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그램
1. 개요
Lipogram. 고대 그리스어 ‘λειπογράμματος’(leipogrammatos)로부터 비롯되었으며 그 뜻은 '배제된 글씨'. '통제된 글쓰기(constrained writing)'로 대표되는 언어유희로써, 특정 글씨를 일부러 배제시켜서 글을 쓰는 형태를 말한다.
글로 쓰일 수 있는 언어체계의 대부분에서 어떻게든 구현할 수 있음에도, 중국어로 구현하는 건 그 특유의 특성 때문에 훨씬 어려우며,[1] 그럼에도 주음부호 이용, 빈번히 쓰는 부수를 빼는 식으로 중국어에서도 그러한 시도가 존재한다.
2. 어려움
제대로 된 리포그램으로 서술하기 위해서는 보통 자주 쓰이는 글자를 빼는데, 그런 단어의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리포그램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영어로 리포그램을 할 경우 사용 빈도가 매우 낮은 Q나 X, Z를 빼고 글을 쓰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런데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E를 빼고 글을 쓰려면?''' 'be', 'are', ‘he’, ‘she’, ‘the’, ‘-es’, ‘-ed’ 등을 전혀 쓸 수 없으니 글쓰기의 난도가 상당히 높다. [2]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다. KBS의 스펀지 123회에서도 소개된 미국 출신 작가 Ernest Vincent Wright는‘e’ 없이 5만자가 넘는 소설을 썼다. 표지에도 작가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e가 들어가 있지 않다. 구체적인 내용은 문서 E를 참조. 영어와 마찬가지로 'e'가 많이 사용되는 프랑스어[3] 소설 'la disparition', 그리고 제임스 트루버의 소설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한국어로도 리포그램이 되며, 예를 들어 한국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음운인 ‘ㅇ’[4] 을 뺀 글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이는 국어 조사로 많이 쓰이는 ‘은’, ‘이’, ‘을’, '에' 없이 글을 써야 하며, 초성·중성·종성의 구분이 있는 한글의 특성상 초성 뿐만 아니라 종성에도 'ㅇ'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당장 이 한 문장에서만도 ‘'''ㅇ’이 몇 번 쓰였는지'''를 세어 보면 리포그램이 어느 정도로 어려운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의 경우는 자음이 아니라 모음을 제거하기도 하며, 리포그램에서는 이 쪽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결국 제대로 된 리포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높은 사용빈도수의 단어를 빼게 되는데, 높은 빈도수를 보이는 단어가 빠질 경우 글은 매우 부자연스러워지며 문법적으로도 글을 성립시키기 어려워지며,[5] 또한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부족해진다는 점이 또 리포그램을 어렵게 만드는 예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e의 빈도는 대충 16.7%#로 e 없이 구성된 불어 어휘의 수는 전체의 20%를 넘지 못해#, 10개의 어휘로 구성된 리포그램문을 지을 경우 그중 8개는 e 없는 단어로 고쳐 써야 한다.
이외에도 리포그램으로 글을 쓸 때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머리를 미치도록 굴려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 만들어 낸 리포그램 문에서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글을 다듬는 것이 좋은 리포그램문의 조건이다.
3. 서러운 취급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른 언어유희에 비해서 무시되는 경향이 있는데, '글의 내용이 재미없거나', '글의 내용보다는 리포그램에 집중하거나', '글이 리포그램임을 눈치채지 못해서' 이 세 가지 이유를 댈 수 있다.
제대로 된 리포그램문은 충분히 길어야 하기 때문에[6] 리포그램이 적용되어 있는 글은 적어도 대여섯 줄 혹은 1페이지, 수백 매 정도다. 그래서 리포그램문(文)은 거의 대부분 필연적으로 소설 또는 수필의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곧 '''글을 쓸 때 리포그램 규칙을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소설, 혹은 수필로서의 문학성 역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써 리포그램으로 썼는데 얘깃거리도 없고, 재미도 없으면 언어유희가 의미가 없다. 작가의 역량이 모자라면 리포그램만을 위한 리포그램이 되어버린다.
반대로 리포그램문의 완성도가 너무 뛰어나도 문제가 된다. 리포그램 자체의 임팩트 때문에 글의 내용이 묻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포그램이 적용된 소설 '개즈비'의 지명도는 'e 없이 쓰인 긴 소설' 정도고, 정작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나 줄거리를 아는 사람은 매우 적다.[7]
마지막으로는 리포그램 자체가 제대로 만들어졌을 경우 인식하기 매우 어려운 언어유희라는 점이다. 때문에 어떤 글의 경우는 작가가 언급하기 전까지는 글이 리포그램임을 전혀 모를 수도 있다. 여보게 저기 저게 보여, She sells seashells on the seashore, '''싀싀싀싀싀''' 등의 언어유희는 그 특징이 비교적 두드러지는 것에 비해 리포그램은 애초에 특정 요소의 ‘결핍’이 특성이므로 보통 즉시 눈치를 챌 수 없으며,[8] 오히려 좋은 리포그램일수록 언어유희를 알아채기 어려워야 한다.
4. 방법
4.1. 난이도
한국어로 리포그램을 만든다면 자음 중에는 '''ㅇ'''이 가장 난도가 높다. '''ㅅ'''도 난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모음 중에서는 '''ㅏ'''가 가장 난도가 높다. 당장 평서문을 쓸 수 없으니...
영어로 리포그램을 만들 것이라면 단언컨대 '''E'''를 빼는 것이 가장 어려운 단계다.[9] 그 외에도 자주 나오는 글자인 T, S, A 등을 빼는 것도 매우 어려운 작업.
4.2. 유의어 사용
사용해야 하는 특정 단어를 리포그램으로 인해 쓰지 못하게 된다면 뜻을 최대한 맞춰서 다른 단어로 대체해야 한다. 따라서 유의어를 많이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 다음은 그 예시다.
이응에 대한 리포그램
~하는 '''것을 좋아하다''' → ~하는 '''걸 즐겨하다'''[10]
4.3. 말투 변경
모음에 대한 리포그램일 때에 더욱 돋보이는 방법. 한국어에는 수많은 말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리포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음은 그 예시다.
모음 'ㅏ'에 대한 리포그램
'''나는''' ~을 '''한다''' → '''저는''' ~을 '''해요'''[11]
5. 예시
5.1. 한국어
- 배명훈의 단편 SF 소설 《Smart D》에서는 소설의 특정 기업이 D, 그리고 ㄷ의 권리를 독점 중이어서 D나 ㄷ을 쓸 때마다 개인 및 기업이 요금을 내는 설정 때문에 일부 내용에 D, ㄷ을 쓰지 않은 리포그램이 있다.
- 기역이 없는 리포그램의 예시
위키에서 무슨 말장난을 찾으려 하나
왜 하필 이 문서로 왔나
회문 따위의 좋은 언어 유희도 많은데
알트와 화살표를 눌러 다른 문서를 찾아보아라
나는 회문을 추천한다.
얻으려는 "무엇"이 있어서...
눈썰미 좋은 사람은
이 문단만 보면
일의 전말을 알아채
위에서 말한 행동을
실천하였을 터
눈치를 못 챘다면
컨트롤 에프를 눌러
훈민정음의 첫 자음이
몇 번 나왔는지 세 보자
저 방법으로도 못 한다면
두 눈을 활용해 일일히 세 보자
나는 눈을 비벼봐도 안 보인다.
나는 찾지 못했지만, 당신은 찾았나?
"예" 라는 대답을 했다면
음...할 수 없지.
- 짧고 쉬운 리포그램의 예시.
- 시옷이 없는 리포그램의 예시
간단하지만 깊이는 너무나도 깊은 말장난을 찾아 온 자여
이 글이 그대의 탐구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기쁨을 누리리라
글에 녹아든 말장난이 뭔지 궁금한가?
조금만 인내를 가지고 글을 끝까지 읽어보게나
언어유희를 즐기는 몇몇은
지금 이 글의 존재 이유를 깨달을 터
만약 모른다 하더라도
본인은 친절히 가르쳐줄 마음이 넘쳐난다네
이 글에 담겨진 놀라운 점을
이제는 밝힐 예정이라네
그 놀라운 점은 이 글 안에 어떤 중요한 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라네
읽는 중인 그대는 깨달은 자인가? 아니면 그 반대에 가까운 자인가?
한글의 일곱 번째 자음은 이 글의 단어들 중에서 찾아지지 않을 걸
그대는 이미 깨달았는가?
그대가 지을 표정이 기대되네
어쩌면 아무런 표정을 얼굴에 나타내지 않을지 모르고
놀랍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음을 알게 되어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이들도 몇몇 보이네
괜찮네
그저 글을 읽어주어서 고마울 따름이네
- 이응이 없는 리포그램의 예시
이렇게 보듯이 많이 쓰이는 이응의 리포그램도 만들 수 있다.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다. 조금만 머리를 싸매고 생각하면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나오기 마련이며, 설사 모르겠다면 유의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첫번째로 말하자면 제가 쓴 걸 봐주시고 계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글쓰기를 하면서 한계를 만난 듯합니다
자주 쓰는 글자를 빼고 글쓰기를 한다면 무조건, 그리고 너무나도 힘들고 지치게 됩니다
괴롭고 제 뇌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걸 그 자리서 바로 느끼게 됩니다
스스로를 혹사시키기를 별로 달갑게 보지 못하시는 분들,
절대로 시도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벌써 간파하신 분들께는 감사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제 노력, 간취해주신다면[12]
더 감사하죠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하는데
설마, 혹시 지금도 모르시는 분 계시다면
친절하게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가나다라...하나씩 세보시다 보면 제가 지금까지 쓰지 못한 글자가 뵈실 겁니다
카? 바로 써버렸습니다
나머지, 지금까지 드러나지 못한 무대 뒤 글자가 하나 존재합니다
그 글자를 발견한다면 그 글자 또한 기뻐할 듯 합니다
말하지 못해서 '그 글자'라고 표현하니
마치 해리포터 속 볼드모트 같습니다
눈치 채셨죠?
적절히 끝내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5.2. 중국어
- 의외로 중국에서도 리포그램 소설이 시도된 적이 있는데, 정용(程庸)이 쓴 ‘도요미인’(官窑美人)은 현대 중국어에서 제일 빈번히 쓰이는 ‘的’('표적 적') 을 뺀 원고지 1500 매 정도의 소설. 중국어에서 的을 빼서 생기는 규제는 소유격('~의') 표현, 수식어('~은', '~ㄴ') 표현.
像往常一样,李茗沁早晨起来习惯靠在阳台上,抽一支烟。烟头烧到烟尾,再回到屋内,靠在床头,读闲书。他最近常翻看《红楼梦》。儿女情长他没有多少兴趣,注意点只在家庭摆设。······林黛玉来到荣国府那段文字,他几乎能背出来。林黛玉进入正内室,见到上有赤金九龙青地大匾,下有大紫檀雕螭案,案上搁着三尺多高青绿古铜鼎,一边是錾金彝,一边是玻璃盆,周围两溜十六张楠木圈椅。正内室东边三间耳房内,两边设一对梅花式洋漆小几,左边几上摆着文王鼎,鼎旁匙箸香盒,右边几上摆着汝窑美人觚······。每当读到这些文字,他都要羡慕,汝窑是北宋官窑,要是拍卖,起码一个亿,顶级文物竟然用来插花,这种境界大约就是物我两忘了。插花者自然知道汝窑贵重,却不像通常收藏家那样,对之敬若神明,这表明,拥有者已经超然物外,见出再贵重之物,最终要役于人,而不是人役于物。不过,到了这种境界,大约人也进入了某种虚无状态。李茗沁虽然欣赏这种状态,但这境界可望不可及,非常人所能为。||
새벽에 깨어 노대(露臺)에 기대어 궐련을 피고, 궐련을 전부 태우면 또 실내의 침대에 누워 심심풀이로 책을 읽는 것이 그의 버릇이니, 리밍친이 요즘 훑어보는 책의 이름은 '홍루몽'. 헌데 소설의 속 인물들의 애정놀음에 흥미를 보이는 대신 그는 오히려 오로지 배경에 어떤 진열품들이 있는지에 집중을 기울이고... 임대옥(林黛玉)이 영국부(荣国府)에 오는 대목을 그는 거의 전부 외울 수 있으리. "임대옥이 내실(內室)로 들어오면, 위에는 구리로 된 용들이 그려진 청색 배경의 편액, 밑에는 로즈우드를 새긴 테이블, 테이블 위에는 세 척 높이의 청록색 구리솥, 솥의 옆에는 금을 입힌 그릇 그리고 유리로 된 그릇, 주위에는 두 줄로 늘어진 목재 접이식 교의(交椅) 16개를 볼 수 있고, 내실 동쪽의 익실(翼室)에는, 니스칠이 된 꽃모습의 미니 테이블 두 개, 그 중 왼쪽 테이블 위에는 미니 솥, 수저 등을 넣는 통이 올려져 있고, 오른쪽 테이블 위에는 여요(汝窯) 미인고(美人觚)[13] 를 볼 수 있으니..." 이 부분을 읽을 때면 매번 부러움을 느끼는 리밍친. '여요'는 북송(北宋) 시대에 궁정용 도기들을 굽기 위해 지은 도요(陶窯)로서, 여기서 구워낸 도기들을 경매에 붙이면 최소 1억 위엔은 되겠지. 이런 최고급 문물을 의외로 겨우 꽃꽂이의 용도로 썼는데, 이런 경지는 혼연일체의 경지일지니. 꽃을 꽂은 이도 물론 여요의 보배로움을 인지했을지언정, 여느 수집인들처럼 그것에 대해 신처럼 모시는 행위는 볼 수 없었으니, 이는 이 병의 주인이, 이미 세속적인 것에 초연했음을, 또 보배로운 물건도 결국에는 인(人)에게 쓰이는 것이 필수적이지 인(人)이 물건에게 휘둘리는 것은 그릇됨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리. 이런 경지에 이르면 대개는 허무주의에 들게 될 터이지. 리밍친은 이를 느끼고 싶어도, 이런 경지는 인식은 쉬워도 실제로 이르는 것은 어려워서, 평범한 이는 능히 해낼 수 없는 것이니.||
5.3. 영어
- 위에서도 언급된 어니스트(Ernest Vincent Wright)의 ‘개즈비’(Gadsby). 1939년에 공개되었고 스펀지에서도 소개된 소설.
>이 글은 특이해요. 여러분은 이 글의 특이성을 어느 정도로 신속히 눈치챌 수 있죠? 얼핏 보기에는 너무 평범해서 전혀 그릇된 점이 없어 보이지요. 실은 이 글에 문제는 없어요. 비록 이 글이 꽤 드문 경우이긴 해도요. 연구에 고민을 거듭해도 여러분은 여전히 모를 거예요. 그래도 조금 더 깊이 고민해보면 깨우칠 수 있을지도 모르죠! 힌트 없이 눈치채보세요!
- 유튜버 Andrew Huang은 E를 모두 뺀 채로 랩을 했다. 랩에서 리포그램을 적용하려면 플로우 등이 고려되는 것이 필수적일 텐데⋯.
>1. Yo, without a topic I rock it
>You just can't knock it or box it
>I will not quit or stop and lock lips
>This is a rap song in which no lyrics contain that fifth capital
>Brains and wits magical
>I strain to rip madrigals plain to bits
>Any occasion, I flip scripts
>Birthdays and kids' trips
>Violin gigs, absurd paid shindigs and thursdays
>I win big with wordplay
>I could bring sounds that ring loud
>Just sing out anything that I think about
>How I spray flows
>Your main bro claims dough from days old
>On pink fluffy unicorns dancing on rainbows
>But i'm on top of it, always
>With or without that non-consonant
>I still bring it
>Fans or not, my mom's fond of it
>And you ought to know I just brought this jazz to its limit
>That's right, your total abc's without that fifth glyph is in it
>your total abc's without that fifth glyph is in it, Uh
>
>I'm not using it
>Do you kids miss this fifth stiff glyph?
>I'm not using it, ooh
>
>2. So what do you want to do?
>Look at my lyrics - right in front of you
>Truthfully, with so much scrutiny
>You think I'd goofily put any old symbol in?
>Mad lunacy, you must not watch my stuff usually
>No miscalculations, I rap brutally at any opportunity
>Wow, actually did it!
>Post this track to your pals
>Got a knack for blowing your brains out blaow
>Dictionary nation, vocab's amazing
>Difficulty: asian, and i'm just playing
>Shining bright any night, hit it right, kill a mic
>I'm a mad man with a plan and I spit it tight
>Vividly spilling a million lilting rhythms and synonyms with a divinity in him
>Just winning at anything you might go giving him
>Finishing only with a possibility of pinnacling at infinity
>
>(되풀이)
>I'm not using it
>Do you kids miss this fifth stiff glyph?
>I'm not using it, ooh
5.4. 불어
- 스펀지에서 언급된 소설은 ‘개즈비’뿐이어서 보통 리포그램 소설로는 개즈비를 떠올리는데, 실은 대표적인 리포그램 소설을 꼽으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실험적인 소설을 쓰는 것으로 이름 높은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의 ‘실종’. 불어 소설 ‘실종’(La Disparition)은 ‘개즈비’의 대충 1.6배. 역시 모음 ‘e’ 없이 쓰여 있으며, 심지어 이 소설은 영어, 독일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일본어, 터키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는데, 전부 리포그램이 적용돼 있다. 영어, 독일어, 이태리어, 터키어는 모음 e 없이 쓰이고, 스페인어는 모음 a 없이, 일본어는 모음 い 없이 번역된, 일종의 초월번역. 비교적 여러 언어로 번역되는 것에 비해 여전히 국내 번역이 없는 것을 보면 여전히 국내에서는 번역에 큰 어려움이 있는 듯. 우선 번역의 시도를 위해선 몇백 페이지 정도의 논문을 충분히 읽는 것이 필수적이기에.
5.5. 스페인어
- 스페인 출신 글쓴이인 엔리케 하르디엘 폰셀라(Enrique Jardiel Poncela)는 1926년에서 1927년에 걸쳐 소설들을 펴냈고, 이 소설들은 모음 ‘a’, ‘e’, ‘i’, ‘o’, ‘u’ 없이 쓰였는데, 예를 들어 ‘새 운전수’(El Chófer Nuevo)는 모음 ‘a’ 없이 쓴 소설.
5.6. 일본어
- 일본 출신인 츠츠이 야스타카(筒井康隆)의 소설 ‘어른거리는 그 모습에 립스틱을’(残像に口紅を)은 총 6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챕터를 넘길수록 일본어의 음절 중 어떤 것이 없어지고, 그 음절이 있었던 물체, 혹은 인물도 없어지는 내용. 예를 들어 ‘ぬ’를 없애면 그 음절이 있는 ‘いぬ’(개)도 없어지는 것. 그래서 스토리 진행이 길어질수록 식구도 없어지고 동네도 무너지고, 결국 모든 것이 그 존재를 잃어버리는 것이 끝. 점점 어려운 어휘들이 출현, 그 동시에 글의 구성도 조금씩 일그러지는데, 밑에 있는 내용은 그중 50번째 챕터의 전문.[15]
- 니시오 이신도 2014년 1월에 리포그램 소설 ‘리포그래!’(りぽぐら!)를 냈는데, 일본 내에서는 ‘이건 뭐 연습지를 책으로 펴낸 거니?’ 등의 평이 있을 정도로 니시오 이신의 소설들 중에서는 평점이 별로. 위에서 언급된 츠츠이 선생께서 쓰신 리포그램 소설이 너무 큰 임팩트를 주었던 것도 있고, 읽는 이들이 동일 내용을 5회 읽는 것[17] 이 필수적이도록 소설이 구성된 것이 제일 큰 문제점이었던 것으로 추정.
5.7. 그 외
- 문체에 대해 글을 쓸 때 그 문체로 쓰는 백괴사전의 불문율이 적용되어, Uncyclopedia(미국 버전 백괴)의 Lipogram 문서는 e 없는 리포그램 형식이다. 스페인어 버전 및 일본어 버전에서도 리포그램 형식을 취했다.
6. 유니보컬릭
리포그램에서 더 진보된 버전인 유니보컬릭(Univocalic)은 국어로 옮기면 일모음문(一母音文)인데, 밑의 예문을 보면 수긍이 될 듯. 모음 중 ‘O’ 이외의 것을 배제시킨 예문.
N'''o''' c'''oo'''l m'''o'''ns'''oo'''ns bl'''o'''w s'''o'''ft '''o'''n '''O'''xf'''o'''rd d'''o'''ns, '''O'''rth'''o'''d'''o'''x, j'''o'''g-tr'''o'''t, b'''oo'''k-w'''o'''rm S'''o'''l'''o'''m'''o'''ns.
옥스포드의 교수들에게 부드럽게 부는 시원스런 몬순(계절풍)은 없네, 보수적이며 터벅터벅 걷는 책벌레 솔로몬들이여.
- 리포그램의 예에서 언급된 조르주 페렉은 소설 ‘La Disparition’을 쓸 때 e를 못 쓴 것이 무척 억울했는지, 이후에 별도로 펴낸 소설에서는 e로 도배를 했는데, 제목은 ‘Les Revenentes’. 원래 옳은 표기는 ‘Les Revenantes’인데 e를 뺀 모음이 없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제목을 저렇게 지은 듯.
>
>J’erre près des berges de l’Elster. Elles sentent le genêt et les evergreens. Des gens blêmes, sevrés de mer, pêchent des brèmes et des espèces de flets. Le Père Bennett vend des fèves vertes et des crêpes fermentées; ses semelles sentent le chester. Des ménestrels celtes, c/chevelés et véhéments, cherchent le ré des rebecs et des crécelles. Près des crèches en grève, les fenêtres fermées, cent bébés têtent le nestlé qe tendent des mémés empressées. Des chèvres bèlent. Des merles se perchent près des hêtres élevés. Des sphex éphémères et dentelés déferlent des mélèzes. [...]
>Je descends près des stèles élevées en remember des Frères Stefenssen, lesqels, en même temps membres des sectes Zen et légères flèches de fer des trente-sept cercles qe ces sectes créèrent en Grèce et en Perse.
> - GEORGES PEREC
- 위에 언급된 유튜버 Andrew Huang은 거꾸로 버려뒀던 E로 이루어진 랩을 선보이기도 했음.
>Green emcees never stress me
>fettered, nevertheless, stretch free
>these vexed breed re-test me
>drew keeps the reel fresh, see
>we get brezerk, we beseech herds : keep speech clever
>we get knee-jerk effects
>
>never need reckless reefer when we feed text
>sweet dessert, free verse? the reverse
>reset the screen, get sleeker
>the emcees present retell wretched themes
>"her cheeks tremble when she twerks"
>
>wreck lesser peeps, mess these referees
>then peg these penmen nemeses
>step whenever, G
>better be set, these fleet reflexes steep fevers ten degrees
>serene verses, zen rebel
>flex the deftest, gents revel
>
>precepts, these get meddled
>he's peerless, next level
>heed the verses he begets
>the net's best-kept secret
>
>except jests exceeded
>excel whenever decree's needed
>these excess letters? delete
>extreme speed, he sweeps the bet
>hell, get the cell, check the 3G
>
>where's the next test? tweet me
>these twerps resented the verse when ended
>bend the tenets entrenched, desceneded
>Feel perplexed? stem's expended
>check perec- we get resplendent
>
>better seek betterment
>preservere, set precedents
>embers precede red elements
>exert the self, serve bertheren
>we remember these emblems reverent
>let the creeds be repressed, never represent
>
>reject the essence, the center left
>deserted between neglected tenements
>reperhend the set we keep renewed
>let the present be less skewed
>
>let the feet we step set the meter
>let the seers reflect, redeem deeper
>severe respect where jewels recess
>cheer whenever the scene's left blessed
>we esteem the gentle, revere the selfless
>
>feed the seedless, help the helpless
>we strees between rest
>the extended recesses we get
>we mete tenderless, never bereft
>these letters exed - mere speech cleft
>let the less blessed need less
>these verses the behest
>let the less blessed need less
- 밑의 내용은 한글로 지은 일모음문의 예시.
- 이 곡은 소울컴퍼니의 노래 중에서도 거의 유니보컬릭 수준의 리포그램문이 들어 있는 곡으로, 제리케이의 부분에서 출현.
>착잡한 판단과 발악, 참 같잖다.
>박찰 가하자마자 장악한 낮과 밤,
>장과 막마다 찬란한 날 따라 찬양하라!
7. 기타
- 'ㅏ'는 영어의 'e'에 비교될 정도로 제일 빈번히 쓰이는 모음이다. 밑의 목록은 'ㅏ'를 쓸 수 없음으로 인해서 생기는 대표적인 문제점 및 해결책이므로 'ㅏ'를 배제시켜 리포그램을 작성할 때 참고하면 좋다.
- 문어체를 쓸 수 없다. 문어체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평서형 종결 어미('...다')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음슴체를 종종 볼 수 있거나, 혹은 위에 예시된 몇 번역문처럼 해요체, 해체 등으로 어투를 고쳐서, 혹은 도치법 등으로 글의 구조를 고쳐서 해결한다.
- 부정문(否定文), 특히 의지 부정문을 못 씀. → '못' 부정문, 혹은 '~수 없~' 등의 능력 부정 구문을 대신 써서 부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 역접 등위접속어(하지만, 그러나)를 쓰기 어렵다. 국어에서 역접 등위접속어에 쓰이는 대표적 어휘들은 예외 없이 'ㅏ'를 사용하기 때문. → ‘그런데’, ‘그래도’를 대신 써서 해결한다.[18] 또, 이어진 문구에서 대등적 대조 연결 어미를 쓸 수 없게 됨. → 종속적 연결 어미를 대신 이용.[19]
- 용언#s-1, 그중에서도 어근 및 접미사로 구분되는 용언을 쓰기 어려워짐. 이 때 접미사는 영어의 ‘do’에 대응되는 어휘를 일컬음. → 피동 표현을 쓰든지[20] 용언을 시키는 형태로 변형.[21] 혹은 접미어를 제거해서 해결.[22]
- 종성이 없는 체언 뒤에 주격 토씨를 쓸 수 없고, 영어의 and에 대응되는 토씨인 이음 토씨 역시 쓸 수 없음. → 종성이 있는 이음동의어로 대체, 또는 토씨를 제외시킴으로써 해결. 혹은 주어를 목적격으로 교체.[23] 이음 토씨의 경우 등위접속어휘인 그리고 또는 및을 이용.[24]
- 한국어의 1인칭 주어인 '나'를 쓸 수 없음.[25] 따라서 존댓말을 사용하거나[26] 일인칭으로 서술하지 않는 것도 방법.[27]
- 한글에서 리포그램이 적용됐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아래와 같은 방법이 있다.
- ᄒᆞᆫ글에 이 문서의 내용을 Ctrl+C, Ctrl+V 해서 옮긴 뒤 '검색'(Ctrl+F) 기능에서 '자소 단위 찾기'(Alt+A) 옵션을 이용한다. 또,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 있는 쓰리윙즈 편집기의 '검색' 기능에도 '국문 음소 레벨로'(이것도 명칭이 조금 변형됐으니 이해를) 옵션이 있으므로 그것을 이용해볼 것. 이외의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는 여기로.
- 위에서 제시되었듯 본문 전체를 한영 키를 1회 누른 후 옮긴 뒤 Ctrl+F로 k를 검색해보는 꼼수를 쓸 수도 있는데, 그럴 때 틀리게 입력되는 어휘 없이 옮기기 어려움을 염두에 두면… 한/영 키 시뮬레이터를 대신 쓸 수도 있음.
- 자신이 수정한 부분 내에서의 쉬운 점검법은, 우선 저장부터 한 뒤 수정 기록을 비교해 녹색 부분 위주로 보는 것.
- 이 문서에 직접적인 연결점은 없긴 해도 컴퓨터 게임 넷핵에서 어떤 넷핵러는 키보드 버튼 'P'의 이용 없이 승천을 이뤘는데, 우선 신에게 기도도 불가능하고, 매점에서 돈을 주고 물건을 얻는 것도 불가능하며 결정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부적, 링을 쓸 수 없는 게 골칫거리. Astral Plane에서 거의 필수인 free action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물론 이름 중에 p를 쓰는 게 필수적인 물품의 위시도 불허된다.
- 역시 이 문서에 직접적인 연결점은 없긴 해도 뉴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U를 오른쪽 버튼 입력 없이 깬 경우도 있음. 벽 점프, 2인 플레이, 엉덩이찍기 캔슬 등 별별 기행을 동원해 맵 이동 등 어쩔 수 없는 오른쪽 입력(Meta right presses) 14번을 빼면 실제 게임플레이에서 오른쪽 버튼 입력 0회로 도전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