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读秒(중국) / 秒読み(일본) / Byo-yomi(영어)[1] / Countdown[2] / Overtime[3]
2017년 한국바둑리그에서의 초읽기. 이영구 九단 vs 설현준 三단. 양측 다 마지막 초읽기에 몰려있다.
1. 개요
바둑, 장기, 쇼기 등과 같은 대국형 보드게임에서 둘 중 한 사람의 기본 제한시간이 모두 끝나고 나서 10초나 30초 단위의 추가시간을 주고 이 안에 착수를 두게 하는 것.
2. 제한시간의 종류
과거 일본 바둑은 제한시간이 아예 없었고 상수 쪽이 대국을 속개할지 중단할지 결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씩 두다가 마는 식으로 진행되어 바둑 한 판에 며칠이 걸렸을 때도 있었다. 당시에는 바둑을 스포츠가 아닌 어성기[4] 등 꽤 중요한 의식과 연관짓거나 단지 취미로 여겼기 때문에 제한시간을 고려하지 않았다. 현재는 바둑이 스포츠화 되면서 이에 맞게 모든 기전에 제한시간이 도입되어 있다. 바둑에서 제공되는 제한시간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 기본시간 + 초읽기 - 가장 일반적인 방식. 여기서 기본시간과 초읽기의 길이에 따라 대국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정해진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기본시간이 1시간 이상이면 보통 장고 대국으로 치고, 속기 대국이면 대개 30분 미만의 기본시간을 준다. 초읽기도 생각보다 대국 길이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편으로, 장고는 1분, 속기는 40초 이하의 초읽기를 주는 것이 보통이다.
- 초읽기 - 기본시간 없이 초읽기만 주는 방식. TV 바둑 아시아 선수권대회처럼[5] 속기형 기전에서 주로 쓰였으나 최근에는 속기여도 기본시간 5~10분은 주는 경우가 많아서 최근에는 그다지 자주 보이는 방식은 아니다. 아무리 기본시간이 없어도 주어지는 초읽기가 1분이 넘어가면 대국시간이 상당히 길어지기에 속기로 보기 어려워진다.
- 기본시간 - 초읽기 없이 기본시간만 주는 방식. 바둑에서 이런 기전은 많지 않지만 대표적으로 응씨배가 있다. 응씨배에서는 기본시간 3시간을 다 써버리면 20분의 추가시간과 함께 벌점 2점(2집)이 부여되고 추가시간까지 다 쓰면 다시 벌점과 함께 20분 추가시간을, 만약 이랬는데도 시간을 소진하면 시간패하게 된다. 대부분의 기사들이 기본시간을 포석 단계에서 반 이상 소모하게 되는데[6] , 이 방식을 쓰면 포석단계에서 시간을 많이 소모하면 시간적으로 너무 불리해져서[7] 시간 안배가 매우 중요해진다.
- 피셔 방식 - 체스에서 유래한 방식. 두 대국자에게 길지 않은 기본시간만 주되, 한 번 둘 때마다 자신의 제한시간이 늘어난다. 가령 피셔 +20초 방식에서 남은 시간이 27초일 때 착점을 하면 47초가 된다.
일견 초읽기와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데 시간을 적립해 둘 수 있어 시간공격이 매우 강력해진다는 것과 대국이 언제쯤 끝날지 예측이 쉬워진다는 점이다. 가령 200수만에 대국이 끝난다고 했을 때 기본시간+초읽기면 언제쯤 초읽기에 들어가냐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천차만별로 바뀌지만, 이 방식을 도입하면 1수에 20초씩만 증가하므로 기본시간 + 4000초 정도가 걸린다고 예측할 수 있다. 물론 짧게 끝나서 150수만에 끝나거나 250수가 넘어가는 변수가 있지만 그렇더라도 증가하는 시간이 초읽기보다 훨씬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격차가 적은 편. 대국자 입장에서는 상대가 시간을 쌓을 수 있으므로 상당한 시간 압박을 받게 되지만 방송사나 주최측에서는 선호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3. 설명
초읽기라고 하는 이유는 시간을 맡는 사람이[8] 직접 '하나, 둘, 셋, 넷, 다섯...' 이런 식으로 숫자를 직접 소리내어 읽기 때문.[9] 바둑 두는 입장에서는 바둑에 집중이 안 되기 때문에 은근히 신경쓰인다. 타이젬이나 오로바둑, 한게임바둑 등 인터넷 바둑 게임에서는 실제로 숫자를 읽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종소리나 기계음으로 대체한다.
보통 1회나 3회 정도 초읽기 기회를 준다. 일본의 기전은 5회나 10회까지도 있는 모양이지만, 대한민국은 주로 3회, 중국이나 대만은 1, 2회 정도의 초읽기 기회를 준다. 한국바둑리그에는 제한시간 10분/초읽기 40초 5회[10] 가 제공된다.
초읽기 시간 내에 착수를 하면 기존 사용 시간을 제하고 다시 차감되는 기본 제한시간과 달리 다시 초읽기 시간을 온전히 다 준다. 즉 1분 초읽기라면 다음 착점 기회에 다시 1분을 주는 것. 그러나 초읽기 시간을 넘어가서 착수를 하면 초읽기 한 회가 사라지며, 초읽기까지 모두 써버리면 시간패가 선언된다. 예를 들어 1분에 3번 초읽기 기회라면 '50초 만에 한 수, 40초, 49초, 37초' 등 1분 안에만 두면 무한히 둘 수 있지만, '1분 20초, 1분 10초 한 수 씩' 이라면, 이미 2번 초읽기 기회를 날렸으므로 한 번 더 1분이 지나가면 그대로 패배하게 된다. 물론 한꺼번에 3분이 지나버려도 패배다.
기본 제한시간을 모두 다 쓰고 초읽기로 들어가면 '''"초읽기에 몰렸다"'''라는 말을 쓰며, 초읽기 기회가 한 번 남으면 '''"마지막 초읽기에 몰렸다"'''고 한다. 초읽기라서 제대로 집중도 안 되는데 시간은 부족하고 둬야할 곳은 많다 보니 한 두 번 씩 실수가 나오면서 대역전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한 중요한 상황이라면 과감히 초읽기를 한 회 써버려가며 오래 생각을 하는 전략도 필요하기에 구경하는 사람으로써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이렇기에 초읽기 시간을 최대한 사용하여 시간이 남을 때에는 다른 수의 경우를 수읽기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역으로 "노타임", 즉 상대가 수를 두자마자 바로 두어 상대에게 다시 초읽기의 압박을 빠르게 주는 전략도 존재한다. 이걸 속칭 '''시간 공격'''이라고 하는데, 이세돌, 김지석, 신진서, 최정 네 명이 이 시간공격의 대가로 꼽힌다.
한 명이 초읽기에 몰리고 다른 상대방이 두고 있는 상황에서 쉬는 시간을 요청하면[11] 시간 자체가 멈추는 듯 하다.
4. 기타
샹치와 체스는 스탑워치 방식을 쓰므로 초읽기가 없다. 대신 매 수마다 시간을 추가로 더 주는 피셔방식을 사용한다. 참고로 샹치의 공식 경기의 제한시간은 고작 '''5~6분'''. 한국 장기 공식 경기가 초읽기 30분인 걸 감안해보자.(초읽기 3회 30초) 그래서 샹치는 공격적인 기사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바둑 이외에도 멀티플레이 시스템이 존재하는 턴제 게임에서는 대체로 도입한다. 이게 없으면 플레이타임이 한없이 길어지기 때문.
바둑에서 많이 쓰는 용어이지만, 신문이나 뉴스 등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용어인데, 어떤 중요한 사안이 임박했을 때 '초읽기에 돌입하다'라는 형태로 사용한다. 그러나 바둑을 직접 접한 사람이 아니면 그 원류를 제대로 알기 힘든 단어. 단어 자체가 간단한 합성어이므로 의미를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역으로 그 간단한 의미 때문에 '로켓 발사할 때 그거인가?' 등으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 대마불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1] 일어 발음을 그대로 읽은 것.[2] 번역어로 사용중이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의 영어 동영상에 언급.[3] 같은 매치에서 마이클 레드먼드 九단이 언급[4] 천황 앞에서 바둑을 두는 행사.[5] 제한시간 없이 매수 30초 초읽기, 1분 고려시간 10회.[6] 초심자~중급자들은 국소적인 사활과 전투에서 승부가 판가름나는 경우가 많아 포석을 그냥 넘기지만, 프로에서는 포석 단계의 작전에서 초반의 우위를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경우가 많다.[7] 대표적으로 9회 응씨배 4강에서는 자오천위와 이치리키 료가 각 신진서와 셰커를 상대로 초반에 우위를 잡았지만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중후반에 대역전패를 당했다.[8] 중앙에 앉아있는 계시원[9] '○번째 초읽기입니다'라고 알려주며, 10초 남았을 때부터 읽는다. [10] 장고 대국(제한시간 1시간 or 2시간)의 초읽기는 1분 1회.[11] 화장실에 가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