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자
[image]
초판본 표지
[image]
왼쪽부터 헤스터 프린, 아서 딤스데일, 펄. 오른쪽 뒤편에 숨은 노인이 로저 칠링워스.[1]
미국의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소설로 1850년에 발표되었다. 작가가 개발한 특유의 장르인 '로맨스'[3] 가운데 하나로서, 그의 소설들 중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The Scarlet Letter>가 원제인 이 소설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주홍글씨>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호손 연구가로서 <주홍 글자>를 번역한 김지원은 '주홍글씨'라는 제목의 시초를 최재서의 번역본(1953)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제목은 영문학계와 번역계에서 오랫동안 지적되고 있는 오역의 대표적인 사례들 가운데 하나이다.
<주홍글씨>가 오역으로 지적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글씨란 일반적으로 한자말 '필체(筆體)'에 상응되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작품의 'Scarlet Letter'는 주인공 헤스터 프린이 간통죄에 대한 벌로서 가슴에 달게 된 글자 A의 장식을 일컫는 말로 특정 글씨체가 아닌 문자 자체를 의미한다. 여기서 A는 영어로 간통죄를 뜻하는 Adultery다. 그렇기 때문에 제목 <The Scarlet Letter>는 고정된 형태를 지니지도 상징이 되지도 못하는 '필적'을 가리키는 '주홍글씨'보다는 고정된 형체를 지녔고 상징이 될 수 있으며 또한 작품 중에서도 중요한 상징으로서 기능하는 '주홍 글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해서 '글씨'라는 단어를 잘못 썼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4] 다만 일반적으로 글씨라는 단어는 문자보다는 필체를 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홍 글자라고 쓰는 편이 더 오해의 소지를 줄인다고 볼 수 있다. 근래에는 점차 <주홍 글자>를 제목으로 채택한 번역본들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김욱동이 번역한 민음사의 번역본, 김지원·한혜경[5] 이 번역한 펭귄클래식코리아의 번역본 등을 시작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희한하게도, 오랫동안 작가가 서문으로서 집필한 <세관(The Custom House)>이라는 글이 번역되지 않은 채로 번역본이 출판되었다. 한 꼭지의 글로서는 분량이 긴 편이라는 것과, 이 글이 소설 본편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분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작가의 판단에 따라 정식으로 출판본에 실린 글을 제외하고 번역본을 출판하는 이 관행은, 적어도 한 작품의 출판과 관련하여 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라도 (특히) 영문학계의 오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민음사는 번역이 되었으니 그걸 보자.
호손은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Salem)의 세관(Custom House)에서 세관원으로 근무하다 정권이 바뀌는 바람에 해고를 당한다. 이 일을 계기로 세관에서 일하던 당시의 경험과 당시 세태에 대한 풍자를 담은 장편의 에세이[6] 를 집필하였고, 따라서 그 제목도 <세관>이 되었다.
본문 중에 <주홍 글자>를 집필하게 된 계기[7] 가 짧게나마 언급되어 있고, 덧붙여 작품이 집필되던 무렵의 시대상과 작가의 가치관 등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호손과 <주홍 글자>와 관련하여 영문학계에서 중요한 텍스트로 취급되고 있다.
에세이 <세관>과 관련하여, 에세이가 세일럼 주민을 풍자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바람에, 에세이가 발표된 뒤, 작가가 어쩔 수 없이 세일럼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일화가 있다.
사실 작가가 세일럼 주민들을 풍자할 의도는 없었더라도 그렇게 오해할 이유는 충분했다. 본래 호손은 세일럼을 비롯한 북미 지역 청교도들의 위선적인 면모를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게다가 세일럼은 그 악명높은 세일럼 마녀 재판이 벌어진 곳인데, 하필이면 호손의 조상이 바로 그 마녀 재판의 판결을 내린 판사 중 1명이었다. 그리고 이 마녀 재판은 청교도들의 광신과 위선이 결합해서 생겨난 일이다. 이러니 호손이 세일럼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을 집필한 뒤 세일럼 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건 당연한 일이다.
총 24개의 장(Chapter)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플롯은 대체로 전통적인 비극의 구성을 충실히 따르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구체적인 구성에 대해서는 비평가마다 입장이 분분하다. 작품의 맨 첫 장(제 1장)과 맨 마지막 장(제 24장)에 찔레꽃 덤불이 등장하고(수미상응), 작품의 초두(제 2장), 중반(제 12장), 말미(제 23장)에 단두대가 등장하는 등, '균형감 있는' 구성을 보인다는 것이 주요한 특징들 가운데 하나이다.
소설의 서술은 목조 감옥 건물과 잡초가 어지럽게 자라난 감옥 앞 광장의 정경(情景)에 대비해 감옥 현관문 계단 옆에 자라나 있는 찔레꽃[8] 덤불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헤스터 프린은 간통을 저질러 사생아를 낳은 죄로 사생아 펄을 안고 감옥 앞 광장에서 보스턴 주민의 모욕과 조롱을 견딘다.[9] 매사추세츠 주의 고위인사들은 헤스터에게 공범자의 이름을 밝힐 것을 요구하지만[10] , 헤스터는 끝까지 함구한다. 헤스터의 형벌을 지켜보는 군중들 속에 얼굴이 검고 어깨가 기형적으로 내려간 늙은 의사 한 사람이 끼어 있었다. 그가 바로 헤스터의 전 남편으로[11] , 오래지 않아 벌을 받고 있는 여자가 헤스터임을 알아보고, 헤스터도 그를 알아본다.
형벌이 끝나 감옥으로 돌아온 뒤 헤스터가 신경과민을 얻게 되자 의사인 헤스터의 전 남편은 헤스터를 치료하게 되고, 이를 기회로 헤스터와 면담을 하였다. 이 면담을 통하여 그는 헤스터가 자기에게도 정부(情夫)를 밝히지 않는 만큼, 헤스터에게도 아무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말 것을 명령한다. 헤스터는 이를 수용하고, 의사는 그 이후로 로저 칠링워스라는 가명[12][13]칠링워스 이름 역사을 쓰며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형기를 마친 헤스터는 교외 바닷가의 외딴 오두막집에 살면서 특기인 바느질과 자수로 생계를 이어나갔다.[14]
딸 펄은 자신을 닮아 외모가 아름다웠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비뚤어지고 이상한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이에 펄이 '정상적인 교인'으로서 자라나지 못할 것을 '걱정한' 벨링엄 지사가 펄을 헤스터에게서 떼어내어 교육시키려고 하자, 헤스터는 마침 벨링엄의 집에 배달해야 할 물건이 있기도 했지만 이에 항의하기 위하여 딸을 데리고 그의 저택을 찾아간다. 다행히도 딤스데일이 헤스터의 편을 들어 준 덕분에, 그는 딸과 헤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한편 그 자리에 칠링워스도 있었다.
칠링워스는 딤스데일의 신경쇠약을 치료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그에게 접근하였다. 그러던 끝에 그는 끝내, 딤스데일이 헤스터의 정부라는 사실을 알아내게 된다. 한편 7년의 세월이 흐른 뒤, 죄의식에서 나온 양심의 가책과 칠링워스의 '비밀스러운 압력'에 못 이긴 딤스데일은, 헤스터가 공개 수치(羞恥)를 당한 교수대에서 밤샘기도를 드리게 된다. 그러던 도중에 우연히 지나가던 헤스터 모녀를 만난 딤스데일은, 잠시 동안 이들과 함께 교수대에 서 있는다. 이 광경을 칠링워스가 어둠 속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헤스터는 그 처벌 이후 지금까지 몸가짐을 조심히 하고 많은 선행을 베풀었고, 그러면서 동네 사람들의 그에 대한 평판도 점차 개선되었다. 또한 그의 가슴에 단 주홍빛 A 글자 장식의 의미에 대한 해석 또한 adultery(간통) 또는 adultress(간통을 저지른 여인)에서 able(유능함)이나 angel(천사) 따위로 변화하였다. 한편 7년 동안 딤스데일이 많이 쇠약해진 것을 확인한 헤스터는 칠링워스에게 그를 용서할 것을 간청했으나 거절당한다.
결국 딤스데일에게 비밀을 폭로할 것을 결심한 헤스터는 숲 속에서 그를 만나 칠링워스가 자신의 전 남편임을 폭로한다. 딤스데일은 잠시 헤스터를 책망하지만 곧바로 용서하였고, 열렬히 포옹하며 오래간만에 저희들의 사랑을 재확인한다. 헤스터는 딤스데일에게 보스턴의 생활을 청산하고 유럽에서 새 삶을 살기를 제안하고, 목사도 이에 호응해 잠시 동안의 해방감에 젖어 본다.[15] 한편 이 도중에, 헤스터가 가슴에 달던 주홍 글자 장식을 떼어 버리고 모자를 벗어 머리를 풀어헤치자, 펄이 헤스터를 멀리하는 일이 있었다.
헤스터와 '새 출발'을 하기로 약속하고 숲을 나온 뒤, 딤스데일은 지금까지는 겪은 바 없는 불경한 상상에 시달린다. 한편 얼마 남지 않은 새 뉴잉글랜드 지사를 선임하는 축제일에 딤스데일이 설교를 하도록 되어 있었으므로, 두 사람이 '새 출발'을 하기 위해 배를 타는 것은 그 다음으로 하고, 그 일정에 맞추어 선실을 예약해 두었다. 그러나 칠링워스가 어느새 이들의 계획을 알아채 이들과 한 배를 탈 차비를 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축제일에 설교를 마친 뒤, 딤스데일은 헤스터와 펄을 목격하고는, 이들을 불러내 자신이 이 고통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하며 손을 잡고 단죄대 위로 올라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쓰러진다. 직후 헤스터와 펄에게 천국에서의 기약과 작별 인사를 고한 뒤 기력이 다하여 숨을 거둔다. 칠링워스는 딤스데일의 고백을 필사적으로 저지하였으나 위에서 말한대로 실패, 직후 '''날 벗어나 달아나버렸어!'''라고 외치며 맥없이 좌절한다. 그렇게 복수의 대상을 잃고 상심한 그는 급격히 몸이 쇠약해져서 며칠 뒤 숨을 거두고, 유언으로 펄에게 막대한 재산을 남긴다.[16] 헤스터 모녀는 칠링워스의 유산을 받고 오래지 않아 영국으로 건너간다.
한편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 헤스터가 다시 바닷가의 오두막집으로 돌아온다. 이 집에 살면서 그는 전처럼 주홍빛 글자 장식을 달며, 불행한 여자들의 고통을 덜어 주는 일에 헌신한다. 펄은 유럽에서 지체 높은 사람과 결혼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시 세월이 흘러 헤스터가 세상을 떠나고, 딤스데일의 묘지와 약간 거리를 두어 나란히 묻힌다. 대신에 하나의 묘비가 두 무덤을 위하여 공용으로 세워졌다. 그것은 바로, 검은 바탕에 붉은 A 글자를 새긴 묘비였다.
본작의 주인공[17] 으로, 몰락한 영국 귀족 가문의 딸이며, 결혼 전 성은 언급이 없다.[18]
금전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되는 모종의 이유로 칠링워스와 아마도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가문이 몰락한 귀족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빼박 금전 문제일듯.
한동안 칠링워스와 함께 암스테르담에 체류하다가 남편의 계획에 따라 먼저 뉴잉글랜드로 건너왔고, 아무리 기다려도[19] 남편이 따라오지 않자, 동네 목사인 딤스데일과 연애한 끝에 사생아인 펄을 낳는다.
주홍색 'A' 자를 평생 가슴에 붙이고 다니는 처벌을 받은 이후로 몸가짐을 조심히 하고 선행을 베푸는 데에 매진함으로써, 점차 동네 사람들의 평판 또한 개선된다. 그래서 펄이 7살쯤 되자 헤스터를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졌을 정도.
결말에서 딤스데일이 죽은 후에는 펄과 함께 영국으로 떠났다가, 몇십 년 뒤 노인이 되어서 다시 보스턴에 돌아왔다. 그 후 혼자서 조용히 살다 세상을 떠난 뒤에는 딤스데일 옆에 묻히게 되었다.
신망받는 보스턴의 목사이자, 펄의 친부이다. 옥스퍼드 대학교[20] 에서 수학한 뒤 뉴잉글랜드로 건너와 목사가 되었다.
작중에서는 이마가 넓은 수려한 외모를 지닌 것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또한 헤스터와 함께 저지른 죄의 영향으로 심약하며 잘 놀라는 성격으로 묘사되어 있다.
헤스터가 본작의 초반부터 죄가 드러나 처벌을 받은 데에 비하여, 줄곧 죄를 밝히지 못하다가 23장에 가서야 이를 고백하는 점에서 헤스터와 대조된다. 그리고 그 직후 바로 죽어버려서, 어찌보면 죽음으로 처벌을 회피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21] 그러나 칠링워스의 방식에 맞서서 딤스데일이 마냥 숨기만 하다 죽은게 아니라 스스로의 잘못을 공개적 장소에서 털어놓고, 펄을 친딸로 인정한 것을 들어 딤스데일이 선(善)을 이루었다고 보는 평가도 있다.
헤스터나 칠링워스가 제법 동정을 받는 평가도 있는데 반해,[22] 이쪽은 주로 까인다. 다만 나름 옹호해주는 평가도 있다. 반대로 그가 신망받는 목사인데 정작 간통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청교도 사회의 허실을 까발리는 존재라 보는 평도 있다.
학식 있는 의사로서 본디부터 싹싹한 성격은 아니었으나,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간통해 처벌받는 장면을 목격하고 난 뒤로는, 그 공범자를 찾아내 비밀스럽게 복수하는 데에 혈안이 된다. 일종의 복수귀로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헤스터가 간통했다는 사실을 동네방네 퍼뜨리거나, 이들을 대놓고 못살게 굴거나, 또는 이들을 보스턴에서 쫓아내 버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헤스터의 정부(情夫)를 찾아내 그에게만 비밀스럽게 복수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복수귀'와는 확연히 거리가 있다. 그가 이러한 방식의 복수를 한 이유는 자신이 헤스터의 남편인 것을 수치스러워 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칠링워스와 재회한 헤스터는 그가 자신과 펄을 해칠까 두려워하지만, 헤스터는 이미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24] 펄은 처음부터 죄가 없으니 두 모녀에게 보복을 할 일은 없다고 냉정한 어조로 설명한다. 치료를 위해 감옥을 찾은 칠링워스가 아기인 펄에게 주라며 약을 주자 아기를 죽이라는 거냐고 경악했지만[25] '''"무슨 소리! 그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죽이겠소? 내가 의사로서 사람을 약먹여 죽일 것 같소?"'''라며 그건 단순한 해열제라고 설명한다. 이에 의심을 가지면서도 헤스터가 약을 먹이자 약이 잘 들어 울면서 열을 내던 펄은 조용히 잠들었다. 마음놓는 헤스터에게 그 아이에게 일절 해를 가하지 않을테니 대체 당신을 유혹한 자가 누군지 말해달라고 하지만 끝내 듣지못한다.[26]
헤스터에게 마땅히 정이 없고[27] 악역같은 모습을 보여주나 어찌보면 이 사람도 원주민에게 2년동안 잡혀 산 대가로 아내의 간통이라는, 생각치도 못한 데서 뒤통수를 맞게 된 간통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즉 가해자가 된 피해자. 물론 복수 방식이 은밀하고 비열하긴 했지만 관점에 따라 동정하는 독자들도 있기는 있다. 주인공 보정 없는 몽테크리스토 백작 같은 느낌.
사실 복수귀가 되기 전의 칠링워스는 헤스터에게 있어 깊은 애정을 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학대하는 나쁜 남편이었다는 묘사도 없기는 하다. 가정을 떠났던 것도 그의 의도가 아니라 납치를 당해 겨우 돌아온 것이었고, 돌아와 보니 아내가 자신을 배반했던 것인 만큼 그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충분히 동정받을 여지가 있는 인물이다. 또한 헤스터에게 복수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주홍 글자의 몫이고, 아이인 펄에겐 죄가 없으니 손대지 않겠다고 하는 다소 의외지만 나름 이성적인 면모도 보인다. 그가 직접 손을 쓰려 하는 대상은 간부 딤스데일 목사뿐.
딤스데일 목사가 죽은 후에는 삶의 목표를 잃었는지[28] 오래지 않아 그 역시 죽는데, 이때 헤스터와 딤스데일의 딸인 펄에게 자신의 막대한 유산을 다 물려주는 대인배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29]
종합해보면 일반적인 평면적 악역이 아니라 여러모로 입체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인물로, 주인공측 인물들에게 시련을 준다는 점에서 반동 인물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를 악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헤스터가 간통으로 낳은 사생아. 외모는 헤스터를 닮아 예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또래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때로는 어머니조차 곤란하게 하는 등 이상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
작중에서 헤스터의 곁에 있으면서, 헤스터에게 그의 죄를 깨닫게 하는 존재로 등장한다.[30] 작중에서는 성이 전혀 언급되지 않아, 딤스데일의 성을 따랐는지, 칠링워스의 성을 따랐는지 전혀 알 수 없다.[31]
23장에서는 딤스데일이 자신의 잘못을 완전히 고백한 뒤로는, 딤스데일의 이마에 키스함으로써 그러한 괴팍한 성정을 떨쳐낸 것으로 묘사된다. 로저 칠링워스가 죽으면서 막대한 재산을 싸그리 받아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으나 이후 그녀에 대한 건 나오지 않는다. 어디론가 이사가서 나중에 헤스터 프린 홀로 마을에 되돌아와서 조용하게 살아가자 사람들은 펄은 어찌되었지? 라고 궁금해했으나 끝끝내 나오지 않는다. 나레이션이 펄이 일찍 병으로 죽었다든지 재산을 노리는 자들에게 시달렸다느니 별별 안좋은 소문도 많았으나 좋은 사내와 만나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어머니를 모시려고 하지만 헤스터가 거절하고 있다는 소문을 소개해주기는 한다.
그 증거로 한적한 헤스터의 집에 종종 배달되어오는 꽤 고급스러운 살림 도구나 별별 물건들이 사람들에게 목격되면서 펄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저런 걸 사줘서 그녀에게 보내주는 거겠냐? 라고 소문이 퍼지고 이를 근거로 나중에는 펄이 그래도 행복하게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화자와 아는 관리인 퓨라는 사람도 이렇게 생각한다고 나온다.
기본적으로 아래에 소개된 등장인물들은 모두 역사상 실존했던 인물로 밝혀져 있지만,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문학적 허구가 상당히 가미되어 있는 일이 많다.
문예 관련 정보
초판본 표지
[image]
왼쪽부터 헤스터 프린, 아서 딤스데일, 펄. 오른쪽 뒤편에 숨은 노인이 로저 칠링워스.[1]
1. 개요
미국의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소설로 1850년에 발표되었다. 작가가 개발한 특유의 장르인 '로맨스'[3] 가운데 하나로서, 그의 소설들 중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2. 작품의 한국 유입/번역에 대하여
2.1. 제목의 오역
<The Scarlet Letter>가 원제인 이 소설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주홍글씨>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호손 연구가로서 <주홍 글자>를 번역한 김지원은 '주홍글씨'라는 제목의 시초를 최재서의 번역본(1953)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제목은 영문학계와 번역계에서 오랫동안 지적되고 있는 오역의 대표적인 사례들 가운데 하나이다.
<주홍글씨>가 오역으로 지적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글씨란 일반적으로 한자말 '필체(筆體)'에 상응되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작품의 'Scarlet Letter'는 주인공 헤스터 프린이 간통죄에 대한 벌로서 가슴에 달게 된 글자 A의 장식을 일컫는 말로 특정 글씨체가 아닌 문자 자체를 의미한다. 여기서 A는 영어로 간통죄를 뜻하는 Adultery다. 그렇기 때문에 제목 <The Scarlet Letter>는 고정된 형태를 지니지도 상징이 되지도 못하는 '필적'을 가리키는 '주홍글씨'보다는 고정된 형체를 지녔고 상징이 될 수 있으며 또한 작품 중에서도 중요한 상징으로서 기능하는 '주홍 글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해서 '글씨'라는 단어를 잘못 썼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4] 다만 일반적으로 글씨라는 단어는 문자보다는 필체를 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홍 글자라고 쓰는 편이 더 오해의 소지를 줄인다고 볼 수 있다. 근래에는 점차 <주홍 글자>를 제목으로 채택한 번역본들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김욱동이 번역한 민음사의 번역본, 김지원·한혜경[5] 이 번역한 펭귄클래식코리아의 번역본 등을 시작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2.2. 서문 <세관>의 미번역
또한 한국에서는 희한하게도, 오랫동안 작가가 서문으로서 집필한 <세관(The Custom House)>이라는 글이 번역되지 않은 채로 번역본이 출판되었다. 한 꼭지의 글로서는 분량이 긴 편이라는 것과, 이 글이 소설 본편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분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작가의 판단에 따라 정식으로 출판본에 실린 글을 제외하고 번역본을 출판하는 이 관행은, 적어도 한 작품의 출판과 관련하여 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라도 (특히) 영문학계의 오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민음사는 번역이 되었으니 그걸 보자.
3. 작품의 구성
3.1. 서문 <세관>
호손은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Salem)의 세관(Custom House)에서 세관원으로 근무하다 정권이 바뀌는 바람에 해고를 당한다. 이 일을 계기로 세관에서 일하던 당시의 경험과 당시 세태에 대한 풍자를 담은 장편의 에세이[6] 를 집필하였고, 따라서 그 제목도 <세관>이 되었다.
본문 중에 <주홍 글자>를 집필하게 된 계기[7] 가 짧게나마 언급되어 있고, 덧붙여 작품이 집필되던 무렵의 시대상과 작가의 가치관 등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호손과 <주홍 글자>와 관련하여 영문학계에서 중요한 텍스트로 취급되고 있다.
에세이 <세관>과 관련하여, 에세이가 세일럼 주민을 풍자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바람에, 에세이가 발표된 뒤, 작가가 어쩔 수 없이 세일럼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일화가 있다.
사실 작가가 세일럼 주민들을 풍자할 의도는 없었더라도 그렇게 오해할 이유는 충분했다. 본래 호손은 세일럼을 비롯한 북미 지역 청교도들의 위선적인 면모를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게다가 세일럼은 그 악명높은 세일럼 마녀 재판이 벌어진 곳인데, 하필이면 호손의 조상이 바로 그 마녀 재판의 판결을 내린 판사 중 1명이었다. 그리고 이 마녀 재판은 청교도들의 광신과 위선이 결합해서 생겨난 일이다. 이러니 호손이 세일럼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을 집필한 뒤 세일럼 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건 당연한 일이다.
3.2. 소설 본편
총 24개의 장(Chapter)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플롯은 대체로 전통적인 비극의 구성을 충실히 따르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구체적인 구성에 대해서는 비평가마다 입장이 분분하다. 작품의 맨 첫 장(제 1장)과 맨 마지막 장(제 24장)에 찔레꽃 덤불이 등장하고(수미상응), 작품의 초두(제 2장), 중반(제 12장), 말미(제 23장)에 단두대가 등장하는 등, '균형감 있는' 구성을 보인다는 것이 주요한 특징들 가운데 하나이다.
4. 줄거리
소설의 서술은 목조 감옥 건물과 잡초가 어지럽게 자라난 감옥 앞 광장의 정경(情景)에 대비해 감옥 현관문 계단 옆에 자라나 있는 찔레꽃[8] 덤불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헤스터 프린은 간통을 저질러 사생아를 낳은 죄로 사생아 펄을 안고 감옥 앞 광장에서 보스턴 주민의 모욕과 조롱을 견딘다.[9] 매사추세츠 주의 고위인사들은 헤스터에게 공범자의 이름을 밝힐 것을 요구하지만[10] , 헤스터는 끝까지 함구한다. 헤스터의 형벌을 지켜보는 군중들 속에 얼굴이 검고 어깨가 기형적으로 내려간 늙은 의사 한 사람이 끼어 있었다. 그가 바로 헤스터의 전 남편으로[11] , 오래지 않아 벌을 받고 있는 여자가 헤스터임을 알아보고, 헤스터도 그를 알아본다.
형벌이 끝나 감옥으로 돌아온 뒤 헤스터가 신경과민을 얻게 되자 의사인 헤스터의 전 남편은 헤스터를 치료하게 되고, 이를 기회로 헤스터와 면담을 하였다. 이 면담을 통하여 그는 헤스터가 자기에게도 정부(情夫)를 밝히지 않는 만큼, 헤스터에게도 아무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말 것을 명령한다. 헤스터는 이를 수용하고, 의사는 그 이후로 로저 칠링워스라는 가명[12][13]칠링워스 이름 역사을 쓰며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형기를 마친 헤스터는 교외 바닷가의 외딴 오두막집에 살면서 특기인 바느질과 자수로 생계를 이어나갔다.[14]
딸 펄은 자신을 닮아 외모가 아름다웠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비뚤어지고 이상한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이에 펄이 '정상적인 교인'으로서 자라나지 못할 것을 '걱정한' 벨링엄 지사가 펄을 헤스터에게서 떼어내어 교육시키려고 하자, 헤스터는 마침 벨링엄의 집에 배달해야 할 물건이 있기도 했지만 이에 항의하기 위하여 딸을 데리고 그의 저택을 찾아간다. 다행히도 딤스데일이 헤스터의 편을 들어 준 덕분에, 그는 딸과 헤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한편 그 자리에 칠링워스도 있었다.
칠링워스는 딤스데일의 신경쇠약을 치료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그에게 접근하였다. 그러던 끝에 그는 끝내, 딤스데일이 헤스터의 정부라는 사실을 알아내게 된다. 한편 7년의 세월이 흐른 뒤, 죄의식에서 나온 양심의 가책과 칠링워스의 '비밀스러운 압력'에 못 이긴 딤스데일은, 헤스터가 공개 수치(羞恥)를 당한 교수대에서 밤샘기도를 드리게 된다. 그러던 도중에 우연히 지나가던 헤스터 모녀를 만난 딤스데일은, 잠시 동안 이들과 함께 교수대에 서 있는다. 이 광경을 칠링워스가 어둠 속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헤스터는 그 처벌 이후 지금까지 몸가짐을 조심히 하고 많은 선행을 베풀었고, 그러면서 동네 사람들의 그에 대한 평판도 점차 개선되었다. 또한 그의 가슴에 단 주홍빛 A 글자 장식의 의미에 대한 해석 또한 adultery(간통) 또는 adultress(간통을 저지른 여인)에서 able(유능함)이나 angel(천사) 따위로 변화하였다. 한편 7년 동안 딤스데일이 많이 쇠약해진 것을 확인한 헤스터는 칠링워스에게 그를 용서할 것을 간청했으나 거절당한다.
결국 딤스데일에게 비밀을 폭로할 것을 결심한 헤스터는 숲 속에서 그를 만나 칠링워스가 자신의 전 남편임을 폭로한다. 딤스데일은 잠시 헤스터를 책망하지만 곧바로 용서하였고, 열렬히 포옹하며 오래간만에 저희들의 사랑을 재확인한다. 헤스터는 딤스데일에게 보스턴의 생활을 청산하고 유럽에서 새 삶을 살기를 제안하고, 목사도 이에 호응해 잠시 동안의 해방감에 젖어 본다.[15] 한편 이 도중에, 헤스터가 가슴에 달던 주홍 글자 장식을 떼어 버리고 모자를 벗어 머리를 풀어헤치자, 펄이 헤스터를 멀리하는 일이 있었다.
헤스터와 '새 출발'을 하기로 약속하고 숲을 나온 뒤, 딤스데일은 지금까지는 겪은 바 없는 불경한 상상에 시달린다. 한편 얼마 남지 않은 새 뉴잉글랜드 지사를 선임하는 축제일에 딤스데일이 설교를 하도록 되어 있었으므로, 두 사람이 '새 출발'을 하기 위해 배를 타는 것은 그 다음으로 하고, 그 일정에 맞추어 선실을 예약해 두었다. 그러나 칠링워스가 어느새 이들의 계획을 알아채 이들과 한 배를 탈 차비를 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축제일에 설교를 마친 뒤, 딤스데일은 헤스터와 펄을 목격하고는, 이들을 불러내 자신이 이 고통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하며 손을 잡고 단죄대 위로 올라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쓰러진다. 직후 헤스터와 펄에게 천국에서의 기약과 작별 인사를 고한 뒤 기력이 다하여 숨을 거둔다. 칠링워스는 딤스데일의 고백을 필사적으로 저지하였으나 위에서 말한대로 실패, 직후 '''날 벗어나 달아나버렸어!'''라고 외치며 맥없이 좌절한다. 그렇게 복수의 대상을 잃고 상심한 그는 급격히 몸이 쇠약해져서 며칠 뒤 숨을 거두고, 유언으로 펄에게 막대한 재산을 남긴다.[16] 헤스터 모녀는 칠링워스의 유산을 받고 오래지 않아 영국으로 건너간다.
한편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 헤스터가 다시 바닷가의 오두막집으로 돌아온다. 이 집에 살면서 그는 전처럼 주홍빛 글자 장식을 달며, 불행한 여자들의 고통을 덜어 주는 일에 헌신한다. 펄은 유럽에서 지체 높은 사람과 결혼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시 세월이 흘러 헤스터가 세상을 떠나고, 딤스데일의 묘지와 약간 거리를 두어 나란히 묻힌다. 대신에 하나의 묘비가 두 무덤을 위하여 공용으로 세워졌다. 그것은 바로, 검은 바탕에 붉은 A 글자를 새긴 묘비였다.
5. 등장인물
5.1. 주요 등장인물
5.1.1. 헤스터 프린(Hester Prynne)
본작의 주인공[17] 으로, 몰락한 영국 귀족 가문의 딸이며, 결혼 전 성은 언급이 없다.[18]
금전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되는 모종의 이유로 칠링워스와 아마도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가문이 몰락한 귀족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빼박 금전 문제일듯.
한동안 칠링워스와 함께 암스테르담에 체류하다가 남편의 계획에 따라 먼저 뉴잉글랜드로 건너왔고, 아무리 기다려도[19] 남편이 따라오지 않자, 동네 목사인 딤스데일과 연애한 끝에 사생아인 펄을 낳는다.
주홍색 'A' 자를 평생 가슴에 붙이고 다니는 처벌을 받은 이후로 몸가짐을 조심히 하고 선행을 베푸는 데에 매진함으로써, 점차 동네 사람들의 평판 또한 개선된다. 그래서 펄이 7살쯤 되자 헤스터를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졌을 정도.
결말에서 딤스데일이 죽은 후에는 펄과 함께 영국으로 떠났다가, 몇십 년 뒤 노인이 되어서 다시 보스턴에 돌아왔다. 그 후 혼자서 조용히 살다 세상을 떠난 뒤에는 딤스데일 옆에 묻히게 되었다.
5.1.2. 아서 딤스데일(Arthur Dimmesdale)
신망받는 보스턴의 목사이자, 펄의 친부이다. 옥스퍼드 대학교[20] 에서 수학한 뒤 뉴잉글랜드로 건너와 목사가 되었다.
작중에서는 이마가 넓은 수려한 외모를 지닌 것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또한 헤스터와 함께 저지른 죄의 영향으로 심약하며 잘 놀라는 성격으로 묘사되어 있다.
헤스터가 본작의 초반부터 죄가 드러나 처벌을 받은 데에 비하여, 줄곧 죄를 밝히지 못하다가 23장에 가서야 이를 고백하는 점에서 헤스터와 대조된다. 그리고 그 직후 바로 죽어버려서, 어찌보면 죽음으로 처벌을 회피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21] 그러나 칠링워스의 방식에 맞서서 딤스데일이 마냥 숨기만 하다 죽은게 아니라 스스로의 잘못을 공개적 장소에서 털어놓고, 펄을 친딸로 인정한 것을 들어 딤스데일이 선(善)을 이루었다고 보는 평가도 있다.
헤스터나 칠링워스가 제법 동정을 받는 평가도 있는데 반해,[22] 이쪽은 주로 까인다. 다만 나름 옹호해주는 평가도 있다. 반대로 그가 신망받는 목사인데 정작 간통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청교도 사회의 허실을 까발리는 존재라 보는 평도 있다.
5.1.3. 로저 칠링워스(Roger Chillingworth)[23]
학식 있는 의사로서 본디부터 싹싹한 성격은 아니었으나,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간통해 처벌받는 장면을 목격하고 난 뒤로는, 그 공범자를 찾아내 비밀스럽게 복수하는 데에 혈안이 된다. 일종의 복수귀로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헤스터가 간통했다는 사실을 동네방네 퍼뜨리거나, 이들을 대놓고 못살게 굴거나, 또는 이들을 보스턴에서 쫓아내 버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헤스터의 정부(情夫)를 찾아내 그에게만 비밀스럽게 복수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복수귀'와는 확연히 거리가 있다. 그가 이러한 방식의 복수를 한 이유는 자신이 헤스터의 남편인 것을 수치스러워 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칠링워스와 재회한 헤스터는 그가 자신과 펄을 해칠까 두려워하지만, 헤스터는 이미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24] 펄은 처음부터 죄가 없으니 두 모녀에게 보복을 할 일은 없다고 냉정한 어조로 설명한다. 치료를 위해 감옥을 찾은 칠링워스가 아기인 펄에게 주라며 약을 주자 아기를 죽이라는 거냐고 경악했지만[25] '''"무슨 소리! 그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죽이겠소? 내가 의사로서 사람을 약먹여 죽일 것 같소?"'''라며 그건 단순한 해열제라고 설명한다. 이에 의심을 가지면서도 헤스터가 약을 먹이자 약이 잘 들어 울면서 열을 내던 펄은 조용히 잠들었다. 마음놓는 헤스터에게 그 아이에게 일절 해를 가하지 않을테니 대체 당신을 유혹한 자가 누군지 말해달라고 하지만 끝내 듣지못한다.[26]
헤스터에게 마땅히 정이 없고[27] 악역같은 모습을 보여주나 어찌보면 이 사람도 원주민에게 2년동안 잡혀 산 대가로 아내의 간통이라는, 생각치도 못한 데서 뒤통수를 맞게 된 간통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즉 가해자가 된 피해자. 물론 복수 방식이 은밀하고 비열하긴 했지만 관점에 따라 동정하는 독자들도 있기는 있다. 주인공 보정 없는 몽테크리스토 백작 같은 느낌.
사실 복수귀가 되기 전의 칠링워스는 헤스터에게 있어 깊은 애정을 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학대하는 나쁜 남편이었다는 묘사도 없기는 하다. 가정을 떠났던 것도 그의 의도가 아니라 납치를 당해 겨우 돌아온 것이었고, 돌아와 보니 아내가 자신을 배반했던 것인 만큼 그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충분히 동정받을 여지가 있는 인물이다. 또한 헤스터에게 복수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주홍 글자의 몫이고, 아이인 펄에겐 죄가 없으니 손대지 않겠다고 하는 다소 의외지만 나름 이성적인 면모도 보인다. 그가 직접 손을 쓰려 하는 대상은 간부 딤스데일 목사뿐.
딤스데일 목사가 죽은 후에는 삶의 목표를 잃었는지[28] 오래지 않아 그 역시 죽는데, 이때 헤스터와 딤스데일의 딸인 펄에게 자신의 막대한 유산을 다 물려주는 대인배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29]
종합해보면 일반적인 평면적 악역이 아니라 여러모로 입체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인물로, 주인공측 인물들에게 시련을 준다는 점에서 반동 인물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를 악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5.1.4. 펄(Pearl)
헤스터가 간통으로 낳은 사생아. 외모는 헤스터를 닮아 예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또래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때로는 어머니조차 곤란하게 하는 등 이상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
작중에서 헤스터의 곁에 있으면서, 헤스터에게 그의 죄를 깨닫게 하는 존재로 등장한다.[30] 작중에서는 성이 전혀 언급되지 않아, 딤스데일의 성을 따랐는지, 칠링워스의 성을 따랐는지 전혀 알 수 없다.[31]
23장에서는 딤스데일이 자신의 잘못을 완전히 고백한 뒤로는, 딤스데일의 이마에 키스함으로써 그러한 괴팍한 성정을 떨쳐낸 것으로 묘사된다. 로저 칠링워스가 죽으면서 막대한 재산을 싸그리 받아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으나 이후 그녀에 대한 건 나오지 않는다. 어디론가 이사가서 나중에 헤스터 프린 홀로 마을에 되돌아와서 조용하게 살아가자 사람들은 펄은 어찌되었지? 라고 궁금해했으나 끝끝내 나오지 않는다. 나레이션이 펄이 일찍 병으로 죽었다든지 재산을 노리는 자들에게 시달렸다느니 별별 안좋은 소문도 많았으나 좋은 사내와 만나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어머니를 모시려고 하지만 헤스터가 거절하고 있다는 소문을 소개해주기는 한다.
그 증거로 한적한 헤스터의 집에 종종 배달되어오는 꽤 고급스러운 살림 도구나 별별 물건들이 사람들에게 목격되면서 펄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저런 걸 사줘서 그녀에게 보내주는 거겠냐? 라고 소문이 퍼지고 이를 근거로 나중에는 펄이 그래도 행복하게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화자와 아는 관리인 퓨라는 사람도 이렇게 생각한다고 나온다.
5.2. 기타 인물
기본적으로 아래에 소개된 등장인물들은 모두 역사상 실존했던 인물로 밝혀져 있지만,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문학적 허구가 상당히 가미되어 있는 일이 많다.
- 리처드 벨링엄(Richard Bellingham)
- 존 윌슨(John Wilson)
- 앤 히빈스(Ann Hibbins)
- 앤 허친슨(Anne Hutchinson)
- 존 윈스럽(John Winthrop)
6. 관련 항목
문예 관련 정보
[1] 제12장 <목사의 밤샘기도(The Minister's Vigil)> 후반부의,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헤스터 프린이 교수대 앞에서 밤샘기도를 드리던 아서 딤스데일을 만나는 장면을 그렸다. T. H. 매터슨의 1860년 작[2] 위에서도 말했듯 가명이다. 본명은 알 수 없으나 성이 프린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은 가능.[3] 그는 이 장르로 크게 4개의 작품을 남겼으며, 그 4대 로맨스란 이 항목에서 다룰 <주홍 글자>를 비롯하여, 그 이후에 발표된 <일곱 박공의 집(The House of the Seven Gables, 1851)>, <블라이드데일 로맨스(Blithedale Romance, 1852)>, <대리석의 목양신(The Marble Faun)>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주홍 글자>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덜 유명했던 탓에, 최근에야 번역본이 하나둘씩 출판되기 시작했다.[4] '글씨'도 글자라는 뜻으로 쓰일 수 있다. 리포그램 항목을 보면 알 수 있다. [5] 두 분은 모두 호손 연구가로서, 부부 사이이기도 하다.[6] 일반적인 번역본을 기준으로 분량이 50~60쪽이나 된다![7] 세관의 창고 방에서 선임관이 남긴 문서를 조사하다가 우연히 주홍빛 A 글자 장식을 목격하게 됐다는 것이 골자인데, 그러나 <주홍 글자>의 집필과 관련하여 작가가 17세기 뉴잉글랜드 식민지의 역사에 대해 충분한 조사를 하였음은 사실로 보인다. 작중에 등장하는 중요한 모티브들이 이러한 사료(史料)나, 작가의 전작(前作)에 간간이 등장하고 있음이, 후대의 비평가·학자의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다.[8] wild-rose. 흔히 '들장미'라고 번역된다. 작중에서는 꽃이 연분홍색인 것으로 묘사되므로, 실제로는 찔레꽃의 사촌뻘인 인가목(찔레꽃과 거의 비슷하게 생겼으되, 꽃 색만 분홍색이다.)으로 생각하면 맞을 듯하다.[9] 본디 청교도 사회의 규범에 따르면 얄짤없이 사형이었으나, 남편이 항해 중에 조난당해 객사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감형해 준 것이다.[10] 이 과정에서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서 딤스데일 목사를 시켜 그를 설득하게 한다.[11] 헤스터를 먼저 떠나보내고 뒤이어 바다를 건너왔으나, 원주민들의 포로가 되는 바람에 한 동안 의사 노릇을 하다가 보석금을 주고 풀려난 것이다.[12] chilling + worth니 "냉혹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정도의 의미가 된다.[13] 어떤 인터넷 자료에 따르면 killingworth 또는 shillingworth 와 함께 파생되었다고 본다.[14] 헤스터의 솜씨가 뛰어나 곳곳에서 일은 많았지만, 단 한번도 종교 관련 옷을 짓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작중에서는 이런 부분에서 그녀의 죄가 백안시당하고 있었다고 서술한다. [15] 이 과정에서 헤스터는 매우 적극적인 반면에, 딤스데일 목사는 몹시 소극적이며, 심지어는 헤스터에게 의지하는 모습까지 보인다.[16] 벨링엄 지사와 윌슨 목사가 그 유언의 집행인이 된다.[17] 헤스터가 주인공이라는 것이 비평가·학자들의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헨리 제임스를 중심으로 한 일부는 딤스데일을 주인공으로 보고 있다.[18] 프린을 결혼 후의 성으로 추측하는 것은, 헤스터가 보스턴으로 건너온 것이 로저 칠링워스와 결혼한 다음이기 때문이다.[19] 말은 그렇게 하지만 칠링워스는 실은 헤스터가 보스턴에 도착한 지 2년만에 원주민들에게서 풀려나 보스턴으로 떠나온다. 다만 원래부터 정 없는 사람과의 결혼이었다는 점과 기다리는 사람의 입장도 고려해보면 2년도 충분히 긴 시간이었을 수도 있고, 또는 정 안 붙었던 남편이 사라지니까 이 때다 하고 딤스데일과 연애했을 수도 있다. 관점에 따라 변호해줄 여지는 있지만, 어쨌든 남편과 이혼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간통을 한 건 분명히 자신의 잘못이 맞다.[20] 본문 중에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학계의 연구에 따라 그가 이 대학을 나왔으리라고 짐작되고 있다. 한편 교리적으로는 칼뱅파일 것이라고 학계는 추측한다.[21] 물론 이쪽도 칠링워스에게 제법 은밀하게 괴롭힘을 당하긴 했지만, 헤스터처럼 본인의 죄 때문에 공개적으로 탈탈 털리는 꼴이나 평생 죄인으로 낙인찍혀 사는 꼴은 당하지도 않았다...[22] 헤스터는 혼자서만 간통범으로 몰려서 딤스데일에게도 가야할 비판까지 본인이 다 덮어쓰고 독박을 맞는 처지였고, 칠링워스는 간통 피해자였기 때문에 간통 가해자 중 하나인 딤스데일을 갈구는데 일리가 있어보이기 때문.[23] 위에서도 말했듯 가명이다. 본명은 알 수 없으나 성이 프린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은 가능.[24] 실제로 헤스터는 간통을 저지른 죄인임을 의미하는 주홍 글자의 낙인이 옷에 찍혀, 어딜 가든 사람들이 그녀가 저지른 짓을 알아볼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녀가 이 건으로 고생하는 것도 봤으니 자기가 더 건드릴 필요도 없다 생각했던 듯.[25] 헤스터 본인은 일단 칠링워스가 자기에게 원한이 있을 것이고, 사생아인 펄에게도 좋지 못한 감정이 있어서 지레짐작으로 칠링워스가 펄을 해치려 한다고 간주한 듯. 달리 보면 도둑이 제 발 저리는 장면이라고 볼 수도 있다. 헤스터가 칠링워스에게 원한 살 짓을 하나도 안 했다면 '''의사가 아이 진찰하러 오는데 애 죽일 독약 먹인다고 겁먹을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26] 헤스터 입장에선 순순히 진상을 불면 칠링워스가 딤스데일을 공격할까봐 두려워서 입을 다문 듯. 물론 칠링워스는 어느 시점에서 알아차리고 딤스데일을 은밀하고 집요하게 괴롭히는 식으로 보복을 하지만.[27] 헤스터와 결혼 초에도 그닥 정없는 성격이었던 것 같다.[28] 칠링워스는 딤스데일 목사가 죄를 스스로 고백하고 죽자 자기 손으로 그를 범인으로 만들어 처벌을 받게 하거나 완전히 말려죽이지 못한게 아쉬웠는지/분했는지는 몰라도 그가 자기 손을 떠나갔다는 식으로 허탈해하는 반응을 내비쳤다.[29] 칠링워스의 입장에서 보면 펄은 (그가 이 아이를 건드리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미운 간부와 간통한 아내의 사생아이니 예뻐할 이유도, 유산을 남길 이유도, 대인배의 태도로 이 아이를 대할 필요도 전혀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링워스는 펄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겼다는 게 특이한 점.[30] 진홍색 옷을 입고다닌다는 묘사가 있는데, 이는 헉스터의 옷에 달린 간통을 나타내는 글자(A)의 색상과 동일한 색상의 옷이다. 작가가 헤스터의 죄를 인식하게 하는 존재로써 펄을 내세웠기에 이런 묘사가 병행된듯.[31] 사생아다보니 어느 쪽 성을 달기에도 애매해서 풀네임이 공개되지 않았을지도. 헤스터 혼자서 키우고 있으니 '프린'일 가능성이 그나마 높긴 하다.[32] 실제 역사에서는 친구의 약혼자도 빼앗아 결혼하는 등 꽤나 막장짓을 하고 다녔다. 다만 뉴잉글랜드 지사를 지낸 것은 사실인데, 그 시기는 정사(正史)와 약간 다르게 조정되어 있다. 아래의 존 윈스럽과 더불어 문학적 허용의 사례로 볼 수 있다.[33] 논란이 있지만 정사(正史)에서는 거의 정설로 간주된다. 두 번 결혼하면서 성이 두 번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