 벌어지면 어쩔줄을 몰라하며 일방적으로 얻어맞는다.(...) 이는 적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자신에게 없는 흉포함을 억지로 끌어냈기 때문. 물론 의도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으나 본인은 정말 자기가 필요하면 악당이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도 많다. 간단히 말해 '난 이만큼이나 악당이야!'라며 스스로 강하다고 자위하는 것. 물론 현실은 진짜 악당들의 밥이 된다...
여기까지 보면 알겠지만 해당 항목의 위악자는 1번 항목의 위악자와는 달리 위선자와 매우 친한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본인 스스로가 위선자를 겸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이는 어디까지나 무의식적인 필요에 의해 위선과 위악을 행하기 때문. 간단히 말해 전형적인 소인배의 행동양식이다.
4. 관련 항목
[1] 상술했다시피 악당이라 광고하는 행위는 평판을 깎아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