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오
1. 개요
중국 초한쟁패기와 전한 초기에 활약했던 인물. 상산왕 장이의 아들이다.
2. 생애
초한쟁패기 동안 노령임에도 분주하게 활약했던 아버지와는 달리, 특별한 행적은 없었다. 장이가 진여(陳餘)와 함께 무신(武臣)을 꼬드겨 조왕(趙王)이 되게 하여 진승(陳勝)으로부터 독립하게 했을 때, 진승은 그들의 심기를 건드려 아예 적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신의 가족을 보호하고 장오를 성도군(成都郡)에 봉했다.
이후 거록대전 당시에는 아버지 장이가 거록에서 오도가도 못할 때, 북쪽에서 일만 명의 군졸을 조직하여 구원하려 했지만 진나라(秦) 군의 기세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 뭘 해볼 수도 없어 항우(項羽)의 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꼼짝도 못했다.
그렇지만 아버지인 장이가 워낙 당대에 이름이 높기도 했고, 이후 처신을 잘 해[2] 조나라 왕의 자리에까지 올라 장이가 사망한 뒤 장오는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다. 게다가 한고제 유방(劉邦)의 장녀인 노원공주(魯元公主)와도 결혼하여, 그야말로 순풍에 돛을 단 듯 무탈하게 잘나가고 있었다. 백등산 포위전 때문에 흉노의 묵돌에게 마누라를 네토라레 당할 위기도 있었지만(…) 여후 때문에 부인도 지킬 수 있었다.
문제가 생겨버린 건 BC 200년, 유방이 조나라 땅을 지날 무렵이었다. 장오는 황제이자 장인어른인 유방을 대접하면서 직접 팔을 걷어 올리고 음식에서부터 모든 대접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정성스럽게 대접했는데, '''천성이 무례한''' 편이었던 유방은 의자에서 두 발을 쭉 뻗고 장오에게 '''욕지거리를 퍼부어댔다.''' 장오에게는 정말 운이 없었던 게 하필이면 이때가 흉노의 묵돌 선우와 펼친 '백등산 포위전'에서, 유방은 상대의 유인책에 말려들어가 고통스러운 패배를 맛본 후 철군하는 시점의 일이었다는 것이다. 황제가 나서 직접 친정했던 전투에서 엄청난 대패를 당한 직후였으니, 유방의 심기가 좋았을 리가 만무했던 것.
물론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유방에게 있어 장오는 애송이 사위에 지나지 않지만, 본래 노령이었던 장이를 계속 따라 다니고, 장오가 뒤를 이은 후에도 여전히 곁에 있던 조나라의 빈객들은 나이가 60세가 넘는 만만찮은 호걸들이었다. 의기 하나만으로 살았던 이런 빈객들, 특히 조나라의 상국 관고(貫高)와 조오(趙午)는 유방의 행동에 대단히 분노하였다.
관고 등은 장오에게 '''"유약한 왕을 위하여 황제를 죽이겠다."'''고 선언하였고, 혼이 빠질 정도로 놀란 장오는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보이면서 말했다.
관고와 조오는 장오를 나약한 사람으로 여긴 것에 대해 반성했으나, 유방에 대한 분노는 가라앉을 길이 없어 끝내 '''유방 암살 음모'''를 꾸몄다. 그러나 기주 조국(趙國) 백인(柏人)현에서 유숙하려다 지명이 박인(迫人)[4]과 유사하다 하여 이 곳을 피해 화를 면했고 유방이 피해간 결과 어영부영 시간만 흐르는 사이 결국 정보가 새는 바람에 문초를 당했다. 황제 암살 음모라는 충격과 공포급 사건에 엮인 장오도 원래라면 무사하기 힘들었고, 실제로 유방은 사위를 감싸는 여후의 애원에도 '''그놈이 황제가 되면 네 딸이 대수겠냐?'''라며 혐의만 확정되면 장오를 죽여버리려고 했으나 고문을 받는 관고 등이 워낙 결사적으로 장오와의 관련을 부정하고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들이 저지른 일이다."라고 부정하는 일에 꽤 감동을 받아 조나라 왕에서 해임되는 정도로 끝나게 되었다.[5]"그대들은 어찌하여 당장 죽을 처지였던 우리를 황제께서 거둬주신[3]
은혜를 잊고 그렇게 잘못된 말을 하는 것입니까? 더욱이 우리 선조들이 망해 잃은 나라를 황제께서 찾아 주시어 그 덕이 자손들에게 전해지니 우리들의 털끝 하나까지 모두 황제의 덕에 힘입은 바입니다. 원컨대 여러분들은 두 번 다시 그런 말을 하지 마십시오."
이후 선평후(宣平侯)로 봉해졌지만, 제후의 순위로 따지면 3위 정도에 들 정도이니 그나마 괜찮은 처지인 셈. 그 후로는 별 일 없이 살다가 사망했다. 참고로 관고 사건 이후로 유방은 반란자의 관련인에겐 나름대로 관대해져서 같이 따라서 반역하지 않으면 사면해주거나 때로는 상금을 주면서 회유하려 했다고 한다. 덕분에 진희와 노관의 반란 때 애꿎은 사람들이 엮여서 줄초상을 치르지 않을 수 있었다.
장언(張偃)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장오가 사망할 때는 나이가 어려 장오의 첩실 소생인 아들이 후에 봉해졌고 장언은 노(魯)에 봉해졌다. 그 후 고황후 여씨가 죽고 여씨 일가의 제후왕은 물론이고 핏줄이 모조리 멸살당하는 와중에 혼자서만 생존했는데, 여씨 일가이긴 해도 유방의 외손자인데다가 아버지가 공신에서도 꽤 높은 서열에 들어서인지 노왕 자격을 박탈당하고 남궁후(南宮侯)로 격하되는 데에만 그쳤다.
[1] 이후 해임.[2] 장이는 항우에게 투항할 수도 있었으나 결국 유방한테 붙었고 이후 한신과 함께 조를 쳐서 원수였던 진여를 죽이는 등 북벌에서 상당한 공을 세웠다. 거기다 초한전쟁 때는 이미 고령이라서 한 제국 건국 전후 즈음에 사망하는 바람에 역모에 말려들거나 하는 일도 없었고 후술하다시피 아들인 장오가 영광을 대신 받았다. 장오가 기라성같은 공신들 중에서도 서열 3위라는 높은 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버지 장이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3] 유방은 장이를 죽이면 조나라와 연나라 땅을 취한 진여와 동맹을 맺을 수 있었고, 또한 본래 항우의 사람이었던 장이보다 진여 쪽이 반 항우의 기치에도 더 가까웠으나 가짜 시체만 보내고 장이를 보호해준 적이 있었다. 결국 얼마 안 가 들통나서 진여와는 적이 되었다. 결과론으로 따지자면 장이 하나를 살리느라고 정형 전투씩이나 벌여야 했던 셈이니, 장오가 이럴 만도 했던 것.[4] 박(迫)이라는 한자가 핍박하다, 강제하다라는 뜻이 있다. 협박, 압박할 때 쓰이는 한자라서 뒤에 사람 인(人)의 글자와 합치면 사람을 핍박하다라는 뜻이니 불길해 보이는 것[5] 그 후 관고의 후일담을 말하자면, 유방은 관고의 호걸스러움과 그가 엄청난 고통을 당하면서도 신의를 지키기 위해 결코 장오를 팔아먹지 않은 기개를 높이 사 그의 책임을 더 이상 묻지 않고 석방했다. 풀려난 관고는 지금까지 내가 고문을 당하면서도 죽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조왕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함이었고 신하로서 임금을 시해하려고 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말한 후 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