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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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火網, Fire Net
다수의 총이나 기관총, 기관포, 대공포 등으로 공중의 목표를 향해 화력을 집중시켜 화력으로 만들어진 그물같은 살상지대를 형성하는 사격 전술.
2. 상세
화력망이라고도 하며, '화망을 구성한다' 라고 하면, 한명 한명을 저격해 쓰러뜨린다기보다는 하나의 화집점에 그야말로 총알 비를 내려, 적의 전투의지나 사격위치를 제압하는 데 의미가 있다. 보통 화망이라고 해도 지상목표물에 집중하는 것은, 교차사격이나 제압사격, 화력집중 등의 다른 용어를 사용한다. 일본식 표현으로는 탄막이다.
일반적으로 화망이라고 하면, 지상세력이 상대하기 힘든 공중의 고기동 세력에 대항해, 화력을 퍼부어 접근을 막는 것으로 통용된다. 과거 제1-제2차 세계대전시, 상대적으로 비행체 속도가 느렸을 때는, 대공포와 대공기총의 화망구성으로 적 비행체를 격추시킬 수 있었다. 대공포용 시한신관을 조절하여 폭발 고도 및 거리를 결정해서 발사하면, 발사한 탄이 대부분 일정 거리에서 폭발하게 되므로, 각각의 대공포에서 지역 사격한 결과가 일정한 거리에서 파편의 막을 형성하게 된다. 대공포(對空砲)는 절대 적 항공기를 조준해 발사하는 것이 아니다. 일정 지점에 파편을 깔아주는 것이 주목적이다. 나중에 접근신관이 나오게 되면서 추가로 제압구역이 형성되는 효과(공격해오는 항공기가 파편의 막을 뚫어도 근처에 대공포탄이 접근하면 터진다.)를 얻게 된다. 전함의 협차(Salvo) 개념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
그러나 미사일이 주요 대공수단으로 정립된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공포로 적을 격추시키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현대의 화망 구성은, 적의 이동범위 제한 혹은 '아무 것도 안 하고 당하지 말고 뭐라도 해보기라도 하자'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편 구축함 등에 탑재되는 함 내 최후 방어수단, CIWS의 기본적인 원리도 바로 화망형성에 의한 적 대함미사일 혹은 기체 격추이다. 다만 적 기체나 미사일을 근접거리에서 저지하지 못하게 될 경우 발생할 참상이 크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고 발사속도가 빠르며, 이에 따라 목표물에 가해지는 압력도 상당하다.[3]
3. 유용성
유해조수 잡는 데도 유용하다? 웃겨보이지만 전열보병 시대에 보병들이 일제사격을 한 게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의 제트기에는, 일반 소총으로 구성하는 대공화망은 거의 쓸모가 없다. 어느 정도로 쓸모없냐면, 신병훈련 때 '대공사격'을 가르치는 교관들도, 배워봐야 쓸 데 없다고 인정할 정도다.[4] 현실적으로 총알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전투기가 총알에 '부딪히는' 것이 된다. 소총이 아닌 기관포 등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다. 일례로 걸프전 때,사담 후세인은 미군의 많은 비행기를 화망으로 막겠다고 했는데, '''수많은 토마호크 미사일이 이 화망들을 뚫어버려서 후세인 휘하의 이라크군은 개박살이 나버렸다'''. 그래도 대공포 등에서 발사되는 대공포탄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기에,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고사포 화망구성에 따른 연합군 폭격기 격추숫자는 3,324발 당 한 대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걸 들은 히틀러는, '그 대공포탄 가격이면 Bf109 전투기 3대를 살 수 있겠다'며 혀를 찼다.[5]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사실상 화망구성은 저고도 저속 순항기체를 상대할 때를 제외하곤 별로 신통치 못하다. 이에 파생된 농담이 하나 있다.
하지만 이런 화망이라도 펼치지 않으면, 적의 폭격기가 유유히 다가와서 폭탄을 퍼부어도 아무것도 못 하게 되므로, 폭격당하기 한참 전에 미리 은엄폐를 철저하게 해서 적에게 발견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면, 화망이라도 쳐서 견제하는 편이 조금 더 안전하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폭격기 조종사들은, 일단 대공화망에 걸려들면 설사 피탄 당하고 격추당하는 기체가 있건 없건, 굉장한 심리적 부담을 안았다고 한다. 저고도 공격기라 하더라도, 이리저리 뿜어져 나오는 기관총과 기관포 탄막은 마냥 무시하기엔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어떤 사형수가 재판장으로부터 사형 방법을 선택할 권리를 받았다. 그래서 그는 '고사포에 맞아죽겠다'라고 말했다. 군인들은 그를 교회 종탑의 십자가에 묶어두고 일주일 밤낮으로 고사포를 쏴대었다. 그러고 난 후 사형수를 끌어내리러 가보니 그는 죽어있었는데, 사인이 '''굶어죽은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대공포 운용에 있어서는 죽은(?) 개념이지만 오히려 보병의 교전 교리로서는 전열보병 시대부터 지금까지 유효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단발식 총기를 쓰던 시절에는 전원이 타이밍을 맞춰 일제사격을 가해 화망을 형성하려 했으며 일제사격이 도태되고 돌격소총이 보편화된 현대에는 저격수나 지정사수가 아닌 이상 적이 있는 지역에 탄창이 빌 때까지 화망을 형성하여 제압 사격을 가하는 게 기본이 되어버렸다.
괴작 코미디 영화 미지왕을 보면 주인공 왕창한(조상기 분)과 친구들은 어린 시절에 새총을 들고 일제사격을 해 하천에서 야외섹스중이던 커플 중 남성의 눈을 맞춘 적 있다. 밀집 대형으로 일제사격을 가해 화망을 형성하는 행위의 좋은 사례이다.
[1] 탄이 날아가는 궤적은 예광탄으로 인해 보이는 것이다. 보통 예광탄은 탄환 5발당 1발씩 끼우니, 실제 탄막은 사진보다 약 5배는 더 짙다.[2] 폭격기 옆에 보이는 조그만 검정색 구름모양 연무들은 모두 대공포#s-1.2 포탄들이 터지며 낸 연무들이다.[3] CIWS는 표적획득부터 사격까지 전부 컴퓨터가 알아서 하는 시스템이며, 명중률과 사격 방식도 화망을 깔아 잡는것보다는 극도로 정밀한 조준사격으로 격추하는 것에 가깝다.[4] 대공화기가 없을 때 적의 항공기가 지나가면, 최선의 방법은 지나갈 때까지 엄폐하는 것이다. 보병 1개대대가 소총으로 신나게 쏘면서 대공화망 형성해봐야, 전투기를 격추하기는커녕 페인트 벗기는 것조차도 기적에 가까우며, 아무리 항공기의 내구도가 약해도 보병의 개인화기 따위는 충분히 막는다.[5] 다만 이건 미국의 중폭격기들의 작전 고도가 대공포의 유효사거리에 걸친 상태라는건 감안해야한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명중시키기 어려운건 사실인게 미국의 5인치양용포가 VT신관을 써서 500발당 1대꼴로 격추시켰는데 이게 효율이 4배 상승한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