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뉴기니어족

 

영어: Trans-New Guinea languages(TNG)
1. 개요
2. 역사
3. 현황


1. 개요


뉴기니 섬에 쓰이는 언어의 대부분이 속한 어족으로, 보통은 TNG라는 약자로 많이 불린다. 뉴기니 섬 제어를 아우르는 언어군으로는 최초로 제안되었지만, 아직까지는 거의 가설에 가까운 수준이다. 최초 발원지는 뉴기니 섬의 고원지대라고 추정되며,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화자들이 타이완 섬을 벗어나 동남아시아에 도달하기 이전에 이미 뉴기니 섬 곳곳에 TNG에 속한 언어들이 퍼졌으리라고 추정된다.

2. 역사


본래 뉴기니 지역은 빽빽한 밀림 지대와 험준한 고산 지대가 뒤섞인 험악한 자연 환경으로 인해[1],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이 큰 지역으로 유명했다. 한 부족이 사는 곳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져도 그곳 부족과는 말이 통하지 않을 수준으로 언어가 다양했던지라, 비교언어학계에서는 예전부터 뉴기니 제어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다. 1907년에는 S. 레이엘레만어족의 존재를 밝혀내었고, 1918년에는 레이가 다시 J.H.P. 머레이와 함께 마린드어족을, 1919년에는 라이해변어족을 학계에 보고했다.
하지만, 이들 간에 어떤 언어학적인 연관성이 있는지는 밝혀져있지 않았고, 이에 1970년에 C.L. 포르후버케네스 맥엘하논피니스테르후온어족중부 뉴기니어족, 남부 뉴기니어족의 단어 91개 정도가 서로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해 처음으로 트랜스뉴기니어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때는 음성학적 연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비교언어학적으로 의미 있는 사실인지, 단순한 어휘 차용의 결과물인지를 판단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학계에서 이들의 주장은 뉴기니 섬 전체를 포괄하는 언어군에 대한 최초의 가설이었기 때문에 기념비적인 성과로 받아들여졌고, 많은 학자들이 TNG의 실존 여부에 대한 증명과 하위 언어들에 대한 상세한 분류를 위해 달려들었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스티븐 부름이 1975년에 발표한 분류였다. 그는 TNG에 속하는 언어들의 범위를 뉴기니 섬 제어는 물론, 동티모르의 공용어인 테툼어를 제외한 몇몇 티모르 섬 제어[2]와 기타 섬들에서 쓰이는 언어들로 확장했고, 그 근거로 언어유형학적인 유사성과 문법 구조의 유사성을 들었으나, 이 가설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가설의 제창자인 부름 본인도 의문을 품었을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3]. 특히 부름이 근거로 제시한 대명사의 유사성은 각각의 하위 어파들과의 관계를 설명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고, TNG 계통 언어라고 추정되던 다른 언어의 대명사와 유사한 어휘를 가진 언어들 중엔 오스트로네시아어족같은 전혀 다른 계통의 언어가 있는 등으로 인해 한계가 명확했다.
결국 2005년에 말콤 로스가 부름의 가설을 전면 재검토하여, 원래 가설에 의해 TNG에 포함되었던 언어들을 제외시켜나가, TNG에 속하는 언어들의 범위를 원래의 85%까지 줄였다. 로스는 TNG의 조어를 대충 재구한 다음, 조어의 대명사들과 2개 이상 일치하는 대명사를 가지면 전부 TNG에 포함시켰다[4]. 당연히 이런 분류법도 한계가 많아서 로스 역시 자기 가설의 신뢰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았다.
결국 아직까지도 TNG 자체는 가설에 불과하며, 뉴기니 제어의 세부적인 계통 분류도 역시 불명이다.

3. 현황


뉴기니 섬에 거주하는 부족만해도 천 여개에 달하는 만큼, 언어 역시 매우 많다. 에스놀로그에 의하면 1073개의 언어가 뉴기니에서 쓰이고 있다고 한다. 그 이외에 TNG의 일부라고 생각되는 언어들이 뉴기니 섬 밖에도 있는 만큼, 각 언어의 화자들의 인구는 그리 많지 않아서 수천 명 정도가 고작이다[5]. 당장 TNG에 속한 언어들 중에서 10만 명 이상의 화자를 가진 언어는 멜파어, 엥가어, 서부 다니어, 에카리어의 단 넷 뿐이다. 뉴기니 섬 밖에서 쓰이는 TNG 소속 언어들 중에서는 가장 화자 수가 많은 언어가 바로 인도네시아술라웨시 섬에서 쓰이는 마카사이어로 약 7만 명의 화자가 있다.

[1] 당장 오세아니아의 최고봉인 푼착 자야부터가 뉴기니에 있다.[2] 테툼어오스트로네시아어족이다.[3] 무릇 서로 다른 언어의 계통적 연관성을 논할 때, 문법 구조의 유사성을 근거로 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법 구조가 유사함에도 언어동조대 수준에 그치는 한국어일본어, 몽골어, 만주어 등이 그 예다. 각각 고립어, 일본어족, 몽골어족, 퉁구스어족으로 계통이 서로 다르다.[4] 부름이나 로스나 왜 자꾸 대명사에 집착했냐면 뉴기니 섬의 험악한 자연과 더불어 소말리아 뺨치는 막장스런 치안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가 힘들었다. 그래서 언어학적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인도유럽어족과 같은 다른 어족을 연구할 때 이용하는 어휘의 어형 변화의 유사성과 같은 것을 이용할 수 없었다. 결국 별 수 없이 그나마 정보가 많은 대명사 등을 이용하는 수 밖에 없었다.[5] 그래도 이 정도면 소수 언어치고는 굉장히 많은 것이다. 아랫동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는 백인들의 침략으로 인해 언어들이 대거 절멸하고, 남은 것도 화자 수가 천 명을 넘기는 언어가 드물 정도다. TNG는 수 만명의 화자를 가진 언어도 있는데 반해, 파마늉안어족을 포함한 오스트레일리아 제어에 속한 언어들 중에서 제일 화자 수가 많은 것이 5000명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TNG 소속 언어들이 이리도 잘 보존된 데에는 20세기 중반까지 뉴기니 섬 전체의 탐사가 완료되지 않았을 정도로 외부와의 접촉이 없었고, 당연히 열강들의 침략도 다소 미미했다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