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
1. 바둑 용어
바둑에서 여러 개의 돌로 이루어진 곤마인 대마는 돌 덩어리가 큰 만큼 여러 방면으로 활로를 모색할 수 있으며, 대마가 잡히는 것은 패배나 다름없기에 기사가 혼신을 다해 살려내려 하므로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 말. 실제 바둑에서 대마가 사활에 걸리더라도 포위하고 있는 주변 돌의 약점이나, 안의 궁도를 넓혀서 사는 게 충분히 가능할 때가 많다.
이 대마를 잡으려면 대마불사라는 말을 깨야 할 정도로 급소를 짚어내어 안형을 깨면서 주변 공간을 없애서 궁도가 커지는 것을 억제하는 등 매우 섬세한 바둑을 두어야 한다.(특히 수순이 매우 중요하다) 대마불사라는 말을 깨는 이쪽 분야에서 가장 유명했던 기사는 일본의 가토 마사오. 기풍 자체가 워낙 전투적이고, 별명이 대마 킬러, 살인청부업자, 저승사자 등으로 불릴 정도니 말 다했다.
초읽기와 마찬가지로 바둑을 직접 접하지 않으면 원류를 모르는 용어 중 하나. 신문에서의 사용 빈도가 줄어든 것도 한몫한다.
2. 바둑 외 용례
대마불사라는 용어는 초읽기처럼 바둑 외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쓰는 용어인데, 주로 경제 용어로 쓰인다. 한국에선 주로 대기업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공적 자금과 특혜를 퍼부어서라도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대마불사론'''이 쓰인다. 30대 재벌의 경우 직원과 협력(하청)업체를 포함해서 워낙에 많은 사람들의 밥줄이 달려 있고, 규모가 거대하기 때문에 한 번 쓰러지면 국가 경제가 휘청일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재벌 총수 일가와 고위 임원들, 그들의 손에 있는 을,병,정들, 무엇보다도 재벌의 영향력(광고와 협찬)하에 있는 제도권 언론들이 앞다투어 들고 나온다. 1997년 외환 위기와 대침체 당시 거의 모든 미디어가 대마불사론으로 뒤덮였다.
영문 위키피디아의 Chaebol(…) 항목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그런 이유로 대마불사는 경영을 잘 하지 못했는데 세금으로 퍼주어 죽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중. 쉽게 말하면 대기업이 많은 직원과 하청업체의 일자리를 인질삼아 문어발 확장이나 무리한 사업을 벌린 뒤 수습 못하고 망할때 이들을 인질로 삼아 '우리가 사라지면 직원들 다 거리에 나 앉음. 어쩔래?'라고 정부를 협박해 결국 공적자금과 특혜을 받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런 대마불사론을 끝까지 외쳐대며 막 나가다 결국 대우그룹을 공중분해시킨 기업인이 바로 김우중이다. 실제 1960년대 부터 대기업들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초법적인 특혜를 퍼부어서 재벌을 살려왔으며, 대표적인게 바로 1972년 '8.3 사채 동결 조치'이다. 재벌들은 수십여년간 이런 방식에 익숙해져서 '어려워지면 정권에서 다 살려주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무조건 빚내서 덩치만 키우다, 그 폐해가 누적되어 한 번에 폭발한 게 바로 1997년 외환위기. 거기다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자신들의 기업을 살리기 위해 기업들마다 국민에게서 받은 금을 받자마자 전량 풀어버렸고, 이는 전세계의 금값을 폭락시키고 결국 국민이 모아서 준 금은 허무하게 날아가버리는 현상까지 생겨버린다.
하지만 원조 농산물을 시장에 판 돈이 국가 예산의 절반을 차지하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산업면에서 성숙해진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데는 어려운 상황에 빠진 기업을 정부가 구하는 조치들이 없었더면 불가능하였다는 면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 용어가 등장한 원인은 과잉투자인데 공식 실업률만 30%였던 시절에 완전고용을 이룩한 것이다.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에는 재벌이라고 안 망하고 그런 거 없다. 물론 상술한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조선업 같은 고용 효과가 큰 산업의 경우에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똥물을 뒤집어쓰는 식으로 어떻게든 피해를 줄이려고 하지만... 개별 기업을 살리고 실업자 양산을 막는 것과 재벌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 외환위기 이후 문어발 확장으로 망해버린 대표적인 재벌그룹으로 STX가 있는데, 개별 기업에 관해서는 어떻게든 살려내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기업집단 자체는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기존의 총수가 경영권을 잃은 것은 당연지사. 그 외에도 웅진그룹, 동부그룹, 동양그룹, 오리온그룹 등이 해체되거나 계열사 수가 축소되는 결말을 맞았다.
한국 외에도 대마가 죽는 경우도 의외로 있다. 대표적으로 월드컴, 엔론 등이 있고 최악의 사태로는 대침체를 불러온 리먼 브라더스가 있다. 대마도 내실이 있어야 살리는 법이지 분식회계 등으로 인해 내실 없는 대마는 살리려 해봐야 다른데 쓸 수 있는 수만 낭비하고 살 가능성도 희박하기에 결국 버리고 게임을 'GG'친다.
그런데 금융위기 당시 리먼 브라더스를 대마불사의 반례로 드는 것보다는, AIG를 대마불사의 대표적인 예로 드는 경우가 많다.
영어로는 "Too Big to Fail"로 쓰인다. 즉 "실패하기에는/망하게 놔두기에는 너무 크다"는 뜻이다. 한국과는 달리 주로 월 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에 대해 이들이 무너지면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기 때문에 비도덕적이라도 일단 살리고 봐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중. 그러나 이는 영미권 내 진보 인사 및 자유지상주의자들, '''그리고 자기 세금으로 보너스 파티를 벌이는 금융권 CEO들에게 분노한 납세자들'''에게 끊임없는 까임거리가 되었다. 마침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가한 버니 샌더스가 '''"If they are too big to fail, then they are too big to exist.'''(그들 - 대형 은행들 - 이 실패하기에 너무 크다면, 그들은 '''존재하기에도 너무 큰 것이다.''')고 발언하기에 이르렀다.
2020년에는 보잉이 뒤를 잇는 중. 미 공군에 쓰레기를 납품하질 않나, [1] 기대 속에 내놓은 민항기는 추락하질 않나(...) 하지만 이쪽은 방위산업체라 F-15기를 추가 배치하는 식으로 억지로 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