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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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를 찍은 곳은 한강 잠수교. 정우성의 표정이 추워보이는 것은 찍은 시기가 초겨울이었는데 강바람 때문에 체감 기온은 한겨울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이정재도 추위 때문인지 몸을 움츠린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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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같은 곳에서 다시 찍은 두 사람.
1999년 1월 9일에 개봉한 한국 영화로 감독은 비트, 무사, 감기를 연출한 김성수이며 제작사는 우노필름.
1. 개요
하는 일마다 뭐든 안풀리는 두 청춘들의 군상을 다룬 청춘물로 사채업계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흐르고 돈과 성공을 위해선 뭐든 하는 한 남자와 돈 아니더라도 성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순박한 남자의 대립이 주요 스토리 라인이다.
주연은 펀치 드렁크 현상에 걸린 순박한 복서 역할의 정우성과 사기꾼에 흥신소 직원으로 나오는 이정재. 그런 이정재에게 속아서 나레이터 모델 일을 하는 연예인 지망생 한고은[1] 과 사채업자로 이범수가 나온다.
또 영화 신세계에서 이중구 역으로 인상깊은 박성웅도 출연했다. 역할은 사채업자 이범수의 쫄따구. 영화 내내 뛰어다니면서 대사도 없다. 액션스쿨 1기 출신답게 반팔쫄티 위로 드러난 호리호리하고 다부진 체격이 눈에 띈다.
훗날 야인시대 이정재로 유명해진 연극 배우 출신 김영호의 영화데뷔작이다. 극중 정우성의 복싱 트레이너로 분했다.
2. 줄거리
펀치 드렁크 현상에 걸린 전성기가 지난 복서 이도철(정우성 분)은 시합에서 싸가지 없는 체육관 후배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한다. 시합이 끝나고 난투를 벌인 도철은 권투를 쉬고 생계를 위해 잠시 흥신소 히트맨으로 일하게 된다.
그렇게 알게된 흥신소의 조홍기(이정재 분)는 집에서도 내놓은 속물 오브 속물로 기가 막힌 말빨로 사기를 치는 인물. 그의 꿈은 강남에 있는 빌딩을 한 채 사는 것이다. 항상 빚에 쪼들리지만 명품 정장과 구두는 신어야 한다고 믿고있는 탕아. 엄청난 경마 덕후로 돈만 생기면 경마장에 가거나 오락실 경마게임으로 시간을 때운다.[2]
둘의 궁합은 의외로 척척 맞아 가는 곳마다 돈을 수금하고 도철은 흥신소장에게 신임을 받는다. 홍기는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인물로 경마, 도박은 물론이고 있지도 않는 연예기획사를 만들어 사장이라고 속인 뒤 나레이터 모델을 하는 연예인 지망생 미미(한고은 분)를 꼬드긴다. 도철은 집에 찾아온 미미와 우연히 만나고 첫 눈에 반하게 된다. 하는 일마다 실패하고 자꾸 불어나는 사채빚으로[3] 홍기는 악질 사채업자 병국(이범수 분)에게 종종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4] 사장 몰래 불륜 사건을 해먹고 돈을 꿀꺽한 홍기는 흥신소에서 짤리고 도철은 홍기와의 의리를 지키려 함께 그만둔다.
강남 미용실 개업식에 가짜 연예기획자로 참석한 홍기는 업계인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이를 보다못한 도철이 난동을 부리다가 맥주병을 뒤통수에 맞고 병원에 입원을 한다. 이 사건으로 도철은 미미와도 잠시 이별을 하게 된다.[5]
홍기는 이때 받은 깽값 400만원과 도철이 입원한 동안 도철이 모은 저축예금을 홀라당 먹고 잠수를 탄다. 홍기는 이 돈으로 경마도 하고 옷도 한 벌 빼입고 핸드폰도 새걸로 뽑는 등 다시금 연예기획사 사장을 사칭하며 연예인 지망생에게 사기를 친다.
지망생에게 거액의 돈을 챙기려는 찰나 현장을 덮친 도철에 의해 사기행각은 무산되고 홍기는 도철과의 추격전 끝에 간신히 도망친다. 그러고도 정신을 못차리고 경마에 매번 돈을 날린다. 낮에는 도철에게, 밤에는 병국 일당에게 쫓기던 홍기는 자진해서 경찰서 유치장에 도피성으로 들어가게 되고 도철의 도움으로 석방된다. 옛 흥신소 시절 형님의 도움으로 병국에게 갚을 돈을 빌리지만 그것도 경마로 날려버린다. 체육관으로 돌아간 도철은 시합 날짜가 잡히게 되어 연습에 매진하게 된다.[6]
흥신소장의 요구로 홍기는 도철에게 흥신소 일을 다시 하지고 꼬드기지만 도철은 완고하다. 홍기의 계속되는 설득과 성공만 쫓는 미미의 행동에 맘이 상한 도철은 제의를 수락한다. 하지만 하필 그들이 간 곳은 돈이 없어 빚을 갚지 못하는 영세민의 과일가게. 일을 치르던 도중 채무자의 노모가 방에서 뛰쳐 나오고 도철과 홍기는 도망을 간다. 도철의 어머니가 재작년에 돌아가셔서, 채무자의 노모를 보고 도저히 일을 벌일 수가 없었던 것.
빚을 갚을 길이 없어 돈을 빌려준 흥신소 형님의 제의로 육교에서 포르노 테이프를 팔며 생계를 이어나가던 홍기는 병국의 최후통첩에 겁이 난 나머지 차를 훔쳐 금은방을 털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서툰 강도질에 경비업체 요원들이 출동하고 도철은 경비업체 요원들을 폭행하고 홍기와 함께 동해로 도피를 한다. 자괴감에 빠진 홍기는 술에 취해 밤바다에 빠져 자살시도를 하지만 도철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난다.
그렇게 동해에서 한나절을 보낸 둘은 다시 서울로 돌아오고, 때마침 홍기의 생일로 홍기는 엄마에게 돈을 받는다. 그 돈으로 자신의 생일 케이크와 술을 사서 미미의 집으로 찾아온다. 생일파티 도중 술이 떨어져 미미와 도철이 술을 사러 나간 사이 홍기는 미미의 계약금에 손을 대게 되고, 그 현장을 도철이 목격한다. 도철은 홍기에게 절교 선언을 하고 쫓아낸다. 미미는 집에 돌아온 도철에게 홍기 욕을 하고 둘은 크게 싸우게 된다.
홍기는 목숨을 담보로 잡혀 장기까지 팔라고 강요하는 병국의 머리를 화분으로 때리고 도망을 친다. 정신을 놓고 길을 헤매다 자신의 의붓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찾아가 자신의 씨 다른 동생(류현경 분)에게 병원비를 준다. 그러면서 동생에게 "너 크면 되게 이쁘겠다, 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리고 늘 가던 빌딩 옥상에서 깡소주를 들이키며 자살시도를 한다. 도철도 마지막 시합에서 분투했으나 결국 패배한다.
촬영장에서 일이 안 풀려 나오게 된 미미는 권투 시합에서 분투하는 도철의 모습을 보다못해 나가버리게 된다. 시합이 끝난 후 도철은 선수 대기실에서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홍기는 그런 도철을 위로한다.
결국 갈 곳 없는 두 사람은 미미의 집 앞에서 노숙을 하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다시 의기투합한다.
3. 여담
- 메인 포스터 말고도 다양한 포스터가 존재한다. 허우대 좋은 두 남자가 등장한 탓인지, 이 영화의 포스터나 스틸컷은 그 당시 꽤 훌륭한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유행을 탔다. 웬만한 카페나 술집에 걸려있는 경우가 많았다.
- 작중 'Love Potion No.9', 'Let's Twist Again' 등 복고 음악이 많이 쓰였으며 이 노래들은 유행이 되어 CF 등에도 쓰이게 된다. 이정재와 정우성이 체육관에서 멕시코풍의 신나는 댄스곡 'Wooly Bully'를 틀어놓고 한판 댄스배틀을 벌이는 장면은 후에 모티브가 되어 지오다노 광고에 쓰였다. 여기선 고소영과 전지현이 한바탕 춤사위를 선보인다.
- 비트의 제작진이 그대로 투입된 영화로, 영화의 구상은 비트 촬영 당시 김성수 감독이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정재가 캐스팅되었을 때 정우성이 이정재에게 소외감이 안들도록 많은 배려를 했다고 한다.
- 정우성이 입고 나온 하와이언 셔츠에는 사연이 있는데, 이 셔츠는 당시 정우성의 코디네이터였던 김유진 씨가 전통시장을 뒤져서 찾아낸 것으로, 처음엔 정우성이 촌스럽다고 입기를 꺼려했으나 코디가 '배역에 어울리는 디자인이니 닥치고 입으라'고 하여 마지못해 입었다가 소위 대박이 터졌다. 영화 이후 몇년간은 여름에 하와이언 셔츠가 안보이는게 이상했을 정도였으니... 체육관에서 입고 나온 주황색 트레이닝 복도 유행을 탔다. 90년대 청춘들의 패션을 보는 것도 재미. 작중 시점은 여름인데 홍기와 사채업자 무리들이 입고 나오는 쫄반팔티는 지금 보면 참 웃길 따름.
- 98년 당시의 시대상을 볼 수 있으며 나이트클럽에선 엄정화의 '포이즌'이 흘러나오고 통신수단이었던 삐삐와 고가의 벽돌식 휴대폰, 홍기가 타고 나오는 당시 기준 최신형 승용차들, 땅값이 오르기 시작했던 번화하는 강남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이정재의 신들린 흥신소 직원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중의 백미. 능청스런 대사와 몸짓은 그를 1999년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타게 만든다. 그가 내뱉는 대사들은 강철중과 버금가는 명대사 퍼레이드. 특히 홍기의 대사에는 유명 영화나 드라마를 빗댄 비유가 많아서 나름 유식한 홍기의 일면을 부각시키는 장치를 한다. (ex: 내가 아는 여자들하고 대충 부벼도 20세기는 그냥 지나가(작중 시점은 1998년), 너 ooo알지?[7] 날 제발 ooo로 만들지 마!)[8]
- 5년 후 이정재와 이범수는 '오! 브라더스'라는 영화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데 이 영화와 비교해서 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이범수의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빛을 발한다.
- 두 청춘 스타의 호연으로 당시 서울관객 33만이라는 괜찮은 흥행을 거뒀으나, 당시는 멀티플렉스 극장의 도래기로 영화판이 좀 커지는 시기에다 영화판이 세대교체기였던 점을 반영한다면 뒤를 이어서 개봉한 쉬리의 대흥행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흥행 실패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비디오 시장에서 꽤 빨리 풀리게 되었다. 이것이 꽤 아쉬운 부분인데, 쉬리조차도 당시 제작진들이 가장 대박으로 여긴 관객 수치가 서울관객 50, 60만 정도로 여겼을 정도였다. 쉬리 항목에서도 나오듯이 전국관객 추정으로 가장 대박이라고 예상한 제작진이 전국 150만 정도로[9] 여겼던 걸 보면 이 영화는 꽤 흥행했고 실패한 영화가 아니다.
- 이 작품으로 만난 이정재와 정우성은 지금도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절친. 같이 패션사업도 하고 광고에도 출연하고 같이 술도 마시는 사이. 이지아 사건으로 술로 떡이 된 정우성을 이정재가 업어 갔다고도 한다. 재밌는 건 아직도 둘은 존댓말을 한다고 한다. 정우성의 말로는 오히려 편하다고.
- 김성수 감독의 전작 비트와 마찬가지로 저작권 문제 탓인지 DVD가 발매되지 않았다.
- 정우성의 CF 2% 부족할 때의 전설적인 광고 카피였던 "너 만나고부터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가! 가란 말이야!"는 이 영화에서 먼저 나왔고 정우성이 이정재에게 했던 대사였다고 한다.
- 14년만의 '태양은 없다'의 뒷 이야기와 두사람의 우정이야기를 볼 수 있다. 참조
[1] 신인 시절의 재미교포 억양이 아직 남아 있다. 연기도 어색하다.[2] 돈 떨어지면 집 현관문을 걷어차면서 돈 달라고 떼쓰기도 하지만 속으론 가족을 걱정하는 구석이 있다.[3] 대부분이 경마로 날린 돈이다.[4] 병국이 홍기를 때리면서 하는 대사인 '너 내가 무슨 얘기할 때 그냥 흘려듣지?' 같은 대사는 감독이 연출부 갈굴 때 종종하던 소리라고 한다.[5] 이때 연예 제작자로 나오는 사람들은 동료 유명 영화감독들인데, 그중에 임상수 감독도 보인다. 김성수 감독의 부탁으로 출연한듯.[6] 하지만 그것도 챔피언인 후배를 띄워주기 위한 짜고치는 이벤트성 무대.[7] 대부분이 유명 영화 제목.[8] 홍기의 대사들 일부는 김성수 감독이 스태프들 갈굴 때 쓰는 말투였다고 한다.[9] 서울관객 집계만 되기에 전국 관객은 당시 관객 3배 정도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