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귀족

 

1. 개요
2. 혈통에 의한 일대귀족
3. 법령에 의한 일대귀족
3.1. 법관귀족
3.2. 종신귀족
3.3. 로망과 현실


1. 개요


一代貴族, Life Peer
영국에 존재하는 계급으로, 말 그대로 본인 당대에만 귀족 작위 또는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일대귀족은 크게 혈통에 의한 것과 령에 의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2. 혈통에 의한 일대귀족


세습 가능 여부와는 상관없이 자식들 모두에게 귀족 작위를 내릴 수도 있었던 대륙계 작위제도[1]와 달리 영국의 작위제도에서는 선대의 작위를 물려받는 자는 장자[2]로 한정된다.[3]
이렇게 작위 세습이 예정(Heir apparent)된 아들을 제외한 공작, 후작의 자녀들은 Lord/Lady, 자작, 남작의 자녀들은 The Honorable이라는 경칭을 받게 된다. 백작의 경우 아들은 The Honorable, 딸은 Lady이라는 경칭을 받게 된다. 이들은 귀족이지만 작위가 없고, 이들의 자식은 평민으로 내려간다. 물론 그냥 평민은 아니고 젠트리로 대우받는다.

3. 법령에 의한 일대귀족


영국에서 일반적으로 일대귀족이라고 하면 법령에 의한 일대귀족을 말하며, 보통은 종신귀족(終身貴族)이라는 번역어가 쓰인다. 일대귀족 수작의 근거가 되는 법령은 1876년의 대법원법과 1958년의 종신귀족법이다.

3.1. 법관귀족


1876년의 대법원법은 상원 의장이 대법원장을 맡고 법관은 상원 의원인 종신귀족이 총리의 제청으로 국왕이 임명하여 취임하도록 되어 있다. 이 법의 제정 목적은 두 가지로, 첫째는 상원 의원들이 대법원을 구성함으로써 대법원을 상원이 통제하는 데 있다. 때문에 이 제도 하에서 영국 대법원의 판결은 상원의 의사를 강하게 반영하게 된다. 또 하나는 세습귀족과 고위성직자만이 등원할 수 있던, 즉 신분을 통해서만 입성할 수 있던 상원에 전문 법조인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대법원법에 따라 대법관은 상원 의원인 종신귀족이 맡게 되는데, 형태상으로는 '종신귀족이 대법관이 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법관 취임자가 자동으로 종신귀족이 되며 상원 의석을 얻는 셈이다. 영국 대법원의 법관은 취임과 동시에 남작 작위를 받으며, 대법관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작위는 유지하되 본인의 사망과 함께 소멸된다. 단 2005년 헌법개혁법이 2009년 10월에 발효되어 대법원과 상원이 분리되면서 더 이상 법관귀족을 임명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법관귀족을 봉작한 것은 2009년 6월 29일이다.

3.2. 종신귀족


현재 영국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대귀족인 종신귀족은 1958년의 법령에 기초한다. 수작자들은 보통 수상 역임자나 장관, 하원 의장 및 각 정당의 당수나 주요 당직에 재직했던 은퇴 공직자 및 하원 의원들이다. 종신귀족 역시 법관귀족과 마찬가지로 총리가 제청하고 국왕이 임명하는데, 2000년 이후로는 상원 임명 위원회 역시 종신귀족 봉작을 제청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종신귀족들 역시 남작으로 임명되며, 상원 의원이 된다. 보통 여성을 신규로 봉작하지 않는 세습귀족과는 달리 여성도 수작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작위가 없는 자만이 아니라 귀족 부인들도 임명된 바 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여성 종신귀족의 대표적인 예로는 마거릿 대처가 있다. 기사와 같이 종신귀족은 영국, 아일랜드 및 영연방에서 태어나 현재 영국에 거주하며 세금을 내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다. 당 기부자들도 작위를 많이 받는데 블레어 총리와 캐머런 총리가 부자들한테 많이 지명했다. 블레어 총리는 측근들을 종신귀족으로 너무 많이 임명해 Tony's Cronies (토니의 친구들) 이란 사건도 있었다.
후술하겠지만 영국의 하원은 귀족이 아닌 자들에게만 피선거권이 있다. 그래서 세습 귀족이 정계에 입문하고 싶다면 세습 귀족의 작위를 자기 대에 한해 내려놀 수 있는데, 이렇게 귀족의 작위를 내려논 세습 귀족이 정계 은퇴 후 일대귀족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세습 귀족으로써 상원의원직을 역임하고 있던 알렉 더글러스 흄 전 총리가 작위를 내려놓고 하원의원이 된 후 총리가 되었다가, 하원의원 은퇴 후 다시 일대귀족이 되어 다시 상원의원이 되었다.
또한 아직 귀족을 물려받지 못한 세습귀족의 장남 혹은 차남, 삼남이 받을 때도 있고 심지어는 왕족에게 수여되기도 했다(!)
2014년 귀족원 개혁안이 통과돼 상원의원들이 사임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엔 죽기 전까지 공식적으로 상원의원이었다.
종신귀족법 발효 이후 2011년까지 작위를 받은 종신귀족의 수는 총 1227명에 달한다.

3.3. 로망과 현실


종신귀족이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기사 작위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명예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귀족'''이라는 단어가 귀족제 없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불러오는 로망과는 달리, 영국의 종신귀족은 철저한 정치적 산물이다.
위의 법관귀족과 종신귀족에 대한 서술에서 뻔질나게 '''상원'''이 언급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법령에 의한 일대귀족은 영국 정치제도, 그 중에서도 상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민의 선출로 구성되지 않고 세습귀족들이 종신으로 임명되는 영국 상원은 대체로 보수당의 아성이다. 그래서 노동당이 집권할 때면 상원에 노동당 의석을 늘리기 위해 좌파 정치인들을 새로 귀족-세습귀족-으로 봉작하는 일이 벌어지고, 보수당이 정권을 탈환하면 다시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해 귀족들을 봉작하는 일이 반복된다. 당연히 레어도(?)가 점점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라 귀족사회의 눈치가 보여 점점 상원 장악을 위해 귀족을 늘리는 것도 부담이 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꼼수가 바로 종신귀족이다. 당사자를 남작으로 봉해 상원의원으로 임명하되 세습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전체 귀족가문의 수가 늘어나지 않으면서도 상원의 구성을 바꿀 수 있다. 때문에 구 법제도 하에서의 대법관 임명과 58년 체제 하에서 종신귀족 임명은 공을 세운 사람에 대한 포상이라기보다는 그냥 상원 의원을 임명하는 정치적 행위나 마찬가지다. 물론 긍정적으로 보자면 본래대로라면 귀족만이 입성할 수 있는 상원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문호를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작위를 받아 상원에 입성하는 사람들의 절대다수가 정치인이라는 점을 보면 그냥 상원장악의 방편임을 알 수 있다. 2010년 오랜만에 노동당을 물리치고 집권한 데이비드 캐머런 내각은 집권 이후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117명(!!)이나 종신귀족에 봉작해 연 평균치의 다섯 배에 달하는 스코어를 올렸다.
영국에서 현재 양산되는 종신귀족 남작들은 어린이용 동화책에 나올 법한 신분상승 판타지가 아니라 히로가네 켄시의 만화 '정치9단'에 어울리는 이야기다. 물론 종신귀족법 발효 후에도 드물게 세습귀족도 봉작되지만 그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1965년 이후로는 비 왕족 계통에서 세 개 가문만이 만들어졌다. 모두 대처 정권 시대 만들어졌는데, 그 중 두 가문은 1대로 대가 끊기고(...) 가장 마지막인 1984년에 생긴 백작 가문(해럴드 맥밀런 前 총리)이 유일하게 남았다. (귀족은 아니지만 준남작가도 1965년 이후로는 하나만 만들어졌다. 1990년에 대처 前 총리의 남편 데니스가 받은 것.)
또한 어떤 거물 정치인이 몰락한 이후 그의 영향력을 거세하기 위해 그를 일대귀족으로 임명하기도 한다.[4] 귀족은 평민의 의회인 하원의 의원으로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앞으로 대우해줄 테니 정치에 관심 끊고 뒷방 늙은이로 살아라.'는 이야기이다. 마가렛 대처보수당 당내 반란으로 총리직을 사퇴한 이후 곧바로 일대귀족 작위를 받은 것도 이러한 의미에서이다.
2011년 6월 외신 뉴스에 올랐던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종신귀족 제청 역시 퍼거슨을 영국 상원 의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사 표시인 셈. 하지만 지역대표 성격이 강한 하원과 귀족원의 성격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 상원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퍼거슨 '남작'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단 이 건을 제청한 이들부터가 맨체스터를 지역구로 둔 하원의원들이고... 먼저 퍼거슨이 맨체스터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다음 종신귀족을 노리는 게 훨씬 가능성이 있겠다. 실제로 그 이후로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2013년 5월 8일에 퍼거슨 경이 공식 은퇴를 발표하면서 다시 퍼거슨 경의 일대귀족 승격이 논의되었다.
은퇴한 런던광역경찰청장, 영국군 장군, 왕실 시종무관장 (Private Secretary to the Sovereign), 서민원 최고 서기(Clerk of the House of Commons), 내각비서(Cabinet Secretary) 등 은퇴한 공무원들이 일대귀족 작위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대귀족들은 출석만 해도 하루 300파운드가 나오는 등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심지어 발언은 한 마디도 안 하고 5만 파운드 넘게 청구한 경우도 있다. #, 또한 귀족원 의원 5명 중 한 명은 민간기업의 자문으로 일한다고 드러났다. #
결국 귀족원장 파울러 남작의 조사와 요청에 따라 총리는 자연적으로 귀족원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되도록 일대귀족을 잘 임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레미 헤이우드 내각비서[5]가 사망하기 직전에 일대귀족 작위를 내렸는데, 얼마 뒤 사망하여 실제로 귀족원에서 의석을 얻진 못했다.

[1] 작위를 세습할 수 있는 것은 장남에 한정되는 게 보통이지만 신성 로마 제국의 일부 지방에서는 차남 이하도 부친 사망 후 부친의 작위를 칭할 수 있었다. 심지어 러시아의 귀족들은 가문 전체가 같은 작위를 공유했다. 이는 게르만 족 전통의 분할상속 탓으로 원래는 모든 아들들이 영지를 n분에 1로 나누어 가졌기 때문에 자연스레 모든 아들들이 아버지의 작위를 물려받았지만 근세에 들어 중앙집권화가 이루어지자 장자만이 모든 영지를 물려받게 되었고 이 때문에 차남부터는 작위만 물려받게 된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 표트르 대제가 근대화를 주도하면서 독일의 작위 체계를 도입했기 때문에 역시 모든 가문의 구성원들이 동일한 작위를 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2]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장자가 작위를 세습하기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차순위자가 상속 예정인이 된다. 아서 밸푸어같이 동생이 작위를 물려받고 그의 자손들이 작위를 이어 받은 경우도 있었다.[3] 동아시아에서는 이미 주나라 때부터 장남이 대종이 되고 나머지 아들들은 소종으로 대종의 밑에 있는 종법제도가 나타났다[4] 일대귀족이 생기기 전에는 세습귀족으로 임명했다. 클레멘트 애틀리가 그 예.[5] Cabinet Secret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