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골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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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golfin. 퀘냐로는 놀로핀웨(Ñolofinwë)[1] 아라카노(Aracáno).[2] Fingolfin은 부계명의 신다린 형태이다. 톨킨 작 실마릴리온에 등장하는 놀도르 요정. 놀도르 초대 상급왕 핀웨의 둘째 아들로 후에 자신도 놀도르의 세 번째 상급왕이 되었다.
놀도르 초대 상급왕 핀웨와 그의 두번째 아내인 바냐르 요정 인디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반은 바냐르인 셈인데 외가쪽을 닮아 금발에 온화한 성격인 동복 남동생 피나르핀과는 달리 아주 전형적인 놀도르였다. 그는 삼형제 중에 제일 용맹하고, 포기를 모르며 인내심이 강했다. 자부심 강한 놀도르의 종특답게 고집이 강해 이복형 페아노르와의 충돌이 잦았다. 그러나 유년 시절에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페아노르를 선망하고 동경한 것을 보면 일관되게 동생인 자신을 싫어하는 페아노르에게 점차 반발심이 생기면서 사이가 험악해진 듯하다. 핑골핀과 페아노르 형제 간의 마찰은 훗날 놀도르가 끔찍한 저주를 겪는 데 큰 요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도리어 각자의 자식들끼리는 친분이 있었던 걸 보면 발리노르에서 살 적에는 그냥 소 닭 보는 사이였을 뿐 크게 문제시 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정말 큰 문제는 멜코르가 오랜 구금에서 풀려나면서 시작된다.
멜코르는 이 삼형제와 놀도르와 발라 사이를 거짓말로 이간질했다. 결국 티리온에서 동요가 일어나 핑골핀이 아버지 핀웨에게 형의 오만함을 벌해달라고 말한 직후, 페아노르가 나타나 핑골핀을 칼로 겨누며 "내 지위를 위협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대형사고가 일어난다. 핑골핀이 말한 '페아노르의 오만함'은 멜코르가 발라가 요정들에게 거짓을 알려줬다고 하는 말을 페아노르가 믿고서 행동한 것을 가리킨다. 이 일은 알고 보니 멜코르의 농간 때문에 페아노르는 핑골핀이 자신의 장자권을 빼앗으려고 한다고 믿고, 핑골핀은 형이 자신과 피나르핀을 쫓아낼 거라고 생각했기에 일어난 오해였으며 일부 놀도르가 발라를 오해한 탓에 일어난 일인지라 핑골핀은 페아노르가 추방령을 받자 바로 형을 용서해주겠다고 나섰지만 페아노르는 그냥 가버렸다(...). 이후 페아노르는 포르메노스로 추방당하고 아버지 핀웨도 그를 따라갔다.
이후 발라가 이들 형제를 화해시키려고 특별히 페아노르를 불러들였을 때, 먼저 정식으로 손을 내밀며 화해를 청했고 페아노르는 아마 처음으로 동생의 호의를 받아들여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핑골핀은 만웨 앞에서 피로는 절반이지만 마음으로는 친동생처럼 하겠다며 형을 따르겠다고 맹세했고 어떤 불행도 우리를 갈라놓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페아노르도 그러기를 바란다고 응답해서 일단 둘은 화해했다. 그런데 이때 포르메노스에 있던 핀웨가 멜코르에게 살해당하고 실마릴까지 강탈당하는 일이 일어난다.
슬픔과 고통 때문에 광기에 빠진 페아노르는 페아노르의 맹세를 했고 가운데땅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 말에 맞서 핑골핀과 그의 둘째 아들 투르곤은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격론이 벌어졌고 상황은 다시 칼부림 직전까지 갔다. 다만 큰아들 핑곤은 페아노르의 웅변에 마음이 움직여 가운데땅 이주에 긍정적이었다. 결국 오랜 토론 끝에 페아노르가 승리했다. 핑골핀은 내키지 않았지만 맏아들 핑곤과 백성들을 형의 성급한 결심에만 맡겨둘 수 없었고, 만웨의 앞에서 했던 형을 따르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따랐다.
그런데 이후 페아노르가 차츰 신망을 잃어 핑골핀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사실 핀웨가 사망하고 실마릴을 강탈당한 이후 페아노르는 반쯤은 정신줄을 놓은 게 아닌가 싶은 무모한 행동을 해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제1차 동족살상이다. 페아노르가 핀웨의 장남으로서 그 후계자로 놀도르의 두 번째 상급왕이 됐지만 그 전에 워낙 엄친아라서 놀도르 내에선 강제로라도 그를 막을 수 있는 이가 없었는데 그런 그가 통제가 안 되자 놀도르 백성들이 점점 이탈하기 시작했던 것.
점차 자신을 따르는 백성들이 많아지자 핑골핀은 마음이 흔들렸고, 결국 맹세를 깨고 부친명까지 바꾸려는 노력을 하면서 자신이 부왕 핀웨의 뒤를 잇는 전 놀도르의 상급왕임을 주장했다. 그렇다고 그간의 핑골핀의 충성이 거짓이었다고만 볼 수 없는 것이, 계속 먼저 화해를 시도했던 것도 핑골핀이었으며 발라의 앞에서 진심으로 형을 섬기겠다고 먼저 말한 것 역시 핑골핀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페아노르의 폭주를 알면서도 그 맹세를 기억하며 어떻게든 알쿠알론데까지 따라왔다. 다만 당시의 페아노르는 너무 미쳐 있었고 그것을 간파한 핑골핀이 종족의 명운을 쥐고 있는 페아노르의 광기 어린 행위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상식을 뛰어넘은 알쿠알론데의 동족살상에서 피나르핀만큼은 아니어도 강직한 성격인 핑골핀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거라는 건 틀림없다.
하지만 이에 분노한 페아노르는 알쿠알론데에서 벌인 제1차 동족살상을 통해 얻은 선박들에 자신의 아들들과 추종자들만 태워 가운데땅으로 가 버렸고, 후에 로스가르에서 이 선박들을 전부 불에 태워 버렸다. 사실상 핑골핀과 그 백성들을 낙오시킨 셈이다.
그러나 제1차 동족살상을 보고 경악해서 끝까지 망명을 고집한 자식들과 갈라서는 것까지 감수하고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 동생 피나르핀과 달리 핑골핀은 티리온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의 일행과 자식들과 함께 근성으로 혹독한 추위를 자랑하는 헬카락세를 지나서 가운데땅에 도착했다. 이는 이후 놀도르가 행한 어떤 일보다도 필사적이었다고 할 만큼 엄청난 여정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며느리 엘렌웨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죽었다. 그리고 이 헬카락세 횡단에 대해서 지도자로서 해서는 안 될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있는데, 페아노르가 로스가르 방화로 그를 도발했지만 그도 똑같이 감정적으로 응수했고, 결과적으로는 그 결정으로 인해 수많은 놀도르가 희생됐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페아노르가 적군을 지나치게 추격해 들어가서 상고로드림 근방에서 죽고, 그의 장자 마에드로스가 계승권을 포기하여 핑골핀에게 넘김으로써 그는 제3대 놀도르 상급왕이 되었다.[3] 그 이후에 그의 주도 아래 500년 가까이 앙그반드를 포위함으로써 벨레리안드의 놀도르들은 전성기를 맞이하였고 인간들의 합류로 충실한 동맹인 인간 3가문을 얻게 되었다. 특히 이때 인연을 맺은 하도르 가문은 이후 대대로 핑골핀가에 충성하였고, 후오르는 니르나이스 아르노에디아드에서 핑골핀의 둘째 아들인 투르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충정을 보였다. 또 후오르의 아들인 투오르가 투르곤의 딸로 핑골핀에게는 손녀인 이드릴과 맺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사돈이 되었다.
하지만 제4차 벨레리안드 전쟁이었던 갑작스러운 화염의 전투에서 모르고스에게 놀도르와 에다인들이 큰 패배를 당하였고, 잇달아 들려오는 비보로 인해 핑골핀은 이제 놀도르와 에다인들에게 희망은 없다고 생각하여 좌절과 분노에 휩싸여 홀로 상고로드림으로 가서 모르고스와 결투를 벌였다. 이때 상고로드림 앞에서 모르고스에게 크게 소리를 질러 도발을 했는데, 그 목소리에 모르고스의 다른 부하들은 물론이고 발록까지 공포에 떨었고, 심지어 발라인 모르고스도 두려움을 느껴 싸우기 싫었지만 체면을 생각해 싸우러 나올 정도였다.
여기서 그는 모르고스에게 뛰어올라 큰 상처를 무려 7개나 입혔고, 이때 모르고스가 지른 커다란 비명들에 뒤를 지키던 군대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지만 근본적인 격차는 존재해서 핑골핀 쪽의 체력이 점점 소진되었고, 방어구도 반파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그는 힘겹게 버티다가 모르고스의 망치와 발이 만든 구덩이에 발을 헛디뎠고, 모르고스가 발로 목을 밟아 그를 죽였다. 그러나 밟혀 죽기 직전에 핑골핀은 혼신의 일격으로 모르고스의 발을 공격했고, 모르고스는 이 부상 때문에 평생 동안 한쪽 다리를 절게 된다. 또한 이외 핑골핀이 만들어준 일곱 상처 역시 영원히 회복되지 않아 모르고스에게 계속해서 고통을 주게 된다. 이후 그의 시신은 모르고스가 갈기갈기 찢어서 늑대들에게 던져 주려 했으나, 독수리들의 왕 소론도르가 날아와 챙겨서 곤돌린에 있는 투르곤에게 넘겼다. 투르곤은 아버지의 시신을 곤돌린에서 장사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소론도르가 핑골핀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모르고스와 싸웠는데 소론도르의 발톱에 의해 모르고스의 얼굴에 흉터가 남는다. 모르고스가 직접 전투에 나선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때 입은 상처 때문에 다시는 직접 전투에 나서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모르고스는 승리했지만 체면을 크게 구겼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의 군대는 이 승리를 전혀 자랑하지 않았고, 요정들도 이를 노래로 만들지 않았다.
모르고스에게 영구적인 상처를 입히는 공적을 세우긴 했지만 핑골핀의 행동은 무모했다는 의견이 많다. 원래 놀도르 왕족들이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기로 유명하지만 이렇게 승산이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자살돌격한 경우는 없었다. 게다가 현실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핑골핀은 일개 병사도, 장교도 아니고 놀도르의 대왕이니 이건 자기 목숨을 내다버린 것뿐만 아니라 왕의 책임감도 갖다 버렸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만 그만큼 놀도르의 상태가 절망적이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당시 핑골핀은 마에드로스의 분투를 알지 못했으며 페아노리안의 상황을 알았다면 다른 행동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최악의 방어 기지인 힘링이 버티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일이긴 하다. 초월 스펙 마에드로스만 아니었더라면... 결과론만 보고 따지면 핑골핀의 실책이나 당시 돌아가는 상황을 보았을 땐 적과 위대하게 맞서 싸운 최후의 왕 같은 포지션이었을 수도 있단 소리다.
만약 이때 오판을 않고 살아 있었더라면 마에드로스가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었을 테니 역사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이후의 행적은 불명이나, 엘다르이기 때문에 만도스의 전당에 가 있을 듯.
핑골핀은 아나이레와 결혼해 용맹한 핑곤, 지혜로운 투르곤, 백색 숙녀 아레델, 막내 아르곤[4] 을 두었다.
참고로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브록시가르 사울팽의 모티브이기도 하다. 무모하리만큼 용감히 싸우다 죽었지만 강대한 악의 원흉에게 상처를 남기고 죽었다는 점이 유사하다.
1. 개요
Fingolfin. 퀘냐로는 놀로핀웨(Ñolofinwë)[1] 아라카노(Aracáno).[2] Fingolfin은 부계명의 신다린 형태이다. 톨킨 작 실마릴리온에 등장하는 놀도르 요정. 놀도르 초대 상급왕 핀웨의 둘째 아들로 후에 자신도 놀도르의 세 번째 상급왕이 되었다.
2. 행적
놀도르 초대 상급왕 핀웨와 그의 두번째 아내인 바냐르 요정 인디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반은 바냐르인 셈인데 외가쪽을 닮아 금발에 온화한 성격인 동복 남동생 피나르핀과는 달리 아주 전형적인 놀도르였다. 그는 삼형제 중에 제일 용맹하고, 포기를 모르며 인내심이 강했다. 자부심 강한 놀도르의 종특답게 고집이 강해 이복형 페아노르와의 충돌이 잦았다. 그러나 유년 시절에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페아노르를 선망하고 동경한 것을 보면 일관되게 동생인 자신을 싫어하는 페아노르에게 점차 반발심이 생기면서 사이가 험악해진 듯하다. 핑골핀과 페아노르 형제 간의 마찰은 훗날 놀도르가 끔찍한 저주를 겪는 데 큰 요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도리어 각자의 자식들끼리는 친분이 있었던 걸 보면 발리노르에서 살 적에는 그냥 소 닭 보는 사이였을 뿐 크게 문제시 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정말 큰 문제는 멜코르가 오랜 구금에서 풀려나면서 시작된다.
멜코르는 이 삼형제와 놀도르와 발라 사이를 거짓말로 이간질했다. 결국 티리온에서 동요가 일어나 핑골핀이 아버지 핀웨에게 형의 오만함을 벌해달라고 말한 직후, 페아노르가 나타나 핑골핀을 칼로 겨누며 "내 지위를 위협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대형사고가 일어난다. 핑골핀이 말한 '페아노르의 오만함'은 멜코르가 발라가 요정들에게 거짓을 알려줬다고 하는 말을 페아노르가 믿고서 행동한 것을 가리킨다. 이 일은 알고 보니 멜코르의 농간 때문에 페아노르는 핑골핀이 자신의 장자권을 빼앗으려고 한다고 믿고, 핑골핀은 형이 자신과 피나르핀을 쫓아낼 거라고 생각했기에 일어난 오해였으며 일부 놀도르가 발라를 오해한 탓에 일어난 일인지라 핑골핀은 페아노르가 추방령을 받자 바로 형을 용서해주겠다고 나섰지만 페아노르는 그냥 가버렸다(...). 이후 페아노르는 포르메노스로 추방당하고 아버지 핀웨도 그를 따라갔다.
이후 발라가 이들 형제를 화해시키려고 특별히 페아노르를 불러들였을 때, 먼저 정식으로 손을 내밀며 화해를 청했고 페아노르는 아마 처음으로 동생의 호의를 받아들여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핑골핀은 만웨 앞에서 피로는 절반이지만 마음으로는 친동생처럼 하겠다며 형을 따르겠다고 맹세했고 어떤 불행도 우리를 갈라놓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페아노르도 그러기를 바란다고 응답해서 일단 둘은 화해했다. 그런데 이때 포르메노스에 있던 핀웨가 멜코르에게 살해당하고 실마릴까지 강탈당하는 일이 일어난다.
슬픔과 고통 때문에 광기에 빠진 페아노르는 페아노르의 맹세를 했고 가운데땅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 말에 맞서 핑골핀과 그의 둘째 아들 투르곤은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격론이 벌어졌고 상황은 다시 칼부림 직전까지 갔다. 다만 큰아들 핑곤은 페아노르의 웅변에 마음이 움직여 가운데땅 이주에 긍정적이었다. 결국 오랜 토론 끝에 페아노르가 승리했다. 핑골핀은 내키지 않았지만 맏아들 핑곤과 백성들을 형의 성급한 결심에만 맡겨둘 수 없었고, 만웨의 앞에서 했던 형을 따르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따랐다.
그런데 이후 페아노르가 차츰 신망을 잃어 핑골핀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사실 핀웨가 사망하고 실마릴을 강탈당한 이후 페아노르는 반쯤은 정신줄을 놓은 게 아닌가 싶은 무모한 행동을 해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제1차 동족살상이다. 페아노르가 핀웨의 장남으로서 그 후계자로 놀도르의 두 번째 상급왕이 됐지만 그 전에 워낙 엄친아라서 놀도르 내에선 강제로라도 그를 막을 수 있는 이가 없었는데 그런 그가 통제가 안 되자 놀도르 백성들이 점점 이탈하기 시작했던 것.
점차 자신을 따르는 백성들이 많아지자 핑골핀은 마음이 흔들렸고, 결국 맹세를 깨고 부친명까지 바꾸려는 노력을 하면서 자신이 부왕 핀웨의 뒤를 잇는 전 놀도르의 상급왕임을 주장했다. 그렇다고 그간의 핑골핀의 충성이 거짓이었다고만 볼 수 없는 것이, 계속 먼저 화해를 시도했던 것도 핑골핀이었으며 발라의 앞에서 진심으로 형을 섬기겠다고 먼저 말한 것 역시 핑골핀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페아노르의 폭주를 알면서도 그 맹세를 기억하며 어떻게든 알쿠알론데까지 따라왔다. 다만 당시의 페아노르는 너무 미쳐 있었고 그것을 간파한 핑골핀이 종족의 명운을 쥐고 있는 페아노르의 광기 어린 행위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상식을 뛰어넘은 알쿠알론데의 동족살상에서 피나르핀만큼은 아니어도 강직한 성격인 핑골핀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거라는 건 틀림없다.
하지만 이에 분노한 페아노르는 알쿠알론데에서 벌인 제1차 동족살상을 통해 얻은 선박들에 자신의 아들들과 추종자들만 태워 가운데땅으로 가 버렸고, 후에 로스가르에서 이 선박들을 전부 불에 태워 버렸다. 사실상 핑골핀과 그 백성들을 낙오시킨 셈이다.
그러나 제1차 동족살상을 보고 경악해서 끝까지 망명을 고집한 자식들과 갈라서는 것까지 감수하고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 동생 피나르핀과 달리 핑골핀은 티리온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의 일행과 자식들과 함께 근성으로 혹독한 추위를 자랑하는 헬카락세를 지나서 가운데땅에 도착했다. 이는 이후 놀도르가 행한 어떤 일보다도 필사적이었다고 할 만큼 엄청난 여정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며느리 엘렌웨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죽었다. 그리고 이 헬카락세 횡단에 대해서 지도자로서 해서는 안 될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있는데, 페아노르가 로스가르 방화로 그를 도발했지만 그도 똑같이 감정적으로 응수했고, 결과적으로는 그 결정으로 인해 수많은 놀도르가 희생됐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페아노르가 적군을 지나치게 추격해 들어가서 상고로드림 근방에서 죽고, 그의 장자 마에드로스가 계승권을 포기하여 핑골핀에게 넘김으로써 그는 제3대 놀도르 상급왕이 되었다.[3] 그 이후에 그의 주도 아래 500년 가까이 앙그반드를 포위함으로써 벨레리안드의 놀도르들은 전성기를 맞이하였고 인간들의 합류로 충실한 동맹인 인간 3가문을 얻게 되었다. 특히 이때 인연을 맺은 하도르 가문은 이후 대대로 핑골핀가에 충성하였고, 후오르는 니르나이스 아르노에디아드에서 핑골핀의 둘째 아들인 투르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충정을 보였다. 또 후오르의 아들인 투오르가 투르곤의 딸로 핑골핀에게는 손녀인 이드릴과 맺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사돈이 되었다.
하지만 제4차 벨레리안드 전쟁이었던 갑작스러운 화염의 전투에서 모르고스에게 놀도르와 에다인들이 큰 패배를 당하였고, 잇달아 들려오는 비보로 인해 핑골핀은 이제 놀도르와 에다인들에게 희망은 없다고 생각하여 좌절과 분노에 휩싸여 홀로 상고로드림으로 가서 모르고스와 결투를 벌였다. 이때 상고로드림 앞에서 모르고스에게 크게 소리를 질러 도발을 했는데, 그 목소리에 모르고스의 다른 부하들은 물론이고 발록까지 공포에 떨었고, 심지어 발라인 모르고스도 두려움을 느껴 싸우기 싫었지만 체면을 생각해 싸우러 나올 정도였다.
여기서 그는 모르고스에게 뛰어올라 큰 상처를 무려 7개나 입혔고, 이때 모르고스가 지른 커다란 비명들에 뒤를 지키던 군대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지만 근본적인 격차는 존재해서 핑골핀 쪽의 체력이 점점 소진되었고, 방어구도 반파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그는 힘겹게 버티다가 모르고스의 망치와 발이 만든 구덩이에 발을 헛디뎠고, 모르고스가 발로 목을 밟아 그를 죽였다. 그러나 밟혀 죽기 직전에 핑골핀은 혼신의 일격으로 모르고스의 발을 공격했고, 모르고스는 이 부상 때문에 평생 동안 한쪽 다리를 절게 된다. 또한 이외 핑골핀이 만들어준 일곱 상처 역시 영원히 회복되지 않아 모르고스에게 계속해서 고통을 주게 된다. 이후 그의 시신은 모르고스가 갈기갈기 찢어서 늑대들에게 던져 주려 했으나, 독수리들의 왕 소론도르가 날아와 챙겨서 곤돌린에 있는 투르곤에게 넘겼다. 투르곤은 아버지의 시신을 곤돌린에서 장사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소론도르가 핑골핀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모르고스와 싸웠는데 소론도르의 발톱에 의해 모르고스의 얼굴에 흉터가 남는다. 모르고스가 직접 전투에 나선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때 입은 상처 때문에 다시는 직접 전투에 나서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모르고스는 승리했지만 체면을 크게 구겼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의 군대는 이 승리를 전혀 자랑하지 않았고, 요정들도 이를 노래로 만들지 않았다.
모르고스에게 영구적인 상처를 입히는 공적을 세우긴 했지만 핑골핀의 행동은 무모했다는 의견이 많다. 원래 놀도르 왕족들이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기로 유명하지만 이렇게 승산이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자살돌격한 경우는 없었다. 게다가 현실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핑골핀은 일개 병사도, 장교도 아니고 놀도르의 대왕이니 이건 자기 목숨을 내다버린 것뿐만 아니라 왕의 책임감도 갖다 버렸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만 그만큼 놀도르의 상태가 절망적이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당시 핑골핀은 마에드로스의 분투를 알지 못했으며 페아노리안의 상황을 알았다면 다른 행동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최악의 방어 기지인 힘링이 버티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일이긴 하다. 초월 스펙 마에드로스만 아니었더라면... 결과론만 보고 따지면 핑골핀의 실책이나 당시 돌아가는 상황을 보았을 땐 적과 위대하게 맞서 싸운 최후의 왕 같은 포지션이었을 수도 있단 소리다.
만약 이때 오판을 않고 살아 있었더라면 마에드로스가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었을 테니 역사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이후의 행적은 불명이나, 엘다르이기 때문에 만도스의 전당에 가 있을 듯.
3. 가족 관계
핑골핀은 아나이레와 결혼해 용맹한 핑곤, 지혜로운 투르곤, 백색 숙녀 아레델, 막내 아르곤[4] 을 두었다.
4. 기타
참고로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브록시가르 사울팽의 모티브이기도 하다. 무모하리만큼 용감히 싸우다 죽었지만 강대한 악의 원흉에게 상처를 남기고 죽었다는 점이 유사하다.
[1] 부계, 핀웨 가의 현명한(Ñolo-) 자.[2] 모계, 족장이라는 의미이다.[3] 여기서 마에드로스가 제3대 놀도르 대왕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만약 그가 부친 페아노르가 전사하고 자동적으로 왕위를 이었다면 제3대 놀도르 대왕이 되고 따라서 핑골핀은 제4대 놀도르 대왕이 된다. 그러나 페아노르 전사 직후에 마에드로스는 모르고스의 속임수에 빠져서 장기간 포로 신세로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왕위를 계승하고 그 권한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핑골핀이 페아노르의 뒤를 이어 놀도르의 3대 상급왕이 됐다고 본다.[4] 실마릴리온에서는 등장하지 않으나, 후에 가운데땅의 역사서에서 추가되었고 공식 설정으로 인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