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금
1. 소개
泥師今, 尼師今, 尼斯今, 泥斯今
신라 고유의 군주의 칭호. 3~16대에 걸쳐 약 330~390여년간 사용되었다. 이사금 표기에 쓰인 첫 글자의 발음은 '니'인데 현대 한국어의 두음법칙이 적용되어서 '이사금'으로 표기된 것이다.
2. 의미
《삼국사기》의 기록에 등장하는 김대문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사금은 '잇금'[1] 의 신라 방언으로 '이질금(尼叱今)'이나 '치질금(齒叱今)'이라고도 불리며[2] 이 호칭의 유래는 남해 차차웅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해 차차웅이 아들 유리 대신 사위 석탈해를 후사로 삼으라 유언을 남기고 사망하자 사람들이 유언대로 탈해를 차차웅으로 옹립하려 했는데, 탈해는 이를 사양하고 선대 차차웅의 적장자인 유리가 차차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남해 차차웅의 유언도 있고 해서 차차웅 자리를 사양할 뾰족한 명분이 없었고, 이에 "내가 들으니 이가 많은 사람이 현명하다고 하니 잇자국 수를 세어서 더 많이 나오는 쪽이 차차웅이 되는 게 어떻겠는가"라고 제안하였고[3] 이에 유리와 탈해가 각각 떡을 깨물어 잇자국의 수를 세어 '잇금'이 많은 남해의 아들 유리 이사금에게 왕을 양보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대문이 통일 신라 시기 굳이 이 용어의 유래를 설명해야 했다는 것은 당대에도 이 용어의 의미를 불명확하게 여겼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유래담은 ‘이가 많으면 현명하다’는 김대문 당대의 속설에 기대어 용어의 의미를 풀이한 일종의 민간어원설에 가깝다. 즉, 어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진 고유어의 의미를 사람들이 그럴듯하게 이해하도록 만들어진 이야기로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이라는 지명은 태조 이성계가 눈이 내린 땅을 보고 설(雪)+울이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었으나, 이제는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서울은 신라 수도인 서라벌이 변한 말이다. 역사적인 일화를 끌어들여 언뜻 이해가지 않는 어원을 그럴 듯하게 풀이하는 민간어원은 대부분 신뢰도가 낮다.)
이사금은 군주를 뜻하는 순우리말인 중세 국어 어휘 '님금(오늘날의 임금)'의 기원이며, ‘尼師今’의 ‘今’(금)은 신라어에서 통치자, 즉 왕을 가리킨 단어로 추측된다. 이 ‘금’이 고대 일본어에 들어가 'kimi(君)'가 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더불어 일각에서는 단군왕검의 '''왕검'''과 관련된 단어라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3. 이사금 칭호를 사용한 군주
3.1. 신라 왕조
- 3대 유리 이사금
- 4대 탈해 이사금
- 5대 파사 이사금
- 6대 지마 이사금
- 7대 일성 이사금
- 8대 아달라 이사금
- 9대 벌휴 이사금
- 10대 내해 이사금
- 11대 조분 이사금
- 12대 첨해 이사금
- 13대 미추 이사금
- 14대 유례 이사금
- 15대 기림 이사금
- 16대 흘해 이사금
- 17대 내물 이사금 - 삼국사기에는 이사금, 삼국유사에서는 마립간으로 기록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현대에는 편의상 거의 마립간 쪽으로 쓴다.
- 18대 실성 이사금 - 내물 이사금과 같이 삼국사기에는 이사금, 삼국유사에는 마립간이다.
3.2. 금관가야(?)
- 분질수 이질(分叱水 爾叱)(?)
- 탈지 이질금(脫知 爾叱今)
4. 기타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수확해 판매하는 쌀의 브랜드명이 이사금쌀이다.
유튜버인 이사금TV가 있다.
[1] 당대 발음은 닛금(조선시대 발음이기도 함)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치아를 '니'라고 했는데 후대에 'ㅣ' 모음 앞의 ㄴ이 구개음화되면서 어두에서 발음하기 힘들어져 어두에서는 '이'가 되었다. 하지만 '어금니', '송곳니'처럼 어두 외에는 여전히 '니'로 읽혀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한자어의 두음법칙과 동일한 방식.[2] 여기서 齒(치)는 본래 음대로 '치'라고 읽지 않고 훈을 따라 '니'(현대어식으로는 '이')로 읽었을 것이다. 고대에는 일본어에서와 비슷하게 한자를 훈으로 읽는 경우가 꽤 있었다. '질(叱)'은 전통적으로 ㅅ 발음을 나타내는 기호로 전용됐다.[3] 정확히는 이가 많다 = 나이가 많다 = 현명하다 라는 뜻이다. 옛날 동양에는 치아가 많으면 더 존귀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1천 년쯤 뒤 송나라 시대에 쓰여진 관상학 서적 마의상법(麻衣相法)에서는 '치아가 38개면 왕이나 제후이고, 36개면 관료나 갑부, 32개인 사람은 중인(中人), 30개는 보통 사람, 28개는 하층의 가난한 부류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시대 차이가 상당히 나지만, 치아가 많을수록 현명하고 존귀하다는 인식이 하루아침에 나타났을 리는 없으니 참고할 만하다. 참고로 따로 질환이 없다면 일반인의 치아 갯수는 사랑니까지 포함해 32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