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만세
1. 개요
4.19 혁명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1960년 10월 6일에 김수영이 쓴 시이다. 이 시에서 김수영은 4·19 혁명 이후 등장한 민주당의 장면 정권이 이승만 독재 정권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꼬집고 있다. 당시 그는 <김일성만세>를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에 각각 보내지만 발표되지는 않았다.
'''김일성 만세'''
'김일성 만세'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s-2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 밖에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 밖에
2. 배경
김수영은 '''자유주의자'''였다. 어떤 이유에서든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핵심이었으며, 공론화를 거쳐서 다수결로 결정된 것이면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탄압해도 된다는 주장이 아니었다. 4·19 혁명 이후 등장한 민주당의 장면 정권이 개인의 자유를 회복시켜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인정하자 실망하여 저런 시를 쓴 것이었다.
반공정서가 많이 무뎌진 21세기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슬쩍 국가보안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떠봤다가 반발이 거세자 국가보안법을 인정한다며 한발 물러설 정도[1] 였는데, 하물며 6.25 전쟁의 기억이 생생했을 당시 분위기는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즉, 김수영은 '''다수와 배치되는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법과 공권력으로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영미식 리버럴에 가까운 인물'''[2] 이었다. 하지만 전쟁으로 개박살난 최빈국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그 정도로 사상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와 인식이 발전한 시대가 아니었기에 한탄하며 탄생한 시이다.
김수영의 '김일성 만세'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당연히 김일성이 우리나라에 저지른 침략 행위와 그를 합리화하기 위한 주장들을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이 시의 '김일성 만세'는 어디까지나 '''표현의 자유를 의미하는 장치'''일 뿐 그가 김일성을 진짜로 찬양했다는 의미로 오독하면 곤란하다. 요컨대 이와 같은 다소 극단적인 발언도 가능해야 국민들의 희생으로 일구어낸 표현의 자유가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고 그는 생각했던 것이다.
3. 기타
시인끼리도 디스를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시이다. 다만 엄밀히 말해서 순수한 시라기보다는 시의 형식을 빌려 쓴 정치적 의견 표명에 가깝다. 깨알같은 조지훈#s-2과 장면의 디스가 비유적 표현이나 은유적 표현 같은 시적 표현이 아닌 직설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만 봐도.[3]
어쩌면 1990년대 이전의 남한 정부의 과도한 국민 압박을 디스하는 시일 수도 있다. 국가가 하도 김일성을 핑계대가면서 국민들을 쥐어짜니까 이에 대한 반발로 이 시가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논한 작품이다 보니 이념 갈등에서 이 시의 진정한 의미가 이렇다 하는 식으로 각 진영에서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가져다 쓰기도 한다. 물론 현실에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디건 간에 사람에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기 때문에 성향에 상관없이 그냥 자기가 멋대로 말하기 위한 핑계로 쓰이게 되는 게 현실이다(...).
현실적으로도, 독일의 나치 찬양 금지 법안이나 미국의 암묵적인 인종 차별 언어에 대한 금기시처럼 실제로 모든 종류의 표현의 자유가 허용된다면 오히려 '''일부 구성원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는 법률에 의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제 21조 4항[4] 과 37조 2항[5] 을 통해 언급하고 있다. 이를 참조하면, 4.19 혁명 직후 여전히 실질적인 위협으로 기능하고 있던 북한 및 김일성에 대한 찬양과 같은 극단적인 발언조차도 가능해야 한다는 이 시의 메세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기 힘든 것이었고, 따라서 현재에까지 논쟁의 주제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표현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상황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13년부터 민주당계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통해 계속해서 발의되고 있는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의 개정안 중에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이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2020년 10월 27일 발의안 기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는데, 보수정당 지지자들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여겨 반발하고 있고, 민주당계의 리버럴이나 진보정당 지지자들은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표현에 대한 합당한 제한"으로 여겨 지지하고 있다. 즉 표현의 자유 자체가 아니라도,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어야 한다면 어디서 무엇 때문에 어떻게 제한되어야 할지를 두고 각론이 펼쳐지고 있는 셈. 2020년 10월 27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4인이 만장일치로 이 개정안을 발의하여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 더더욱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물론 이미 지만원 등이 처벌받았고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여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나, 처벌 수위를 대폭 끌어올리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
다른 역사왜곡과의 형평성 논란도 존재한다. 김원웅 전 국회의원은 1993년에 국정감사 과정에서 "6.25 전쟁이 민족해방전쟁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당시 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던 남한의 실태와 비교하여) 완전히 부정하기 어렵다"고 발언한 바 있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이냐는 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었으나, 어찌되었건 이 또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옹호받기도 했다. 북한은 한미를 ‘제국주의 연합 세력’이라 칭하므로 한미와 싸운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이라 칭하며 한미가 침략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역사왜곡에 대해 외교부는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이미 국제적 논쟁이 끝난 문제로,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 바뀔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11년 박원순 당시 서울 시장 후보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시를 언급하며 한 발언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영광 시인은 문학동네 2016년 봄호에 이 시를 패러디한 '박근혜 만세'라는 제목의 시를 투고하기도 했다. 이 시는 2018년에 발간된 시집 '끝없는 사람'에도 수록되어있다.
2020년판 '김일성 만세' 시가 등장했다. "나는 5.18을 왜곡한다"라는 제목의 시인데,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전라도 광주에서 중, 고등학교를 나오고 1980년 5월 21살의 나이로 5.18을 겪은 장본인이다. '김일성 만세'가 정말 김일성을 찬양하는 내용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표현이듯, 518을 왜곡한다는 시의 제목 역시 같은 주제다. 5.18역사왜곡처벌법에 21살의 내 5.18은 뺏기기 싫다며, '''자유를 위해 싸우다 자유를 가둔 5.18을 왜곡'''한다며, 5.18이 전두환을 닮아갈 줄 몰랐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자유의 5.18이, 민주의 5.18이 법과 감옥에 갇히다니 그들만의 5.18을 저주한다며 한탄했다.
[1] 박원순은 인권변호사 시절 <국가보안법 연구>라는 서적을 출판해서 현행 국가보안법의 문제와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한 전력이 있다. 그러던 사람이 국가보안법을 인정한다고 발언하면서 진보진영에서는 대권욕심에 사람이 망가졌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2] 김수영은 영국과 흡사한 사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영국은 기본적으로 국가에 많은 권력을 주면 안 된다는 사상이 깔려있다. 그래서 심지어 주민등록증도 없을 정도. 영국인이 가장 경계하는 일은 무인격자인 국가에 너무 많은 권한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국가는 반드시 일탈을 해서 주인인 국민을 통제하려 들고, 이것이 권력의 태생적 본성이라고 생각한다.[3] 조지훈#s-2은 이승만, 박정희 독재에 반대했지만 독립운동가였던 조부와 부친이 부유한 양반 가문이라는 이유만으로 6.25 전쟁 때 좌익에게 조부는 피살, 부친은 납북되는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였다.[4]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5]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